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식이 삼숙이란 별명을 가진 삼세기

“삼식이와 쑤기미를 아시나요?”

시골 촌놈 같지만 왠지 정겨운 이름을 가진 ‘삼식이’. 시장 상인에게 ‘삼식이 주세요~’ 하면 생선 좀 아는 사람이구나 싶지만, 그 정도로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진 생선은 아닙니다.

 

그도 그럴 것이 생김새가 우락부락할 뿐 아니라 잘못 손댔다간 큰일 날 것 같은 외모를 가지고 있어서 선뜻 다가가기 어렵기 때문! 맛은 어떨까요? 

 


#. 원래 이름은 삼세기
삼세기는 쏨뱅이목 삼세기과에 속한 저서성 어류입니다. 생김새만큼이나 개성 만점 이름을 가졌는데 지방에서 부르는 이름은 더욱 정겹습니다. 

 

서해에서는 삼식이, 동해에서는 삼숙이로 불리는데 특히, 강릉의 삼숙이 매운탕은 향토음식으로 발전할 만큼 인기가 있습니다. 삼식이나 삼숙이 모두 사람 이름에서 유래된 말인데 특히, 못 생긴 외모로 놀림받거나 바보 같음에서 유래된 이름으로 유추합니다. 

 

 

고무꺽정이
털수배기
빨간횟대

#. 삼세기는 독이 없지만, 쑤기미는 조심해야
사실 삼세기는 어류학 분류에 있어서 비슷한 사촌이 없을 만큼 독자적인 위치에 있습니다. 그나마 비슷하게 생긴 어류를 꼽으라면 쏨뱅이목 물수배기과에 속한 고무꺽정이와 털수배기 그리고 둑중개과의 빨간횟대가 형태적으로 유사합니다. 

 

게다가 이들 생선은 탕을 끓였을 때 시원한 육수가 맛이 있기로 정평이 났습니다. 

 

 

수조에 비친 삼세기
수조에 비친 쑤기미

또 하나 비슷하게 생긴 어류로는 쏨뱅이목 양볼락과의 쑤기미가 있습니다. 보통 쏠치나 범치 정도로 불리는데 아마 언급된 어류 중에서 삼세기와 가장 닮은꼴이 아닌가 싶습니다. 

 

 

온몸이 붉은색을 띠지만 이는 산호군락에서 잡힌 삼세기다

언뜻 보면 쑤기미가 붉은빛이 돌기 때문에 삼세기와 구분된다 볼 수도 있지만, 산호군락에 서식하다 어획된 삼세기 역시 쑤기미처럼 붉은빛을 띠고

 

 

온몸이 황톳빛을 띠지만 이것은 쑤기미다

마찬가지로 돌밭에서 잡힌 쑤기미 역시 삼세기처럼 누런 빛깔을 내기 때문에 단순히 빛깔로 판별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삼세기의 둥글넓적한 얼굴

이 둘의 구분은 대가리에서 꼬리로 이어지는 형태적 특징을 외우는 수밖에 없습니다. 일란성쌍둥이라도 그것을 매일 보는 엄마라면 쉽게 알아보듯, 매일 접하는 어부나 상인들은 척 보고 구별합니다. 삼세기의 대가리는 둥글넓적하지만

 

 

악마의 물고기란 별명 답게 험상궃은 인상이 특징인 쑤기미

쑤기미는 주둥이가 튀어나왔고 뾰족한 형태를 보인다는 점에서 차이가 납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언뜻 보면 닮은 두 생선이지만, 손을 댔을 때 위험성은 하늘과 땅 차이이기 때문입니다. 생김새가 괴팍할 뿐 아니라 꼿꼿이 세운 등지느러미 때문에 삼세기를 처음 본 사람은 물론, 몇 번 본 사람이라도 선뜻 만지기를 꺼릴 것입니다. 

 

 

험상궂은 인상과 달리 이빨은 날카롭지 않고 지느러미는 부드럽다

삼세기는 생김새와 달리 등지느러미 가시가 없으며, 어린아이가 만져도 될 만큼 부드러운 질감을 가졌습니다. 겉보기엔 날카로워 보이나 막상 만져보면 이리 접히고 저리 접히는 솔과 비슷한 거죠.

 

 

쑤기미의 등지느러미는 그 자체가 흉기다

반면, 쑤기미는 등지느러미 첫 번째 기조부터 날카로운 가시가 났고, 특히 왕관 모양으로 세운 앞쪽의 등지느러미 가시에는 독선이 있어 찔리는 즉시, 독이 혈액으로 주입되면서 손가락이 불타오르거나 끊어지는 듯한 통증을 수반합니다.

