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삼을 먹는 민족은 전 세계에서 지중해 몇 나라와 중국, 일본, 한국, 그 외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입니다. 인삼의 사포닌(saponin)이 들었다 하여 ‘바다의 인삼’으로 불리며, 영어로는 'seacucumber’ 즉, 바다 오이라 부르는데 언듯 보면 타원형의 길쭉한 형체에 삐죽삐죽한 돌기가 난 것이 꼭 오이를 닮기도 했습니다. 

생김새가 괴이한 해삼. 우린 해삼을 얼마나 알고 먹어왔을까요? 오늘은 풀리지 않은 해삼의 생태와 비밀에 관해 알아봅니다. 

해삼

#. 불가사의한 해삼의 생태
해삼은 성게, 불가사리와 마찬가지로 극피동물에 속합니다. 해삼은 눈도 코도 없습니다. 귀도 없고 심지어 뇌도 없는 오로지 입과 항문만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해삼이 어떻게 느끼고 움직이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습니다. 


등쪽에 구멍 숭숭 난 것이 극으로 물속에선 활발하게 솟아 움직인다

해삼은 가까운 근해는 물론, 먼 바다 바위와 모래 바닥에 주로 발견되는 극피동물입니다. 해삼의 표피에는 가시처럼 생긴 극(棘)이 수없이 돋아나기에 극피동물이라 하지만, 이것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는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해삼의 관족

해삼을 몸통을 뒤집으면 관족(발)이 3,000여 개나 있는데 이 관족을 움직여 해저면을 훑고, 입 주변의 촉수들도 쉼 없이 움직이며 흙을 입으로 가져갑니다. 여기서 해삼은 유기물을 흡수하고 흙과 모래는 항문으로 배출하는 식입니다. 그래서 해녀들은 해삼을 찾을 때 해삼의 똥으로 해삼이 지나간 흔적을 좇아 찾아내기도 합니다.

이렇게 해서 해삼이 하루 사이 이동하는 거리는 대략 100여 미터. 이런 식으로 해삼은 수백 수천 마리가 바다의 개흙을 먹어 유기물을 흡수하고 다시 똥을 싸서 바닥을 정화하는 청소부 역할을 합니다. 

서로 다른 크기를 가진 해삼

그러나 지난 15~20년 동안은 해삼의 수요가 급증, 무분별한 남획으로 개체 수가 급감하는 추세입니다. 일각에선 해삼을 보호종으로 지정해야 한다고도 주장합니다. 실로 근해 앞바다에서 채취되는 해삼의 수는 갈수록 줄고 크기도 예전 같지 않습니다. 그나마 먼바다를 나가야 커다란 해삼을 볼 수 있는데요. 여기서 또 하나 희한한 사실은 해삼의 수명과 크기의 상관관계입니다.

해삼은 개체 마다 크기가 들쭉날쭉합니다. 단순히 생각하면 작은 건 어리고, 큰 것은 성체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간혹 2kg에 달하는 대형 해삼은 수년을 살았을 거라 추측하는데요. 실제로는 이러한 생각이 모두 틀릴 수 있는 것이 해삼입니다.



한 예로, 해삼은 여름잠을 잡니다. 여름에 높아진 수온을 피해 바다 깊은 곳으로 들어가 여름을 나는데요. 심지어 커다란 해삼이 여름잠을 자고 나면 수십 분의 일 크기로 크게 쪼그라듭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여겨지는 크기와 나이의 상관관계는 해삼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1kg이 넘어가는 대형 해삼은 오래 살아서일까요? 아니면 유난히 빨리 크는 개체가 있는 것일까요? 이러한 궁금증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입니다. 

