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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은 바다낚시를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커플을 모시고 숙소 앞 방파제를 찾았습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네이버 사진 블로거로 활동중이신 프리파크님과 와이프님인데요. 멀리 서울에서 제주도로
여행을 왔다가 저희부부와 하루 더 놀다가기 위해 항공편을 연기하기도 했답니다.
그래서 그때까지 무엇을 할까 생각하다 그래도 제주도까지 오셨으니 낚시체험 한번 해야겠죠.^^
"바다낚시라..?"
생각외로 좋은 반응이더군요. 특히 와이프분께서 더 적극적이셨으니 일단 우리만 믿고 방파제로 출발!
하지만 저는 기대감 보단 걱정이 앞섰습니다. 왜냐하면 이 날 기상이 안좋았기 때문에 낚시를 제대로 할 수 있
을지 반신반의 했거든요. 게다가 생애 처음으로 낚시대를 쥐어 보는 이들 부부에게 자칫 잘못했다간 이런 날씨
에 생고생만 시켜 낚시란 어렵고 지루한 취미구나 하는 인상을 심어줄까봐 걱정도 되었습니다.
과연 이들 부부에게 낚시가 재밌었을까요?
고내리 방파제, 제주도 애월
프리파크님 부부를 모시고 찾아간 곳은 숙소에서 자가용으로 5분 거리인 고내리 방파제.
어쩌면 이 일로 인해 '낚시입문'이 될 수도 있겠지만..^^ 처음 접하는 바다낚시이기 때문에 발판이 매우 편한 콩크리트 방파제를 선택하였습니다.
하지만 막상 방파제를 찾았더니 기상이 좋지 못합니다.
날씨는 화창한데 바람과 파도가 억쑤로 쎄 낚시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고민 되는군요.
일단 채비를 만들고 낚시대를 펴는 아내.
원래 낚시 포인트는 외항쪽으로 멀리 던져야 하는데 지금은 맞바람이고 이따금 너울파도가 덮치는 상황이여서 내항쪽으로 자리를 잡습니다.
미끼는 인근의 가게에서 산 크릴 한 각. 아내는 그것을 꿰어 시범을 보입니다.
그런데 쉽지 않네요. 너울이 내항 안쪽까지 밀고 들어오는 바람에 제주도 특유의 비취색 바닷물은 온통 흙탕물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렇게 뻘물이 지면 고기들도 시야가 흐려 미끼를 발견하기가 어려울텐데..
그래도 지금은 뭔가 대단한 것을 잡는다기 보다는 바닷속 생명체를 구경시켜 주겠다는 일념하에 시범을 보이고 있습니다.
처음 바다낚시를 접할땐 무엇이 잡히든 마냥 신기하고 재밌잖아요?
역시 이런 날씨에 낚시는 무리일까? 생명체가 보이질 않네요.
요즘 벵에돔 낚시에 자신감을 보이는 아내도 이런 상황에선 어쩔 수 없겠지요.
몇 차례 낚시대를 담궈보지만 채비는 그저 파도에 떠밀려 날리기만 할 뿐, 입질 받기엔 어려운 상황으로 보였습니다.
아내는 봉돌을 하나 더 달더니 발 밑에 있는 석축을 노려봅니다.
거의 구멍치기와 흡사한데 우럭이라도 뽑아내려는 걸까요? ^^
순간 입질이 왔는데 계속 놓치니..아내는 이 안에 뭐가 있다며 꼭 얼굴을 보겠다고 제차 담금니다.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입질!!!
허걱~! 아가야 벵에돔네요. 그것도 아가미 뚜껑에 검은 테가 선명한 긴꼬리 벵에돔입니다.
너무 귀엽죠? ^^
원래 조류타는 걸 좋아하는 녀석인데 파도가 쎄자 석축 안으로 들어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얼른 살려주고요~
이렇게 시범을 보이자 낚시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상승!
장갑을 낀 제가 미끼를 끼워주고요, 캐스팅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곧바로 실전에 돌입합니다.
