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5가 원조 닭한마리 맛집, 일본인의 실제 반응은

종로5가 원조 닭한마리 맛집, 일본인의 실제 반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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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광장시장의 마약김밥과 녹두 빈대떡, 그리고 원조 닭한마리집이 일본인 관광객들에게 크게 인기
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관광 안내책자나 지도, 또는 입소문 듣고 찾아오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제 이곳은 일본인, 중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성지순례가 되어버릴 정도로 '꼭 맛보고 가야 하는 코스'
가 되어버렸습니다. 저도 아직까지는 맛보지 못한 닭한마리, 마침 이 날은 일본에서 놀러온 두 일본인
친구와 함께 갔는데 동대문 광장시장은 물론 닭한마리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해요.
그래서 이참에 구경시켜 줄 겸 종로5가에 있는 원조 닭한마리 집을 방문하였습니다. 

 

 

멀리서 오신 일본인 손님들에게 무엇을 대접할까 고민하다 그래도 한국에 왔으니 닭한마리는 드시고 가야 않겠나 싶어 찾은 곳은 종로5가.
때는 점심시간이 한창이였고 내 외국인 할 것 없이 많은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풍경이 원조맛집임을 확인시켜주는 동시에 적잖은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언젠가부터 이곳에 닭한마리집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서로가 원조임을 자처하고 있지만 유독 이 집에만 많은 인파들이 붐비고 있는 걸 봐선
'입소문이란 무섭고도 정직하다'라는 것을 느꼈어요. 저녁이 되면 번호표를 나눠주며 줄을 세운다고 하니 그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됩니다.

여기서 취급하는 메뉴는 단 하나. 닭한마리.
메뉴판을 찍지 못해 글로 옮겨볼께요.

닭한마리(국내산) 18,000원(약 3人分)
떡사리 1,000원
파사리 2,000원
공기밥 1,000원
감자사리 2,000원
국수사리(1人) 2,000원
그에 주류 일절등등..

메뉴에서 느낌이 오셨을지 모르지만 이 집은 '사리'가지고 부업(?)을 하려는 투철함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감자사리는 그렇다쳐도 파사리(?)를 보면서 느낀건 '파'조차도 돈을 내고 먹어야 하는 메뉴판이 그렇게 좋은 인상을 풍기진 않았고, 주문을 하면 밑반찬과
함께 내어오는 떡사리가 있는데 반 강요에 의해 선택되어져야 하는 모습에서 쓴 웃음을 짓게 만듭니다.
사실 1,000원밖에 안하니 손님입장에선 크게 손해 볼 것도 없고 가게 입장에선 끼워팔기식이니 효율적인 판매 전략이 아닐까 싶어요.
그래도 '사리'가 기본 상차림으로 가장해서 깔리는 모습이 손님의 선택보다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점에선 불편한 심기를 건드릴 수 있는 부분입니다. 
아무래도 일본인 관광객을 상대로 하니 그 문화까지도 닮아간 모습인데요. 공짜로 곁들임 반찬을 내지 않는 일본의 식문화를 표방하겠다는 건지 아니면
단순한 장삿속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본인에게 대단히 인기가 많다는 맛집에서 한국 특유의 정 문화를 기대한 것은 다소 무리일까요? ^^;

또 한가지 아쉬운 점은 손님이 4명일 경우 닭 두마리(36,000원)를 강요한다는 점.
물론 남자만 넷이라면 그렇게 먹어도 크게 상관은 없을 거라고 봅니다만, 우리일행은 남자만 넷인데도 한마리만 시켰습니다.
나중에 칼국수든 죽이든 추가로 먹어야 하는게 있으므로 닭한마리로도 충분하다고 판단했었는데 그 판단은 역시 맞았습니다.
좋게 말하면 닭한마리 양이 생각보다 푸짐했고, 반대로 말하면 이렇게 푸짐한데 두마리를 시켰음 어쩔뻔 했나 싶기도 하였습니다.

