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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제 유튜브에 올린 '부산 다대포 활병어회'를 기억하시나요? 당시 제가 먹은 활병어를 두고 '병어가 아니네~', '덕자네~'하는 댓글이 꽤 있었습니다.
사실 병어와 덕자, 덕대를 구별하는 것은 전문가의 영역일 만큼 까다롭습니다. 여기에 중구난방으로 남발되는 지역 방언까지 겹치면서 이 둘의 구분을 더욱 헷갈리게 하고 있습니다.
해마다 병어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끊이질 않는 병어와 덕자 논란. 무엇이 진실일까요? 오늘 이 글을 통해 확실하게 정리해 드립니다.
※ 참고
이 글은 절대 어렵게 설명하지 않습니다. 사진과 단순한 문장으로 병어를 보는 여러분의 눈높이를 확실하고 정확하게 올려드리겠습니다.
1. 크기로 구별하는 것은 잘못
병어 좀 안다는 이들도 병어와 덕자의 구분이 헷갈리는 이유는 어민과 상인이 하는 말 다르고, 학자들이 주장하는 말 또한 다르기 때문입니다. 위 사진을 봅니다.
#. 어민 측 주장
- 일단 크면 → 덕자(덕자병어, 덕대)라고 주장
- 작으면 → 병어, 병치라고 주장
어민의 주장에 의하면 <사진 1>은 덕자(덕자병어, 덕대)가 됩니다. 왜냐하면, 병어는 이렇게까지 크게 자라지 않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진실일까요? 틀린 걸까요?
정답은 진실도 틀린 것도 아닙니다. 모두 잘못된 분류 기준을 적용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일부 지역에서는 이러한 기준이 사실인 것처럼 통용됩니다.
그러나 학계에서 분류하는 것은 병어와 덕대 단 2종 뿐입니다. (이 분류 기준은 한국과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 공통입니다.)
#. 학계 측 주장
- 병어(학명 : Pampus argenteus) → 최대 성장 길이 60cm
- 덕대(학명 : Pampus echinogaster) → 최대 성장 길이 60cm
두 어종 모두 '농어목 병어과' 어류로 최대 성장 길이가 60cm로 기록됩니다. 단, 덕대가 병어보다 성장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조업 현장에서는 아무래도 커다란 덕대를 더 많이 접할 수는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크기로 두 어종을 구분하는 것은 바르지 않습니다.
2. 꼬리 길이로 구별
일부 지역 어민과 상인은 꼬리 길이로 병어인지 덕자인지를 구별합니다. 그러나 이 또한 학계의 주장과 상반되기 때문에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 어민 측 주장
- 아래쪽 꼬리가 길면 → 참병어라고 주장
- 위아래 꼬리 길이가 같으면 → 덕자(덕자병어)라고 주장
어민 측 주장에 의하면 <사진 2>에서 위쪽이 참병어이고, 아래쪽이 덕자병어인 셈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분류 역시 한국과 일본, 전 세계에서 분류된 학술적 자료와는 상반되고 있습니다.
#. 학계 측 주장
- 아래쪽 꼬리가 길면 → 덕대(학명 : Pampus echinogaster)
- 위아래 꼬리 길이가 같으면 → 병어(학명 : Pampus argenteus)
그렇다면 어민이 주장하는 '덕자(덕자병어)'란 무엇일까요? 덕자는 커다란 병어(또는 덕대)를 일컫는 전라도 방언입니다. 어부의 딸 이름에서 유래됐지만, 지금은 엉뚱하게도 병어에 붙었고, 덕대란 생선에는 거꾸로 참병어란 말이 붙었습니다.
때문에 도감에 기술되지 않은 '덕자'란 명칭은 두 어종의 구분에 혼란만 가중시키므로 지금부터는 학술적 명칭인 '병어'와 '덕대'로만 구분하겠습니다.
위 그림은 병어와 덕대를 구분하는 주요 포인트입니다. 다른 건 보지 말고 1번과 4번만 주목하시기 바랍니다. 우선 4번인 꼬리 길이로 구별하는 방법입니다.
<사진 3>에서 보시다시피 병어는 위아래 꼬리 길이가 같습니다. 이렇듯 학계에서는 위아래 꼬리가 같으면 '병어'로 기술하고 있습니다.
사진은 덕대의 모습입니다. 보시다시피 덕대는 위아래 꼬리 길이가 다릅니다. 잘 보면 아래쪽 꼬리가 더 깁니다. 꼬리 끝이 검은 것은 어린 덕대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며, 덕대가 자라면 점차 사라집니다. 때문에 꼬리 끝이 검은 것은 병어와 덕대를 구분하는 요소가 될 수 없습니다.
참고로 덕대의 아래쪽 꼬리가 훼손되거나 잘라내면, 길이가 같아지므로 병어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저는 병어와 덕대를 동정하기 위해 이마 부근에 발달한 '파상 주름'을 봅니다.
파상 주름이란? 병어과 어류에 나타나는 독특한 패턴입니다. 그림에서 알 수 있듯 파상 주름이 나타나는 범위에서 차이가 나는데요. 아래 사진을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사진은 병어의 파상주름입니다. 잘 보면 측선(옆줄) 밑으로 침범했고, 이마 뒤쪽으로도 넓게 퍼져있습니다.
바로 이렇게 퍼진 것이죠. 이것이 병어의 특징입니다. 덕대는 어떨까요?
사진은 덕대의 파상주름입니다. 측선(옆줄) 아래로 일부 침범은 했으나 뒤쪽으로는 퍼지지 않았습니다.
보시다시피 덕대의 파상주름은 매우 좁은 영역에서만 나타납니다. 이러한 특징을 머릿속에 암기하면, 현장에서 병어와 덕대를 구별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물론, 병어와 덕대의 최대 차이는 꼬리 길이입니다. 때문에 꼬리만으로도 구별이 되며, 가끔 꼬리를 봐도 혼동이 오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는 파상 주름을 참고하여 어류를 동정하고 있습니다. 이것으로 병어인지 덕자인지(혹은 덕대인지)를 둘러싼 모든 논란이 이글로 정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마치며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이면서 매우 좁은 국토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좁은 국토에서도 한 생선을 두고 지역마다 불리는 이름이 제각각입니다. 이에 헷갈리고 힘들어하는 것은 소비자의 몫입니다.
지역 사투리도 좋지만, 학술적 명칭과 상반되면 상거래 혼란을 가중시키고, 온라인상에도 소모적인 논란을 부릅니다.
우리나라가 식문화 선진국으로 발돋음하기 위해선 수산물을 비롯한 모든 식재료의 투명성이 확보돼야 합니다. 그래야만 소비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데요. 그러려면 무엇보다도 명칭의 통일이 시급합니다. 제가 글과 영상에서 표준명을 선두에 내세우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 좁은 국토에서조차도 통일되지 않은 명칭은 '기준'을 잡아줄 학술적 근거가 필요합니다. 비록, 어류도감에 기술된 어류 명칭 중 상당 부분이 일제강점기를 거친 잔재로 남아 있지만(마다이 → 참돔, 이시다이 → 돌돔으로 명명하는등), 그나마 학술적 근거 조차 제 기능을 못 하면, 한 품목을 두고 여러 이름이 혼용과 악용이 우려되기에 더더욱 기준을 잡아줄 학술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보는 것입니다.
이에 어업인을 비롯해 수산업 최전선에서 일하고 계신 모든 종사자 관계자들도 올바른 명칭을 써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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