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부산 등에 거주하는 다양한 연령대의 국민 6,000여 명을 조사해 한국인의 수산물 소비행태를 분석한 자료가 있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국민 생선'은 갈치와 고등어. 두 어종의 소비량은 엎치락뒤치락 하다가 몇 년 사이 갈치 값은 금값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고등어에 밀려 2위로 내려앉았지만, 여전히 갈치는 비싸고 맛있는 생선으로 군림하면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대표 생선으로 자리매김하였죠. 

 

 

#. 갈치는 왜 맛있을까? 


“다른 나라에서는 갈치가 맛이 없어 안 먹는다는데, 심지어 일본도 갈치가 인기 없어 대부분 한국으로 수출하는 판국에 왜 우리나라에서만 갈치가 인기 있을까?”

농어목 갈치과 어류는 전 세계 20 여종이 서식합니다. 한국에서 정반대편에 있는 남아메리카 칠레 앞바다에도 갈치가 서식하는데요. 국산 갈치보다 월등한 크기에 두툼한 살점. 그런데 그곳 사람들에겐 인기가 없어 버려지거나 헐값에 판매된다니 참 아이러니합니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갈치 자원이 어마어마 합니다. 그럼에도 조업 물량 상당수가 한국으로 수출되며, 일부만 내수용으로 쓰입니다. 갈치가 많이 나는 일부 지역에서나 일찌감치 갈치 맛을 알아보고 인기가 있다지만, 워낙 다양하고 맛있는 생선이 지천인 일본 열도다 보니 전국구 생선이 되지는 못했던 것입니다. 갈치의 인기는 나라별 식문화에 따라 다른 걸까요? 아니면 갈치마다 다른 걸까요? 

 

 

갈치 구이 

1) 맛을 느끼는 건 전 세계 공통 사항
생선 구이와 튀김, 스테이크 등 여기서 취하는 맛과 질감은 전 세계 공통입니다. 마이야르 반응으로 바삭하고 진한 갈색이 돼버린 생선 껍질, 그 안에 촉촉한 육즙을 품은 보드라운 속살. 이렇듯 겉과 속 질감이 차이 나는 것은 전 세계 누구라도 환영할 만한 식감이라 할 수 있으며, 생선 자체의 질감도 중요하지만, 셰프 기량도 중요시됩니다. 무엇보다도 갈치가 품은 맛과 육향이 중요한데 이 부분에서 나라별 식문화 차이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2) 고소한 맛, 감칠 맛도 전 세계 공용 미각 
갈치 구이를 먹으면 무슨 맛이 느껴지나요? 첫술부터 보드라운 속살, 촉촉함, 그리고 소금 간에 따라 짭짤하면서 진한 고소함이 느껴질 것입니다. 특히, 갈치는 갈치만이 품고 있는 육향이 있습니다. 눈 앞에 움직이는 거라면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포악한 육식성도 구수한 육향에 한몫합니다.

 

따듯한 바다에 산다는 점도 부드러운 살점에 힘을 실어줍니다. 원래 생선은 차가운 바다에 살아야 맛이 좋다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같은 어종에 한정했을 때이며, 쫄깃한 육질을 중시하는 활어회 문화에 비췄을 때만 통용되는 상식입니다.

 

갈치는 원래 제주도보다 더 남쪽인 동중국해, 일본 남부 지방인 규슈, 시코쿠가 주 서식지로 국내에서 잡히는 갈치보다 더 크고 더 많은 자원량을 보유합니다. 따듯한 바다를 좋아하니 육질이 부드럽고, 이를 바짝 구워 내면 겉은 바삭하면서 속살은 촉촉하고 부드러운 질감을 갖게 된 것입니다. 

3) 서식 환경과 유전 형질도 한몫
한반도 해역에 서식하는 갈치과 어류는 갈치, 붕동갈치, 동동갈치, 분장어 등 4종이 있습니다. 이중 식용 가치와 경제성이 있는 종은 ‘갈치’ 한 종뿐입니다. 이처럼 비슷한 서식지라도 유전 형질과 종, 생태학적 특징에 따라 식용 가치는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앞서 칠레 갈치를 예로 들었는데 이 부근에 서식하는 갈치 또한 국산 갈치와 ‘종류’가 다르며, 서식 환경과 먹잇감에서도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맛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일본의 갈치낚시로 잡힌 대왕갈치 국산 갈치와 같은 종이다 

반대로 국산 갈치(학명 : Trichiurus lepturus)는 서식지 환경 및 종의 특성상 지방 함량과 감칠맛 성분에서 월등하기 때문에 외국인 관광객이 맛보고 “리본피시(서양에선 갈치를 리본 피시 또는 커틀래스피시라 부름)가 이렇게 맛있었나?” 하는 반응을 보이곤 합니다.

