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낚시] 차귀도에서 벵에돔 낚시 대결(채비, 공략)


    전날 밤, 자환이아빠님이 잡아온 돌돔회로 영양 보충한 우리 부부는 제주도 낚시 마지막 날을 맞이합니다.
    원래 이 날은 서귀포 범섬에서 낚시할 예정이었지만 국립해양조사원에서 제공하는 엉터리 수온 정보를 믿어버린 탓에(서귀포 수온이 13도로 표기)
    또 다시 차귀도로 핸들을 틀고 말았습니다. 이것이 가져다주는 나비효과는 무엇이 있을까?
    1) 꽝 친다. 2) 대박 조과를 낸다. 3) 간신히 체면만 살렸다. 4) 범섬이나 차귀도나 꽝일 것이다.
    그렇게 제주도 낚시 3일 차는 차귀도에서 아내와 벵에돔 낚시 대결을 펼치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망가진 나의 애장품, 낚시 촬영 전용으로 사용해 온 캐논 500D와 탐론 17-50

    그런데 시작부터 안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전날 갯바위에 떨어트린 저의 애장품 500D가 빈사상태에 놓였습니다.
    무심코 집어들다가 끈이 바위에 걸리는 바람에 그만 놓치고 말았는데요. 필터가 깨진 건 몇 만원 주고 갈면 그만인데, 렌즈 줌/아웃이 안 돌아갑니다.
    본체는 전원이 안 들어오고요. 그래서 지난 주 A/S를 맡겼는데 견적이 16만원 나왔다고 연락 온 상태입니다.
    그래서 이 날은 할 수 없이 5D Mark2로 갯바위 낚시를 촬영해야 했습니다. 5D는 웬만해선 갯바위로 안 가지고 가는데 그렇다고 폰카로 찍을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일단 급한 대로 사용합니다. 다행히 이날은 파도가 세지 않아 갯바위에 다소곳이 놓아두고 낚시한다면 별문제는 없을 듯합니다.


    벵에돔 낚시에서 밑밥의 배합 매우 중요한데요.
    오월 중순, 제주도는 아직 벵에돔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않았고, 일부 지역은 수온이 차 활성도가 매우 저조한 상황입니다.
    한낮이 되어도 벵에돔이 피어오르지 않을 것을 예상해 비중을 가볍게 하지는 않았습니다.
    크릴 6장 + V10 집어제 2봉 + 빵가루 3장을 잘 비벼서 밑밥통 두 개에 나눠 담았습니다.
    그러니깐 1인당 밑밥 비율은 크릴 3장 + 집어제 1봉 + 빵가루 1봉 반 꼴로 들어간 셈입니다.


    오전 11시 반, 차귀도 썩은여에 도착.

    이날 물때는 12시 40분이 만조로 오후 내내 썰물 낚시를 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썰물에 강한 고령여로 들어가려는데 북동풍이 강하게 부는 상황이어서 고령여에는 내릴 수 없는 상황.
    차선책으로 선택한 곳이 썩은여입니다. 선장 말로는 들, 썰물 모두 볼 수 있다고 했지만, 썩은여에 한 번 내려본 적이 있는데 별 재미는 못 봤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북동풍을 피하고 썰물 낚시가 가능한 곳에 내려야 하다 보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썩은여는 지형이 평평하면서 높지 않으므로 남쪽에서 밀려오는 너울에 굉장히 취약한 곳이에요.
    일단 밑밥통을 제외한 짐은 안전한 곳에 두고 낚시 준비를 시작합니다.


    채비하기 전에 발 앞에 서너 주걱 뿌리고 공략 지점에 열 몇 주걱을 집중 투하시켜 벵에돔이 조금이라도 부상하게끔 유도해 봅니다.
    발 앞에 뿌리는 밑밥은 잡어의 유무와 종류, 활성도 등을 보기 위한 것으로 벵에돔 낚시를 시작함에서 꼭 필요한 절차가 되겠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 그 흔한 잡어 한 마리도 보이질 않습니다. 다시 전방 5m 지점에 밑밥을 여러 차례 투여하는데요. 아무런 반응이 없습니다.
    아직은 밑밥 뿌린지 얼마 안 됐으니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채비를 만들고 낚싯대를 펴는 아내, 제주도 벵에돔 낚시


