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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낚시했던 곳은 제주도의 대표적인 명소인 외돌개.
외돌개는 바다 한가운데 솟아있는 바위섬으로 화산활동으로 분출된 용암이 식어 형성됐다고 합니다.
관광지로도 유명한 곳이지만 실은 제주도 현지꾼들에게도 정평난 낚시 포인트지요.
단체 중국인 관광객을 비롯해 많은 여행자들이 찾는 외돌개에서 낚시가방을 메고 내려가는 우리부부.
그것을 신기한듯 바라보는 다수의 시선을 느끼며 그렇게 절벽아래로 내려갑니다.
언틋보면 도저히 사람이 다닐 수 없을 것 같은 해안가 갯바위. 그것을 타고 내려가려는 아내에게 보다
못한 관광객이 물어봅니다.
"여기 사람이 내려갈 수 있어요?"
물론 내려갈 수는 있지만 안전장구를 착용해야 하겠지요. 그런데 생각보다 길이 험합니다.
뭔가 착오가 생긴걸까? 그리하여 십여분의 "암벽등반(?)" 끝에 다다른 곳은 의외로 평평한 갯바위.
그곳에서 입질부부는 여러 어종들을 대상으로 낚시에 임해봅니다.
#. 지난 시간 이야기
지금은 "다시는 안가겠다고" 선언했지만 당시만 해도 "여기까지 왔는데 물릴 수도 없고.." 해서 울며 겨자먹기로 내려간 곳이였습니다.
보기에도 가파른 지형이였고 여성이 다니기에도 벅찬 곳이였지요.
그런데도 이곳을 선택했던 이유는 착오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외돌개 낚시 포인트는 여러 군데가 있는데 지인께서 알려주신 포인트가 이곳 인줄로
착각하고 내려갔던 것입니다. 저는 분명 "여성이 내려갈만 한 지형"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막상 가보니 그렇지 않았던 것이였죠.
알고보니 지인께서 알려준 포인트와 이곳은 위치상 차이가 있었던 것입니다.
요즘 시중에서 보기 힘든 오리지널 쥐치를 잡은 아내
그렇게 아침부터 비지땀을 흘리며 도착한 이곳은 의외로 평평한 갯바위.
오고 가는데만 수십분이 걸렸고 서로 잡아주고 들어주면서 어렵싸리 진입했기에 주어진 시간을 헛되지 않게 쓰리라 다짐하며 시작했던 낚시입니다.
조금 지나 아내와 저는 씨알 좋은 쥐치와 여러 어종들을 낚으며 분위기가 한껏 고조되는 듯 싶었습니다.
그렇게 이어지던 입질은 다시 소강상태로 접어들며 안개속으로 빠져듭니다.
원래는 벵에돔 낚시가 목적이였지만 현재 포인트 여건이나 물때로 보아 쉽게 잡혀줄 것 같지 않았어요.
그래서 꿩대신 닭으로 선택한 어종이 쥐치였습니다. 그것도 흔한 말쥐치가 아닌 오리지널 쥐치여서 힘들게 온 포인트에 약간의 위로가 되고있는데
순간 저에게도 입질이 옵니다!
미확인 물고기를 걸고 파이팅 중인 입질의 추억, 제주도 외돌개에서 갯바위 생활낚시
제로 계열의 전유동 채비에서 0.5호 반유동으로 바꾼 후 수심 6m를 주고 노렸는데 곧바로 입질이 닿았던 것입니다.
히팅 지점은 발 앞에서 고작 1m 떨어진 직벽.
갯바위 라인을 따라 천천히 흐르던 찌가 순식간에 사라지니 챔질 타이밍을 잴 것도 없이 곧바로 챘습니다.
초반에 힘쓰는 건 돌돔 뺨치듯 쿡쿡 쳐박더니 이내 항복하고 올라오는 녀석.
제주말로 논쟁이라 불리는 '아홉동가리'를 낚았다
아홉동가리는 겁 많게 보이는 얼굴에 섹시해 보이는 입술이 압권이다 ^^
이 고기는 실물로는 처음 보지만 어류도감에서 본 적은 있습니다.
표준명은 '아홉동가리'인데 제주꾼들은 논쟁이로 부르는 사실상 잡고기에 지나지 않습니다. ^^;
하지만 어디서나 쉽게 낚이는 녀석이 아니기에 나름 귀한 잡어라 할 수 있지요.
도감에서 나온 정보로는 '식용하지 않는다'라 써져 있지만 이 말은 앞으로 개편되면서 바꿔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도 제주도 횟집 수조에는 이 녀석들이 몇 마리씩 들어찬 걸 볼 수 있습니다. 본문 아랫쪽에 시식기도 함께 곁들였지만 맛으로 따지면 결코 천대받을
이유가 없는 잡어지요. 회를 치기에 앞서 취급만 잘한다면 말입니다.
작은 홈통을 공략하는 아내, 제주도 외돌개에서 갯바위 생활낚시
아내는 자신의 주특기인 벽치기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 곳 외돌개 포인트는 주변 수심이 상당히 깊습니다. 제가 선 자리만 해도 발 앞 수심이 어림짐작으로 7~8m는 족히 나옵니다.
