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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단지 '가리비'로 알고 먹지만, 실제로는 우리가 인지하지 못한 사이 다양한 종류의 가리비를 먹고 있으며, 그중에는 국내에 서식하지 않는 외래종도 다수 포함됩니다. 물론, 외래종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토종만으로 수요를 감당하지 못할 때는 수입산 종패(어린 씨앗)를 가져다 대량으로 양식하는 것이 어민들에게는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소비자들에겐 맛있는 가리비를 저렴하게 맛볼 수 있는 길이니까요.
다만, 마트와 시장, 온라인 쇼핑몰에선 식용 가리비에 대한 정보나 종의 출처가 거의 제공되지 않고 있기에 오늘 이 시간을 빌어 우리가 먹는 가리비의 진짜 정체를 밝혀 먹더라도 알고 먹자는 것입니다. 무엇이든 알고 먹으면 맛도 배가 되지 않을까요?
#. 가리비 종류와 제철
국내에는 양식, 자연산을 포함해 12종 정도가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중 상업적으로 흔히 유통되는 것은 4~7종 정도입니다. 아래 사진을 보며 간략히 알아봅니다.
1) 큰가리비(참가리비)
표준명은 큰가리비지만 시장에선 흔히 ‘참가리비’라 불리는 대형 종으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이하 참가리비) 특히, 수산시장에서는 아래 설명할 홍가리비와 함께 가장 많이 판매되는 종이며,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흔히 판매됩니다. 참가리비는 냉수성 가리비로 현재 강원도 고성 일대에서 양식이 되며, 아주 많은 양은 아니지만 강원도 일대 시장과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판매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산 참가리비의 대량 수입으로 인해 가격 방어가 쉽지 않고, 생산량도 일본산 참가리비보다 적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그러다 보니 국산 참가리비는 강원도를 제외한 지역에서는 구하기가 쉽지 않으며, 상시 구매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한편, 일본산 참가리비는 현재 홋카이도에서 길러진 양식이 국내로 수입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전국 어디서든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제철 : 11~4월(겨울)
2) 해만가리비, 홍가리비
국내에 양식되는 해만가리비는 토착종이 아닌 미국(대서양산)에서 중국을 거쳐 국내에 도입되었고, 총 3개의 세부종으로 나뉩니다.
a. 대서양해만가리비(A.irradians irradians)
b 뉴클리우스해만가리비(A.nucleus)
c. 캐롤라이나해만가리비(A.irradians concentricus)
a. 대서양해만가리비(A.irradians irradians)
b 뉴클리우스해만가리비(A.nucleus)
c. 캐롤라이나해만가리비(A.irradians concentricus)
시중에서 ‘해만가리비’란 이름으로 판매되는 것은 a로 추정되며, b 또한 양식으로 도입되었다는 기록이 있으나, 정확히 어떤 종을 개량해서 만든 것이 홍가리비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흔히 먹는 홍가리비(단풍가리비)는 대서양이 주 분포지인 해만가리비(a, b, c타입) 또는 그것의 개량종으로 현재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가리비 종으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현재 해만가리비, 홍가리비, 황금가리비의 주 생산지는 경남 통영과 고성입니다.
제철 : 11~3월
3) 비단가리비
비단가리비는 자연산으로 많이 자생하는 종이었으나 서해 및 서남해에서 양식이 이뤄지고 있으며 해마다 봄이면 인근 시장에서 볼 수 있는 고급 가리비입니다. 크기와 채색이 홍가리비와 비슷하지만, 주름(방사륵)이 주름처럼 튀어나왔고 반질반질한 패각을 가진 홍가리비와 달리 비단가리비는 거친 편입니다.