닭한마리를 본 아싸상과 아키상의 반응

그리고 사진에서 보다시피 계산서를 저렇게 덩그라니 올려두고 가는 센스는 우리나라 요식업 서비스가 여전히 멀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반증.
지금시대가 80년대도 아니고 무려 2000년 하고도 12년이 흘렀는데 이 집이 어디 동네의 영세 식당도 아닌데 하루에 수백명 이상 상대해야 하는
외국인 관광 맛집에서 이런 부분은 신경 좀 써줘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걸 어떻게 알았냐면 앞에 앉아계셨던 일본인 친구가 발라당 까진 계산서를 보더니 슬그머니 뒤집는 것을 봤습니다.
아주 잠깐 동안이였지만 제가 다 민망하더군요.
친한 사이라면 상관없지만 오늘 처럼 손님 접대를 하는 자리이거나 비지니스로 만난 공적인 식사자리라면 얘기가 달라지겠지요.
어느 한쪽 손님 앞에다 계산서를 놓는 것도 마찬가지 문제라 볼 수 있습니다.
계산서 뒤집어 놓는 것, 음식점에선 손님을 배려해 주는 기본 에티켓 입니다. ^^

일본인에게 인기 만점인 닭한마리, 종로5가 진옥화 할매집

우선 이 듣도 보도 못한 닭한마리의 정체가 드러나자 순간 두눈이 희둥그레진 일본인 친구들..
우리나라는 옛부터 푸짐하게 들어간 음식을 선호하다 보니 뭐든 통째로 들어간 것을 좋아하는데 통째로 들어갔을 때의 시각적인 효과는 물론
음식이 푸짐하다는 인상과 함께 식재료에 대한 투명성이 보장된다고 믿는 경향이 짙습니다. 대표적인 케이스를 들자면..
(통)닭, 낙지, 전복, 게, (통)삼겹등 '통'짜를 강조한 메뉴들에 이어 이제는 김치찌개 마저도 돼지목살을 자르지 않고 통째로 넣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식문화는 갈수록 통째로 넣어야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거나 맛있어 보이는 쪽으로 변해가고 있지요.
반면 일본인의 눈엔 이러한 것들이 굉장히 생소하게 다가오는데요. 평소 다듬어진 살코기만 먹다가 원형 그대로 보존된 모습을 보니 흥미로우면서
약간 징그럽다는 표정을 감출 수 없는 반응입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부위별로 잘려진 닭과 함께 어우러진 국물 맛을 보자 "스프가 스고이네(대단하네요)" 라는 반응.
"한국엔 매운 음식만 있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군요" 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시뻘건 소스를 보고 살짝 겁먹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

다데기 + 간장 + 식초 + 겨자를 섞은 소스에 푹 익은 닭살을 찍어 먹는 맛이 상당히 매력적인 닭한마리.
소스만 살짝 맛보던 일본인 표정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옆에 있던 동생이 첨가물을 많이 넣어준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다데기 자체에서 나오는 향이 상당히 맵싸해요.
제가 먹어봐도 상당히 매콤한데 일본인들이야 오죽할까.

매운 음식을 경험하지 못한 이 분들이 매운음식으로 땀을 흘리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그런 기분을 알리가 없지만 매운맛에서 오는 캡싸이신의 미학이
어떠한지 간접적으로 경험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아주 살짝만 찍어드세요. 하면서 ^^
이후 어떤 반응을 보이며 드셨을까요?

일본인 친구들과 함께 한 종로5가 원조 닭한마리

얼굴에 소스를 묻혀가면서 거의 폭풍 흡입을 하십니다. ^^;
일본에서도 매운 음식을 잘 먹는 편이라며 으름장을 놓던 아키상이 이 소스는 매웠는지 어느새 입가엔 쓰~쓰~하며 얼얼한 입안을 달래주면서도
먹는 속도를 늦추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뜨거운 국물은 담백하고 구수해서 매운 맛을 달래주기엔 괜찮다고 하네요.

