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맛집/아중리맛집] 두께에 탄복, 간만에 제대로 된 생고기집 김돈이


    전주를 한 평생 두번 밖에 가보지 못한 외지인으로서 꼭 들러야 할 곳이 있다면 전주 한옥마을과 경기전,
    전동 성당이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맛집의 고장 전주를 대표하는 여러 음식들을 맛보기.
    바로 육회 비빔밥과 콩나물 국밥등등이 있겠지요. 그런데 제가 간 곳은 쌩뚱맞게도 생고깃집. 
    이곳은 지리도 잘 모르고 또 늦은 시간이다 보니 서둘러 들어간 곳이지만 '촉'이 잘 맞아 떨어졌던 곳으로 
    지금까지는 블로그나 TV, 그 어디에도 소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만족감을 갖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만족감은 1주일이 지난 지금 후유증아닌 후유증으로 변해버렸습니다.
    높아진 입맛으로 인해 다른 고깃집을 방문할 때 마다 만족할 수 없는 후유증 말입니다.

     

    전주 우아동에 있는 한 고깃집

    이곳은 전주에서도 구석자리(?)에 위치한 근고기 취급 전문점.
    이 근방이 유흥가다 보니 비슷한 고깃집들이 많아 초이스하기가 힘들 줄 알았습니다만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얼핏 둘러봐도 손님들이 많았기 때문. 아직까지는 파장하기에 이른 시간대지만 저녁식사를 하기엔 다소 늦은 시간.
    치워지지 않은 몇몇 테이블을 제외하곤 대부분 차 있는 모습이 근방의 고깃집들과는 대조를 보입니다. 이러면 대충 감이 오지요.^^

    간판을 보자마자 '촉'이 왔던 이유가 있었는데 제가 지난해 봄즈음 해서 서울 선릉역에 있는 '김돈이'를 포스팅한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알기론 김돈이가 체인점이 아닌걸로 아는데 이 집 상호도 김돈이라..사장님께 자초지종을 묻자 서울 선릉역은 친형이 하시고 자기는 동생이라네요.
    또 전주 시내쪽에도 친구가 가게를 열었다고 하니 여기까지의 정황을 살펴보면 분점을 몇 개 낸 듯 합니다. 


    어쨌든 우리는 주문을 하는데 이곳에선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여기서 취급하는 생고기는 모두 제주산.(그렇다고 흑돼지는 아닙니다.)
    처음 시킬 땐 '기본'을 주문합니다. 서울 논현점과 비교해 보니 600g에 33,000원으로 가격은 똑같군요.
    얼핏보면 비싸보이는데 이런거 따지길 좋아하는 제가 계산을 해보니 제주산 생고기가 200g에 11,000원 꼴이니 그리 저렴하진 않지만 비싸다고도 할 수
    없는 적정선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소주랑 맥주는 약간 비싸네요.
    여기가 서울 중심가도 아니고 전주의 변두리 동네(우아동 주민들께는 죄송합니다.^^;)에서 3,500원일 줄이야.
    전주라고 해서 물가가 저렴할 것이라는 생각은 저의 억측이였나 봅니다.



    연탄위에 멜젓(멸치젓)을 올려 끓인다

    자리에 앉자마자 가져오는 건 24공탄.
    모처럼 연탄불에 구워먹을 생각에 반갑기는 합니다만, 업주 입장에선 여간 귀찮은게 아니지요.
    숯을 돌여야 하는 시스템에 비해 비용은 적게 들지만 그만큼 신경을 많이 써줘야 한다는 점은 발목잡힐 만한 부분입니다.
    그렇다고 손님들도 편하냐. 그렇지도 않아요. 고기맛은 좋아질지 몰라도 다리쪽은 좀 불편합니다. 
    아무래도 원통에 가해지는 열이 세다보니 자칫 잘못했다간 무릎 언저리가 뜨거울 수 있습니다. 어디서 들은 얘기론 신발도 녹는다 하네요.
    이 집은 어떻게 해놨는지 모르지만 다리를 원통에다 바짝 붙이는 것만 주의하신다면 될 것 같습니다. 겨울이 오면 오히려 환영받을만 하겠네요.