    #. 아내가 제안한 벵에돔 낚시 대결.
    아내가 벵에돔 낚시를 해본 것은 작년 초겨울 이후니깐 6개월 만입니다. 
    저도 오랜만이긴 하지만 아내가 일 때문에 바빠서 낚시를 못 가는 동안 저는 감성돔 낚시라도 자주 다녔으니 감에 있어선 제가 유리할 겁니다. 
    이제는 제주도에서 이틀 동안 낚시하면서 몸이 풀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제 등 긁어주는 효자손 노릇은 앞으로 그만하겠다고 선언했으니.
    (요즘 이유 없이 등이 간지러운데 그럴 때마다 아내 손을 빌립니다. ^^;) 저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효자손보다 아내 손이 더 좋습니다. ^^;
    그래서 이번 벵에돔 낚시 대결은 효자손 노릇을 해 줄 것이냐, 아니면 전면 중단할 것이냐를 두고 낚시 대결을 신청하였습니다.

    규칙은 벵에돔, 긴꼬리 벵에돔에 한해서 25cm 이상 마릿수 대결인데요. 지금 바다 상황으로 봐선 왠지 한 마리 싸움이 될 것 같습니다. 
    좀 전 부터 꾸준하게 밑밥을 넣고 있지만, 물속 생명체가 아예 반응하질 않습니다. 오늘 우리 두 사람, 힘든 낚시가 예상됩니다.


    벵에돔이 부상하지 않을 것을 대비해 00(투제로) 채비로 바닥층까지 더듬어 볼 생각이다.

    <<입질의 추억 채비>>
    - 1호 530 낚싯대에 2500번 릴
    - 원줄은 쯔리겐 프릭션 제로 서스펜스 타입(약간 가라앉는 줄) 2호
    - 찌는 쯔리겐 N원투 00호에 조수우끼고무를 장착
    - 직결 매듭에 목줄은 쯔리겐 제로알파 1.5호, 4m
    - 바늘은 가마가츠 구태구레 6호

    아내도 00(투제로) 채비로 원줄과 목줄까지 저와 똑같은 채비입니다. 다만, 봉돌 운영은 저와 많이 다릅니다.
    처음에는 두 사람 모두 무봉돌 체제로 시작하였습니다. 표층부터 중층까지는 무난하게 훑어 볼 수 있지만, 입질이 없었고 그 이상 내리면서 봉돌 
    호수라던가 다는 위치에서 차이가 생겼습니다. 저는 채비의 빠른 정렬을 위해 봉돌을 목줄에다 분납(g2~5번으로)하는 방법을 썼고, 아내는 수중쿠션
    바로 아래에만 달아주는 채비로 공략해 나갑니다.


    낚시에 초 집중하는 아내

    언제 들어올지 모르는 입질을 받아내기 위해 아내의 손은 늘 뒷줄을 만지고 있다. 제주도 벵에돔 낚시

    작년 가을부터 잠수찌 사용에 재미를 붙인 아내는 미끼가 몇 미터 층까지 내려갔는지 알 정도로 낚시 실력이 많이 향상되었습니다.
    또 수년간 함께 낚시를 다니다 보니 이제는 채비법과 낚시 방법에서 자기주장이 강해지기 시작.
    사소한 문제를 놓고 갯바위에서 티걱거리는 일도 많아졌습니다.
    물론 채비를 만들기 전에 "어떤 채비로 공략하면 좋을 것 같다."라고 조언을 해 줍니다. 별다른 이견이 없는 한 아내도 제 말에 잘 따르는 편인데요.
    낚시가 잘 안 풀린다 싶으면 그때부터는 본인의 판단으로 채비를 교체하는 일이 늘고 있습니다.


    잠시 후 아내에게 첫 입질이 들어왔습니다. 휨새를 보니 벵에돔은 아닌 것 같은데.


    준수한 씨알의 볼락이 물고 올라왔다.

    주 대상어는 벵에돔이므로 현재 스코어는 여전히 0:0 입니다. 이날 먹을 만한 고기가 잡힌다면 챙겨 뒀다가 저녁에 만나는 지인께 드릴 생각입니다.
    어차피 우리는 다음 날 항공편으로 서울 올라가야 하므로 고기가 필요 없거든요.


