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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를 즐기는 사람은 크게 두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잘 먹고 잘 놀다 오는 사람, 오로지 낚시에만 집중하는 사람.
저는 후자에 속한답니다. 물론 선상이나 좌대낚시를 가면 이런 저런 먹을꺼리를 싸가는 편이지만 갯바위 낚시
만큼은 짐도 최소화 해야 하고, 아무래도 원정 낚시다 보니 먹을 시간 마저도 아깝습니다.
이상하게 갯바위에 서면 배가 고프지 않더군요.^^
그렇다곤 하나 이번에 긴꼬리 벵에돔을 노리고 간 형제섬 낚시는 개인적으로도 "좀 심했다" 싶을 정도였습니다.
김밥을 싸들고 왔지만 12시간 동안 갯바위에서 물 한 모금도 안 마시고 엉덩이 한번 땅에 붙인적이 없으니 이건
누가봐도 무모한 낚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여기엔 그럴만한 사연이 있었답니다.
오후 2시, 긴꼬리 벵에돔이 수면에 피어 오른 상황
새벽 6시부터 시작된 낚시는 오후 2시가 지나도 그칠 줄 몰랐습니다.
중간에 물 한 모금, 김밥 한 조각을 먹을 수도 있었지만 심리적으로 그럴 여력이 없었던거 같습니다.
이른 아침에 연속으로 받은 대물을 터트리고, 아내도 애써 받은 입질을 놓치는 등 이 날은 어딘가 모르게 낚시가 안풀렸지요.
게다가 사진상엔 잘 안보이지만 무수히 많은 긴꼬리 벵에돔이 수면 위로 피어 오른 상황임에도 입질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
문제는 옆 조사님들은 연신 낚는데 우리만 입질을 못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약이 바짝 오른 아내는 슬슬 뿔이 나기 시작했고, 저 역시 고개를 갸우뚱 거릴 수 밖에 없었죠. 그러니 이 상황에서 밥 생각이 날리 없습니다. ^^;
"이유가 뭘까?"
조력이 좀 되시는 분들은 채비나 운용에 문제가 있지 않겠냐고 하실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보기에는 아예 입질 자체가 없다는 점에서 석연찮은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오히려 채비에만 신경쓴 나머지 가장 중요한 부분을 놓쳤던 것입니다.
"혹시 크릴 상태가?.."
밑밥은 종일 낚시에 맞게끔 양을 잘 맞춰서 준비했는데 백크릴은 평소 낚시하던데로 한 덩어리만 준비한 게 큰 실수였습니다.
둘이서 열심히 끼우고 던지고를 반복하다보니 정오가 넘어가면서 크릴이 확 줄었습니다.
게다가 낚시하느라 정신 팔린 채 갯바위에 그대로 방치한 게 화근, 정오가 넘어서자 크릴은 급격히 말라가기 시작했고, 선도가 저하된 크릴은 안타깝게도
벵에돔의 입질을 받아 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크릴은 마르면 마를수록 가라앉지 않으므로 수중에서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미끼를 받아 먹는 벵에돔에겐
충분히 무시될 만한 대상이였던 거죠.
오후 3시, 함께 낚시하던 두분이 먼저 철수했다, 제주도 형제섬
지금까지 우리부부는 다른 사람과 더불어 낚시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답니다.
대부분 2인 1조로 내리는 갯바위에서의 낚시다 보니 아내의 경우 낮선 사람들과 한 자리에서 낚시하는 게 익숙치 않은 듯 합니다.
저희 둘 뿐이라면 서로 자리를 바꿔가며 찌를 흘리겠지만 다른 사람과의 유착관계에 있어선 좀 서툴지요. 그러다보니 옆 사람과 한 두번 채비가 엉키게 되면
이후 캐스팅을 하거나 찌를 흘릴 때 자기 페이스대로 하지 못하고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잠시후 서귀포 조사님과 서울서 오신 조사님이 나란히 철수합니다.
특히 서울서 오신 조사님은 저랑 아내와 번갈아가며 채비가 엉켰는데 누가 뭐랄것도 없이 자신의 채비부터 끊어버리는 매너에 죄송했답니다.
옆 사람과 채비가 엉켰을 때 자신의 채비를 희생시키는 게 쉬운일이 아니거든요.
이 자리를 빌어 서울서 오신 조사님께 죄송한 맘 전합니다.
제 기억으로는 두 분 조과가 25cm~30cm 벵에돔을 8~12마리 정도 하신걸로 알아요. 반면에 이 시각 우리부부의 벵에돔 조과는 단 두마리.
