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글은 국립수산과학원 잡지 <바다야 사랑해>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과거에는 저렴하던 주꾸미. 지금은 1kg당 3만 원에 육박합니다. 비슷한 가격으로는 소나 돼지고기로 선택지를 넓힐 수 있습니다. 주꾸미뿐 아니라 어획량 저조로 인한 수산물의 가격 상승은 결과적으로 소비자의 지갑을 닫게 하고, 기회비용을 생각하게 합니다.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요?

 

 

3~4월 대량 어획 및 유통되는 알배기 주꾸미들

원인은 남획입니다. ‘돈이 되면 물불 가리지 않는’ 경쟁적 조업, 여기에 불법 조업도 한몫합니다.  주꾸미는 단년생으로 1년 살다 봄에 알을 낳고 그 알을 품다가 죽는다. 갓 태어난 유생은 여름부터 가을 사이 성장하는데 9~12월 사이 일부 낚시로 잡히고, 나머지는 이듬해 봄 알을 낳고 죽기를 반복합니다.

 

이처럼 주꾸미는 생태 순환기가 빠른 만큼 1~2년만 자원 관리에 힘써도 금방 회복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쌀알 처럼 생긴 주꾸미알

하지만 이러한 장점도 산란철 알배기를 보호했을 때라야 비로소 발휘된다는 사실. 주꾸미 한 마리가 품은 알은 약 200~300개입니다. 이 알 주꾸미를 아예 먹지 않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적당히만 잡아먹는다면, 여기서 살아남은 주꾸미는 마리당 200~300마리로 번식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알배기 주꾸미의 판매 촉진을 위해 축제를 열고 경쟁적 남획으로 이어진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앞서 말했듯 주꾸미는 1년생이기 때문에 고등어처럼 매년 크기가 줄어드는 것이 아닌 아예 씨가 마르면서 급격한 개체수 감소로 이어지게 됩니다.

 

 

도표1, 주꾸미 어획량(해수부 자료)

이에 해수부는 2015년 경, 주꾸미 금어기를 5. 11~8. 31로 신설했습니다. 이 기간에는 조업이든 낚시든 잡아서 안 되며, 이를 어길 시 벌금 3,000만 원을 물어야 합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남획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인 것처럼 보입니다.

 

문제는 이 금어 기간이 실효성이 있느냐입니다. 주꾸미의 산란은 4~5월경에 이뤄지는데 조업은 3~4월에 집중됩니다. 여기에 충남도는 매년 3~4월 경 주꾸미 축제를 엽니다.(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행사 취소됨)

 

해마다 주꾸미 산란철이면 열리는 주꾸미 축제. 이는 알배기 주꾸미의 남획을 부추기는 격이 될 수 있어 염려가 되는 상황입니다.

 

 

산란철 주꾸미 잡이를 위한 소라방

#. 낚시 vs 조업, 누가 주꾸미 자원 감소에 영향을 미쳤나?
원래 산란철 주꾸미는 소라 껍데기를 이용해서 잡습니다. 안락한 공간을 찾아 들어가는 산란 주꾸미의 습성을 이용한 것입니다. 소라 껍데기 하나에 주꾸미 한 마리씩 잡는 것이므로 대량 남획이 쉽지 않고 주꾸미 자원에도 타격을 입히기 어렵습니다.

 

문제는 불법 조업입니다. 치어조차 빠져나가기 힘든 촘촘한 그물로 깊은 바닥까지 내려 퍼올리기에 주꾸미를 비롯한 저서성 해양 생태계를 파괴할 우려가 있습니다. 어떤 어민의 인터뷰에선 하루 평균 20톤씩 잡힌다고 합니다. 20톤이면 낚시로 잡는 양과 비교할 수 없는 무게입니다. 주꾸미 한 마리 무게가 100g 전후로 봤을 때 10마리면 1kg이고 100 마리면 10kg입니다.

