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낚시 에세이 #9
    낚시꾼이 먹는 밥이 특별한 이유


    이른 새벽시간, 곧 있으면 낚시배가 출항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배는 만선의 꿈을 가진 낚시꾼들을
    태우고 망망대해를 향해 달려나갑니다. 저마다 갯바위 포인트에 내려주고선 반나절은 지나야 다시 
    태우러 옵니다. 그 사이 낚시꾼들은 고립된 갯바위에서 낚시를 즐기겠지만 그럴려면 체력부터 잘 다
    스려야 합니다.  그러기위해 낚시꾼들은 남들 다 자는 시간에 밥을 먹는 걸로 하루를 시작하는데요.
    이쯤되면 마음은 이미 낚시하는데 있습니다. 눈앞에 밥이 있어도 빨리 먹고 나가서 배를 타야하니깐요.
    기대감에 부푼 꾼들에게 새벽밥의 의미란 나중에 배고플까봐 먹어둬야 하는 의무인지도 모릅니다. ^^




    특히 수도권에서 멀고먼 남해안으로 낚시를 가게 될 경우는 아무래도 잘 먹어둬야 하는데요.
    20여명의 낚시꾼을 태운 우등고속은 밤새 고속도로를 달려 완도나 거제도에 도착하게 됩니다.
    그리곤 너나 할거없이 밑밥준비와 필요한 낚시용품을 구입하며 전의를 불태웁니다.



      ◐ 낚시꾼의 아침밥




    이른 새벽시간, 다른집은 간판불이 꺼져있는데 유독 시끌벅적한 곳이 있습니다.
    낚시점과 도시락집이예요.
    꾼들은 이른 새벽에 밥맛이 내키지 않아도 일단은 먹어둬야만 합니다. 그래야 앞으로의 힘든 낚시를 배고픔 없이 감당할 수 있으니깐요.
    문제는 지금 당장입니다.





    안면도 모르는 분들과 마주 앉아 식사를 하는 기분이란, 뭐라고 표현을 해야 할까요~
    대게 낚시꾼들 성향이랄까 과묵하신 분들이 많더라구요. 보통 낚시얘기를 하면서 말이 트일것 같지만 처음엔 좀처럼 입을 열지
    않으시더랍니다. 저 역시 첨부터 붙임성 있게 말을 걸거나 하는 편은 아니라서요 ^^;
    그러니 침묵과 어색함 속에서 밥을 먹습니다. 특히 아내와 함께 낚시를 갈때면 아내도 이런 분위기에 적응이 안되는지 묵묵히 밥만 쳐다보며
    먹는데 그러다 누군가에서 질문이 오면 그제서야 웃으며 화답하곤 해요.

     낚시꾼 : 아가씨도 낚시하러 왔어요?
     입질의 아내 : 네 ^^;
     낚시꾼 : 낚시 할 줄 알아요? ㅎㅎㅎ
     입질의 추억 : 저보단 잘 잡아요. ㅋㅋ
     낚시꾼 : 하하하~ 근데 낚시가 재밌는 있어요?
     입질의 아내 : 그냥 남편이 가니깐 따라가는 거죠 뭐~ 그래도 손맛이 뭔지는 알아요 ^^
     낚시꾼 : 허허~ 저도 한때는 울 마누라 몇 번 댈꼬 다녀봤는데 영 재미를 못느끼더만요.
     입질의 추억 : 손맛을 못 봤나 보군요.
     낚시꾼 : 아뇨, 그런건 아닌데 한번은 피흘리고 올라오는 고등어를 보고 기겁했어요. 또 이래저래 힘들어 하더라구요. 




      ◐ 낚시꾼의 점심밥



    그리고 이것은 갯바위 도시락입니다. 낚시하다 배고프면 먹게될 아침밥인데요.
    아마도 아침엔 고기가 많이 입질하는 시간이라 밥먹을 엄두는 안날테고 9시~10시 이후에서 먹는 '아점' 도시락인 셈입니다.
    그런데 이 도시락들 5천원인데 비해 품질은 매우 허접합니다. ㅠㅠ




    낚시꾼의 브런치 1호

    이렇게 생선구이와 소세지 반찬에 국까지 주는 데는 드물어요.
    비록 다 식어버린 국에다 찬밥이지만 이 정도만 되어도 갯바위에선 배고픔을 견디는데 그럭저럭 제 역활을 한답니다.




    낚시꾼의 브런치 2호

    근데 제가 낚시를 다녀보면서 숱하게 먹어왔던 도시락은 대게 이랬습니다. ㅠㅠ
    가격은 5천원으로 통일입니다. 그나마 여긴 삶은 계란이라도 있네요.
    이보다 더 심한 경우도 있습니다.




    이것이 낚시꾼의 진정한 브런치?

    정말 다 먹으면 용자됩니다. 전 끝까지 먹기 힘들더라구요. ㅎㅎ





    심지어 갯바위서 야영낚시를 할 때도 이 맛없는 도시락으로 두끼나 때워야 합니다. ㅠㅠ
    갯바위 도시락들이 이렇다보니 5천원 주고 사먹기 겁나더군요.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차라리 마트에서 김밥을 사가거나
    아니면..