    이날은 해무가 짙게 껴서 시계가 매우 안 좋았습니다. 
    좀 전까지만 해도 앞이 안 보였을 정도인데 오후 들어 수온이 약간 올랐는지 해무가 걷히면서 주변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평일인데다 워낙 낚시가 안 되다 보니 차귀도 전체가 썰렁했는데 마침 건너편 여섯 분이 내려서 낚시를 하시네요.
    이 장면을 며칠 전에 올렸는데 당시 저곳에 계셨던 분께서 어떻게 알아봤는지 제 블로그에 인사말을 남겼답니다. 


    그러고 보면 세상은 참 좁은 것 같습니다. 아니면 낚시계가 좁은 걸까요? ^^
    사진 한 장에 생각지도 못한 댓글이 반갑기만 합니다. 이런 걸 보면 참 재밌는 낚시 세상입니다.
    저도 낚시할 때는 제 시야에 들어오는 꾼들이 입질을 받는지와 무엇을 낚아내는지 예의주시하는데요.
    저기 계신 분들은 난바다가 아닌 홈통 쪽을 공략하면서 볼락을 거는 모습을 자주 목격했습니다.


    어느새 해무가 걷히더니 따듯한 햇볕이 비추기 시작한다.

    평소에는 보기 드문 햇무리 현상도 일어나고

    어제는 무더위 속에 낚시하느라 진땀 뺐는데 오늘은 햇빛이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네요.
    하늘이 푸르니 바다색도 점점 푸르게 변해가면서 기상이 급 좋아지기 시작합니다. 해무가 걷혔다는 건 상층 기온이 내려갔거나, 혹은 표층 수온이
    올라갔거나 둘 중 하나인데 지금 상황으로 봐선 수온이 소폭 오름세로 돌아섰기 때문에 해무가 걷히지 않았을까 짐작해 보면서 벵에돔의 활성도가
    좋아지길 기대해 봅니다.


    쉬지 않고 낚시에 몰두 중인 아내, 제주도 벵에돔 낚시

    처음에는 낚시에 별 관심이 없었던 평범한 여대생이었는데 승부욕이 강한 탓일까요?
    왜 그리 나를 이기려고 애쓰는지? ^^; (그렇게 효자손 되는 게 싫었어? ㅠㅠ)


    아내의 채비를 물고 온 자리돔

    자! 보세요. 해무가 걷히고 햇볕이 드니깐 드디어 자리돔이 반응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중층에서 물고 왔다고 합니다. 잡어가 없어 한동안 잡어분리를 안 했는데 이제는 슬슬 잡어분리를 해가면서 밑밥을 쳐야 할 상황.
    밑밥을 꾸준히 넣어주면서 편광안경으로 살펴보니 자리돔이 피긴 피었는데 3~4m 층에서만 놉니다. 그 이상은 안 올라오네요.
    이것으로 보아 벵에돔의 활성도도 예측할 수 있었습니다. 중하층, 바닥층까지 내려서 살살 꼬시지 않으면 오늘 입질 받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직 철수시간이 멀었는데 건너편에 계신 분들은 일찌감치 철수합니다.  


    오후 다섯 시, 입질이 없자 5B 반유동으로 채비를 변경했다.

    그나마 시야에 잡히던 꾼들이 철수해 버렸으니 이 넓은 섬에 우리 부부만 남은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걷혔던 해무가 이제는 더 심하게 피고, 지속적인 수증기의 유입으로 옷은 축축해져 갔고, 목은 칼칼해졌습니다.
    00찌로 중하층을 더듬어 보지만, 별 효력이 없자 과감하게 5B 반유동 채비로 바꿨습니다. 
    반면, 아내는 00(투제로)찌 채비를 고수한 채 봉돌 호수만 높여 채비를 내리고 있는데 아내가 '왔다!' 를 외칩니다.


    대의 휨새를 보니 다행스럽게도(?) 벵에돔은 아닌 듯하다.

    이번에도 볼락을 낚은 아내, 제주도 차귀도에서 벵에돔 낚시

    청볼락

    갓 잡은 볼락, 정말 예쁘죠? 저 눈망울 보세요. 참 예뻐서 놔주고 싶게 생겼지만, 볼락 하면 밥 도둑 아니겠어요. 다른 건 몰라도 볼락만큼은 챙겨둡니다. ^^
    그런데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주도에서 잡히는 볼락은 대부분 '청볼락'입니다. 그러니깐 남해에서 잡히는 볼락과는 유전형질이 다른데요.
    남해에서 잡히는 일반 볼락(갈볼락, 먹볼락이라 부르는 것들)은 가슴 지느러미 배열 수가 17개, 금볼락은 15개인데 반해 청볼락은 16개로 엄연히 종이
    다르며, 야행성인 남해 볼락과는 달리 청볼락은 낮에도 잘 뭅니다.
    과거에 볼락이 아주 맛있어 임금님 진상에 올려졌을 때 청볼락은 제외했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유는 일반 볼락보다 맛이 다소 떨어지기 때문인데
    그렇다고 해도 볼락(메바루)과 어종은 워낙 우월한 맛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것도 소금 뿌려 구워 드시면 맛이 좋습니다. ^^


    계속해서 잡어 입질을 받고 있는 아내.

