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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귀한 손님이 저희집을 다녀갔습니다. 본가가 삿뽀로였던 이 아가씨는 아내와 각별한 인연이 있었던
친구이자 동생인데요. 내내 한국에 살다 최근 1~2년 동안은 본가에 있었기에 한동안 연락이 뜸하고 볼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최근에 다시 만나게 되었는데요. 오래간만에 연락이 닿아 기분좋은 만남을 가지고 온
아내는 이사온지 얼마 안된 우리집으로 초대를 하였습니다.
"한국을 떠나 있을 때 가장 먹고 싶었던 음식이 있으면 말해줄래? 내가 해줄께^^" 라는 아내의 말에
돌아온 답변은 다소 의외였어요.
그것은 바로 "닭볶음탕" ^^
"닭볶음탕이 먹고 싶다고? 매울텐데 괜찮아?"
"저 매운거 잘 먹어요 ^^"
오호..그래서 오늘의 메인은 닭볶음탕으로 결정!
하지만 일본인이라서 조금 덜 맵게 한다거나 그런거 없이 우리가 먹는 그대로의 닭볶음탕으로 만들어 대접해보기로 하였습니다.
먼저 미니 카프레제를 만들텐데요. 적당히 썬 후레쉬 모짜렐라 위에 직접 키운 바질잎을 얹구요.
역시 베란다 텃밭에서 딴 방울 토마토를 꼬치에 끼웁니다.
생 바질잎이라 향이 상당히 진하기에 요 부분은 주의를 해야겠더라구요. 몇 번의 시식을 했을 땐 후레쉬 모짜렐라의 고소한 맛은 없고
바질향만 입에 남기에 최대한 작게 잘라넣고 모짜렐라 치즈는 약간 두께감 있게 썰었더니 얼추 맛의 균형이 맞았어요.
그리곤 카프레제에 뿌릴 발사믹 소스를 뿌려 접시에 올리면
미니 카프레제 완성 ^^
꼬치로 끼워 한입꺼리로 만든 카프레제예요. 요건 아내의 아이디어~!
라곤 하지만 아마 인터넷에 찾아보면 아마도 있지 않을까 생각되구요.
저는 인터넷에서 절대 찾을 수 없는 메뉴를 하나 만들기로 하였습니다. 아마 그럴 수 밖에 없을꺼예요 ^^;
지난번 포스팅을 올렸던 건데요. 전에 격포로 갯바위 낚시를 갔다가 잡은 45cm급 자연산 감성돔을 이용해 만든 생선 고로케예요.
한쪽 포를 갈아서 넣고 여기에 다진 파, 당근, 양파, 그리고 소금과 후추에 정종으로 간을 맞췄어요.
나머진 고로케 만드는 방법과 같습니다. ^^ (관련글 : [생선 고로케만드는법] 자연산 감성돔으로 만든 고로케)
짜잔...!! 좀 단순해보기인 하지만요. 곁은 바삭 속살은 부드러운 생선 고로케가 되었습니다.
이제 손님맞이 음식 마무리를 지을 하우스 셀러드예요.
제가 올리브를 너무 좋아해 많이도 뿌렸는데 오늘 오실 아가씨는 입맛에 맞을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얼마전 마트갔더니 오겹살로 만든
베이컨을 팔더라구요. 두께가 정말 상당했던 베이컨인데 그걸 최대한 얇게 잘라서 넣어봤어요.
일본인 아가씨가 먹고 싶다던 닭볶음탕도 완성되었습니다.
평소에 우리가족이 먹던 그 모습 그대로예요. 어쩌면 자비가 없을지도 모르는 매운 맛의 향연을 오늘 체험하고 갈지도 몰라요.
그래도 죽을 정도로 맵진 않습니다. ^^ 우리가 흔히 먹는 닭볶음탕으로 적당히 맵구요. 양파를 넣어 살짝 단맛도 나는 그런 닭볶음탕입니다.
하지만 이게 일본인들에겐 엄청 매울텐데...약간 걱정도 듭니다.
그러고보니 오늘 음식은 생선 고로케 빼곤 전부 아내가 손수 만들었어요. 전 도와준게 별로 없는..(사진만 찍어대니 ㅎㅎ)
그러고보니 초대상이 왜 이리 심플해진건지 ^^;
이윽고 손님이 오고 차려진 상이 신기한건지 기념으로 사진을 찍는 아가씨.
"너 혹시 블로그하니?"
블로그는 없고 미니홈피가 있지만 그것도 잘 안한다던..그냥 좋아서 기념으로 남겨둔다는 그녀입니다.
사실 시간이 많지않아 많이 못차렸는데도 좋아해주는 모습이 고마웠어요.
정신없이 먹다가 미처 사진을 찍지 못했지만 아내가 해준 닭볶음탕 두그릇을 해치웠답니다. ^^
"좀 매울텐데 괜찮아?" 라던 아내의 말에 "조금 맵긴한데 넘 맛있어요" 라고 하는 그녀.
매워서 중간에 물도 마실법 한데 거의 한 모금도 안마시고 끝까지 비워버리는 그녀에게서 수년간 한국생활을 해온 연륜을(?)
느낄 수 있다고나 할까요. 예전에 일본인 친구들에게 오징어 짬뽕을 끊여 준 후 반응이 생각납니다.