지금까지는 반쯤 말라버린 크릴로 낚시해 온 우리부부. 저는 철수하는 서울 조사님께 남은 크릴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부터 정상적인 크릴을 가지고 낚시에 임하는데..
"바로 입질이 오네.."
입질이 없는 동안 마음 고생이 있었는데 그 이유가 허무하게도 "크릴"일 줄이야.
요 근래 낚시했던 것 중에 가장 어이가 없는 실수가 아니였을까..
27cm급 긴꼬리 벵에돔을 낚은 아내, 제주도 형제섬에서
이른 새벽 김밥 몇 조각 먹고 시작한 아내, 그리고 두유 한 모금만 먹고 시작한 입질의 추억은 오후 4시가 넘어가도록 물 한모금 안먹고 엉덩이 한번 땅에
붙이지 않은 채(솔직히 앉을 곳도 없습니다.) 말 그대로 미친 낚시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러다 탈진하면 어떡하나?
신선한 크릴로 바꿔 꿰자 이제서야 입질을 받기 시작했으니 마음 고생은 덜었는데, 문제는 지금부터 무진장 바쁜 낚시가 시작되니 더더욱 밥 먹을 시간이
없었답니다. 종일 뙈약볕에 노출된 김밥은 상태가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우리의 관심사가 아니였습니다.
이때부터 한시간 가량은 아무런 제한없이 원없는 낚시를 하였습니다.
날쌘 긴꼬리 벵에돔의 입질에 손맛을 만끽하는 아내
들물 조류에 태운 찌는 해가 지고 있는 쪽으로 흐르면서 보이지 않았지만 입질을 파악하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원줄이 드르륵~! 하고 풀리는 시원한 입질에 대를 세우면 여지없이 물고 늘어지는 긴꼬리 벵에돔들..
다만 수면에 피어 오른 녀석들이다 보니 대부분 30cm 미만인 게 아쉬울 뿐..
"낚고.. "
"또 낚고"
"계속 낚습니다."
벵에돔이 피어오르는 상황에서 딱히 기술이 필요할까.
0(제로찌)를 달고 목줄을 가늘고 짧게(약 2.5m)한 다음 아무런 봉돌도 물리지 않은 채 던지면 채비가 자연스레 가라앉으면서 입질로 이어지는..
중간에 뻘짓만 하지 않는다면 몇 마리고 낚을 수 있는 꾼으로선 가장 이상적인 상황입니다.
하지만 저는 뻘짓을 하고야 말았습니다. 벵에돔이 연신 물어대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뻘짓이 있으니..
"이렇게 기념 사진을 찍고야 말았습니다"
저는 사진을 찍으면 찍을수록 벵에돔이 한 마리씩 물건너 갑니다. 여기에 대해선 길게 안쓰겠습니다.
특히 DSLR을 하루종일 메고 일일이 촬영해가며 낚시한번 해 보십시요. 마릿수가 나오나..
하지만 저는 제주도에 있는 동안 혹은 앞으로 낚시를 하면서 기여이 두마리 토끼를 잡을 것입니다.^^
"사진과 마릿수는 서로 어울릴 수 없는 관계"
라고 하지만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서 스타크래프트의 김택용 선수 뺨치는 멀티테스팅을 요구할지라도 저는 사진을 절대 포기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사진없는 조행기는 생각할 수 없을 뿐더러 제가 지금까지 블로그를 통해 어필해 온 것 또한 사진이였기 때문에..
결국 멀티테스킹 능력을 키울 수 밖에 없다면 그리 해야겠군요.
이따금 관광 유람선이 지나갈 때면 먼저 손을 흔들어 주는 아내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제주도 형제섬에서의 낚시 촬영은 나의 마지막 파이팅 장면을 끝으로 마무리 하였다
중간에 제가 낚은 장면들은 모두 생략하였습니다. 제가 카메라를 들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발판 안좋은 갯바위에선 카메라 넘겨주기가 힘들어 유난히 아내 사진이 많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활성도를 보인 벵에돔은 어느새 쑥 들어가고 입질이 끊겼습니다.
이후 몇 번 던져보고 입질이 없자 저는 0(제로)찌에서 0C(제로씨)찌로 채비를 교체하였습니다. 그리고 캐스팅을 한 후 약 15초가 흘렀을 즈음 또 다시
벵에돔이 빨고 들어갑니다.
오늘의 마지막 벵에돔입니다.