    간단하게 집에서 유부초밥을 싸서 오는것도 괜찮더라구요. ^^
    이게 좋은 점이 밥 먹는다고 찌를 못봐서 입질을 놓치거나 하는 일이 없더랍니다.





    한입에 쏘옥~ 들어가니깐! 먹으면서 낚시가 가능하니 저렇게 젓가락을 쥔채로 낚시합니다.
    행여나 어렵사리 들어온 입질을 놓칠새라 시선은 항상 찌에 고정시켜 놓고 밥을 먹는 아내의 근성어린 모습입니다. ^^;
    그렇다면 갯바위에서 먹는 음식이 모두 다 형편없는 것일까요?





    "이제부터 올라오는건 바로 횟감이다!" 라고 말하기가 무섭게 한마리 올라옵니다.





    이 녀석에겐 미안하지만 가장 팔팔할 때 회를 칩니다. 최대한 스트레스 없이 신속하게..
    보세요~ 살점에 티끌하나 없이 깔끔하죠. ^^
    저대로 우적우적 베어 먹어도 맛있다고 하지만 아직 그리는 못해봤답니다.





    대충 갯바위를 도마삼아 썰어 놓습니다.
    가장 본질에 가까우면서도 꾸밈없이 느끼는 미각이란..
    재료가 야생에 가깝고 순수상태일때 야만적으로 먹는것이라고 생각하는지라 ^^;





    "자! 아~~해보세요! "

    한점 입으로 들어가니 뭔가 말캉말캉하면서도 쉽게 부서지지 않는 탱글탱글함
    그리고 씹으면 씹을 수록 단물이 나와 혀를 간지럽히는 순수함..
    목 넘김을 하려는 순간 이미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깔끔함까지.. 
    코 끝에 스치는 바닷바람으로 갯 내음까지 더하니 상쾌합니다.





    이왕 회 떠먹을꺼 가장 팔팔하고 맛있는 녀석으로 골라봅니다.





    나중에 집에가서 회를 먹어도 좋지만 비실비실해진 녀석들은 그만큼 스트레스를 받아서 회가 물러질테니깐요.
    비록 형편없는 도시락이지만 회가 있으니 나름대로 '회정식'이 되었습니다.
    저대로 밥위에 회를 얹혀서 초장에 찍어먹으면 초밥이나 다름없지요 ㅎㅎ





    낚시꾼이 먹는 밥이라고 무조건 생선만 있는건 아니라죠. ^^
    혼자서 집중하는 낚시도 좋지만 이렇게 가족들과 함께 낚시를 오게되면 그만큼 좋은 점도 많더랍니다.
    "가족과 함께라면.."
    이른 새벽부터 안면도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어색한 식사를 안해도 되며, 형편없는 도시락을 안먹어도 된답니다. ^^





    요새는 바베큐 시설들이 완비가 되어 있어서 손수 준비한 고기를 직화로 구워먹으면서 낚시를 하면 아주 끝내줍니다.
    낚시하다 잡히면 바로 석쇠에 올려서 구워 드시면 훌륭한 술안주가 되겠지요. ^^





    단체로 데려 올 수도 있습니다.
    이 날은 저의 지휘하에 무려 10명이 넘는 분들을 모시고 낚시를 다녀왔던, 아마 제 인생에서 가장 많은 인원이 투입된
    낚시여행으로 남았답니다. (언제 저와 함께 낚시번개 함 때릴까요? 좌대에서 편하게 낚시..요것도 괜찮죠 ^^)



      ◐ 낚시꾼의 저녁밥

    그렇담 철수하고 난 후 낚시꾼의 저녁은 어떨까요?
    이것도 천자만별입니다.



    하루중 낚시꾼이 먹을 수 있는 밥 중에서 저녁식사는 가장 좋은 만찬이랍니다. 오늘은 갈치찌개가 나왔군요 ^^
    보통은 이렇게 먹습니다만 고기라도 좀 잡게되는 날이라면 주인 아저씨께 좀 사바사바해서 회를 뜨게 합니다.





    물론 낚시꾼이 그날 잡은 고기를 흔쾌히 내어준다면요~
    "덕분에 잘 먹었습니다~"





    또 민박을 이용해서 낚시를 한다면 이렇게 직접 잡은 고기를 꾼들끼리 모아서 주방에 갖다주면
    요렇게 차려주십니다.





    방어보다 좀 더 찰진 부시리 회에..





    부시리 대가리 양념구이까지 입이 제대로 호강합니다. 예전에 아내와 함께 다녀온 추자도 민박에서의 저녁식사였답니다.
    이렇게 가족이나 아내와 함께 다니게되면 미각여행도 함께 즐길 수가 있어서 여러모로 좋습니다. ^^

    "하지만 혼자 낚시를 오게되면?"



    차안에서 나홀로 처량한 식사를 하게 됩니다. ^^;;

    때론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도 있고, 때론 맛없는 음식을 먹어야 하는 낚시꾼!
    오늘도 불철주야 "손맛"을 보기위해 찬바람을 맞으면서 혹시나 "대물"이란 희망을 가져보지만 그럴때마다 기다리고 있는건 다름아닌
    "꼴방"
    그래 밥이나 먹자. 어차피 먹고 살자고 하는건데..
    그래서 낚시인들이 먹는 밥은 싱싱한 생명력을 느끼기도 하지만 때론 고달픈 애환이 느껴지기도 하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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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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