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순대국 맛집의 엉터리 새우젓 (중국산 사카린 새우젓)


은평구의 모 동네. 이 근방에서 둘째라면 서러워할 순대국 맛집이 있습니다. 
30년이라는 전통을 지켜오며 순대국밥 집을 평정해 버린 매우 유명한 곳이죠. 순대국, 족발, 수육 하면 빠질 수 없는 게 '새우젓'입니다.
순대나 수육에 짭쪼름한 새우젓 한 점을 올려 먹으면 그 맛이 기가 막힙니다. 각종 부산물과 뼈로 고아 뽀얀 색을 띠는 구수한 순대 국물.
여기에도 새우젓을 조금 넣어 휘휘 저으면 숨어있던 구수함이 올라오면서 순대국을 완성하기도 합니다. 
기호에 따라 소금을 넣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새우젓으로 간을 하며, 족발, 보쌈을 취급하는 업소에도 새우젓은 빠질 수 없는 메인 양념입니다.
너도 나도 구수한 국물과 푸짐한 건더기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모 동네의 유명 순대국 맛집. 그런데 새우젓은 얼마나 신경 쓰는지요? 


시각은 오전 12시. 이 집은 언제나 활기가 넘치고 많은 손님으로 벅적합니다. 
순대국과 수육이라는 메뉴 특성상 주 고객은 젊은 층보다 연령층이 있는 분들이 많은데요. 
같은 순대국이라도 집집이 스타일이 다른데 이 집의 것은 다소 투박한 편입니다. 그러니깐 어르신들이 그리워하는 옛날 순대국 스타일로 뽀얗고
담백한 국물, 푸짐하게 넣어주는 부산물과 여러 부위의 고기가 꽉 차게 들어가는 것으로 정평 나 있지요.

가격은 그간의 물가 상승 폭에 못 이겨 많이 올랐습니다. 2008년 순대국 한 그릇의 가격이 4,500원인데 지금은 7,000원이 되었습니다.
아무리 물가가 올랐다지만, 입지 조건을 보아 재래시장 통에 있는 순대국 한 그릇이 7천 원이라면 결코 저렴하다고는 말 못 할 겁니다.
그나마 이 가격이 이해되는 부분은 각종 식자제가 '국내산'이라는 점.
돼지머리, 부속 일절, 쌀, 배추김치가 모두 국내산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한때 이곳은 "농산물 전체도 국내산만 사용합니다."라는 푯말이 있었는데요.
최근에 사라진 걸 보니 농산물 중 일부는 수입산을 사용하나 봅니다. 예를 들어 김치나 깍두기에 들어가는 고춧가루가 국내산에서 중국산으로 바뀌었다
거나 하는 것 말이지요. 단가 차가 2배나 나므로 선뜻 국산 고춧가루로 김치를 버무릴 용기있는 식당은 아마 많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 해도 수입산 식재료가 정말 많은 서울에서 주된 고기가 국내산이라는 것은 반갑습니다.
비록 순대국 한 그릇이 7천 원이지만, 국내산 고기가 듬뿍 담겨 땀 쭉 빼고 한 그릇 비웠을 때 '잘 먹었다.' 생각이 들면 된 거죠.
물가가 오르는 동안 중간에 몇 번이고 수입산 돼지고기 사용에 대한 유혹도 받았을 겁니다. 
그렇게 했을 때 당장 변하는 건 '맛'이라는 걸 잘 알기에 아직은 뚝심을 지키고 유지해 온 모습이고요.

깍두기

순대국 집에서 깍두기는 생명과도 같은 존재일 겁니다. 개인적으로 이 집 순대국의 비결은 '담백한 국물과 푸짐함'에 있는데 깍두기나 배추김치 맛은
다른 순대국 집보다 기대에 못 미치는 편이었습니다. 뭐랄까 시간으로 자연스럽게 익은 맛이라기보다는 인공적으로 만들어 낸 느낌이 있습니다.
요즘 깍두기에 사카린을 넣어 인공적인 단맛을 내는 업소가 많은데 (대표적으로 설렁탕 프렌차이즈들) 그래서 설렁탕 집 깍두기과 비슷한 맛이 납니다.

고춧가루 입자를 보시면 입자가 거칠고 붉은색이 선명한 걸 알 수 있는데 이는 중국산 고춧가루의 특징입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심증일 뿐 확실한 물증은 없습니다. 또한 중국산 고춧가루라고 해서 무조건 나쁜 건 아닐 겁니다.
불순물 많기로 유명한 중국산 고춧가루지만, 게 중에는 A급 품질도 있으며 중금속과 불순물 범벅이 아닌 상급 제품을 잘 걸러서 사용한다면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사용되어진 국내산 채소가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네요.  

배추김치

익히지 않은 생김치입니다. 배추는 국내산, 하지만 역시나 고춧가루 색이 강렬한 것으로 보아 거의 중국산인 걸로 확신이 드는데요.
전통과 유명세로 이름을 날리는 맛집인 만큼 이런 것에도 신경 써주길 바라는 건 무리일까요?
맛으로 따지면 개인적으로 김치보다 깍두기 쪽이 더 좋았으나(단맛 때문에) 이 집은 순대국의 유명세보다 김치, 깍두기 맛은 좀 부족해 보입니다.


