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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선 '수산물 유튜버'로 기억되겠지만, 그전에 저는 어류 칼럼니스트로 활동해 왔습니다. 책도 써왔고, 국립민속박물관 백과사전에도 참여했으며, 앞으로 몇 권의 중요한 책을 출판할 예정에 있습니다.
제가 1년여의 기간 동안 유튜브를 하면서 가장 많이 받은 딴지 유형이지만, 이 모든 것은 단순 오해에서 비롯됩니다. 우리 같이 차근차근 풀어봅시다. ^^
1. 이것은 자바리지 다금바리가 아닙니다. 진짜 다금바리는 따로 있고, 국내엔 거의 멸종입니다. 제주에선 자바리를 다금바리라고 속여파는 겁니다. 등등.. → 틀림
인터넷 검색의 한계입니다. 네이버 지식백과를 맹신한 부분도 없잖아 있습니다. 책과 지식백과에서는 자바리와 다금바리가 소개됩니다. 자바리를 제주도에선 오래전부터 다금바리라 불렀습니다. 그런데 도감에서는 다금바리가 따로 있습니다. 이게 어찌 된 일인가요?
여기 철수와 영희가 있습니다. 철수는 어렸을 적부터 부모님의 사랑을 가득 받고 자랐습니다. 그러다가 전쟁이 났고 부모와 자식은 안타깝게도 떨어져 살게 되었습니다. 몇 년 후 부모가 수소문 끝에 철수를 찾았는데요. 그때는 새 부모 밑에 자라고 있었습니다. 철수야~! 라 부르고 뛰어가 부둥켜안았는데 "저 철수 아닌데요? 준식인데요."
알고 보니 준식이는 새 엄마가 지어준 이름입니다. 유전자 검사를 하고 아무리 대질해 봐도 내 자식 철수가 맞습니다. 행정 서류상에도 여전히 철수란 이름으로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새 부모를 만나게 된 철수는 또 다른 이름으로 새 인생을 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부모의 진짜 자식이 있었는데 그의 이름이 철수였습니다.
적절한 예일지는 모르지만, 이게 자바리와 다금바리의 관계를 설명하기에 쉬울 것 같군요. 원래 조선시대 때부터 탐라의 조상들은 '제주도엔 3대 바리가 있지. 그중 하나가 다금바리야'라고 했습니다. 그 다금바리가 어떤 생선이냐? 바로 도감에 '자바리'로 표기된 생선입니다.
그런데 제주도 근해에 사는 토착성 물고기 다금바리는 일제강점기를 거쳐 한국 어류대도감이 편찬됐을 땐 '자바리'란 이름이 붙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금바리란 이름의 영예는 생김새가 완전히 다른 전혀 엉뚱한 생선에 붙게 되었죠.
책에 기술된 자바리는 농어목 바리과였고, 다금바리는 농어목 농어과였습니다. 그러다가 90년대쯤 일본이 이 다금바리를 농어과에서 바리과로 편입시켜버립니다. 그리고 그것을 몇몇 사람들이 '진짜 다금바리'라고 여기며, 원래 다금바리였던 자바리를 가짜 취급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표준명 다금바리가 멸종 위기 종이란 것도 잘못된 사실입니다. 이 고기는 원래 필리핀, 대만, 일본 남부 지방에 서식하는 아열대성 어류입니다. 제주도 및 남해안 일대에는 소수 개체만이 서식하는 게 정상입니다.
그러니 표준명 다금바리가 과거 우리나라엔 흔했다가 남획으로 귀해져 자바리가 다금바리 노릇을 하게 됐다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결국, 다금바리는 자바리를 의미하며, 학술적 명칭상의 다금바리가 별개로 존재할 뿐입니다.
2. 줄가자미는 사메가레이지 이시가리가 아닙니다. 돌가자미가 이시가리입니다. → 틀림
정확히 말하자면 줄가자미의 일어명은 '사메가레이'가 맞고, 돌가자미의 일어명은 이시가리가 아니라 '이시가레이'입니다. 그리고 이 말이 국내에선 부르기 쉽게 변형돼 '이시가리'가 되었으나 시장에선 이시가리 = 줄가자미로 통용됩니다.
그 이유를 추론하건대, 줄가자미의 등껍질은 돌처럼 단단합니다. 엠보싱 같은 동글동글한 모양의 피질이 등껍질 전체를 뒤덮는데 그 모습이 흡사 '쇠줄'과 같다고 하여 표준명 줄가자미가 붙었고, 어류의 구분이 정확하지 않았던 과거에는 그냥 돌가자미와 같이 취급했을 것으로 봅니다.
때문에 돌가자미, 돌도다리 같은 말이 중구난방으로 불려졌고, 지금 이시가리라고 한다면, 80% 이상은 줄가자미를 가리키는 메뉴가 되었습니다. (횟집 메뉴판에 이시가리라 써져 있으면 십중팔구 줄가자미가 나옵니다.)
