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낚시 8부, 형제섬 넙데기에서 긴꼬리 벵에돔 낚시(상)


    이 날은 장장 12시간의 처절한 전투가 있었던 하루.
    그것을 제안한 사람은 다름아닌 아내였으니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답니다.
    우리부부는 제주도 최고의 포인트 중 한곳을 가기 위해 새벽부터 서둘러 숙소를 빠져나왔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떠오르는 일출을 보며 환상적인 순간을 맞이하는데..
    낚시 인생 최고의 순간과 최악의 순간이 절묘하게 오버랩되는 상황이였습니다. 왜냐하면 말로만 듣던
    소나기 입질을 받았지만 몇 가지 문제로 인해 곧바로 공황상태가 되버렸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제가 블로그를 한 것에 대한 후회의 순간"이기도 하였습니다.




    새벽 5시, 서귀포시 사계항

    제주도 생활 1달차에 접어든 입질부부. 이제는 슬슬 제주도 바다 환경에 적응하는 시점.
    이쯤에서 저는 본격적으로 제주도 낚시를 해보기 위해 애초부터 설정했었던 목표를 하나씩 실행하기로 합니다.
    그것은 바로 제주도 최고의 포인트라 일컫는 곳들을 순회공연하는 것!

    제주 형제섬, 관탈도, 추자 절명여, 마라도, 가파도, 지귀도등..

    그 첫번째 프로젝트는 제주도 최고의 포인트 중 하나인 넙데기(넙덕여)
    넙데기는 일주일 전부터 선장님께 끊임없이 각성시킨 끝에 겨우 진입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자리 싸움이 치열한 곳이기도 하지요.
    주말엔 엄두가 안나고 평일도 미리 예약한다고 해서 사수할 보장이 없는 곳으로 저는 보다 확실한 진입을 위해 4시 40분까지 항에 도착하기로 했습니다.
    출항 시간은 6시지만 가장 먼저 도착해 승선명부를 적고 낚시짐을 뱃머리에 갖다놓기 위함이니 이 얼마나 처절한 몸부림인지.^^;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새벽 하늘의 별들은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고

    사계항 해양경찰서, 제주도 서귀포시

    승선명부를 적고 배에 올라타는 아내

    6시 20분 여명이 밝아오는 순간, 제주도 형제섬

    아내는 무슨 죄가 있다고 밤잠 설치며 이 고생을 할까?
    제주도 애월에서 서귀포 사계항까지의 소요시간은 약 40분.. 
    이 시간을 맞추기 위해 우리부부는 밤 10시부터 잠들려고 애를 썼고 그러다 어찌어찌 잠이 들어 알람소리에 일어나니 새벽 3시 30분.
    힘들게 들어간 포인트다 보니 이왕 할꺼 종일 낚시하자고 선수 제안하던 아내마저도 새벽의 찬 공기를 맞아가며 뜰채를 피노라면..
    "내가 이 짓을 왜 할까?" 싶겠지요.^^;


    천조법에 대응하기 위한 00(투제로)찌로 원투성이 있는 쯔리켄 Asia LC와 조수우끼 고무를 체결했다

    제주 형제섬 넙데기 포인트는 너울에 매우 취약한 곳입니다.
    가뜩이나 포인트 경쟁이 치열한 곳인데 기상이 약간만 좋지 않아도 진입이 어렵기에 말그대로 "하늘이 허락해야만 들어갈 수 있는 포인트"인 셈.
    이 날 바다 상황은 그런대로 괜찮았습니다. 북-북서풍에 7~11m/s, 파고는 0.5~1m를 보이며 제주도 해상날씨 치고는 무난한 편.

