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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시작은 실수가 잦기 마련입니다. 특히, 아무런 경험도 준비도 되지 않은 입문자들이 저지르는 실수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것. 게다가 이러한 실수를 피할 수 있는 대책도 사실상 없습니다. 어쩌면 이 글을 읽는다 하더라도 여기에 열거된 몇 가지 실수를 완벽하게 차단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다만, 미리 알게 됨으로써 어느 정도 예방 효과는 있을 것이며, 같은 실수라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낚시를 하면서 어떠한 실수가 있는지 또, 어떻게 예방하는지 살펴보도록 합니다.
#. 낚시에 갓 입문한 초보자들이 빈번하게 저지르는 실수는?
1) 밀물(들물)에 화를 당하는 경우
때는 십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갯바위 낚시에 입문한지 얼마 안 된 저는 무작정 추자도로 갔습니다. 추자도는 우리나라 3대 원도권으로 고기가 가장 잘 잡히는 곳 중 하나입니다. 때는 간조를 지나 밀물이 들어오는 시점이었고, 던지면 신발짝 만한 볼락이 연거푸 올라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낚시했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저는 뭔가 크게 잘못 되었음을 느꼈습니다. 그제야 주변을 둘러보는데 갯바위에 내려둔 취재용 카메라가 밀물에 잠기고 있었던 것입니다. 카메라에선 탄 냄새가 났고, 전원은 켜지지 않았습니다. 그와 동시에 취재도 중단됐습니다.(당시엔 스마트폰도 없었지요.
카메라는 한달 전, 100만 원을 넘게 주고 구매한 생애 첫 DSLR이었습니다. 결국, 60만 원이라는 수리비를 내고 메인 기판을 바꾸며 고쳤지만, 밀물임을 잊고 낚시한 대가치곤 손실이 컸습니다.
초보자들은 조수간만의 차이를 늘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제주시 추자도의 경우 조수간만의 차가 최대 4~5m씩 벌어집니다. 여기서 조수간만의 차이는 간조(물이 빠졌을 때)를 기점으로 만조(물이 찼을 때)까지의 수심 변화입니다.
4~5m면 실로 엄청난 차이죠. 밀물이 들어올 때는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서 낚시해야 하는데 이때 갯바위에 놓아둔 각종 용품과 짐이 밀물에도 안전한지 점검해야 합니다.
2) 너울성 파도에 휩쓸리는 최악의 상황
1)번 사례와 비슷하지만, 이번에는 좀 더 심각한 경우입니다. 파도와 너울성 파도는 서로 다릅니다. 파도는 하얀 포말을 내며 주기적으로 찰랑거립니다. 때문에 바닷물이 어디까지 넘어오는지를 쉽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언뜻 보면 성난 바다로 보이지만, 일정한 간격으로 피드백을 주는 파도야 말로 차라리 안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너울성 파도는 그렇지 못합니다. 너울성 파도 중에는 수초 만에 몰아치는 주기성 너울도 있지만, 만, 5분 또는 그보다 긴 시간에 1회씩 들어오는 이른바 '장너울'은 예측이 어렵습니다. 평소 바다가 평온한 모습을 하고 있어도 저 멀리 소리 소문 없이 밀려오다 순식간에 들이닥치기 때문에 넋 놓고 낚시했다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습니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갯바위 인명사고도 이러한 장너울을 간과했기 때문인데요. 저 역시 조심한다고 하지만, 너울성 파도야말로 날씨 예보로 알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지난 몇 년 동안 낚시하면 호되게 당한 적이 있습니다.
그중 두 번은 공교롭게도 제주도였고, 나머지 한 번은 대마도 남단 갯바위였죠. 대마도 남쪽과 동쪽은 뻥 뚫린 외해(태평양)이므로 잔잔한 바다에서 가끔 예상 못한 너울이 갯바위를 강타하기에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하루는 긴꼬리벵에돔을 노리고 갯바위에 들어왔는데요. 약 5분에 한 번씩 밀려드는 너울성 파도, 그것도 2~3m에 달하는 높이로 갯바위를 강타할 때마다 매우 아찔한 광경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너울이 반복되면 반복될수록 너울 파장이 크고 파도가 높아질 수도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 올 수도 있음을 직감했지요.