 

이러한 통증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그라들지만, 초반 몇 시간 동안은 지옥을 맛볼 만큼 엄청난 고통이 따르기 때문에 영어권에서는 악마의 물고기를 의미하는 ‘devilfish’라 부릅니다.

 

사실 ‘데빌피시(Devilfish)’라 불리는 물고기는 ‘아귀’와 ‘씬뱅이’과 어류를 모두 아우르지만, 여기서는 주로 돌밭에 웅크리다가 먹잇감이 눈 앞을 지나치면 순간적으로 급습해 사냥하며, 적으로부터 위협을 느끼면 독이 든 등지느러미를 세워 보호 태세를 지닌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집니다.

 

참고로 삼세기는 서해 전 해역과 동해 전해역에 서식합니다. 쑤기미는 남해(여수)를 중심으로 서식하며, 특히 제주도 근해에 많이 서식하는 저서성 어류입니다. 음식의 이용에서도 두 어종은 적잖은 차이를 보입니다. 

 

 

주로 활어로 유통되는 삼세기

#. 삼세기는 대표적인 매운탕감, 쑤기미는 회도 맛있어
삼세기와 쑤기미는 아직 양식을 하지 않아 100% 자연산으로 어획된 것입니다. 주로 탕감용으로만 쓰는 삼세기와 달리 쑤기미는 살이 단단하고 수분기가 적어 횟감으로 별미입니다. 

 

회를 뜨고 남은 뼈는 국물을 낼 때 쓰거나 매운탕으로 활용됩니다. 쑤기미의 제철은 여름이며, 삼세기의 제철은 늦가을부터 겨울 내내 이어진다는 점에서도 정반대의 양상을 보입니다.

 

쑤기미가 따듯한 바닷물을 좋아하는 물고기라면, 삼세기는 그보다는 찬 수온을 견디는 온난성 어류입니다. 서해에서는 우럭 선상낚시 중 가끔씩 걸려들며, 해안가 원투낚시에서도 이따금씩 걸려들기도 합니다.

 

서해는 강화도부터 전남에 이르기까지 포구의 시장터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 특히, 가을부터 이듬해 겨울 사이 흔히 어획됩니다.

 

 

강원도에서 잡히는 삼세기는 최북단 고성에서 강릉, 삼청 사이 시장 및 횟집 수조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고, 그 출현 시기 또한 연중이나 겨울이 제철인 만큼 한겨울에 집중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한 가지 특징적인 것은 활 삼세기라도 대부분 탕으로 이용된다는 점입니다. 횟집 수조나 대야에 놓인 삼세기는 대부분 살아있는 상태입니다. 

 

어획 이후 생명력도 좋아 대부분 활어 상태로 유통이 되며, 꽤 오랜 시간 생존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횟감보다 탕감이 더 많이 이용되는 이유는 다른 좋은 횟감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식감에 있습니다. 

 

 

삼세기회

삼세기는 분명 못 생긴 만큼 맛은 있는(?) 어종이지만, 살은 수분감이 많아 축축한 느낌이 들며, 흡사  놀래미나 망둥어 회를 떠오르게 합니다. 살결은 특유의 검은 실핏줄로 가득해 비주얼이 썩 좋지 않으며,  맛에서도 이렇다할 두각을 나타내지 않기에 저렴하면서 독특한 회 정도로 여깁니다.

 

삼세기는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특유의 못생긴 외모 때문인지 수요가 많은 편은 아닙니다. 때문에 한창 어획될 때는 활어 기준으로 4마리에 1만 원씩 팔기도 합니다. 활어라도 조림이나 탕감으로 이용되며 얼큰하면서 시원한 국물을 내기 때문에 매운탕이 인기가 높습니다. 

 

 

삼세기 맑은탕

특히, 미역을 살살 푼 맑은탕은 포슬포슬하면서 고소한 살점이 우럭탕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어린 자녀들에게 좋을 뿐 아니라 숙취 해소 및 원기 회복에도 그만입니다. 


※ 글 : 김지민 어류 칼럼니스트                   
유튜브에서 ‘입질의추억tv’ 채널을 운영 중이다. 티스토리 및 네이버에서 블로그 ‘입질의 추억’을 운영하고 있으며, EBS1 <성난 물고기>, MBC <어영차바다야>를 비롯해 다수 방송에 출연했다. 2018년에는 한국 민속박물관이 주관한 한국의식주 생활사전을 집필했고 그의 단독 저서로는 <짜릿한 손맛, 낚시를 시작하다>, <우리 식탁 위의 수산물, 안전합니까?>, <꾼의 황금 레시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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