(관련글 : 일본인 친구 내가 끓여준 라면 먹고 운 사연)
왠만한 한국음식은 거의 섭렵하고 또 한국문화와 한국음식에 푹 빠졌다는 일본인 아가씨입니다.
나중엔 닭볶음탕에 밥을 비벼서 먹기도 합니다. 뭔가 제대로 먹을 줄 아는거 같습니다.
그래도 숙녀인데 아내가 많이 먹으라며 공기밥을 산적밥처럼 가득 담은거예요. 남겨도 된다고 했지만 그걸 남기지 않으려고 하더니
결국은 다 비웠습니다.
근데 왜 하필 닭볶음탕이 먹고싶어진걸까?
특별한 이유 보단 잠시 일본에 갔을때 생각났던 음식이라고 해요. 그리고 아내와 함께 자취생활을 했을때 아내가 해준 닭볶음탕을
먹어본 적이 있어서 생각났던건지두요.
사실 이 일본인 아가씨와의 인연은 좀 각별하였습니다.
4~5년 전 제가 지금의 아내와 연애를 하던 시절로 얘기가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그 당시 아내는 집이 포천 근방이라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기엔 버거운 거리였어요. 그래서 제가 사는 동네 근처로 자취방을 얹어 거기서 살았는데 반지하 단칸방엔 많은 룸메이트들이 거쳐갔습니다.
처음 자취 생활을 할 때 아내는 대학친구들 두명과 한방에서 함께 살았어요. 갓 졸업한 여대생들이 본가와는 멀리 떨어진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해야하기에 1~2년이라도 지낼 수 있는 방이 필요했거든요. 그래서 이 친구들끼리 돈을 모아 방 하나를 얹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셋이 지내다가 한 친구는 시집가서 나가고, 또 한 친구는 직장을 옮겨서 나가게 되어 결국 아내 혼자 남았는데 이때 이 아가씨가 우연히
룸메이트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이 친구 갠적으로 참 대단하다고 느낀건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바로 한국으로 건너와 살게 되었는데.
정말 아무런 연고도 없는 한국에서 하숙생활을 하면서 대학을 다니고 있습니다. 지금도 서울의 모 대학을 다니고 있는 여대생인데
내년에 졸업을 앞두고 있거든요. 그 사이 방학기간 동안은 일본을 오가면서 아르바이트도 하고 그랬겠지만 한번은 하숙기간이 끝나고
재계약을 해야 하는데 금전적으로 좀 저렴한 곳을 찾다가 우연히 아내의 자취방으로 들어오게 되었답니다.
그 곳에서 약 3년 가까이 살면서 아내와 급속도로 친하게 되었어요.
원래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일본인이 누구와 함께 한방에서 지낸다는건 사실 꿈도 못꿀 일이였습니다. 당시 처음 방으로 들어올때만 해도
아내와는 서먹서먹한 잘 모르는 언니 정도였거든요. 근데 어떻게 함께 한방에서 먹고 자고 하면서 지낼 수 있었을까?
이유는 모르겠다고 해요. 낮설긴 해도 왠지 언니 성격이 좀 유둘유둘한 면도 있고 어지간해선 까탈스럽지 않아 참 편했다고 합니다.
그래도 맨 처음 결정은 쉽지 않았을텐데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있었을까?
그땐 제 동생의 여친이였거든요. 지금은 아니지만 ^^;
정말 오래간만에 재회한 두사람.
왠지모를 묘한 분위기가 느껴질...수 밖에 없을거 같아요. 두 사람에게 허락받고 올린다지만 사적인 이야기는 일단 여기까지만 ^^
매운 닭볶음탕을 먹었기 때문에 입안을 깔끔히 정리해주는 디저트가 필요했어요.
포도와 미니 카프레제가 오늘의 후식입니다. 그리고 탄산이 없는 중간 단맛의 화이트 와인.
막상 먹어보니 4단계쯤 되는 단맛이였지만 오늘의 후식들과 함께 먹기엔 산뜻하고 기분좋게 만드는 깔끔한 와인이였습니다.
아내와 3년 동안 동거동락하면서 숱한 애피소드가 많았어요. 이걸 포스팅으로 쓰면 정말 한바가지 나오겠지만..
이젠 그 기억도 가물가물해져 갑니다. 주로 한국인과 일본인의 사고방식과 문화에서 오는 차이인데요.
한번은 아내가 해준 카레라이스를 먹다 겪는 문화적 차이였어요. 밥에다 비벼먹는 모습을 보고 일본인 아가씨는 "이건 덮밥으로 떠 먹는건데"
라고 하자 아내는 "아니야 이건 비벼먹어야 제맛이지"라고 받아쳤어요.
"아닌데..언니 이건 떠 먹어야 맛있어요.", "아니라니깐..한번 비벼서 먹어봐 맛있다니깐" 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서로 자기네 나라의 음식을 해주면서 쌓아온 우정이 많았습니다. ^^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면 또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는 그녀. 아무쪼록 한국에서 얻은 경험과 지식 잘 살려서 본인이 원하는 행복한 삶을
고국에서 찾을 수 있길 바랍니다. 물론 아내와의 우정은 계속해서 다져나갔음 좋겠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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