제철 : 4~6월
4) 고랑가리비
동해안 일대에 자생하는 냉수성 가리비입니다. 지금은 참가라비와 함께 동해안 일대 주요 양식 종이며, 강원도 고성과 삼척에서만 소량 생산됩니다. 자연산은 주문진 앞바다에서 잘 잡혀 ‘주문진가리비’라 불리는데요. 어획량이 적어 현지에서 소진됩니다. 크기는 참가리비와 비교될 만큼 크며, 매우 큰 자연산은 마리당 1만 원에 달할 만큼 고가에 판매됩니다. 생김새는 역삼각형에 4~6개의 굵직한 주름(방사륵)이 특징이며, 살이 단단히 횟감으로 인기가 있습니다.
제철 : 12~5월
5) 흔한가리비(황금가리비)
가리비 최대 양식 산지인 통영, 고성에서 2019년 처음 입식하여 기른 신종입니다. 약 일 년 정도 키워 2020년 하반기에 첫 출시해 '황금가리비'란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는데요. 남해안 일대에서는 자연산 개체가 확인되지 않은 남방계 가리비종으로 원래는 제주 남부를 비롯해 일본, 대만, 중국에 분포합니다.
표준명은 '흔한가리비(Chlamysnobilis)' 란 종으로 일본에선 인기 있는 양식 가리비 종이며, 개체 변이가 심해 다양한 색으로 나타납니다. 때문에 일본에서는 선물용으로 인기가 많으며, 자연산 양식할 것 없이 맛이 뛰어난 고급 품종으로 여겨왔습니다.
국내에 양식되는 흔한가리비(일명 황금가리비)는 중국에서 종패를 수입해 기른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그 종패는 예부터 황금색을 좋아하는 중국 특성상 노란색으로 발현되는 종자만 배양해 양식된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황금가리비라 불리는 표준명 흔한가리비는 특이하게도 좌우대칭이 아닙니다. 패각 아랫부분(받침대 모양)을 보면 한쪽이 마치 깨진 것 같은 모양을 하는데 이는 해당 종의 특성이며, 암수에 따른 색 차이 또한 특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노란색은 암컷, 갈색은 수컷인데 암수에 따른 맛 차이는 특별히 느껴지지 않습니다.
#. 종류별 가리비의 맛 차이
사실 가리비는 자연산과 양식의 맛 차이가 뚜렷하지 않은 패류입니다. 양식 가리비도 바닷물 깊은 곳으로 내려서 키우기 때문에 자연산 가리비의 주 먹잇감인 플랑크톤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이 때문에 맛과 식감에서도 큰 차이가 없는데요. 종류에 따른 맛 차이는 꽤 있습니다.
크기 별 차이는 참가리비 > 고랑가리비 > 비단가리비 > 해만가리비 > 황금가리비 > 홍가리비 순으로 홍가리비가 가장 작습니다.
식감에 따른 차이는 단단한 질감 순으로 고랑가리비 > 참가리비 > 황금가리비 > 해만가리비 > 비단가리비 > 홍가리비 순으로 단단하다 할 수 있습니다. 식감은 홍가리비가 가장 연하며 단맛이 일품입니다. 황금가리비는 식감이 탱글탱글하며, 단맛보단 감칠맛이 좋고, 때에 따라선 내장에 모래를 품고 있어 해감이 필요합니다.
탱글탱글 씹히는 맛과 꽉 찬 살점을 원한다면 참가리비와 해만가리비를, 많은 양을 비교적 저렴하게 맛보고 싶다면 비단가리비와 홍가리비를, 동해안 일대를 여행하다 고랑가리비를 발견한다면 횟감으로 맛보시길 추천합니다.
※ 글, 사진 : 김지민 어류 칼럼니스트
유튜브에서 ‘입질의추억tv’ 채널을 운영 중이다. 티스토리 및 네이버에서 블로그 ‘입질의 추억’을 운영하고 있으며, EBS1 <성난 물고기>, MBC <어영차바다야>를 비롯해 다수 방송에 출연했다. 2018년에는 한국 민속박물관이 주관한 한국의식주 생활사전을 집필했고 그의 단독 저서로는 <짜릿한 손맛, 낚시를 시작하다>, <우리 식탁 위의 수산물, 안전합니까?>, <꾼의 황금 레시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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