그러다 한번은 저 멀리 수평선 부근에서 너울이 오는 것을 봤는데요. 갯바위 근처로 왔을 때라야 비로소 내가 알던 너울이 훨씬 높았음을 알게 됩니다. 여기서 망설이면 안 됩니다. 재빨리 낚시 짐과 장비를 챙겨 높은 곳으로 대피했고, 몇 초 뒤에 강타한 너울은 낚시하던 자리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었습니다.
대피한다곤 했지만, 파도를 뒤집어썼습니다. 저보다 높은 곳에서 낚시하던 아내는 솟구친 파도를 그대로 뒤집어썼는데 그나마 바위에 한번 맞고 굴절된 파도라 바닷물 샤워에 그친 것입니다. 저 역시 온몸이 젖었을 뿐 직접적으로 휩쓸리지 않은 것은 천만다행이었지요.
또 다른 예는 제주 관탈도에서 있었습니다. 뒤늦게 발견한 너울성 파도에 그만 밑밥통과 여러 소품을 바다에 헌납해야 했지요.
또 다른 예는 제주도 우도에서 벌어졌는데, 제가 파도를 뒤집어쓰는 결정적인 장면이 사진에 찍히기도 했습니다. (대피하란 말보다 사진부터 찍는 일행의 판단이란 ㅎㅎ.. )
3) 장비 파손과 분실
초심자라 아직 장비를 다루는 부분에서 미흡할 수 있습니다. 특히, 낭창낭창한 낚싯대는 큰 물고기가 물어도 부러지지 않을 만큼 질긴 탄성을 가졌지만, 짧고 강한 충격에는 속절없이 부러집니다. 그래서 낚싯대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만 더 섬세하게 다뤄야 하는 중요한 용품이지요.
초심자들이 가장 많이 해먹는(?) 부분이 초릿대. 가장 얇지만, 질긴 탄성을 가진 초릿대는 보통 사용자 부주의로 부러질 뿐, 큰 물고기와 겨루다 부러지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낚시 도중에 부러트리기보다는 채비를 만들 때 낚싯대를 어설피 세워놓았다가 바람에 넘어가면서 부러지는 경우가 흔하고, 낚시를 마치고 정리할 때 낚싯대를 접는 과정에서도 부러트릴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장비 분실 위험이 높은 것은 릴입니다. 낚시 릴은 적게는 수 만원에서 많게는 수십 만원에 이를 만큼 고가 장비입니다. 낚싯대와 릴이 차지하는 비용이 모든 낚시 장비 중 으뜸이라 할 수 있는데 이들 용품의 파손과 분실의 위험은 의외로 크지요.
낚시 릴을 분실하는 장소는 크게 방파제 테트라포드와 갯바위로 나뉩니다. 혹자는 이런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낚시를 마치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낚싯대와 릴을 분리하는데 순간 방심했다가 릴을 떨군 경우입니다.
그 장소가 테트라포드면 영영 못 찾는 것이고, 갯바위는 지형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데요. 하필 제가 떨어트린 곳은 갯바위 중에서도 직벽이라 바위에 맞고 굴러 떨어지는 릴을 그저 멍하니 쳐다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일단 한번 바다에 빠진 것을 찾기란 사실상 불가능하죠. (잠수부를 쓰지 않은 이상)
4) 허술한 매듭과 목줄 관리
흔히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가 허술한 매듭입니다. 매듭은 낚시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기로 이것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모처럼 받아낸 대물을 놓칠 수 있습니다. 저 또한 대물을 낚았다가 매듭이 풀리거나 끊어져버려 다 된 밥에 재 뿌린 적인 많았지요.