송악산 뒷편으로 저무는 태양
철수하며 바라본 형제섬 넙데기, 2~3평 남짓한 곳에서 12시간을 낚시했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하다
아침에 만조시간 때 진입했는데 철수할 때 다시 만조가 되었습니다.
물 한 모금 안마시고 엉덩이 한번 땅에 안붙인..장장 12시간에 걸친 낚시이자 싸움이였습니다.
그것은 벵에돔과의 싸움이 아닌 제 자신과의 싸움이였습니다.
수면 가득 메워버린 엄청난 군집의 벵에돔 떼
항으로 돌아가는 도중 선장님은 갑자기 배를 멈추더니 저보고 바다를 보라는 것입니다.
영문도 모른 채 바다를 바라보는데...사진상으론 잘 보이지 않지만 수면이 튀면서 뭔가 검은 물체들이 드글드글하는 걸 봤습니다.
엄청난 군집의 벵에돔 떼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해가 저무는 시각이여서 벵에돔들이 수면으로 피어 오른 것으로 보입니다.
잔씨알은 방생하고 챙긴 25~30cm의 긴꼬리 벵에돔, 대부분 철수 한시간 전에 잡았다
정작 벵에돔이 수면 가득 피어 올랐을 땐 한 마리도 못 낚다가 선도 좋은 크릴로 바꾸고 나서야 입질을 받았습니다.
다시한번 크릴의 중요성을 세삼스레 느낀 하루였습니다.
굵은 소금 뿌려 팬에다 튀긴 긴꼬리 벵에돔
토치로 껍질만 익힌 긴꼬리 벵에돔 숙회
긴꼬리 벵에돔 매운탕까지 3종 코스가 한자리에 모였다^^
12시간 동안 식음전폐 낚시하며 얻은 교훈은 의외로 컸습니다.
초반에 대물 몇 방 터트리고 아내도 비슷한 상황을 겪고 난 후 짜증으로 변해버린 형제섬 낚시.
평상심을 잃으니 말라비틀어져 맛이 간 크릴이 눈에 보일리 없겠지요.
크릴의 선도가 중요함은 말할 것도 없지만 그보다 더 중요했던 것은 "심리적으로 안정을 되찾는 것"이였죠.
낚시도 분명 페이스가 있습니다. 안낚일 땐 뭘 해도 안낚이다가도 한번 낚이면 줄창 낚이는 경향이 있는데 이때 중요한건 아무리 상황이 어렵고 잘 안풀리
더라도 자기 페이스를 유지해가며 심리적으로 동요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사실 말이 쉽지 실제로는 어렵습니다.
이번 낚시를 통해 '마인드 컨트롤'의 중요성을 세삼 깨닭습니다.
바다낚시는 생각외로 많은 것을 우리에게 요구하는 군요. ^^;
낚시 촬영과의 협상 테이블은 없습니다. 조과가 떨어지더라도 저는 촬영을 해야 겠습니다.
막판에 입질 받고 올릴 때도 좋은 그림이 많았지만 아침처럼 촬영에 열중하다 낚시를 그르칠 것을 염려해 촬영 자체가 굉장히 위축되었죠.
이 부분은 생각 좀 해봐야겠습니다. 영리하게 촬영을 할 수 있는 방법을 말입니다. 한꺼번에 몰아서 찍던가..
이 날은 서울에서 제주도로 내려온 네이버 사진 블로거이신 "프리파크"님 부부를 숙소로 모시고 함께 저녁을 들었습니다.
이 분들과의 인연은 참 묘하지요. 캐나다 여행 중 우연히 만나질 않나, 제주도에서 만나질 않나..
서로 사는 동네가 아니라면 어디서든 만날 것만 같습니다.^^;
어쨌든 이 날은 긴꼬리 벵에돔을 가지고 급하게 한상 차려봤답니다.
특히 매운탕이 맛있다며 연신 수저를 가져가는 제수씨(사진상으론 맛없어 보이는데 실제론 국물이 희한하게 달고 맛있었어요.^^)
회가 맛있다며 남은 한 조각까지 샥~비우고 가신 프리파크님.
다음날, 우리부부는 살아생전 낚시대를 한번도 손에 쥔 적이 없다는 이들 부부를 모시고 숙소 근처 방파제를 찾았습니다.
"손맛이란 이런거야!"를 느끼게 해주고 싶었죠. 그런데 낚시엔 관심없는 듯 연신 사진만 찍던 프리파크님은 머리털 나고 첫 캐스팅에서 큰 고기를 잡습니다.
이후 표정이 쌱 달라지더군요. 이제 큰일 났습니다.ㅋㅋ 다음 회가 궁금하시면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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