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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연수어는 동해를 대표하는 생선이면서, 70~80년대 서민들의 단백질 보충을 책임지던 값싸고 맛있는 생선이었습니다. 당시 임연수어는 시장에 흔히 널렸고, 활짝 펼쳐 소금 간을 한 임연수어 자반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었지요.
적당히 간이 배 짭조름하고 구수한 맛이 일품이었던 임연수어. 그래서 임연수어 하면 맛 좋고 저렴한 가성비를 떠올렸고, 군대나 급식, 식당, 포장마차에도 자주 쓰였습니다. 그랬던 임연수어가 어느 순간 천대받기 시작했습니다. 국민 소득이 높아지고, 삶의 질이 향상되면서 주변에 먹을 거리가 넘쳐나니 굳이 임연수어를 찾을 이유가 없었던 것입니다.
여기에 신출귀몰한 임연수어의 조업량도 한몫 했습니다. 해마다 들쭉날쭉한 조업량에 해거름을 하는가 싶더니 최근에는 아예 3년마다 한 번씩 찾아오는 귀한 진객이 되어버린 느낌입니다. 임연수어는 어떤 생선일까요?
#. 임연수어에 대해서
표준명 : 임연수어(쏨뱅이목 쥐노래미과)
방언 : 새치(강원도), 이면수, 가지랭이, 다롱치, 찻치
영명 : arabesque greenling
일명 : 훗케(ホッケ)
전장 : 60cm
분포 : 동해를 비롯해 북태평양의 오호츠크해, 일본 중부 이북
음식 : 회, 소금구이, 튀김, 조림, 건어물
제철 : 봄(2~5월)
어류의 박식도 : ★★
(★★★★★ : 알고 있으면 학자, ★★★★ : 알고 있으면 물고기 마니아, ★★★ : 제법 미식가, ★★ : 이것은 상식 ★ : 누구나 아는)
#. 특징과 생태
임연수어는 수심 20~100m의 암초 지역에 무리 지어 서식하면서 물고기 알과 갑각류, 작은 물고기를 먹으며 성장합니다. 찬 바닷물을 좋아하는 냉수성 어류로 수온이 오르는 여름에는 북태평양의 한류를 따라 북상해 있다가 가을부터 이듬해 겨울 사이 산란을 위해 얕은 바다로 들어오지요.
임연수어가 국내 해역에 닿을 시점은 대략 12~1월 경으로 강원도 고성에 먼저 닿고, 산란을 마친 임연수어는 먹이활동을 왕성히 하면서 속초 및 양양으로 내려오는데 이 시기가 보통 2월부터 5월 사이입니다. 보통은 먼 바다에서 조업선에 걸려들다가 점차 가까운 내만으로 들어오면서 낚시에도 걸립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매년 들어오는 것이 아닌 3년 주기로 나타났다가 사라져 버려 임연수어의 신출귀몰한 회유 경로와 생태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저는 임연수어 낚시를 단 한 번 해 보았는데 그때가 때마침 임연수어 대풍을 맞았던 2016년 4월이었습니다. 양양 수산항에 당도한 임연수어는 시간당 마릿수 20마리씩 선사하며 호조황을 뽐내었죠.
그러다가 2017~2018년도에는 소식이 묘연했고, 올해 다시 대풍 조짐이 일고 있어서 2013, 2016, 2019년으로 3년 주기가 되어가고 있음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 국산 임연수어와 수입산 임연수어의 차이
쏨뱅이목 쥐노래미과에 속한 임연수어는 전 세계에 단 2종만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소비자가 이 두 종을 모두 맛볼 수 있는 시기가 지금입니다. 보통 임연수어 하면 국산을 떠올리는데요. 동해에서만 잡히며, 어획량이 급증하는 1~5월 사이에만 한시적으로 유통됩니다.
이 시기에는 수도권을 비롯한 도심지 마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시기를 넘겨서 볼 수 있는 것은 대부분 '단기 임연수어'라는 종입니다. 단기 임연수어는 주로 러시아와 미국, 알래스카에서 수입됩니다. 냉수성이라 맛이 좋을 것이란 기대가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아요.
더욱이 문제는 국산과 수입 모두 임연수어(또는 이면수)란 이름으로 유통된다는 사실입니다. 원산지가 다르고 어종도 다른데 껍질 맛이 좋기로 유명한 임연수어가 국산과 수입산 구분 없이 다 같은 생선으로 취급되고 있는 것은 국내 수산물 유통 현실이 주먹구구식이고, 분류적인 측면과 전문성에서도 다른 선진 수산국에 비해 뒤떨어지고 있음을 말해줍니다.