    기본 찬이 깔리고

    반찬은 깔끔하지만 평범

    개인적으로 고기 먹는데 반찬은 중요도가 떨어질 수 있어 가짓수가 많은 것을 선호하진 않아요.
    이 밖에 사진엔 빠졌지만 동치미도 있습니다. 맛은 논현점 김돈이보다 나은 편.
    같은걸 쓰는게 아니였나? 싶어 본점에다 물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서로 다른 동치미를 쓴다고 합니다.


    기본으로 나오는 된장찌개

    "저희 밥 안시켰는데요"
    "된장찌개는 기본으로 나온답니다"

    개인적인 차이는 있으나 고깃집에서 가장 아쉬운 유형 중 하나는 밥을 시킬 때 찌개를 별도로 주문 해야 한다거나 혹은, 나오더라도 작은 국 그릇에 된장국 
    한줌 퍼다 내오는 집들입니다. 주로 서울 시내쪽에 많은데요, 고기와 함께 소주를 마시다 보면 뜨끈하고 칼칼한 찌개가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습니다. 
    그런면에서 본다면 찌개가 기본이라는 점이 매우 맘에 듭니다.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양을 적게 담아도 좋으니 국이 아닌 찌개를 바글바글 끓여서 내라. 그리하면 적어도 고깃집 실패하진 않을 것입니다.


    기본 근고기 600g

    구성을 보니 한쪽은 목살이고 다른 한쪽은 오겹살.



    그런데 전주는 공항이 없어 제주에서 직송이 안될텐데 어떻게 생고기를 공수받을까.
    또 궁금한건 못참아서 물어보니 서울 본점을 통해 공수받는다고 합니다. 먼저 고기를 살펴보니..
    오겹살의 지방과 살코기 비율도 아주 적당해 보이고 무엇보다도 뿌려진 소금 입자가 맘에 듭니다.
    사실 천일염이라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고기에 맛소금이나 꽃소금+후추 조합은 더욱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사실 소금의 출처에 대해서도 물어보고 싶었지만 너무 꼬치꼬치 캐묻는 것 같아 그만둡니다.^^;


    오겹살 두께도 좋아보였지만 목살 두께는 정말 탄복할 만합니다. 재단 한번 무식하게 했네요. 이렇게 두꺼운 목살을 보는 것도 오랜만.
    고기 때깔과 두께를 보면 맛이 보인다고 적어도 이 고기를 파는 업자나 주인장께선 고기맛을 제대로 아는 분일 것이란 생각입니다.
    사실 지난번 돈가스 때처럼 줄자로 재어 봤음 좋았겠지만 제가 낚시할 때를 제외하곤 특별히 자를 가지고 다니지 않아요. 
    할 수 없이 옆에 있던 계란으로 비교를 해봤는데 계란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계란이 지는군요.^^
    처음엔 이게 익을까? 싶었는데 다 방법이 있답니다.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돼지비계로 슥슥 문질러 주고


    때깔과 마블링에서 우월한 유전자가 느껴졌던 제주 생고기

    목살을 반으로 갈라서 펼치자 쇠고기 등심과도 비슷한 포스로 식욕을 자극합니다.
    굽는 방식은 쇠고기 스테이크와 동일해요. 두께가 제법 나가므로 섣불리 뒤집었다간 육즙이 다 빠져나가 퍽퍽할 수도 있다는 사실.
    그래서 처음에 해야 할 일은 그대로 놔두는 겁니다. 한쪽면을 코팅하듯 표면만 노릇하게 익힌 후 딱 한번 뒤집어서 나머지 면을 코팅해 줍니다.
    그 다음은 속까지 익혀주며 육즙이 빠져나가지 않게 하는 게 포인트. 이때 너무 자주 뒤집어주면 안됩니다.
    단골은 알아서 뒤집어 먹는데 저 처럼 처음 오신 손님에겐 직원이 붙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고기를 구워주니 편리합니다. 


