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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히 쓰이는 패류라고 한다면 단연 홍합을 꼽습니다. 홍합이 쓰이는 음식도 이루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한데요. 그러다 보니 우리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 달에 한두 번은 먹게 되는 해산물이 홍합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정작 알이 꽉 찬 제철 홍합을 즐기는 이들은 드물단 사실! 왜 그럴까요?
사실 한국에서 홍합 요리란? 요리랄 것도 없이 홍합 자체를 주재료로 쓰기보다는 짬뽕이나 해물탕 등 보조 식재료로 쓰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 년 열두 달 언제든지 꺼내어 사용해야 했기에 알맹이가 쪼그라든 냉동 홍합을 접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죠.
그래서 알아봅니다. 우리가 먹는 홍합의 정체는 무엇인지? 홍합을 가장 맛있게 즐기는 방법은 무엇인지? 1~2편으로 나누어 홍합에 관한 상식을 알아봅니다.
#. 홍합도 종류가 있다?
홍합을 다른 말로 ‘담치’라고 합니다. 담치를 해안가 사람들은 ‘섭’이라 부르죠. 국내 유통되는 담치는 몇 종류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식용으로 사용되는 것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1) 참담치(참섭)
2) 지중해담치
3) 초록입홍합(뉴질랜드산)
참담치는 참홍합, 참섭 등으로 불리며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토종 홍합입니다. 그러나 외래종인 지중해담치가 유입됨으로써 서식지에서 점차 밀려나게 됩니다.
지중해담치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국내로 들어온 선박의 평형수를 통해 유입된 것으로 추정하는데요. 지금은 토종 홍합인 참담치를 밀어내고 *우점종으로써 서식 영역을 넓혀 나간 것으로 봅니다. 즉, 지중해(유럽권)가 주산지인 지중해담치는 토종 홍합인 참담치를 밀어내면서 한반도 전역으로 유입된 것입니다.
게다가 번식력이 좋고 특별한 환경을 타지 않으며, 오염에도 비교적 강하기 때문에 제법 광범위한 해역에 걸쳐 분포합니다. 결국, 지중해담치는 한반도 전역에 고루 분포하게 되었고, 지금 우리가 식용하는 홍합류도 대부분 지중해담치 이며, 남해안 일대 대량으로 양식됩니다.
※ 우점종이란?
우점종은 특정 군집에서 다른 종들보다 더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종을 말합니다. 한 군락에서 생존을 위해 한정된 자원을 공유하는 경우, 한 종이 우점하게 되면 경쟁에서 패배한 종은 밀려나게 된다. 따라서 우점종은 해당 환경에서 생존력, 적응력, 번식력이 다른 종보다 우세한 특성을 가지는데 지중해담치가 그렇습니다.
정리하자면, 우리나라에서 주로 먹는 홍합류는 참담치와 지중해담치, 초록입홍합이 있습니다. 초록입홍합은 뉴질랜드 산으로 남반구에 자생하는 종류입니다. 주로 뷔페 및 식당에서 선호하는데 알이 크다는 장점이 있지만 냉동에 살이 질기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참담치는 자연산으로 맛이 가장 뛰어나며 고품질로 인정받지만, 한정된 양으로 시장에서 보기가 드문 편입니다. 그리하여 평소 우리가 먹는 홍합은 양식 지중해담치가 대부분인데요. 가을~겨울을 제외한 시즌에는 대게 냉동을 먹게 됩니다.
참고로 지중해담치(Mytilus galloprovincialis Lamarck)와 진주담치(Mytilus edulis)는 지금까지 같은 종으로 여겨왔으나 학계에서는 동일종인지 아닌지에 대한 분류학적 논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형태상으로는 구별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현재까지는 지중해담치와 진주담치를 혼용해서 쓰이고 있습니다.
보통은 내해로 인접한 곳에서는 지중해담치가 우점하고, 외해로 인접한 곳에서는 진주담치가 우점한다고 알려졌으며, 우리가 주로 먹는 양식 홍합은 지중해담치가 차지하며, 일부만이 진주담치로 나타내고 있습니다.
#. 참담치와 지중해담치 구별법
참담치는 자연산뿐이며 현재 양식이 없습니다. 반면, 지중해담치는 자연산과 대량양식이 동시에 존재하며, 우리가 주로 식용하는 홍합종입니다. 외형상 특징은 크기에 있습니다. 보통 참담치가 지중해담치보다 크게 자라며, 좀 더 깊은 수심대에 자리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참담치의 주요 산지는 울릉도가 대표적이며, 동해안을 비롯한 남해안 일대와 서해에도 일부 자생합니다.
만약, 똑같은 자연산에 크기까지 비슷하고, 부착생물도 덕지덕지 붙은 상태라면, 홍합의 부리 모양으로 종을 판별합니다. 참담치는 부리 끝이 구부러진 매부리코 모양을 하고(위 사진)
지중해담치는 코 끝이 구부러지지 않으며 둥글둥글한 모양을 가집니다.
#. 홍합을 이용한 요리
사실 한국에서는 홍합을 주재료로 쓰이는 요리가 많지 않습니다. 기껏 해봐야 홍합탕 정도인데요. 지중해담치의 주산지인 유럽 국가에서는 홍합을 주재료로 다양한 요리를 해 먹습니다. 대표적으로 화이트 와인을 뿌려서 졸인 홍합찜, 매콤한 소스를 곁들인 홍합 나티보 등이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가리비 찌듯 찜기 위에 올려 살포시 쪄낸 홍합찜이 제철 홍합의 감칠맛을 오롯이 느끼는 좋은 조리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울릉도에서는 오래전부터 참담치를 이용한 홍합밥이 지역 명물이 되었습니다. 알이 굵고 감칠맛이 좋은 홍합을 가득 넣고 지은 밥은 4~6월 울릉도에서나 맛볼 수 있는 별미 중의 별미입니다.
이밖에도 홍합 라면과 파스타, 홍합탕이 겨울에 챙겨 먹기 좋은 별미입니다. 신선한 홍합으로 탕을 끓이면 마치 재첩국처럼 시퍼런 국물 색을 내는데요. 여기에 간 마늘과 파, 매운 고추 쏭쏭 썰어 낸 국물이면 훌륭한 해장용 술국이 될 것입니다.
다음 편에선 홍합을 먹어선 안 되는 계절과 독 성분에 관해 알아봅니다.
※ 글, 사진 : 김지민 어류 칼럼니스트
유튜브에서 ‘입질의추억tv’ 채널을 운영 중이다. 티스토리 및 네이버에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으며, tvN <유퀴즈 온 더 블럭), tvN <난리났네 난리났어>, EBS1 <성난 물고기>, MBC <어영차바다야>를 비롯해 다수 방송에 출연했다. 2018년에는 한국 민속박물관이 주관한 한국의식주 생활사전을 집필했고 그의 단독 저서로는 <짜릿한 손맛, 낚시를 시작하다>, <우리 식탁 위의 수산물, 안전합니까?>, <꾼의 황금 레시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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