#. 임연수어와 물개회충
물개회충은 고래회충의 한 종류로 붉은빛이 나며, 좀 더 크다는 게 특징입니다. 고래회충과 마찬가지로 사람 몸에 들어가면 위장을 뚫고 나가려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내시경을 통해 적출해야 하는 무척 고약한 기생충이지요.
물개회충은 이름 그대로 물개를 종숙주로 하는 충이기 때문에 아귀나 임연수어 같은 찬물에 서식하는 어종에서 종종 발견됩니다. 낚시를 마치고 나면 보통 임연수어가 죽은 상태이므로 이를 회로 썰어 먹는 것은 주의가 필요합니다.
#. 임연수어와 낚시
임연수어는 강원도 최북단인 고성에서 시작됩니다. 이후 3월부터 4월 사이는 주로 속초와 양양으로 확대됨과 동시에 고성의 조황은 주춤한 편입니다. 이는 임연수어가 한 장소에 머물지 않고 계속해서 이동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임연수어가 잘 낚이는 포인트로는 고성 방파제, 동산항 방파제, 인구 방파제, 수산항 방파제, 아야진항 방파제, 공현진 방파제, 외옹치항 방파제 등이 있습니다.
방파제서 잡히는 시즌은 3월에서 5월 사이인데 이는 해마다 다릅니다. 2월 말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5월 말까지 길게 이어지기도 합니다. 또 어떤 해는 4월 초 중순까지만 반짝 이어지다 끝나는 경우도 있어서 임연수어 낚시를 계획한다면, 그 지역 낚시점이나 동호회, 카페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조황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헛걸음을 방지하는 길입니다.
낚시채비는 감성돔과 벵에돔 채비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보통 1호대를 많이 쓰지만, 손맛에 집중하고 싶다면 0.8호대 이하를 써도 됩니다. 나의 경우 원줄은 2호, 목줄은 1.5호를 2.5m 정도로 잘라 쓰며, 바늘은 감성돔 바늘 3호를 쓰되 임연수어가 삼키고 올라오면 4호를, 헛챔질이 발생하면 2호로 크기를 줄이는 식입니다.
찌는 저부력이 유리합니다. 입질이 약을 때가 많아서 구멍찌로는 0호와 g2가 유리하고, 입질 수심층이 잡히면 나일론사로 나비매듭을 하여 반유동 형식을 취합니다. 막대찌는 3B 정도로 반유동 낚시를 구사하는 것이 입질 파악에 도움이 됩니다. 다만, 이 경우 여부력을 확실하게 줄여 찌톱이 5cm 이상 수면 위로 나오지 않게 해야 합니다.
임연수어는 벵에돔처럼 밑밥에 반응해 적극적으로 떠오르다가도 갑자기 바닥에 가라앉기도 합니다. 따라서 현장에 도착하면 유영 수심층을 잡고, 입질 패턴부터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임연수어의 식용
조사한 바에 의하면, 임연수어에 대한 맛과 인식은 한국과 일본 모두 비슷한 것 같습니다. 흔하다 못해 천하기까지 해 가격도 저렴한 편입니다. 싱싱하면서 씨알까지 굵은 임연수어는 일본에서도 알아주는 맛으로 통합니다. 작은 것보다 큰 것이 맛있으며, 단기 임연수어보다 임연수어가 맛이 좋다는 인식도 비슷합니다.
국내에서는 주로 생물로 굽거나 자반처럼 말려서 굽는데 어느 쪽이든 통으로 굽기보다는 배를 갈라 활짝 펼친 뒤 껍질부터 구워야 임연수어 특유의 바삭한 껍질 식감이 살아납니다. 밀가루를 묻혀 굽는 무니엘 스타일이 있고, 기름을 자작하게 넣어 튀기듯 구워내는 원조 스타일이 있는데 어느 쪽이든 이 시기의 임연수어는 맛이 있습니다.
봄철 임연수어는 지방이 가득 올라 구웠을 때 살과 껍질이 쉽게 분리됩니다. 젓가락으로 슬쩍 걷어낸 껍질을 밥에 싸 먹으면, 허여멀그레한 살덩이만 남는데 예전 부잣집에선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었지요. 때문에 강원도에선 ‘임연수어 껍질 쌈밥만 먹다가 배까지 말아먹는다.’, 또는 ‘임연수어 껍질 싸 먹다 천석꾼도 망했다.’ 같은 우스갯소리도 있습니다. 그만큼 임연수어의 껍질 맛이 얼마나 유별난 지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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