처음 몇 번은 캐스팅이 익숙치 않아 실패했지만 금방 적응하는 모습을 보이는 제수씨.
몇 번 더 연습하면 캐스팅 잘할 것 같은데요. 의외로 낚시에 소질을 가지신건 아닌지 ^^
그리고는 조류에 태워 찌를 흘려보냅니다.
바람도 많이 불고 파도도 많이 치는 상황이라 처음 낚시를 접하기엔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래도 꿋꿋히 잘하고 계세요.
줄이 많이 풀려있으면 좀 감고, 저렇게 찌가 흘러가려고 할 땐 흘러가도록 줄을 풀어주고 하는 등의 기본적인 테크닉도 익혔습니다.
채비는 B찌 전유동으로 했는데 사실 낚시 입문자에게 전유동 채비는 많이 어렵지요.
중학교 과정을 건너 뛰고 고등학교 과정을 밟는 것과 비슷하지만 그래도 아주 잘 해내고 있습니다.
잠시후 찌가 스믈스믈 들어가는데..챔질!!
드디어 바다낚시 입문 첫 입질이 온 것입니다. 그런데 올라온 녀석은 황당하게도..
"이건 무슨 고기예요?"
문제는 저도 처음 보는 고기라는 사실.^^;
무슨 고기냐고 물어오는데 선뜻 답변을 못해주고 있는 입질의 추억.
자칭 걸어다니는 어류도감인데 오늘 망신을 톡톡히 당하는군요. ^^;
조금 당황스럽습니다. 도대체 네 정체가 뭐냐!!
당황스럽기는 나도 마찬가지야!!! 라며 얼빵한 표정을 짓고 있는 정체 모를 고기
일단 베도라치과 정도쯤 되는 고기인데 자세한 학명과 어종은 나중에 서울 올라가서 어류도감을 찾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 녀석은 빨리 살려주고요.
기상이 안좋다 보니 방파제서 낚시하는 사람은 우리팀과 저쪽에 한분이 전부이다
처음 바다낚시를 하는 이들에게 찌낚시는 다소 어려울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는 혼자서 배웠기에 적잖은 시간이 걸렸지만 이렇게 알려주는 사람이 있다면 금방 배우겠지요.
지금은 바람과 파도를 피해 내항으로 던지는데 멀리는 모래밭이다 보니 입질 받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은 발밑에 석축 구간을 노려봅니다. 찌매듭으로 수심을 설정해 놨지만 잘못하면 밑걸림이 생길 수 있는 구간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해서라도 입질을 받아야 그래도 바다낚시의 재미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아내도 합세. 두 여조사가 나란히 낚시에 몰두중입니다.
석축에 입질이 없자 차라리 모래밭으로 던지면 어떨까 싶어 조금 멀리 던지기를 주문하였습니다.
아무래도 모래밭에 던지면 보리멸같은 어종이 나올 수 있거든요.
그리고 잠시후 찌가 살짝 잠기는 듯한 입질이 오는데..
"이건 또 뭐지"
아니 이거슨~!!!
마트에서나 구경했지 실물로는 처음보는~!!!
진짜 보리멸이 올라왔군요.^^
마트 초밥 코너에 가면 보리멸 초밥이라고 꼭 빠지지 않는 단골 손님이죠.
이렇게 선도 좋은 보리멸은 실물로 처음 봅니다. 사실 찌낚시만 하다보니 보리멸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제주도와서 처음 구경하거든요.
뜻밖에 보리멸을 구경시켜준 제수씨에게 감사 ^^
이후 한마리를 더 낚아 두마리가 됐습니다.
수심을 깊게 줘서 모래바닥을 질질 끌었더니 게도 물고 나오는군요.
한동안 입질이 없어 지루할 만한 타이밍에 적절히 등장해준 게님!
잠시 자리를 비운 프리파크님, 게소식에 급하게 뛰어옵니다.