    목살에 붙어있는 기름살은 따로 잘라내는데 이것이 별미로 한켠에다 오랫동안 구워놓습니다.


    현재까지는 양면 코팅만 했을 뿐 속까지 익히진 않았어요. 이제부터 연탄불에 직화로 구워봅니다.


    소주는 한라산물이 보여 반가운 맘에 주문


    처음 한점은 순수한 고기맛을 보기 위해 멜젓이 아닌 천일염을 몇 조각 올려 맛을 봅니다.
    식감이 탱글탱글하네요. 질기지도 않고 씹으면 씹을수록 느껴지는 따듯한 육즙까지, 쇠고기만 아닐 뿐 스테이크를 썰어 먹는 기분이 듭니다.


    다음은 멜젓에다 콕.
    팔팔 끓은 멸치젓에 고기를 찍어 먹으니 생소하기도 하고 비릿하다고도 느낄 수 있겠지만 이게 생각보다는 안비립니다.
    물론 사람들 입맛이 모두 같진 않겠지만 평소 젓갈 반찬에 입도 안대는 서울출신 아내가 열심히 찍어 먹는 걸 보니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드네요.^^ 
    멜젓과 생고기의 만남은 생각보다 근사했습니다.

    그런데 이 집 멜젓은 논현동 김돈이의 멜젓과는 조금 달라 보이네요. 그곳은 건더기가 푸짐(?)했던 거 같은데.. 
    멸치젓이니 건더기라 해봐야 멸치속(잔가시 포함)인데 갠적으로 그 건더기 한점을 고기에다 올려 먹는 맛이 기가 막혔습니다.
    반면 이 집 멜젓은 미묘한 차이지만 그런 건더기 보다는 마늘과 청양고추를 썰어 넣는 쪽에 포커스를 맞췄나 봅니다.


    오겹살도 차곡차곡 썰어서 연탄불에다 지져준다

    상추위에 무쌈을 올리고 그 위에 오겹살과 목살을 같이 올린 후 김치와 멜젓, 멜젓에 있던 청양고추까지 올려서 입에 넣어봅니다.
    우선 그전에 소주 원샷으로 한잔 털어 넣어야죠. ^^
    톡쏘면서 쌉쌀했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고깃쌈이 투하되니 입이 마냥 즐겁습니다.
    중간에 멸치 가시가 보이는데 먹어도 전혀 지장이 없는 거랍니다. 나중에 익숙해지면 저것만 건져 먹으려 할지도 몰라요.


    개인적으로 이 집에서 고기 다음으로 마음에 든 것은 김치. 요 근래 먹어 본 식당 김치 중 단연 최고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처가 식구들이 전부 전주 출신이다 보니 아내가 이런 김치맛에 익숙해서일까. 사실 고깃집에서 김치를 담가 쓸 일은 없을테고.
    국내산은 확실한데 어디서 갖다 쓴 걸까? 궁금한 저는 또 물어봅니다. 
    알고보니 전주에서 김치로 꽤나 이름을 날리는 곳에서 납품을 받는다고 해요. 개인 소매로도 구매가 가능하나 대부분은 업소용으로 납품한답니다. 
    식당으로 납품하는 김치도 이렇게 맛있을 수가 있다란 걸 알게 된 예. 어쩌면 전주라서 가능한 걸까요? ^^

    맛은 전라도식이라 하기엔 깔끔 시원한 편. 젓갈향도 과하지도 않았고 특히 배춧잎 씹히는 질감이 살아 있습니다.
    딱 삼겹살에 싸먹기 좋은 김치맛이랄까..이걸로 김치찌개를 끓이면 어떨지 기대를 하면서 한 냄비 시켜봅니다.


