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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제주도를 여행하다 지인의 소개로 찾아간 서귀포 근방의 어느 맛집.
"밥이 맛있는 집" 이라는 문구와 자그만하게 써진 상호 이외엔 일절 간판이 없는 곳이랍니다.
음식에 사용되는 대부분의 재료는 텃밭에서 직접 키운 유기농이고 장도 직접 담궈서 만든다고 해요.
하지만 아직까지는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숨은 맛집입니다.
그래서 더더욱 감추고 싶은 곳이기도 하구요. ^^
제목 그대로 이 장에선 음식에 대한 소개만 올릴 뿐 찾아갈 수 있는 정보는 모두 뺐으니 이 점 너그러이
이해해주시기 바래요. 집에서 어머니가 해주는 듯한 푸근한 맛, 소박하지만 정갈한 밥상이 생각날 때면
이 집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리스 산토리니를 연상시키는 식당 밖 화단, 서귀포에서 밥이 맛있는 맛집
테이블은 고작 다섯개로 소박하게 운영되고 있다.
창가쪽 테이블에 앉으면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식사할 수 있다.
우리는 창가쪽 나란히 앉아서 식사할 수 있는 테이블로 앉아서 음식을 주문하였습니다.
이곳에서 취급하는 메뉴는 하나밖에 없어요. 그것을 2인분 시켰습니다.
메뉴와 가격은 본문 하단에 올려드릴께요.
먼저 구수한 메밀차가 나온다
개인적으로 메밀차 정말 좋아해요.
구수한 메밀차를 계속 리필해 먹으라고 아낌없이 줍니다.
반찬이 깔리고 있습니다.
아직 다 깔리지 않았어요.
메인 반찬이 곧 나옵니다.
이 집에서 주문할 수 있는 유일한 메뉴인 "백반 정식"이예요.
다른 곳은 20찬 30찬 어마어마한 가짓수로 푸짐하게 보이려고 애쓰지만 막상 먹으면 실속없는 반찬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곳은 꼭 필요한 반찬에 적당한 양으로 나오니 음식 재활용 걱정도 없고 반찬 더 드시고 싶으면 리필도 됩니다.
밥과 들깨 된장국
소화를 도와주는 차조밥과 구수한 들깨 된장국이예요.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은 듯한 삼삼한 느낌의 시골 된장국이 은은하게 전해져 옵니다.
김치 고등어 조림
묵은지로 감싸여져 있는 고등어 조림이예요.
자극적이지 않은 깔끔한 느낌의 맛입니다.
뚝배기 계란찜
가쯔오부시가 춤을 추며 나오는 계란찜.
한 수저 푹 떠서 먹으면 보들보들한 맛이 딱입니다. 단 너무 뜨거워 혀 데일 수 있으니 조심 ^^
된장찌개
집에서 직접 담근 장으로 끊인 구수한 된장찌개예요.
두부는 뻣뻣한 질감이 아닌 아주 말콩하고 부드러운걸 써서 좋았습니다.
이 집 음식은 전반적으로 자극적이지도 않으면서 간이 완전 서울, 경기도 식이예요. 때문에 제주도민이나 호남지방 분들이 드신다면 삼삼하게
느끼실지도 모르겠어요.
서귀포의 어느 주택가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는 맛집이지만 이곳 주인 부부는 원래 서울 사람이라고 합니다.
10년전 서귀포로 여행을 왔다가 홀딱 반해 아예 터전을 마련했다고 하는데요. 그 전까지는 친정어머니와 수도권의 전통주택에 살면서 평소 된장, 고추장,
청국장등을 많이 담갔다가 여러 사람들과 함께 나눠 먹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주변에 널린 친환경 재료를 소재로 평소 갈고 닦은 음식 솜씨를 발휘하고자 이곳 서귀포에서 식당을 열게 되었다고 하네요.^^
제육볶음
콩나물 두루치기 형태의 제육볶음이 커다란 접시에 담겨져 가운데 놓입니다.
채소들이 푹 익지 않아 아삭한 질감을 그대로 갖고 있습니다.
미리 만들어 놓거나 하는 게 아닌 주문을 받으면 즉석으로 볶아내기 때문에 그 온기와 맛이 살아 있습니다.
