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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이 날도 하루종일 낚시하고 꽤재재한 모습으로 돌아옵니다.
주차장에서 집으로 무거운 아이스박스를 매고 낑낑거리며 엘리베이터를 탑니다. 누가봐도 낚시하고
온 사람이라는걸 알아차리겠지만 몸에서 비린내가 풀풀나는 상황이라 어느누구와도 마주치고 싶지
않습니다. 다행히 퇴근시간인데도 홀몸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 현관에 들어섭니다.
오늘따라 무거운 아이스박스, 누가보면 고기 많이 잡은줄 알겠습니다만 실은 이게 다 얼음무게입니다.
몇 마리 안되는 고기를 횟감으로 살리다 보니 얼음무게만 늘어난것입니다. 맘 같아선 땀에 쩔은 낚시복
을 벗어 던지고 샤워실로 들어가고 싶지만 그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고기 손질입니다. 고기 손질부터
끝내놓고 샤워해야만 한꺼번에 비린내를 씻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순서가 바뀌면 샤워를 또 해야 하니깐요. ㅎㅎ
무덥고 후덥지근한 여름바다를 상대로 어렵사리 낚은 고기들입니다. 자연산 광어와 우럭들..
평소같으면 회를 쳐서 먹었겠지만 오늘은 좀 더 스폐셜하게 초밥을 만들어 먹고 싶어졌습니다.
안그래도 저녁을 굶어 배가 많이 고팠는데 이 녀석들 조금씩만 살점을 떼어다 만들어도 양이 꽤 나올거 같아요. ^^
우선 비늘을 벗깁니다. 근데 옆에서 지켜보던 아내의 표정이 안좋습니다.
"살살해라~ 비늘 다 튄다"
지금은 물 틀어놓고 하니 비늘이 덜 튀었지만 그것도 몰랐던 초보시절 무작정 싱크대에서 비늘 친다고 했다 여기저기 파편이 튀어
그릇이며 수저통이며 비늘이 안들어간데가 없었습니다. 또 이렇게 손질하면 비린내가 엄청 강해 몇 일 가기도 합니다.
광어도 비늘을 칩니다. 적잖은 분들이 광어는 비늘이 없는 줄 아시지만 요것도 잘지만 촘촘하게 박혀 있어 꼼꼼하게 벗겨줘야 합니다.
광어의 무시무시한 이빨..
이 녀석..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저 이빨로 잡아먹은 물고기가 몇 마리더냐..
척박한 바닷속을 살아가기 위해 저 이빨은 마르고 달도록 사용되왔겠지요.
이제 포를 뜹니다. 몸이 피곤해 컨디션이 안좋은데 이럴때 집중력이 틀어지면 자칫 안전사고가 날 수도 있습니다.
제 손 벌건거 보세요. 장갑을 안끼고 낚시했더니 저렇게 되버렸습니다.
들어오자마자 아내에게 초밥만들 밥 좀 짓고 촛물도 만들어 달라 부탁합니다.
하지만 아내는 제가 초밥 만드는게 달갑지 않은가 봅니다. 불만가득한 표정입니다.
"그냥 대충 회 떠서 먹음 안되? 나도 피곤하단 말야"
어쩌면 제 욕심이였는지 모릅니다. 낚시를 다녀와서 회 떠서 먹는 모습은 그간 포스팅을 통해 적잖이 보여드렸기 때문에 이번엔 초밥으로
보여주고 싶었는데 아내는 만사가 힘든 모양입니다. 그도 그럴것이..
"이 날 아내와 함께 낚시를 하고 왔기 때문에.."
왠만하면 제가 무엇을 만들든 환영하던 아내였지만 무더위 속에 왠종일 낚시를 했으니 지칠만도 합니다.
언틋보니 밥 양에 비해 촛물 양이 많은거 같아 한두주걱 정도 밥을 더 섞었습니다. 이제 재빨리 저어 초밥용 밥을 완성시킵니다.
이렇게 완성된 초밥 재료들은 모두 냉장고에 넣어두고 전 샤워를 하러 갑니다.
그렇게 초밥을 만들기 시작한지 한시간이 경과되서야 완성된 자연산 초밥 한상차림!
밑반찬은 그냥 냉장고에 있길래 같이 꺼내봤습니다. 그래도 초밥과 오이냉국은 의외로 어울리는 구석이 있더라구요.
이 모습을 보니 그간 힘든일도 샥 잊혀지는 듯 하지만 아내는 여전히 툴툴 거립니다.
"아 정말 밥 한끼 먹기 힘드네~ 담엔 초밥 만들지말자.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잖아"
".............."
그렇습니다. 아직은 초밥쥐는 실력이 부족해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능숙해지겠죠. 눈 한번 깜빡거리면 초밥이 완성되는 그런 경지가 되길 희망해봅니다. ^^;
그래도 아무렴 자연산 우럭과 광어로 만든 초밥인데 그 맛은 어디 가겠어요? ㅎㅎ
특히나 아내는 초밥을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이 자연산 우럭 초밥만큼은 정말 좋아하거든요.
아내와 함께 새벽에 일어나 낚시를 시작해서 어렵사리 잡은 수확물입니다.
바다가 준 선물이자 이중엔 아내가 잡은 우럭도 있기에 그 맛은 참 각별하겠지요. ^^
먼저 자연산 우럭 초밥 맛을 봅니다. 으흐흐~~ 얼마나 맛있을지 기대되는 순간입니다.
그런데..
"아.... 이럴수가..이건 아니자나 ㅠㅠ"
우리가 기대했던 자연산 우럭맛은 어디간걸까요? 지난번 봄에 나온 우럭은 정말 맛이 근사했었고 회맛을 잘 모르던 아내조차도
내가 먹은 초밥 중 최고였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었는데 (관련글 : 환상적이였던 자연산 우럭 초밥)
이건 정말 맹탕도 이런 맹탕이 없습니다.
"안되겠다. 회에다 조미료 쳐서 묵어야할 판 ㅠㅠ"
마치 회를 수돗물에 씻어서 먹는 기분이랄까.. 우럭 특유의 쫄깃함은 있었으나 여름이라 그런지 지방이 다 빠져 미식으로썬
빵점에 가까운 그런 회맛이였어요. 차라리 동네횟집에서 먹는 양식우럭이 이보단 낫겠단 생각입니다.
거기다 아내가 애써 맞춘 촛물 농도를 의심하고 두주걱 정도 밥을 더 섞어버린것도 초밥의 실패원인.
밥도 맹탕, 횟감도 맹탕... 하지만 고추냉이를 푼 간장에 찍어먹어 그나마 낫습니다.
역시 음식이란 제철을 무시할 수 없나봐요. 자연산이라고 무조건 맛있는건 아니라는 진리를 일깨워 준 하루였습니다.
그리고 함께 낚시해 극도로 피곤한 아내 기분도 앞으론 해아려줘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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