    북동풍을 막았다곤 하나 바위 사이로 새어나오는 바람까지는 어찌 할 도리가 없습니다.
    전날 찜통 더위 속에서 낚시했던 우리 부부는 오늘도 그럴 것이라는 섣부른 예상에 아예 웃옷을 놓고 왔는데요. 그 때문에 지금은 몹시 춥습니다.
    하도 벵에돔 입질이 없어 잡어와 노는 아내. 주변을 에워싼 수증기에 저 복장으로 수 시간이나 노출되었으니 이러다 저체온증에 걸리는 건 아닐까 몰라요.
    급기야 제자리에서 뜀박질을 해가며 추위를 달래는 아내.


    마치 유령의 섬과 같은 차귀도 풍경

    영화 미스트가 생각나게 했던 짙은 해무에 벵에돔 낚시는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몇 시간째 수증기를 마시다 보니 목도 칼칼합니다. 옷은 축축하게 젖어들었고 카메라엔 물방울이 송글송글 맺혀 있습니다.
    방진, 방습이 되는 카메라여서 걱정은 덜 됐지만, 계속 이러고 있다간 좋지 않은 일이 생길 것만 같습니다.


    오월의 제주도 낚시 참 힘들다 힘들어.

    5B 반유동으로 바닥층 공략에 나선지 한 시간 반. 가까운 곳에 던지면 잡어에 따먹히고 조금 먼 곳에다 던지면 미끼가 그대로 살아옵니다.
    수심을 늘려서 공략하면 밑걸림이 생기고, 수심을 약간 올려가면서 낚시하면 반응없이 크릴만이 살아 돌아오는 상황.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40m 정도 장타도 날려봤지만, 그쪽은 수심이 20m가 넘어 허공에 삽질하는 격이고.
    턱이 될 만한 부근을 지속해서 노려봤으나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오후 5시 30분. 철수 직전 무승부를 앞둔 우리 부부

    해가 늬엿늬엿 지면서 벵에돔 낚시는 어느덧 피크 시간을 맞이합니다. 지금부터 해가 질 때까지 최고의 시간이지만, 아쉽게도 6시에 철수해야 합니다.
    저는 마지막 남은 30분을 위해 채비를 다시 00(투제로)찌로 변경했고, G2 봉돌만 하나 물려 채비 내리기를 시도하였습니다.  
    아내도 젖먹던 힘까지 다해 최선을 다합니다. 앞서 잡어들과 놀다가 다시 진지해졌는지 벵에돔 낚시를 시작한 것입니다.
    가까운 곳엔 자리돔과 볼락이 무는데 그마저도 입질이 시원치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전방 20m권을 공략 중입니다.
    저는 남은 밑밥을 한곳에 집중적으로 투척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반응을 보일 때도 됐건만, 와 정말 너무한다 아이가~
    한 마리 싸움일 거라고 예상은 했는데 이제는 한 마리는커녕 0:0 무승부를 생각해야 할까?

    "됐다 마. 승부야 어찌 됐든 이제는 아무나 빨리 좀 잡았으면 좋겠다."

    그런데 이때, 대고 있던 원줄이 손가락을 때리면서 풀려나갑니다. 타라라락! 하며 중지 손가락을 치고 나가는 원줄의 힘이 꽤 경쾌합니다.

    "옳커니 왔다~!"


    여기서 피아노 소리만 났더라면 금상첨화인데 아쉽게도 그 소리는 나지 않았다.


    "생각보다 용을 쓰네."

    벵에돔이라는 확신이 섰고 씨알도 25cm는 아마 넘길 성싶은데.


