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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생활 같았던 신혼생활, 이제 청산합니다.
세월 참 빠릅니다.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도 모르겠어요.
담달이면 결혼기념일 3주년이 됩니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조금 억척같았던 3년간의 신혼생활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갑니다. 저는 가급적이면 제 블로그를 통해서 개인적인 얘기는 잘 안쓸려고 했습니다. 이것도 쓸까
말까 고민했어요. 제 블로그를 지켜봐주시는 몇몇 분들이 그러더라구요. 입질의 추억님은 처가집 얘기만 하고
왜 친가쪽 얘기는 없으세요? 친가 부모님이 서운해 하지 않겠느냐~ 앞으론 친가쪽 얘기도 들려달라고 하셨어요.
이웃 블로거님들도 아닌 일반분들이 그런 얘기를 해주셨더랍니다.
그런 댓글들을 보고선 "의외로 알게 모르게 제 블로그를 지켜봐주시는 분들이 계시구나"라는 생각에 고마운거 있죠. ^^
제가 친가 얘기를 잘 안하는 이유는 제가 사는 집이 친가기도 하구요. 가족사를 말해봐야 구구절절해질거 같아 왠만하면
얘기를 안하고 있답니다. 그보다는 좀 더 밝고 행복한 얘기를 들려주는게 좋지 않나 싶구요. ^^
지난 3년 동안의 신혼생활은 마치 자취생활과도 같았답니다.
서로가 그리 넉넉치 못한 사정인걸 잘 알기에 애초에 예물과 예단 그리고 혼수를 전부 생략한 경제적인 결혼식을 올렸어요.
그렇게 아내는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저희집으로 들어와 살았습니다.
전엔 맞벌이를 하다 지금은 각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전향해서 살고 있는데요, 덕분에 지금의 안방은 사람사는 집 같지 않고
무슨 오피스텔 같아요. 그나마 다행인것이 저는 전에 다니던 회사로부터 일을 받아서 하니 거의 자택근무나 다름없고, 아내도 작년부터 부쩍
일이 늘어서 거의 잠자는 시간 빼곤 컴퓨터 책상앞에 앉아있답니다. 그러다보니 가끔씩 밥 해먹기가 상당히 귀찮더라구요.
배달음식을 시켜먹는것도 하루이틀이구요. 입맛이 없는 날엔 나가서 먹기도 하고 또 사진처럼 빵으로 끼니를 떼우는 적도 많아요.
그래서 저는 요리 블로거들의 포스팅을 보면 늘 부럽습니다.
"우리도 머잖아 저렇게 해먹을 날이 올까?"라면서..
아내가 저보다는 일감이 더 많은 편인데 여기에 시어머니 모시랴 가사일까지 하랴~ 옆에서 보기 안스럽습니다.
제가 평소에 도울 수 있는 일이라곤 가사일을 돕는건데 그간 미흡했어요. 올해는 좀 더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싶습니다.
저의 생활은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블로그를 체크하고 글 발행을 한 후 이웃님들이 쓴 글들을 읽으면서 하루를 시작합니다.
아내도 일어나자마자 거래처와 통화를 하고 컴펌과 수정을 반복해야 하구요. 그러다보니 우리부부 아침먹을 시간이 없답니다.
그렇게 정신없는 아침을 보내고 나면 대략 오전 11시에서 12시.. 그제서야 아침밥을 먹는데 거의 점심밥입니다. ^^;
저는 토스트 전담이예요. 최근에 바빠서 장을 안본지도 오래됬는데 냉장고를 열어보니 참으로 휑합니다 ㅠㅠ
야채칸을 뒤져서 얼마나 됬는지도 모를 채소들을 모두 끄집어 내봅니다.
다행히 두세가지는 남아 있군요.. ㅎㅎ
"내가 오늘은 특별히 영양만점 오믈렛 토스트를 해주겠어!!"
라고 선언을 했는데 우유도 다 떨어지고 피자치즈는 언제적껀지 곰팡이가 쓸어 있었어요. 아~ㅠㅠ
우선 계란을 풀어서 있는 재료를 대충 쓸어담습니다. 그리고 소금과 후추로 간하고 막 젓습니다.
우물쭈물 지체할 시간이 없습니다. 먹고 또 일을 해야하니깐요.