    다만 물때는 "무시"여서 이 부분이 걱정되었고, 아니나 다를까 독립여임에도 불구하고 조류는 미약한 상황을 보입니다.
    그래서 나름 준비한 채비가 00(투제로)찌를 이용한 천조법.
    천조법은 일본의 벵에돔 명인인 '이케나가 유지'씨가 고안한 벵에돔 낚시 조법으로 10m의 목줄길이와 00찌의 조합을 이용해 미끼가 밑밥의 하강속도에
    맞춰 최대한 자연스러운 동조를 이끌어 내는 채비입니다. 10m의 목줄과 00찌의 조합, 그래서 "1000조법"이라 이름 붙여졌지요.
     
    특별히 조류가 빠른 상황이 아니라면 벵에돔을 비롯, 감성돔을 노리는 낚시에서도 막강한 효과를 보인다고 합니다.
    물론 채비와 운용법을 모르고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으니 천조법을 처음 시전하는 저로서는 사전에 충분한 공부를 해야 했지요.

    <<입질의 추억 채비>>
    1-530 낚시대 - 2500번 릴 - 3호 원줄 - 직결 - 토레이 SS토너먼트 1.7호 목줄 10m - 00찌 - 조수우끼 고무 - 5번 봉돌 - 벵에돔 바늘 6호

    <<아내의 채비>>
    1.7 -530 낚시대 - 2500번 릴 - 3호 원줄 - 2B찌 - 조수우끼 고무 - B봉돌 - 직결 - 1.7호 목줄 3m - 긴꼬리 전용 바늘 7호로 이후 벵에돔 바늘 6호로
    교체, 이후 무거워서 나중에 1호대로 교체.^^;

    밑밥은 크릴 8장 + 비중이 무거운 벵에돔 집어제 3봉 + 빵가루 4장을 물과 함께 섞어 아내와 제 밑밥통에 반반씩 담아 왔습니다.


    떠오르는 태양을 향해 밑밥을 날리는 아내

    북서풍이 꽤 강하게 부네요. 멀리 산방산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 인해 캐스팅도 밑밥 투척도 쉽지가 않습니다.
    밑밥이 날아가다 바람에 휘어져 떨어지다 보니 전방 20m를 공략하는 아내는 계속된 밑밥 투척 실패에.. 

    "이건 완전히 포트리스 게임하는 것 같다!"

    라며 바람세기를 감안해 던져야 함에 혀를 찹니다. 그리고 처음 몇 번은 실패했지요.
    밑밥을 던지면 바람에 부서지거나 휘어져 떨어지니 컨트롤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몇 차례 실패 하자, 이제는 감을 잡았는지 잘 뭉쳐진 밑밥은 찌 언저리에 들어가기 시작합니다. 이 바람에 진기명기도 아니고 말이지요.
    순간 아내에게 형제섬 첫 입질이 들어옵니다.


    떠오르는 태양 아래 제법 손맛을 느끼는 아내

    첫수로는 준수한 씨알의 독가시치가 올라옵니다. 에잉~ 바늘을 삼켜버렸네요.
    입질이 집중되는 아침에 저리 올라오면 괜시리 바늘 묶다 마음만 급해지지요.
    독가시치를 낚시 막판에 잡았다면 챙겼을텐데 오늘은 종일 낚시합니다. 그때까지 살릴 자신이 없어 방생하고요.


    연속으로 입질 받는 아내, 이번엔 벵에돔 낚시의 불청객인 황줄깜정이가 올라옵니다.
    이후 우리부부는 연속으로 독가시치와 황줄깜정이의 입질을 받으며 손맛만 즐기고 있었지요.