돼지고기도 퍽퍽하지 않고 먹기 좋게 들어갔습니다.
함께 쌈 싸 먹을 유기농 채소들
쌈 채소들은 모두 텃밭에서 유기농으로 가꿨다고 합니다.
김치도 직접 담그구요. 요즘은 열이면 열곳 모두 중국산 김치가 난무하는데 이렇게 직접 장을 담그고 채소를 가꿔서 하는 곳이 얼마나 될까요.
그것도 관광의 중심지인 제주도에서 말입니다. 마늘 옆엔 자리젓인데 짭쪼름한 맛이 좋아 흰 쌀밥 위에 얹어 먹기 좋습니다.
각종 쌈에다 제육과 콩나물 얹어서 먹으면 아주 좋습니다. ^^
아래는 기본 반찬이예요. 소박하지만 집에서 어머니가 해주신 그런 맛입니다.
그릇에도 신경을 썼습니다. 플라스틱, 에나멜 식기가 아닌 자기로 된 접시들입니다.
찬을 보면 손맛이 보인다고 하는데 음식이 짜거나 달지 않아요.
완벽한 경기도식을 표방하는 듯한 시원함과 깔끔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조미료를 100% 안썼다고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적어도 제육볶음에선 약간 들어간 듯한 느낌이지만 다른 반찬이나 국, 찌개엔 사용안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이것은 오로지 제 느낌이니 무조건 신용할 순 없겠지요. ^^;
이 집에서 주문할 수 있는 유일한 메뉴는 "정식" 8,000원 입니다.
반찬을 직접 만들고 장도 직접 담그고 채소까지 유기농으로 가꿔서 내는 밥상에서 5~6천원을 기대할 순 없겠지요? ^^
더군다나 바가지 안쓰면 다행인 자칭 제주도, 서귀포 관광 맛집들 사이에서 이런 집이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입니다.
주인 아저씨도 친철하세요. 이때는 스케쥴 상 시간에 쫒기면서 밥을 먹었는데 다음에 들릴땐 여유있게 먹다 가고 싶습니다.
서귀포의 어느 한적한 동네에 위치하고 있는 비밀 맛집.
요즘 인터넷에 넘처나는 맛집들..
특히 제주도, 서귀포 맛집이라는 키워드에 올려진 음식점들은 적잖은 수들이 상업 블로거들에 의해 키워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대부분 관광지에 위치한 횟집과 고깃집들이지요.
그 와중에 뚝심과 맛을 지키며 장사하는 곳 조차도 맛집으로 소문이 나면 무섭게 손님들이 몰려와 문전성시를 이루곤 하는데 그렇게 장사를 하다가
초심을 잃은 맛집을 우리는 얼마나 많이 봤었나요?
저는 테이블 다섯개 밖에 없는 이곳이 온 세상에 알려진 채 여기저기서 찾아와 줄을 서게 되는 모습을 원치 않습니다.
하지만 맘 한 구석엔 이렇게 괜찮은 맛집도 있다며 소개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글을 쓸까 말까 중간에 고민을 좀 했지만 결국은
상호와 찾아가는 길, 연락처등 필요할 만한 정보를 모두 빼고 올리는 점 죄송한 맘으로 양해를 구하고자 합니다.
그래도 찾아가실 분들은 어찌어찌 알고 찾아가시더군요. ^^;
참고로 "서귀포맛집"이라는 키워드로는 검색이 잘 안될꺼예요. 미리 조사해 보고 올리는 겁니다. ^^;
제목에서 보셨듯 "아무에게도 알려주고 싶지 않은 비밀 맛집" 입니다.
저는 여기에 충실하고 싶었고, 후일 언제든지 찾아가도 예약과 줄 없이 정성스런 밥을 먹을 수 있는 순수한 맛집이길 바래봅니다.
PS : 2013년 8월 현재, 가격이 많이 올라 있네요. 2인 24,000원, 3인부터는 1인 10,000씩 이라고 합니다.
가격대비 음식이 좋아서 글을 쓴 건데 올라도 너무 많이 올랐네요. 개인적으로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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