계란을 부치면서 뭔가 계획에도 없는 토스트를 만들고 있구나란걸 알았습니다.
토스트를 만들려고 계란을 부치긴 했는데 저도 모르게 계란말이를 해버렸어요.
일단 잘 구워진 식빵에 소스를 듬뿍 발라줍니다.
소스는 따로 없고 그냥 캐첩과 마요네즈를 1:1로 섞은거에요 ^^;;
양상치를 깔고 무의식중에 만든 계란말이를 얹습니다.
오믈렛 토스트 만들려다 계란말이 토스트가 되버린 국적불명의 토스트 완성.. ㅎㅎ
요건 아내꺼구요. 어머니가 계시면 먼저 챙겨드립니다.
일하는 아내 책상옆으로 써빙합니다. 아내가 대충하지~라면서 고맙다며 잘 먹습니다.
그걸 보고 살짝 흐믓해다가 아차~내 토스트빵 탄다! 후다닥~~!!
뭐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
저희집 안방이예요. 결혼 초 아내가 들어와 살았을 때부터 도배와 장판은 생략했답니다.
앞으로 이 집에서 몇 년을 더 살지 모르지만 우리집도 아닌데 왠지 도배 장판비가 아까운거 있죠.
그냥 무심히도 살았습니다. 갈라지면 테이프로 붙이고.. 또 갈라지면 테이프로 붙이고..
언제부턴가 시멘바닥이 깨져 푹 꺼졌던 안방
이거 장판갈려면 장농 다 빼야하고 골치 아픕니다. 그래서 그냥 살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리 먹고 살기 어렵다지만
매번 낚시갈 돈은 있고 이런거 유지보수할 생각은 안했다는게 이해가 안될지도 모르겠어요.
그래도 괜히 이런데 투자하기 싫었어요. 역시 우리집이 아니니깐 말입니다. 2~3년 살다 나갈껀데 하는 생각에서 참고 살았어요.
여기말고도 싱크대 물 세는거랑 집안 구석구석을 보면 아마 기겁하실지도 몰라 이정도로만 올립니다. ^^;;
그렇게 "우리 조금만 더 참고 살자" 라고한지 3년이 지났어요.
그간 악착같이 벌었다고 한다면 좀 거창하구요 ^^;
나름 알뜰하게 살았던 우리부부..
"신혼이였지만 신혼같지 않았던 자취생활을 이제 청산합니다."
서울에서 산지 30년, 그동안 이사 다닌 횟수만도 50회 이상이었는데 그런 기억들이 생각나면서 울컥하더군요.
얼마전 아파트 계약하고 이렇게 사진을 찍어 올려봅니다.
광각렌즈로 찍은거라 다소 넓게 보이네요 ^^;
"드디어 담주 이사가게 되었어요."
왠만해선 당첨되기 어렵다던 장기전세 시프트에 예비후보로 올랐다가 운이 좋아 당첨이 되었던 것입니다.
앞으로 20년동안 우리집 같이 살 수 있다는게 가장 좋은거 같아요. 게다가 거의 새 아파트니..
내일 입주청소하러 갑니다. 이것도 사람을 쓰면 몇 십만원 깨지더군요. 근데 그 돈도 아까워서 거하게 횟집에서 뒷풀이하기로 하고
처형이 도와준데서 함께 청소하기로 했습니다.
3년전 혼수도 생략한 채 시집 온 아내
요즘 완전 신났어요. 그동안 침대없이 살았는데 이번 기회에 침대도 책장도 식탁도 새로 사게 되었다며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릅니다.
어제 가구점에 가서 침대랑 식탁을 구경하며 이런 말을 하더군요.
"이제야 신혼같아.."
빛도 잘 들어오니 앞으론 레시피해서 올리면 사진도 잘 나올꺼 같구요. 예쁜 접시도 사고 싶구요.
무엇보다도 올해 하고 싶었던 일식 관련 포스팅을 도전하는데 힘이 될꺼 같습니다.
그리고 동네 골목길에 주차할데가 없어 밤늦게 동네를 돌아야 할 일도 없을거 같아요.
이 모든게 앞으로 더 열심히 살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긴급덧글 : 친할머니 상을 당했습니다. 급히 부산에 내려갔다 오겠습니다. 다녀와서 인사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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