    먹다보니 탄산음료가 땡겨서 시킨 미란다.
    이것도 오랜만에 마셔보네요. 환타와는 또 다른 특유의 향에 가끔 생각나기도 하지요.


    먹다보니 중간에 오이무침을 내어오는데 방금 무친거리며 주십니다.
    집에서 먹던 생오이무침맛이 나네요. 아삭하니 좋습니다. 반찬은 계절마다 달라진다고 하니 늘 나오는 건 아니라고 해요.


    이것은 처음에 잘라뒀던 기름살인데 가장 늦게 익기 때문에 충분히 태워다가 막판에 맛을 봅니다.
    그런데 이게 또 별미.


    끝에 살코기도 좀 붙어 있어요. 먹어보니 참 꼬십습니다.


    김치찌개가 나옵니다. 그렇게 먹어도 밥배는 따로 있으니..


    아까의 그 김치를 사용해서일까. 여기에 생고기도 아낌없이 들어가 주니 국물이 안맛있을 수가 없지요.
    찌개에 들어가는 고기양은 이 정도가 여기선 정량으로 보입니다. 너무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을 만큼의 충분한 양입니다.
    수저에 뜬 것 말고도 국물속에 더 숨어 있어요.


    김치찌개는 요렇게 말아먹는다

    따로 드셔도 상관없지만 주변 테이블을 보니 다들 약속이나 한듯 이렇게 드시길래 우리도 이렇게 먹어봅니다.


    전주시 우아동에 위치한 김돈이
    네비주소 : 전북 전주시 덕진구 우아동2가 917-7번지
    주차 : 가게 앞에 2~3대 가량 가능
    후뮤 : 매주 일요일

    전주 우아동 김돈이 총평
    원래는 체인점이 아닌데 동생과 친구가 나란히 분점을 냈다고 하며 지금은 더 확장중이라네요.
    요즘 같은 불경기에 분점 확장은 어지간한 반응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지요.
    개인적으로 김돈이를 두번 다녀갔는데 흠을 잡고 싶어도 크게 나무랄데는 없어 보입니다.
    일단 식자료를 좋은 걸로 받아쓰고 또 연탄불이라 맛은 보장입니다. 다만 원통의 뜨거움은 어느정도 감수를 해야 겠고요.
    고기는 두께감에서 오는 육즙과 맛이 모두 훌륭한 편이고 입자가 굵은 소금과 멜젓에다 찍어 먹는 맛도 훌륭합니다.
    특히 이 집에서 사용하는 김치는 정말 발군. 갠적으로 이 집 연락처를 알아내어 따로 사먹고 볼 생각입니다.

    반면에 아쉬운 점은 술값이 서울의 여느 동네보다도 조금 비싸다는 점.
    본점(선릉역)은 4,000원이니 500~1,000원 차이라지만 애주가들한테는 무시못할 차이지요.
    제 생각엔 타지방에서 일부러 찾아 먹기엔 힘들고 전주시내에 사신다면 한번쯤 들러서 맛보시길 권해봅니다.
    다만 서론에서 말했듯 후유증아닌 후유증도 겪을 수 있습니다. 이 집 고기를 맛보면 동네 어지간한 삼겹살, 목살로는 만족이 되질 않아요.
    어제도 이 글을 쓰다가 갑자기 고기가 땡겨 동네 삼겹살 집을 갔는데 입만 망치고 돌아왔습니다. 갈수록 고급이 되는 이 간사한 입맛도 문제입니다.
    가격이 몇 천원 저렴할진 모르지만 어설픈 두께에 수입산/국내산 냉동육을 접하게 되는 날, 이 집 생각이 간절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새는 시작은 좋아도 장사 좀 된다 싶으면 망가지는 식당을 많이 봐왔는데 이 집 만큼은 초심을 잃지 않은 전주 맛집으로 거듭나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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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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