 

낚싯배 한 척에 15~20명을 태우는데 잘 잡히는 날이라 해도 1인당 10~20kg 선. 그날 낚싯배 한 척이 잡아들이는 양은 아무리 많이 잡아도 수백 kg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물론, 이러한 낚싯배가 가을이면 서해 앞바다를 빼곡히 채운다는 점에서 남획이 우려되지만, 봄에 행해지는 산란 주꾸미는 잡히는 단위가 다릅니다.

 

봄에는 소라 껍데기에 숨는 성질이 있어 낚시를 흔히 하진 않습니다. 대부분 소라방이나 그물로 잡는데 이때 잡히는 양은 kg이 아닌 톤(t)단위이며, 더욱이 200~300개씩 알을 품은 주꾸미를 대량으로 남획해 그 문제가 심각하다 할 수 있습니다.

 

이 사실을 지자체가 알고 있지만, 지역 축제의 흥행과 어민 소득의 보전이란 명목으로 눈감아준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불법 조업 단속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설된 금어기(5. 11~8. 31)는 주꾸미 조업과 낚시에 이르기까지 서로간의 이해관계가 얽힌 이들의 불평을 잠재울 만한 좋은 구실이 됩니다. 낚시 시즌인 9~11월도 피하고 알배기 조업 시기도 피하면서 결과적으로는 주꾸미 자원을 보호하자는 대의에서는 벗어났다는 것이 대세론입니다. 

 

 

 

#. 쿼터제 도입이 필요한 이유
저는 국내 현실에 맞는 쿼터제를 도입할 필요하다고 봅니다. 금어 기간을 좀 더 타이트하게 조정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가령, 4월 중순까지만 조업을 허용하고, 이후로 금어기를 지정하면 제한적이나마 제철 별미를 맛볼 수 있고, 그 시기에 축제도 열어 단기간에 소비를 집중시킬 수도 있습니다.

 

이렇듯 금어기를 5월 이후가 아닌 4월로 조정하면 산란에 참여하는 개체수를 늘리게 합니다.이렇게 하면 잡히는 양이 한정적이라 전국 유통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지금의 봄 도다리처럼 전체 물량의 80% 이상이 산지에서 소진되겠지만, 대신 봄철 별미를 찾는 수요를 산지로 집결시키는 효과가 있겠고,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조업량을 조절했을 때 장기적인 관점에서 거두는 효과가 크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방법은 강제성을 띈 것이지만, 이미 선진 수산국들이 하는 방식으로 쿼터제가 있습니다. 하루 거둬들인 조업량과 위판량을 적정 톤수로 제한하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조업량과 위판량을 어기거나 조작한 행위를 감시하는 감시단을 편성해 적발 건수만큼 성과제를 도입하고 포상제를 실시하는 것도 지속적인 보고 관찰과 감시 행위를 독려하는데 효과가 있습니다.

 

늘 앵무새처럼 말하듯 인력과 예산 문제라고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인력이 많이 필요 없습니다. 법이 통과되면, 자격을 갖춘 소수 정예가 불특정 항구와 어선을 대상으로 불시 검문을 통해 적발해 낼 수 있습니다.

 

항과 위판장에서는 언제 어디서 들이닥칠지 모를 감시단에 조업량과 위판량을 허위로 조작할 수 없게 됩니다. 벌금도 현행 3천만 원에서 억 단위로 올릴 필요가 있습니다.

 

가령, 수산자원관리법을 어겼을 시 품목과 사안의 중대성에 따라 적게는 5천만에서 많게는 5억까지 벌금을 매기면 수산자원 보호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는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수산자원관리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 이 시각에도 각종 불법 조업과 불법 상거래가 판친다는 것은 그만큼 무법천지란 것이며, 처벌 수위가 약하다는 증거입니다. 이는 수산자원관리법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법으로 막는 강제성도 필요하지만, 어업인들의 인식 개선도 시급해 보입니다. 어민들도 자발적으로 자원을 보존해 나가자는 인식을 가져야 할 때이며, 우리 소비자도 제철 별미란 인식을 하기에 앞서 알배기의 소비 패턴이 남획을 부추길 수 있음을 인지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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