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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15년 전, 처음 바다낚시에 빠졌을 때 이야기입니다. 회를 칠 엄두는 나지 않았지만, 바다낚시를 취미로 정한 이상 언젠가는 내가 잡은 물고기로 회를 치게 될 날이 오리라 믿었습니다.
이왕 그렇게 될 것, 하루라도 빨리 연습해 낚시 갈 때마다 자연산 회를 먹어보고 싶다는 야망(?)을 가졌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뭐라도 잡아다 회를 떴고, 실력이 미천하니 서덜(뼈)엔 살점이 덕지덕지 붙어 오히려 매운탕이 맛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가장 먼저 회 뜨기에 도전한 것은 우럭이었고, 이후 농어와 감성돔, 학공치, 도다리로 확대해 나갔습니다. 붕장어는 회는커녕 손질도 할 줄 몰라 대부분 지인을 주거나 방생했습니다.
이렇듯 낚시로 잡은 바닷물고기는 복어 종류를 제하곤 대부분 회로 먹을 수 있는데요. 물론, 복어도 자격증이 있거나, 없어도 손질이 능숙해 회를 썰어 먹는 전문꾼을 간혹 봅니다만, 음지에서 행해지는 소수 꾼의 행위는 이 장에서 철저히 배재했습니다. 위험하기도 하고요.
또한, 앞서 언급했듯 장어류는 특유의 미끌거림과 진액이 손질을 어렵게 하고, 무엇보다도 껍질 벗기는 기술에서 많은 경험이 필요합니다. 여기에 붕장어처럼 피에 독성이 있어 깨끗이 씻고 탈수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도 있기에 여름이 제철이라도 초심자에게 권하진 않습니다.(손질이 익숙하지 않다면, 차라리 사 먹는 것이 백배 나으니까요.)
그렇다면, 여름부터 가을 사이 ‘초심자’가 낚시로 잡아 회 뜨기를 연습하면서, 가족과 지인들에게 회를 대접하기 좋은 어종은 무엇일까요?
#. 초급자 코스
초심자가 도전하기에 좋은 횟감은 일단 흔히 잡히고, 몸구조가 복잡하지 않은 방추형(우럭) 또는 측편형(돔류)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1. 우럭과 쥐노래미
우럭과 놀래미란 말이 더욱 친숙한 조피볼락과 쥐노래미. 이들 어종은 동, 서, 남해 모두 서식할 뿐 아니라 생활낚시 포인트인 방파제, 방조제, 그리고 도보로 들어갈 수 있는 갯바위에서 비교적 손쉽게 만나볼 수 있는 어종입니다. 특히, 서해안 일대(경기, 충남, 전북) 거의 전 지역에서 낚이는데요.
바다낚시 입문용으로 추천하는 원투낚시에서 약 14~20호 묶음추를 매달아 던지면 됩니다. 이때 우럭은 오징어 미끼가 특효이고, 쥐노래미는 갯지렁이가 잘 듣습니다. 우럭과 쥐노래미는 바닥층을 노린 찌낚시에도 잘 걸려들고, 지그헤드 + 웜으로 조합된 워킹 루어낚시에 특히 잘 낚이기로 유명합니다.
우럭의 제철은 10월부터 들기 시작해 겨우내 이어지고, 쥐노래미는 산란을 준비하는 기간인 여름~가을이 제철입니다.
2. 농어
농어는 여름에 맛이 좋은 횟감으로 알려졌고, 실제로 봄~여름은 농어 낚시가 가장 활발히 성행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서해와 서남해는 등에 여러 개의 점이 박힌 점농어가 우세하고, 동해와 남해안은 일반 농어가 우세하나 이는 어디까지나 전문 농어 잡이 낚시에 한해서입니다.
초심자가 농어를 잡는 경우는 갯바위 낚시 중 우연히 얻어걸린 것이 많고, 사실 농어 자체를 노리고 하지 않은 이상 생활낚시터에서 흔히 낚이는 어종은 아닙니다.
농어 전문 꾼들은 주로 배를 타고 나가는데요. 농어 전용 로드에 스피닝 릴을 장착하고, 미끼는 미노우나 바이브레이션 같은 루어를 이용해 꼬드깁니다. 예외적으로 전남 고흥이나 남해안 특정 지역에서는 선상 외수질 낚시(산 흰다리새우를 꿴 생미끼 낚시)로 잡기도 합니다.