    너울이 때때로 낚시자리를 위협하지만 전방에 있는 홍합여가 방파제 역할을 해주고 있다, 제주도 형제섬

    전방에 안테나 여와 멀리 산방산이 보인다

    그림같은 풍경속에서 벵에돔 낚시, 제주도 형제섬에서

    아내는 독가시치만 나온다며 자리를 오른쪽 끝으로 이동합니다.
    저랑 같이 낚시하기 싫은가봐요? ^^;


    처음 시전한 천조법 첫수로는 동갈치가 주인공이 되었다

    아열대성 어종인 황줄깜정이, 제주도 형제섬에서

    아침부터 입질들이 굉장합니다. 거의 담그면 나오는 수준.
    대부분이 독가시치(따치), 황줄깜정이가 주류이고 벵에돔은 아직 소식이 없는 상황. 
    장갑을 자세히 보면 황줄깜정이가 응아를 흘리는 걸 볼 수 있는데 냄새가 고약합니다. 회는 살아있을 때 바로 손질해서 먹으면 된다고 하며, 일본에선
    소수지만 황줄깜정이만 낚으러 다니는 마니아가 있다고 해요. 다음에 이 녀석이 잡히면 실험삼아 회를 떠서 시식기를 올려보겠습니다.


    발 밑에 씨알 좋은 독가시치를 걸고 파이팅 중인 서귀포 현지꾼

    오전 8시가 되자 두 분이 더 오셨어요.
    한분은 고수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서귀포 현지꾼이고 다른 한분은 서울에서 제주까지 1박 2일로 출조오신 분인데 오시자마자 "혹시 입질님 아니세요?"
    라고 말하셔서 살짝 놀라기도 했답니다. 우리부부의 얼굴이 인터넷 상에 많이 퍼지긴 했나 봅니다.
    아..이러면 안되는데~ 낚시 특성상 신비주의로 가기도 좀 그렇고 ^^;


    해녀들을 싣고 가는 배

    잘못했다간 해녀를 걸겠네 헉!

    해녀들을 가득 싣은 배는 전방 50m쯤에서 멈춥니다.
    그리곤 해녀들이 입수하기 시작하는데 마침 제 채비가 저곳을 통과하는 중이여서 황급히 걷어야 했습니다. 잘못했다간 해녀 낚을라 ^^;
    문제는 저곳에서 지속적으로 물질했다간 고기고 뭐고 다 달아날텐데..다행히 해녀분들은 형제섬 본섬쪽으로 이동하는군요.^^
    순간 아내가 "왔다!"를 외칩니다.


    몇 번의 실랑이 끝에 올린 녀석은 황당하게도..


    70cm급 동갈치를 잡은 아내, 제주도 형제섬에서

    원래는 저 표정이 아니였던거 같습니다. 황당함, 허탈함, 아쉬움이 교차되는 순간이였죠.
    그래도 카메라를 들이대면 미소로 확 바뀌는 아내의 표정. ^^


    몸통 굵기가 상당한 동갈치, 이빨이 날카로워 바늘빼기 집게로 처리 중이다

    옆쪽에서 조용히 낚시하시던 서귀포 현지꾼도 대를 세웠습니다.
    혹시 벵에돔의 입질이 터지나? 싶었는데 독가시치가 연신 물어재끼는 상황.
    발앞에 밑밥을 뿌리면 두 어종이 피어오르는데 씨알급 독가시치와 황줄깜정이입니다.

    이것들도 손맛은 제법이지만 여기까지 힘들게 온 만큼 대상어는 '긴꼬리 벵에돔'이 되겠지요.
    게다가 이 날은 서울에서 제주도로 여행 온 지인이 있어 저녁에 긴꼬리 벵에돔를 무한리필 해주겠다고 자신있게 말해 논 상태랍니다.
    설마 형제섬 넙데기까지 왔는데 꽝이야 치겠냐 하고 말이죠.^^;

    시간은 어느새 오전 9시.
    이른 아침부터 쉴새 없이 소나기 입질이 이어졌지만 벵에돔을 제외하고는 모두 나오는 상황. 옆에 분들도 상황은 비슷비슷합니다.
    발 앞에 몇 번 던져보면 씨알급 독가시치와 황줄깜정이가 물고 늘어져 몇 마리 손맛을 볼 수 있었지만 캐치앤 릴리즈만 할 뿐, 정작 살림망은 바다에 띄우
    지 못한 상황이였죠. 그렇다고 잡어를 피해 멀리 던지면 입질이 없고..