그러니 네이버 지식백과나 학술적 명칭만 검색할 것이 아니라, 시장과 포구를 직접 다녀보면서 현지 사람들이 '이시가리'를 어떤 생선으로 인식하고 취급하는지가 중요하다 할 수 있습니다.
3. 원래 진짜 도다리는 따로 있습니다. 문치가자미는 봄도다리가 아닙니다. → 틀림
이 역시 학술적 명칭상의 도다리가 따로 있을 뿐, 조선시대 때부터 우리 조상들이 불렀던 도다리는 문치가자미이며, 흔히 '봄도다리', '봄도다리 쑥국'의 재료 또한 문치가자미가 맞습니다. 1800년대 편찬된 김려의 <우헤이어보>에는 도다리의 어원인 '도달어'가 등장하는데 그 도달어를 묘사하는 글귀 중에 이런 표현이 있습니다.
"큰 것은 4~5자이다."
문치가자미가 다 성장하면 몸길이 50cm에 이릅니다. 표준명 도다리는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도다리 산지인 진해, 통영 일대에서는 예부터 문치가자미를 참도다리라 불렀고, 표준명 도다리는 담배도다리라 불렀습니다.
4. 큰민어도 민어입니다. → 틀림
큰민어가 민어라면, 같은 민어과에 있는 참조기도 민어요, 부세도 민어입니다. 큰민어는 민어가 커서 큰민어가 아니고, 이 어종의 이름 자체가 '큰민어'입니다. 왜 이렇게 헷갈리게 지어놨을까요?
일본명을 그대로 따다 썼기 때문입니다. 큰민어는 일본 남부지방에 서식하는 거대 민어과 생선입니다. 일본명은 '오오니베' 이를 우리말로 직역하면 '큰민어'가 됩니다. 이것이 중국에서는 양식이 되어 여름이면 국내에 '양식 민어'란 이름으로 판매됩니다. 사람들은 "와~ 민어도 양식이 있구나." 하며 사 먹겠죠? 통관 시 서류에도 '양식 민어'로 통용된답니다. 엄연히 다른 종이고, 맛도 가치도 국산 토종 민어와 다른데, 같은 생선인 것처럼 판매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5. 양식 광어도 배가 흰게 있고, 자연산도 배가 검은 게 있습니다. → 일부 사실
그런데 왜 뜬금없이 이런 댓글이? 참고로 낚시로 잡은 광어 배가 양식 광어처럼 거뭇거뭇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보고 있습니다.
1) 양식장 탈출 광어(일명 빠삐용 광어)
2) 치어 방류된 개체
3) 100% 자연산이나 특정 환경에서 자란 개체
양식 광어에 주로 생기는 검녹색 이끼를(실제론 이끼가 아님) 흑화 현상이라고 부르는데 2)번의 경우 한번 생기기 시작한 흑화 현상은 남은 어(魚)생을 야생에서 자라도 없어지지가 않습니다.
제가 광어 낚시를 하면서 지켜보니 대략 100마리 조황을 거둘 때 10마리 꼴로 양식장 광어 같이 검녹색 자국이 보였습니다.
3)번은 제가 경험한 것인데요. 조류 흐름이 적은 내만(거의 양식장 환경 수준)에서 붙박이로 자랄 경우 그럴 수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대마도 미네만에서 감성돔 낚시하다 잡은 대물 광어가 그랬습니다.
결론은 배에 검녹색 자국이 있다고 무조건 양식이라 단정할 수는 없지만 90%는 그렇다고 보면 되며, 더욱이 시장과 횟집에 유통되는 광어는 이 흑화 현상 여부로 자연산과 양식을 판단해도 크게 무리는 없다고 보는 것입니다.
6. 간재미가 홍어 새끼라니 말이 되는 소릴 해야지 → 틀림
말이 됩니다. 왜냐하면, 이 둘의 유전자가 일치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학계에서는 명칭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1) 기존에 불렀던 상어가오리 또는 간재미 → 표준명 홍어로 표기
2) 기존에 불렀던 홍어 → 표준명 참홍어로 표기
때문에 최고급 별미로 여기는 흑산도 홍어와 홍어(=간재미)는 엄연히 다른 종으로 구분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링크의 글을 탐독해 주시길 권합니다.
7) 이건 병어가 아니라 덕자입니다. → 분류 기준이 다른데서 온 오해
- 학술지 및 도감에선 병어라 기술됐는데 이걸 어부들은 '덕자'라 부름.
- 학술지 및 도감에선 덕대라 기술됐는데 이걸 어부들은 '참병어'라 부름.
결론, 어부 및 상인들은 학술지와 정반대로 부르고 있었음.
더 있는데 일단 생각 나는 것은 이 정도로 줄이겠습니다. 어류에 관심 많은 분들이나 좋아할 만한 내용이지만, 일단은 참고용으로 올려둡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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