경기, 인천권에선 유료 낚싯터에서 비교적 쉽게 만날 수 있고, 8~10월 사이 시화방조제와 석문 방조제, 삼길포와 부사방조제 수문 근처에서는 루어나 찌낚시로 농어가 걸려들기도 하니 참고하세요.
농어는 여름부터 늦가을까지 맛이 좋은 횟감으로 중국산 양식이 많이 유통됩니다. 씨알이 큰 것(2kg 이상)은 비록 양식이라도 맛이 나쁘지 않고, 자연산은 두말할 나위 없이 훌륭하지요.
3. 돔류(감성돔, 참돔, 벵에돔, 돌돔)
측편형에 속하는 돔 종류는 초심자가 회 뜨기를 연습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횟감입니다. 다만, 서해안에서는 쉽게 낚이는 어종이 아니고, 남해에서는 비교적 흔하다지만, 경험 없는 초보꾼들이 회를 칠 때는 횟감을 망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망치면 망치는대로 탕, 튀김, 구이 등을 할 수 있으니까요. 다만, 이 계절에 맛이 좋은 돌돔과 벵에돔은 꼭 한번 잡아서 회를 썰어 보시기 바랍니다. 특히, 현장에서 곧바로 썰어먹는 자연산 돔 회는 횟집에서 먹는 기분과는 남다를 것입니다.
참고로 돌돔은 지금부터 가을 내내 맛이 오르는데요. 초심자가 낚시로 잡기에 그나마 수월한 계절이 8~10월입니다. 이 시기 고흥 먼 바다 섬인 평도, 광도, 거문도, 그리고 제주 차귀도나 관탈도, 추자도에선 크진 않아도 25~30cm급 돌돔을 찌낚시로 잡을 수 있고, 통영 내만에서는 4인승 소형 선외기로 10~15분 내외 거리인 양식장에서 하는 흘림낚시(찌낚시)로도 잡아낼 수 있습니다.
벵에돔은 제주도가 강세입니다. 8~10월은 굳이 배를 타고 부속섬에 나가지 않더라도 동네 방파제에서 잡을 수 있고, 남해안 쪽은 욕지도와 국도, 매물도로 나가야 안정적인 조과를 거두기 좋습니다.
여기서 돌돔은 벗겨낸 껍질을 살짝 데친 숙회(일명 유비끼)로 즐기고, 완전한 성체가 아닌 이상 쓸개주는 권하지 않습니다. 벵에돔은 토치로 불맛을 낸 껍질구이 회가 일품입니다.
4. 갑오징어, 한치
여름엔 한치(창오징어), 가을엔 갑오징어 낚시가 인기를 끄는데 모두 다 횟감과 초밥으로 두 번째면 서러울 만큼 맛이 좋은 재료입니다.
한치는 백된장 소스를 곁들인 숙회 스타일과 물회가 맛있고, 갑오징어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썰어낸 두툼한 회가 일반 오징어의 회 맛을 압도합니다.
전문꾼을은 선도 유지를 위해 오징어 신경 마비(속칭 이까시메)를 하기도 합니다. 주로 갑오징어나 무늬오징어를 대상으로 하는데요. 시중 낚시점에는 오징어 신경을 마비시키는 도구를 판매합니다.
이 도구를 이용해 양 눈 사이 미간을 찌르면 찌르는 방향에 따라 몸통과 다리를 마비시킬 수 있으며, 이때 오징어 특유의 빛깔과 감정을 나타내는 색소포가 사라지면서 하얗게 변합니다.
이렇게 함으로서 얻는 이점은 횟감으로써 선도 유지 다시 말해, 오징어는 사후 끈적한 액이 나오면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식감에 불쾌감을 줄 수 있는데 이러한 느낌을 최소화하고 식감이 물러지는 것을 최소화하는 시술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물론, 산 오징어를 즉석에서 썰어 먹는다면 이러한 신경 마비는 하지 않아도 됩니다.
※ 다음 편에선 중급자 코스와 손질시 유의사항에 대해 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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