소스가 많이 매우니 적당히 찍어 드시라고 했는대도 얼굴이 벌개지면서까지 드시길래 콜라 두병을 주문해서 마시자 그제서야 진정된 모습입니다.
사실 제가 걱정했던건 매운 소스가 아닙니다.
한 냄비에 여러명이 공동으로 수저를 맞대면서 국물을 떠 먹어야 하는 식문화에 거부감이 있지는 않을까? 싶었는데 그 걱정은 기우였어요.
이 친구들, 자기네들도 그런건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합니다. 물론 이 둘은 어릴때부터 알고 지내는 죽마고우 친구라서 그럴지도 모릅니다만
만약에 일행중에 여성이 끼여 있으면 배려해야 하므로 그릇을 따로 달라고 해서 덜어먹게 한다고 해요.

우리는 뭐 하나 시키면 소위 "뽕빨낸다"고 하지요.
국물까지도 달아 없어질때까지 죽이 됐든 면이 됐든 말아 먹어야 배부르게 먹었다고 생각하는데 이 일본인 친구들은 그런 문화가 없으니 이런 장면도
생소하게 느껴졌나 봐요. 자기네들은 국물이 아무리 맛있어도 건더기 위주로 건져먹는 문화이고 특별히 국물을 끝까지 먹거나 활용하지는 않는다고 해요.
그러니 이렇게 칼국수를 말아 먹는 장면이 생소하지만 흥미롭게 다가왔나 봅니다.

"오이시이~"를 연발하면서 일본인 특유의 면빨 흡입하는 소리 있죠?
"후루룩~후루룩~" 큰 소리를 내면서 먹는데 그것은 일본인들은 음식이 정말 맛있을때 내는 표현법이라고 합니다.

식사를 마친 후 이 분들에게 냉정한 맛 평가를 주문했습니다.
정말 소문대로 일본인들이 맛보고 갈만하냐고 묻자..

음식은 생소했지만 담백한 맛이 매력적이였고 소스는 매웠지만 맛있게 먹었다.
하지만 닭을 통째로 내어온 것은 별로였다. 왜냐면 가위로 자를 때 앞 사람에게 국물이나 파편이 튀었는데 그게 좀 불안했다.(앞치마 필요)
국물맛은 입에 잘 맞는 편이다. 다만 시오(소금)맛이 부족해서 그게 좀 아쉬웠다.(한마디로 싱겁다는 얘기)

이 정도로 간추려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두명의 일본인 의견만으로 모든걸 대변할 순 없고 사람마다 느끼는 맛의 차이도 제각각이지만 전반적으로 제가 느꼈던 사항들을 종합해 보면
확실히 일본인들의 입맛엔 무난해서 한국에 와서 한번쯤은 맛보고 갈 만하다고 여겨집니다.
또한 셋이서 18,000원 짜리 닭한마리에 이것저것 시킨다 해도 3만원을 넘지 않으므로 가격 경쟁력 또한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이 집이 글로벌한 시대에 맞춰 다양한 외국 손님을 받고 있는 만큼 앞서 말씀드렸던 사소한 서비스 문제들(사리 반 강요, 계산서 노출, 앞치마 문제)
등에 대한 보완은 필요해 보여요. 그렇게만 된다면 보다 기분좋게 먹고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PS : 혹시나 내용에 대해 오해하시는 분이 계실까봐 몇 자 적자면
       이 글은 일본인에게 인기 좋은 한국 식당이니 일본의 식습관에 맞춰서 서비스하라는 글이 결코 아닙니다.
       하지만 절반 이상이 일본인 손님이므로 그들이 느끼는 맛과 서비스는 일본의 식문화를 떠나 한국에서도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하며 올렸습니다.
       첨부터 사리를 내어서 선택할 수 밖에 없도록 한다던가, 계산서 뒤집어 놓지 않아 먹는 내내 일행분들에게 가격이 노출되거나
       (그것이 공적인 식사자리라면 더더욱)하는 사소한 문제들은 일본의 식문화와는 별개로 손님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해줘야 할 서비스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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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을 통째로 빌려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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