이런 곳에서 특별히 벵에돔을 잡을 게 아니라면 굳이 먼 곳을 노릴 필요가 없겠지요. 아내가 선 자리 옆을 보니 매우 근사한 홈통이 있습니다.
규모는 작지만 갯바위가 뻗어나간 모양새를 보니 수중에는 왠지 굴이 있을 것 같은 그런 모양새를 하고 있군요.
실제로 이 자리는 야간에 '제주 다금바리'가 출몰하는 곳으로 현지꾼들이 생고등어 미끼를 이용해 다금바리를 잡는 포인트로 알려져 있습니다.
내게 낚시대를 넘겨 받은 아내는 전방 1m를 노리며 철저히 벽에 붙이는 낚시를 하고 있다
아홉동가리를 한마리 낚고 아내를 봤는데 잡으라는 쥐치는 안잡고 또 다시 벵에돔 잡이에 나서는 모습입니다.
저에게 "대상어에 집착하는 낚시가 낚시를 망친다"고 말한게 누군데 지금은 입장이 뒤바뀐 듯 합니다.
그리고 바다 상황을 보니 벵에돔은 갈수록 어려울 것 같아요. 아내는 먼 곳을 노려 힘들게 벵에돔을 잡는데 그래봐야 25cm 미만의 아기 벵에돔만 나오니
차라리 다른 어종을 노려보라며 제가 쓰던 낚시대를 건냈습니다.
지금까지 낚은 쥐치와 아홉동가리는 모두 화살표로 표시된 저 자리에서 나왔습니다.
갯바위에서 불과 1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인데 직벽인데다 수심이 깊어 철저히 벽쪽으로 붙여 확률을 높여봅니다.
낚시대 길이는 5.3m인데 발 앞 1~2m를 노리자니 협소한 공간에선 이것도 불편하네요.
옆으로 비껴서든가 아니면 저만치 물러나 하는 수 밖에 없겠지요.
아내의 낚시대를 건네받은 저는 쥐치 한마리를 끝으로 낚시대를 접습니다.
이제 밑밥도 동이 났고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밑밥통을 청소하고 철수준비를 하는 건데 이쯤되니 뭔가 아쉽군요.
이렇게 어렵사리 찾아 왔것만 쥐치 몇 마리 조황이라니..
아내도 낚시대를 접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제가 밑밥통을 씻고 철수 준비를 하는 동안에는 대를 접지 말라고 했습니다.
밑밥은 동이 났지만 수중에는 밑밥 효과가 남아 있을테고 무엇보다도 아쉬워하는 아내가 막판에 찐한 손맛을 봐줬으면 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밑밥통을 씻고 있는데 순간 아내가 "왔다!" 합니다.
고개를 돌려보니 아내의 낚시대가 제법 휘어집니다.
낚시대를 부여잡은 아내의 손에 힘이 꽉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양 팔이 떨리기 시작합니다.
"이야~이번 건 뭔지 몰라도 씨알 좀 되겠는데?"
그런데 아내의 표정은 그닥 밝지가 않습니다. 왜 이럴까요?
저는 궁금해서 물어봅니다.
"큰 놈 아니야?"
"크긴 큰데.."
"근데?"
"왠지 따다다다다~ 하는 느낌이 ㅠㅠ"
고기가 벽쪽으로 바짝 붙자 아내도 이에 질새라 바짝 다그치고 있다
"그래도 손맛은 좋겠구만.."
4짜가 넘는 독가시치(따치)를 낚은 아내
아내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나 봅니다.
크긴 큰데 따다다다다~ 하는 손맛은 따치가 가장 유력할 터.. 그래도 지금까지 아내가 잡은 따치중에선 가장 큰 씨알이네요.
도감상엔 40cm까지 자란다 나와있지만 실제론 50cm도 곧 잘 잡힌다고 하니 이 정도면 나름 대물.^^
그런데 뜰채를 안피고 낚시해 랜딩하는데 조금 애 먹었습니다. 저요? 당연히 도와주지 않았습니다.
알아서 올리라고 했더니 질질 끌며 잘 올리더랍니다.
저는 계속해서 밑밥통을 닦습니다.
밑밥통 씻는 거, 가뜩이나 귀찮은데 아내몫까지 처리할려니 더 귀찮군요. ^^;
그런데 아내가 "또 왔다!" 하는 겁니다.
이건 대체 뭥미...?
나는 쭈그리고 앉아 뒤치닥거리 하는데 옆에선 연신 입질을 받고..
제주도 외돌게에서 찐한 손맛을 보는 그녀
이번에도 저는 궁금해서 물어봅니다.
"아가씨 재미좋아요?"
"그럼요~ 손맛 쥑입니더~^^"
"한가지만 물어볼께요. 이번엔 큰 놈? 작은 놈?"
"아 몰라요. 그냥 저 신경쓰지말고 일 보셔요 ㅋㅋ"
"......"
그리고 수면에 띄워진 녀석을 확인하자 아내는 갑자기 초보 여조사로 돌아간 듯 호들갑을 떱니다.