목줄 관리도 중요합니다. 낚시를 하다 보면 밑걸림도 자연스레 생기는데 그럴 때마다 목줄에 상처가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목줄이 상하면 즉시 교체해야 하는데 귀찮아서 갈지 않다가 대물이 물고 늘어지는 긴박한 상황에서 목줄이 나가버리는 뼈아픈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5) 뜰채를 부러 트리는 경우
초심자들은 큰 물고기를 걸었을 때 뜰채에 담아 퍼올리는 것을 생각하지만, 뜰채는 퍼올리는 것이 아니고 끌어와 접는 것입니다.
이를 모르고 뜰채를 들면 물고기의 하중을 못 이겨 부러지게 됩니다. 뜰채질 할 때는 들지 말고 끌어와 접는 연습을 합시다.
뜰채질 할 때는 들지 말고, 위 사진과 같은 각도를 유지하면 그대로 접습니다. 뜰채가 펴진 상태로 들지 말고, 접고 나서 든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입니다.
6) 물고기에 물리거나 찔리는 경우
배스를 비롯한 농어류는 비록, 육식성이라도 이빨이 없기 때문에 엄지손가락을 물고기 입에 넣고 들어 올릴 수 있습니다. 이게 가능한 어종은 작은 물고기나 새우를 먹을 때 통째로 삼키는 어종으로 농어, 배스, 우럭, 볼락 등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농어나 배스, 우럭 낚시만 하던 이들이 돔이나 다른 어종을 낚게 될 경우 평소 습관대로 손가락을 넣다가 화를 당하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또한, 물리지 않더라도 날카로운 등가시에 찔려 그날 고생하는 경우도 있고, 아가미뚜껑이나 볼에 난 가시처럼 예상 못한 부위에 찔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물고기를 다룰 때는 늘 조심해야 합니다.
#. 내가 겪었던 실수 중 가장 큰, 위험한 실수는? 어떻게 해결?
한 번은 낚시하던 중 갯바위에 넘어지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당시 관탈도에서 돌돔 찌낚시를 했는데 그때가 11월로 갯바위에는 김발이 서릴 때라 미끄럽지요. 또한, 지형상 굴곡이 심해 한발짝 한 발짝 다닐 때도 신경이 쓰이는 곳이었습니다.
고기는 잘 잡히지, 마음은 바쁘지, 그러다 한번은 갯바위에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찍었는데 순간 낚싯대는 부러졌고, 허리를 다쳐 하루 이틀 고생한 기억이 납니다. 다행히 경미한 부상에 그쳤지만, 조금만 각도가 틀어져도 큰 부상의 위험이 높은 만큼 늘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예방책은 늘 조심하는 것. 특히, 김발이 서린 갯바위는 되도록 밟지 않는 것이 좋고, 무엇보다도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 물론, 갯바위 장화 같은 안전장구를 착용하는 것은 필수입니다.
두 번째 사례는 본인이 직접 경험하진 않았지만, 주위로부터 부상 소식을 들을 때마다 위 장면이 생각나곤 했습니다. 다름 아닌 갯바위 하선 시 일어나는 안전사고입니다. 파도 없는 잔잔한 바다라면 문제없지만, 가끔 보면 주의보도 아닌 것이(주의보가 떨어지면 차라리 결항이라도 되지) 어설픈 날씨에 출항했다가 갯바위에 접안하게 되고, 이때 배는 상하 운동으로 요동치면서 갯바위와 배 접안 시설에 틈이 생깁니다.
내릴 때는 빈손으로 내리고, 주변 동료로부터 짐을 건네받아야 하는데 가끔 한 번에 들고 내리겠다고 서두르다 사고가 나기도 하고 특히, 한쪽 발은 갯바위에 다른 한쪽발은 배에 두었다가 상하로 요동치며 생기는 틈새에 발목이 끼이는 사고가 나기도 합니다.