    막판에 입질 받고 파이팅 중인 입질의 추억, 제주도 벵에돔 낚시

    갯바위로 다가오자 더더욱 파고드는 녀석. 긴꼬리 벵에돔의 특징입니다.
    멀리서 걸면 두리뭉실하지만, 가까이 끌어오면 끌어올수록 더 힘을 쓰는, 그래서 끝까지 방심할 수 없는 어종이지요.
    그런데 이 녀석 살살 봐주면서 하니깐 제법 처박습니다. 누가 보면 대물이라도 낚은 줄 알겠어요. ^^
    살살 구슬려서 들어뽕 하니.


    25cm를 갓 넘긴 긴꼬리 벵에돔이 낚였다.

    크기도 별로 안 큰 게 힘은 왜 이리 센 척을 하는지. 그나저나 벵에돔 때깔 좀 보십시오.
    저런 색깔을 띤다는 것은 벵에돔 기분이 매우 안 좋다는 증거입니다. 다시 말해 짙은 채색을 한 벵에돔은 활성도가 낮고 깊은 수심대에 머물고 있다는
    방증이지요. 반대로 벵에돔 채색이 밝은 청록색을 띠면 기분이 좋아 부상하는 개체입니다. 이렇듯 벵에돔의 보호색으로도 활성도를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멀리서 철수배가 옵니다. 철수시간까지는 25분이나 남았는데 벌써 오셨네요.
    이제 좀 해볼라 하니 철수 시간. 그래서 차귀도는 오후 타이밍(해창)을 노리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여기서 좀 더 팠으면 몇 마리 나올 분위기인데 에잉~
    차귀도 낚싯배들 시간 좀 연장해 주세요!!!


    그날 저녁, 흑돼지가 맛있기로 유명한 곳에서 식사하며 제주도 낚시의 모든 일정을 마쳤다.

    제주도에 오면 늘 만나는 이분. 이웃 블로거이신 파르르님입니다.
    그간 낚시 일정 때문에 못 뵈었는데요. 마지막 날 만나서 약소하게나마 잡은 생선을 드리고 식사하러 왔는데 이 집 흑돼지 때깔이 끝내줍니다.





    어설픈 소고기 먹기보다 이런 흑돼지가 훨씬 맛있다는 ^^

    "삼일 동안 꽝 치느라 고생했어"

    잡어야 맘먹고 잡으면 계속 잡을 수 있으니 이는 어디까지나 대상어에 한해서입니다만.
    오월의 제주도 낚시, 정말 어렵네요. 솔직히 악으로 깡으로 버티긴 했지만, 이런 낚시 하러 이 먼 곳까지 그 많은 경비 들여가며 했을까? 하는 생각에
    후회도 많이 했습니다. 물론 이렇게 될 줄 몰랐으니깐 온 거겠지만, 이럴 때마다 스스로 속상한 게 있습니다.

    "악조건에서도 고기를 뽑아낼 수 있는 실력"

    그것의 부재가 저에겐 크게 다가왔던 제주도 낚시였습니다. 
    사실 FTV나 각종 대회를 보면, 날고 기는 선수들이 출전하는 벵에돔 대회에서도 한 마리 싸움일 때가 있습니다. 
    심지어 아예 잡히지 않는 날도 있죠. 그런 날은 제아무리 낚시의 '신(神)'이라 해도 못 잡습니다.

    이번 제주도 낚시가 그런 상황이었을까요? 만약 '명인급 선수였다면' 잡아낼 수 있었던 상황이었을까요?
    저는 그것이 몹시 궁금하였습니다. 그 궁금증을 풀려면 한 가지 밖에는 없다고 봅니다.
    저보다 실력 있는 선수와 같이 내려 낚시해 보거나, 혹은 제 스스로 경험을 많이 쌓거나.

    어쨌든 아내와의 낚시 대결은 1:0으로 제가 승리하였습니다. 혹시 예상했던 결과가 아니었나요? ㅎㅎ
    누가 승리하든 대상어라도 봤으니 불행 중 다행이긴 한데, 아내는 제가 벵에돔을 잡자 순간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효도손이 돼야 한다는 생각에 말이죠. ^^ㅋㅋ

    당분간은 제주도 낚시를 그만하고 여수, 거제, 통영권 쪽으로 눈을 돌릴 계획입니다.
    벵에돔, 참돔 등 여름 어종으로 넘어가고요. 제가 앞서 댓글에 5월까지만 삽질하겠습니다. 라고 말했는데 진짜로 현재까지는 철저히 삽질 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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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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