    조류가 원하는 방향대로 흘러주면 좋으련만 물빨이 약한지 자꾸 여를 감아 돌면서 안테나 여쪽으로 빠져갑니다.
    결국 멀리까지 보내지 못한 채비는 시커멓게 피어오른 자리돔에게 크릴을 빼앗기고 맙니다.
    저는 좀 더 무게가 나가는 찌로 교체한 후 최대한 원투하여 본류대에 태워보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주걱도 벵에돔용이 아닌 감성돔용으로 준비해 본류쪽
    으로 다량의 밑밥띄를 형성하려고 했지요. 마치 참돔 낚시하듯 말입니다.
    그렇게 무한 흘림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원줄을 주르륵 풀고나가는 입질이 옵니다. 챔질!


    형제섬 넙데기에서 낚은 첫 긴꼬리 벵에돔, 바늘 꽂힌 부분이 묘하다

    씨알은 형제섬 명성에 걸맞지 않은 25cm급 긴꼬리 벵에돔.
    하지만 이제부터 시작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이때부터 정신없이 입질이 이어지는데..


    젯방어

    방생하려는 걸 아내가 조려먹자고 끝내 말리는 바람에 살림망에 챙겨두고요.
    이후로 벌어지는 상황은 정말 안타까움을 넘어 공황상태에 빠져들 만한 일들이 벌어집니다.


    씨알급 긴꼬리 벵에돔을 걸고 파이팅 중인 아내, 하지만 이 날 총성을 몇 방 날렸는지 모른다

    씨알급 긴꼬리 벵에돔을 걸고 발 앞까지 끌고 오다 여에 쓸려 목줄이 팅~!
    이유는 파이팅하는 위치가 문제였습니다. 지금 상황은 만조인데 넙데기여의 구조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발 앞에 턱이 져 있어 벵에돔이 그쪽으로 파고들
    경우 최전방으로 나가서 싸워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따금씩 밀려오는 너울에 아내의 심리는 급격히 위축되었고, 이번 제주도 원정기에 장화를 준비하지
    못한 우리부부는(제주도에선 장화가 필수임에도 불구하고 총알을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한 어쩔 수 없는 방편입니다. 어지간한 장화 두 켤레면 30만원이
    넘어 엄두가 안나요.) 어쩔 수 없이 갯바위 단화를 신고 할 수 밖에 없는데 파도에 신발이 젖을 것을 염려해 후방에서 파이팅하다 저런 꼴이 났던 것입니다.


    대물을 걸고 파이팅 중인 입질의 추억

    그리고 이어진 대물 입질!
    최대한 원투하여 썰물조류에 채비를 태운지 1분여 지났을까?
    어차피 해가 정면이고 찌는 50m이상 흘러간 터라 찌를 보고 낚시한다는 건 의미가 없겠지요.
    그저 하염없이 풀려나가는 원줄만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미친듯이 풀려나가는 원줄. 저는 베일을 닫은 동시에 챔질을 하는데 워낙 입질이 강해 자동 챔질!


    갯바위 아래로 처박는 대물의 입질, 제주도 형제섬에서

    대를 세워보니 이건 장난이 아니네...
    이곳에서 낚시하다 보면 대형 부시리나 다랑어가 곧 잘 입질한다지만 이렇게 처박는 힘은 100% 긴꼬리 벵에돔아니면 씨알급 돌돔이 분명.
    하지만 전방 60m쯤에서 받은 입질이였고 가벼운 채비라 중층에서 물었다는 걸 감안한다면 일단 돌돔은 아닌듯 합니다.