갯바위 하선 시에는 신속함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차분함이 우선시돼야 합니다. 짐이 많으면 협력으로 옮기고 절대 혼자서 모든 짐을 옮길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가장 확실한 것은 기상이 안 좋을 때는 출조를 삼가는 것입니다.
#. 이러한 실수를 예방/방지하기 위한 방법은?
특별한 노하우가 필요하기보다는 본인의 경험과 노련함이 결국에는 이런 사고 및 실수를 예방하는 지름길이 아닌가 싶습니다. 내게 적절한 조언을 해주는 낚시 멘토가 있는지도 중요합니다. 사수와 부사수처럼 낚시에도 멘토가 있다면, 동반 출조했을 때 상황에 따른 설명을 들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위험한 순간에도 슬기롭게 대처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가장 확실한 것은 위험에 노출될 확률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입니다. 일기 예보를 보고 판단하는 것도 도움되는데요. 가령, 선상낚시의 경우 풍속 7~11m/s 이상이면 (낚시 및 출항은 가능하나) 출조를 자제하는 것이 고생을 덜 하는 길이고, 갯바위나 방파제 낚시는 8~12m/s 이상이면 출조를 자제하되, 가려는 포인트 또는 섬 지형이 풍향상 뒷바람인지 옆바람인지 혹은 앞바람의 영향을 받는지 미리 예상된다면, 풍향을 고려해 출조할 수도 있습니다.
참고로 낚시에서 풍향은 뒷바람이 유리하고, 옆바람과 앞바람 순으로 불리해집니다. 처음 낚시에 입문할 때는 예상치 못한 장비 파손이 있을 수도 있으니 가능하면 처음부터 고가 장비의 구매를 피하길 권합니다. 물론, 안전과 직결되는 구명복과 전용 신발은 가격대와 타협하기보다 검증된 브랜드의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좋습니다.
#. 실수를 줄이는 데 도움되는 장비나 용품이 있을까?
초심자들이 실수하는 부분 중 하나가 물고기를 낚았을 때 낚싯대를 어디에 둘지 모르다는 점입니다. 낚싯대를 한 손에 든 채 물고기를 처리하려다 손상시키고, 혹은 바닥에 두었다가 아차 하고 밟기도 합니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낚싯대를 거치할 수 있는 기능성 제품입니다.
1) 살림통(라이브웰)
살림통은 잡은 물고기를 보관하는데 쓰이지만, 최근에 나오는 제품은 낚싯대를 거치할 수 있는 기능도 장착돼 있어 물고기를 처리할 때 혹은 잠시 낚시를 쉬어갈 때 낚싯대를 꼽아둘 수 있어 편리합니다.
2) 로드 스탠드
로드 스탠드는 밑밥통에 결착해 사용하는데요. 낚싯대와 미끼통을 함께 거치할 수 있어 편리합니다.
3) 메탈 피시 그립
이외에도 물고기를 잘못 잡아서 물리거나 찔리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를 방지해주는 피쉬 그립도 쓸만합니다. 선상낚시에서 주로 쓰는 피쉬 그립으로 메탈 재질로 묵직할 뿐 아니라 견고해 어떤 물고기를 집어도 문제없이 집어 올릴 수 있습니다. 허리춤에 찰 수도 있고, 휴대성이 좋아 워킹 낚시에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 글 : 김지민 어류 칼럼니스트
유튜브에서 ‘입질의추억tv’ 채널을 운영 중이다. 티스토리 및 네이버에서 블로그 ‘입질의 추억’을 운영하고 있으며, EBS1 <성난 물고기>, MBC <어영차바다야>를 비롯해 다수 방송에 출연했다. 현재 쯔리겐 필드테스터 및 NS 갯바위 프로스텝으로 활동 중이며, 저서로는 <짜릿한 손맛, 낚시를 시작하다>, <우리 식탁 위의 수산물, 안전합니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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