게가 크릴을 물고 올라온 모습. 어지간히 배가 고팠나 봅니다. ^^
이 정도면 게장 담가도 될 만한 씨알.^^ 얼른 놔주고요.
방파제 위에선 개산책이 한창이다.
누가 사진 블로거 아니랄까봐 지금까지 사진만 찍고 계셨던 프리파크님.
여태껏 뒷짐만 쥐다 처음으로 낚시대를 쥐어봅니다. 그리고 첫 캐스팅을 합니다.
너울파도에 흙탕물로 범벅이 된 제주바다에 생애 첫 바다낚시가 시작되는 순간입니다.
저는 속으로 초밥이나 만들어 먹게 보리멸이나 올라왔음 좋겠다고 생각했지요. 그렇게 흘린지 1분여 지났을까...
찌에 아무런 미동이 없어 걷어보라고 했는데.. 갑자기 낚시대가 춤을 춥니다?
"허걱~!!"
"우오오오~~ 럴수럴수 이럴수가!!"
머리털 나고 처음하는 바다낚시, 그것도 첫 캐스팅에 저런 녀석을 걸다니...
낚시대 휨새가 상당하군요. 저 녀석이 수면에서 라이징을 하며 난동을 부리자 그 전율이 그대로 손으로 마구마구 전해지고 있습니다.
낚시대를 부여 잡은 프리파크님의 팔은 자신의 의지가 아닌 저 녀석의 힘으로 휘청거리니...
그 표정엔 당황스러움, 긴장, 놀라움등이 마구 뒤섞인듯 보였습니다.^^
생애 첫 바다낚시, 첫 캐스팅에 숭어를 낚은 프리파크님
"이정도 되는 크기가 그리 힘이 쎌 줄이야.."
아니 누구는 바다낚시 입문해서 몇 번을 출조해야 겨우 낚을 수 있는 숭어인데 저렇게 날로 먹어도 되남?
숭어낚시 조사님들!! 이글을 보고 자신의 입문기를 회상하면 좀 억울하겠는데요? ^^;
날씨가 안좋아 제대로 된 포인트에서 낚시한 것도 아닌데 처음 해 본 바다낚시치곤 제법 솔솔한 재미입니다.
바다가 주는 의외성에 대해서도 세삼 느낍니다.
제대로 손맛을 본 프리파크님. 이후 바다낚시를 대하는 태도가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허리는 숙이고 고개는 쭉 내미는등 표정이 매우 진지해졌습니다.ㅋㅋ
손맛을 보기 전과 보고 난 후 달라진 변화
아쉬운대로 전갱이로 마무리한다
프리파크님 부부는 생애 첫 바다낚시가 생각보다 재밌었다며 그렇게 인사를 하고 서울로 돌아갔습니다.
시간이 있었다면 직접 잡은 걸로 회맛을 보고 갔음 좋았을텐데 낚시를 마무리하자마자 서둘러 공항으로 가셨습니다.
이 날 저녁메뉴는 숭어와 보리멸회가 되었다
결국 이들 부부가 낚은 것은 우리부부의 일용할 양식이 되었습니다.
기분이 묘하네요. 우리가 낚은것도 아닌데 우리만 먹을려니 ^^;
티끌한점 없는 새하얀 보리멸회.
마트에서 반쯤 묵은 푸석한 보리멸 초밥만 먹다가 선도가 살아있는 걸 먹으니 또 다른 느낌입니다.
식감도 탱글하고 잡내도 없는게 청렴결백한 맛이라고나 할까요.
바다낚시의 묘미!
일단 한번 손맛을 봐야 합니다. 손맛을 보면 십중 팔구는 태도가 달라지며, "손맛이 이런거였어?" 하며 빠져들지도 모릅니다.
그나저나 어떡하나요. 안그래도 낚시의 고향인 부산에 살고 계시다는 이들 부부.
조크인줄 알지만 지금 낚시대 하나 구입해 방파제 나가야 하나 고민중이라고 합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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