 

일본에 서식하는 갈치는 제주산 갈치와 같은 종으로 맛과 육향은 크게 차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 갈치가 크게 인기를 끌지 못하는 이유는 1)번에서 언급한 나라별 식문화 차이, 그리고 그 나라 국민 식성을 사로잡은 어종(참치, 방어, 전갱이)이 일본 전역에 높은 비중을 차지한 까닭으로 보입니다. 

 

 

몸 빛깔이 어두운 수입산 갈치 

4) 아무리 맛있는 갈치도 맛이 없는 경우가 있다?
우리가 먹는 갈치의 제철은 가을입니다. 6~7월 산란을 마친 갈치가 먹이활동을 왕성히 하며 새살을 찌우는 시기가 9~2월, 이 시기 갈치는 지방 함량이 높아 봄 갈치보다 구수한 맛이 납니다. 따라서 제철이 아닌 갈치는 평소 먹던 갈치보다 맛이 없을 수 있습니다. 

 

또 다른 경우는 신선도가 저하된 갈치, 냉동 보관 기간이 오래된 갈치입니다. 신선도가 저하된 갈치야 말할 것도 없고, 냉동 기간이 오래되면 살에서 수분이 빠져 푸석해지며 비린내도 나는데요. 일부 냉동 갈치가 그러하며 그 중에는 수입산 갈치도 포함됩니다. 

 

 

같은 크기면 두께가 두꺼운 것을 고른다

#. 맛있는 갈치 고르는 꿀팁
갈치는 일정 크기 이상으로 자란 성체라야 제맛이 납니다. 어른 손바닥을 펼친 너비와 같거나 이에 근접한 갈치는 살이 두껍고 맛이 좋아 우리 국민이 가장 선호하는 크기입니다. 같은 길이, 비슷한 너비라면 두께가 두꺼운 갈치가 상품이다. 어린 갈치를 뜻하는 ‘풀치’는 헐값에 판매됩니다. 원래 풀치는 조업이 금지됐지만 일부 혼획물에 한해서 판매가 가능합니다. 

 

 

품질 좋은 갈치의 단면

토막 난 갈치를 고를 때는 갈치 단면의 색을 살펴야 합니다. 단면의 색이 밝고 희면 싱싱하다는 증거이며, 비린 맛이 적으면서 고소한 맛이 날 확률이 높습니다.

 

 

품질이 좋지 못한 갈치의 단면 

반대로 단면의 색이 어둡거나 일부 핏기가 침착해 먹어 들어갔다면, 선도 저하가 일어난 갈치이며 정부비축 갈치인 경우 냉동 보관 기간이 오래됐을 확률이 높습니다. 이 경우 맛과 식감이 떨어집니다. 

 

 

갈치구이

#. 갈치로 국을 끓여 먹는다고? 
갈치는 기본적으로 구이와 튀김, 조림으로 이용됩니다. 앞서 언급한 풀치는 건어물이 좋은데 간장 조림이나 강정으로 활용됩니다.

 

 

갈치조림

큰 갈치는 주로 토막 내 굽거나 조림으로 이용하는데 전남에서는 갈치 찌개가 손꼽히는 별미입니다.

 

 

제주도 토속 음식인 갈치국

제주도에서는 그날 잡힌 신선한 은갈치를 통째로 썰어 호박과 함께 갈칫국을 끓여 먹는데 말간 한 국물에 고추를 넣어 칼칼함을 살린 맑은탕이 별미로 꼽힙니다.

 

 

갈치회

갓 잡힌 갈치는 현장에서 바로 썰어 생선회로 이용하거나 빙장으로 운송된 갈치를 수 시간 숙성해 썰어냅니다. 갈치 내장도 버릴 것이 없는데요. 손질 시 나오는 갈치 내장만 따로 모아 갈치속젓을 만들며 마트와 재래시장을 통해 대량 유통됩니다.

 

※ 글, 사진 : 김지민 어류 칼럼니스트                   
유튜브에서 ‘입질의추억tv’ 채널을 운영 중이다. 티스토리 및 네이버에서 블로그 ‘입질의 추억’을 운영하고 있으며, EBS1 <성난 물고기>, MBC <어영차바다야>를 비롯해 다수 방송에 출연했다. 2018년에는 한국 민속박물관이 주관한 한국의식주 생활사전을 집필했고 그의 단독 저서로는 <짜릿한 손맛, 낚시를 시작하다>, <우리 식탁 위의 수산물, 안전합니까?>, <꾼의 황금 레시피>가 있다.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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