"우와 호피무늬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호피무늬 ^^"
"도대체 뭔데 그래?"
바다의 표범, 강담돔을 잡고 좋아하는 아내
"헉..이..이거슨..?"
"나도 드디어 강담돔을 잡았다! 얏호~ㅋㅋ"
비록 큰 씨알은 아니지만 귀하디 귀한 강담돔이 올라오네요.
아내가 평소에 꼭 한번 잡아보고 싶다던 강담돔. 오늘 소원 풀었군요 ^^;
"돌돔과 똑같이 생겼는데 어쩜 무늬만 이리 다를까.."
신기해 하며 히죽히죽 웃는 아내의 모습을 보니 영락없는 30대 초반 아가씨...
가 아니고 꾼의 아내로군요. ^^;
벵에돔 잡으러 왔는데 오늘은 꿩대신 닭이라도 괜찮습니다.
한손으로 받쳐들기 버거운 독가시치
사실 맘 먹고 독가시치만 노리고자 했다면 이런 건 여러마리 잡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뒷 처리가 곤란해집니다.^^;
아내는 독가시치회를 그리 좋아하지 않아요. 이유는 특유의 향 때문인데 이 향이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리곤 하지요.
지금 살아있을 때 피빼고 내장을 빼야만 회로 먹을 수 있는데 그래도 나는 향이다 보니 어쩔 수 없습니다.
보기만해도 무시무시한 독가시치의 등지느러미
이제 손질 들어가야 하는데 장갑을 껴도 무섭군요.
손질 중에 한번이라도 팔딱거려 저기에 찔리는 날엔..그대로 병원행이겠고 며칠 고생하겠지요. 별로 상상하고 싶지 않군요.
저 부위를 발로 지긋히 누르면 하얀 액체(독)가 나온다고 어디서 들었는데 정말 그런지 담에 한번 해봐야겠습니다.
이 날 잡은 벵에돔은 25cm 미만이여서 전부 방생하고 먹을 것만 챙겼다
현장에서 곧바로 피빼기(시메)에 들어가고
숙소로 돌아와 쥐치를 손질합니다.
쥐치는 비늘이 없고 가죽으로 되어 있어 손질하는 방법만 알면 무척 쉽지요.
이 날 잡은 생선들은 모둠회 한상차림으로 변신하였다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른다는 객주리 조림보다도 한수 위인 오리지널 쥐치조림
강담돔 회맛이 궁금했지만 사이즈가 작아 쥐치와 함께 튀겼다
잡어 모둠회로 위에서 따치, 쥐치, 아홉동가리(논쟁이)
이 날은 특별히 손님 한분을 모시고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제주의 스타블로거 파OO님. ^^
가장 인기 있었던 회는 단연 쥐치. 그 다음은 호불호가 많이 갈렸는데요. 제주 현지인이신 파OO님의 젓가락을 살펴 본 결과 독가시치(따치)에 손이 자주
가는 걸 봤고, 서울 사람인 아내는 의외로 아홉동가리에 손이 많이 갔습니다. 생각외로 무척 맛있다네요.
사실 아홉동가리도 따치와 취급을 같이해야 하는 게, 둘다 초식어이기 때문에 내장을 까보면 각종 해조류가 소화되어 지독한 냄새를 풍깁니다.
그래서 손질할 때 쓸개는 물론 내장을 터트리지 않아야 그 향이 살에 베이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이는 활어로 먹든 숙성회로 먹든 상관없지만 가장 중요한건 살아있을 때 반드시 피와 내장을 깔끔하게 제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조건만 잘 지킨다면 아홉동가리도 충분히 맛있는 횟감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맛을 봤는데 누가 손질한 건지는 몰라도(자뻑을 ㅋ) 비린내가 없고,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맛도 느껴졌습니다. 다만 포를 뜬 모습은 영락없이 '틸라피아(역돔)'을 연상케 하는 비쥬얼이 흠라면 흠일까.
여하튼 아홉동가리(논쟁이)가 맛있다, 맛없다는 그 이름 만큼이나 논쟁거리가 되긴 하겠군요.^^;
쥐치 구이를 보니 무슨 버터 구이같네요. 단지 기름 살짝 두르고 튀겼을 뿐인데 윤기가 반질반질 속살은 담백담백합니다.
그런데 이 날 상차림에서 NG였던 건 쌈장. 평소와 맛이 달라 파OO님께 물어봤더니 "나는 괜찮은데"하시더군요. 하지만 표정은 그게 아닌듯 한데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쌈장 만들때 제가 소금을 설탕으로 착각하고 한스푼을 가득 퍼다 섞었습니다. ㅋㅋ
낚시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어느 것 하나 만만치가 않지만 이렇게 끝내니 속이 후련하네요. 또 이 맛에 낚시하는가 싶기도 합니다.
이때가 제주도 생활 3주차. 냉동실이 슬슬 비좁아지고 있습니다.
입질부부의 제주도 낚시는 쭈욱~! 계속 됩니다. 다음 편을 보실려면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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