    저 자세를 취해 본지가 얼마만인지..
    대를 통해 느껴지는 전율은 제 팔을 짓누르듯 강한 압박으로 내리 꽂았습니다. 마치 팔씨름하는 기분이네요.
    저는 조금이라도 여유를 주지 않으려고 낚시대를 최대한 높이 세워보지만 이 녀석도 무지막지하게 처박습니다.
    저는 이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허리춤에 메고 있던 카메라를 아내에게 건냈습니다.
    그 과정에서 모자끈과 카메라끈이 엉켜 잠시 어영부영하는 사이 고기는 제 낚시대를 사정없이 빼앗아 갔습니다.

    빼앗긴 낚시대를 복원하기 위해 순간적으로 LB(레버 브레이크)를 두어번 정도 풀어주고 다시 끌어 올리는데 아..이 힘은 그래 생각났다!
    작년 격포에서 오짜 감성돔을 낚았을 때가 생각났는데 이 녀석 힘은 그보다 더 쎄니 모르긴 몰라도 4짜는 확실히 넘고 5짜는 글쎄?인 정도의 긴꼬리 벵에돔
    임이 분명합니다. 레버 브레이크를 쥔 손가락에 힘을 살짝 놓자 미친듯이 역회전하며 풀려나갑니다.
    한 손은 그렇게 적당한 압력으로 레버를 쥐고 있었고, 다른 한손은 낚시대 그립 끝 부분을 지탱하며 버티기에 들어가는데 "잘하면 먹겠다" 싶은 생각이 드는
    순간 낚시대가 뒤로 솟구칩니다. 상황종료....;;;

    걷어보니 바늘 위 목줄이 깔끔하게 잘려 나갔군요. 제 목줄이 1.7호라 충분히 먹을 수 있었는데 이빨에 잘리다니.. 
    챔질 타이밍도 다소 느렸지만 바늘 크기도 문제입니다. 벵에돔 6호 바늘이 평소엔 큰 편인데 여기선 어림도 없네요.
    이후 긴꼬리 전용 바늘 7호로 교체한 후 제차 던져보는데 또 원줄이 와락~~하며 풀려나갑니다. 챔질!

    아~! 이녀석도 장난이 아니네..
    아까것 보단 작은 녀석인데 그래도 35이상은 될 법한 긴꼬리 벵에돔. 그런데 발 앞에서 처박자마자 낚시대가 펴지고..
    올려보니 또 바늘 위 목줄이 나갔습니다. 이쯤되니 멘탈붕괴입니다.

    "이게 다 카메라 때문이다."

    그 놈의 사진촬영만 아니였으면 파이팅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었것만 괜히 사진찍는다고 설쳤다가 이도 저도 아닌 꼴이 되버렸으니..
    저는 재빨리 바늘을 묶고 다시 던져보는데 잠시 후 홍합여 앞 부분에서 쪽~ 하고 가져가는 입질을 받습니다. 
    그런데 챔질하는 순간 낚시대가 펴지네요? 그리고 릴을 감는 손에는 그 어떠한 무게감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 자리에 찌만 동동 떠 있군요.

    "도대체 이건 무슨..."

    채비를 걷어보니 원줄만이 바람에 날리며 직결 부분이 힘없이 풀려나 있음을 알았습니다. 
    이후 같은 상황이 또 다시 벌어졌습니다. 강력한 힘을 느낄 새도 없이 힘없이 풀어진 직결에 10m짜리 목줄도 잃고 찌도 몇 개 잃었습니다.
    무슨 도깨비에 홀린 듯한 낚시를 하네요. 저는 그동안 전차매듭으로 직결을 해왔었는데요.
    지금까지 아무 이상없이 잘 쓰던 직결법인데 대물 입질에 힘없이 풀려지는 걸 보고 8짜 직결법으로 바꿨답니다.
    아마 매듭법이 이상해서라기 보다는 제가 그 날 잘못 묶었다고 생각은 되지만 왠지 찜찜한 기분은 감출 수 없더군요.
    이런 어이없는 실수에 모처럼 받은 대물마저(제 기록어가 될지도 모를) 놓쳐버리니 순간 힘이 빠지면서 짜증이 밀려옵니다.
    그러면서 저를 향한 조롱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메아리치기 시작하는데..