주둥이가 잘려도 살아나는 해삼의 신비란

#.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불로불사의 비밀
해삼은 영원히 산다. 또는 불로불사다.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해삼의 수명은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추측으로는 5~10년 정도지만, 해삼을 보고 몇 년생인지 알아낼 방법은 현재로서 알 수 없습니다. 더욱이 해삼은 몸이 절단되어도 살고, 심지어 재생되거나 절단된 해삼이 독립된 개체로 분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로 이러한 실험을 국내 최초로 시행한 적이 있습니다. 2000년대 말 경, MBC 스페셜 자연산 다큐멘터리에서는 몇 마리의 해삼을 절단 후 정말로 해삼이 살아나는지 실험했습니다. 한 마리는 해삼의 입을, 다른 한 마리는 해삼의 항문을, 다른 한 마리는 몸통 가운데를 자르고 바닷물에 40여 일간 놓아둡니다.

그랬을 때 입과 항문이 잘린 해삼은 절단된 부위가 아물었을 뿐 아니라 당시 내장도 제거된 상태였는데 시간이 지나 배를 갈랐더니 내장(창자)도 재생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몸통 가운데가 잘린 해삼은 두 마리가 되어 있었는데요. 결과적으로 입과 항문이 잘린 해삼은 100% 살아났고, 몸통 가운데가 잘린 해삼은 일부만 폐사했을 뿐 몇 마리로 늘어나 있었습니다. 과연 이것이 산 생명체에 가능한 일인지는 신기하기만 합니다.

홍해삼

#. 우리가 먹는 해삼의 종류
몇몇 이들은 제주도나 울릉도로 여행 갔을 때 맛봤던 홍해삼을 기억할 것입니다. 홍해삼은 일반 해삼보다 붉고 크기도 크며, 모양도 공처럼 둥글게 생겼습니다. 일각에서는 종류가 다르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일반 해삼도 홍해삼도, 심지어 흑해삼, 청해삼, 백해삼도 모두 같은 종류의 해삼입니다. 즉, 우리가 식용하는 해삼은 표준명 돌기해삼이며, 서식지와 먹잇감에 따라 색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뿐입니다. 


위 홍해삼 아래 흑해삼

한 예로 청해삼과 흑해삼은 개흙을 위주로 먹으며 유기물을 흡수하고, 홍해삼은 해조류 중 홍조류를 먹고 살기에 이러한 먹잇감이 색으로 발현된 것입니다. 예외가 있다면, 백해삼인데요. 백해삼은 돌연변이의 일종인 알비노에 의한 색소 결핍증을 앓은 것. 이러한 빛깔을 가진 해삼은 수백 마리 중 한두 마리에 불과해 예부터 귀히 취급하였고, 일부에선 약재로 쓰이기도 했습니다. 

색만 다를 뿐 모두 돌기해삼이란 종이다

정리하자면, 우리가 먹는 해삼은 모두 ‘돌기해삼(Stichopus japonicus Selenka)으로 우리나라 전 해안에 두루두루 서식하며, 서식지 환경과 먹잇감에 따라 빛깔이 다르게 나타납니다.

표준명 개해삼

돌기해삼 외에도 개해삼(Holothuria manacaria)이 있습니다. 개해삼은 제주도 연안에서 종종 발견되는 난류성 해삼이며, 돌기해삼보다 크고 육질이 질겨 날 것으로는 식용이 불가능합니다. 

※ 다음 편에는 해삼이 가장 맛있는 철과 잘 고르는 방법에 관해 알아봅니다.

※ 글, 사진 : 김지민 어류 칼럼니스트 
유튜브에서 ‘입질의추억tv’ 채널을 운영 중이다. 티스토리 및 네이버에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으며, tvN <유퀴즈 온 더 블록>, tvN <난리났네 난리났어>, EBS1 <성난 물고기>, MBC <어영차바다야>를 비롯해 다수 방송에 출연했다. 2018년에는 한국 민속박물관이 주관한 한국의식주 생활사전을 집필했고 그의 단독 저서로는 <짜릿한 손맛, 낚시를 시작하다>, <우리 식탁 위의 수산물, 안전합니까?>, <꾼의 황금 레시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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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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