    "입질의 추억, 이제는 줘도 못먹나?" 


    반면 아내는 잔씨알이나마 긴꼬리 벵에돔을 낚고 있습니다.
    잔씨알이라곤 하나 여기선 최소가 25cm.



    10m의 목줄과 찌 두개를 홀라당 날린 저는 찹찹한 기분으로 채비를 다시 꾸리는데..
    그 사이 아내가 제법 준수한 씨알의 긴꼬리 벵에돔을 걸었습니다.
    옆 사람 채비와 엉킬까봐 낚시대를 눕히며 파이팅하는 아내. 그런데 이녀석, 여뿌리에 박더니 나오질 않네요. 
    아내는 대를 요리저리 휘저어 보지만 요지부동 상태.

    녀석이 빠져 나올때까지 잠시 휴식아닌 휴식을 취하고 2분 가량 지났을까?
    대를 들어보니 "나온다~나온다"하는 겁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낚시대는 하늘을 향해 그대로 펴지고 말았습니다.
    올려보니 바늘 위 목줄 부분이 깔끔하게 잘려나간 상태.
    여기까지는 그럭저럭 해볼만 했습니다. 다시 채비를 만들어 던지면 되니까요.
    그런데 이후에 벌어지는 상황은 그야말로 곤혹스러움, 당황, 굴욕의 연속이였습니다.^^;
    그것이 뭣이냐면...

    시간은 어느덧 오후 1시, 간조에서 초들물로 바뀌자 전방 20m 지점에서 뭔가가 시커멓게 피어 오릅니다.
    그리고 옆 조사님들은 연신 낚기 시작하는데 씨알은 잘아도 긴꼬리 벵에돔이 수면 가까이 피어오른 것입니다.
    우리부부는 재빨리 0(제로)찌로 바꾸고 목줄도 짧게 1.5호로 낮춘 뒤 수면에 피어오른 벵에돔떼를 노렸습니다.

    그런데요. 어찌된 일인지 이놈의 벵에돔들이 밑밥만 줏어먹고 미끼는 건드리지 않네요. 지난번 여수때와는 상황이 달랐습니다.
    벵에돔이 아무리 영특하고 경계심이 강하다지만 문제는 우리만 입질을 못받는 다는거예요.
    물론 위치상의 유불리도 있고 밑밥이 분산됨에 그럴수도 있지만 맨 끝에 계신 서귀포 조사님은 두번 캐스팅에 한마리 낚고, 옆쪽 서울 조사님도 네댓번
    캐스팅에 한번은 입질을 받는 상황인데 우리부부만 입질이 전무하다는 건 그야말로 충격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채비도 거의 같은데 말이지요.

    "이건 완전한 공황상태"

    저는 저도 모르게 아내에게 짜증을 부렸고 급기야 갯바위에서 부부싸움이 벌어지는 순간입니다.
    이후 우리부부는 지금 이 상황에 대해 철저히 원인 분석을 하였고 지금은 왜 그랬는지 어느정도 답을 구한 상태입니다만 당시엔 정신이 없었지요.
    그리고 그놈의 사진 때문에 될 낚시도 그르치고 말았으니 이 위기를 어떻게 타파해야 할까?
    제주도 형제섬에서 긴꼬리 벵에돔 낚시, 다음 편을 보실려면 여기를 클릭!

    PS : 이 일이 있은 후 처음으로 카메라 내팽겨치고 숙소앞 무명 포인트를 다녀왔습니다. 나홀로 출조하여 3시간에 23~27cm 벵에돔 십여수하고
           돌아와 혼자 한라산 흰물에 세마리를 썰어 묵고 잠들었습니다. 촬영없이 낚시하니 너무너무 편해 이거 고민 좀 되는데요.;;
           그 와중에 폰카로 찍은 몇 장 가지고 나중에 조행기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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