양파와 마늘 그리고 청양고추

이 집 고추는 상당히 맵습니다. 입에 불이 날 때 뜨끈한 국물 한 수저로 달래면 달래지는 듯하면서 끈질기게 맵기가 올라와 버리곤 하지요.
생양파는 씹었을 때 아삭거리는 조직감에 단맛이 많이 느껴질수록 상품이라고 봅니다. 이런 생양파를 찬으로 내는 업소 중에 뜻밖에 좋은 양파 쓰는
집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 집 양파는 조직감과 단맛에서 다소 부족합니다. 그렇다고 크게 떨어지는 수준은 아니고 그냥 보통으로 보입니다.


된장

저런 색을 가진 된장은 공장제품으로 보이고요.


공깃밥

국밥집에서 나오는 밥은 유심히 보는 편인데요. 이유는 어차피 국물에 말기 때문에 쌀의 질은 그다지 신경 안 쓸 때가 많습니다.
모든 업소가 그런 건 아니지만, 국물에 말아 먹지 않고 그냥 먹으면 푸석한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아요.
때로는 정부미인가? 싶을 정도로 찰기가 떨어지고 질도 형편없는 쌀을 쓰는데요. 이건 제아무리 유명 맛집이라도 이건 피해 갈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이 집 밥은 구석에 있는 쌀 포대로 보아 '경기미'를 사용하지만, 경기미도 경기미 나름일 겁니다.
적어도 시중에 '경기미'라고 내놓은 제품 중에 해당 제품은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아마 업소용으로 나온 쌀 같은데요. 윤기가 모자라고 푸석거립니다.


옛날 순대국 7,000원

다른 순대국집과 비교했을 때 이 집 국물이 매우 뽀얗습니다.
국물 색을 뽀얗게 하기 위한 이 집만의 비결(?) 들어갔을는지는 모릅니다만, 들깻가루 듬뿍 올려진 국물 맛은 잡내가 없고 담백합니다.
일반적인 순대국에서 느껴지는 약간의 텁텁함도 여기선 덜한 편입니다. 순전히 고기와 부산물, 잡뼈 등으로 국물을 우린다면 이런 국물 색이 절대 
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안에 무엇을 넣었는지는 알 수 없죠. 흔히들 사용하는 사골 페이스트를 넣어 색을 조장할 수도 있고요. 그쪽이 오히려
손님들에게는 '국물이 뽀얗다'는 이유로 되려 주목받는 작금의 요식업 현실이다 보니 모르긴 몰라도 순도 높은 국물은 아닐 것으로 추정할 뿐입니다.



수저로 저어보니 각종 부산물과 살코기가 듬뿍 들었습니다.
푸짐함으로 따지면 이 집이 최고인 것만은 확실합니다. 그 넉넉함에 손님의 발길이 끊이질 않나 봅니다.
푸짐한 건더기를 원하신다면 이 집은 추천할 만합니다.



이건 제거에요. 부산물을 좋아하지 않아 순대만 넣어 달라고 하면 이렇게 순대가 따로 내어져 오는 것도 특징입니다.



이것이 따로 나온 순대입니다. 보기에도 먹음직스럽죠? 
아쉬운 점은 당면의 비율이 대단히 높습니다. 흔히 분식집에서 사 먹을 수 있는 당면 순대 같아 맛이 묵직하거나 속이 꽉 찬 느낌은 아닙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제가 이 집을 다녀간 지 몇 개월 되었습니다. 그래서 요목조목 맛에 대해 주관적인 평을 하기에는 기억이 부족했어요.
그래서 이 글을 쓰다가 어제 한 번 더 방문해서 맛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순대 껍질 색깔이 위 사진과 달리 시장에서 파는 제품 마냥 시커멓더군요.
물론 요즘 순대는 대부분 돼지 곱으로 만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식용 비닐은 옛말이지요. 
그런데 껍질의 색이 확연히 달라져 있다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지 감을 못 잡겠습니다. 확실히 돼지 창자는 맞는데 분식집 순대 마냥 거무튀튀합니다.
혹시 순대를 가공하는 업자분이 계신다면 조언 좀 부탁합니다.



순대를 새우젓에 살짝 찍어서 먹어봅니다.
그런데 새우젓이 단순히 짠 정도가 아니라 쓰고 애릴 정도로 자극적입니다.
저 젓새우 한 톨 집어 먹으면 혀가 얼얼하다 못해 쓰디쓴데요. 이는 중국산 새우젓의 특징입니다.
또한, 새우젓 국물이 지나치게 맑은 것도 중국산 새우젓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중국산 새우젓은 과하게 짜서 쓰고 애린 맛이 있다.

새우젓

보관 상태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중국산 새우젓은 발효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았으므로 국물 색이 맑은 편이며, 국내산은 숙성이 잘되어 국물 색이
매우 혼탁한 편입니다. 맛은 중국산 새우젓이 숙성이 덜 됐으므로 과하게 짤 수밖에 없죠.
천일염을 사용하는 국산 새우젓과 달리 중국산은 정제염 혹은 암염 등을 사용합니다. 암염은 바다가 아닌 광상에서 채취한 소금 결정체로 화학 성분은
NaCl인 정육면체 결정입니다. 염화마그네슘의 함량이 많아 쓴맛을 다량 가지고 있으며 염도가 높습니다.
소금에서 쓴맛이 느껴지는 이유는 염화마그네슘 때문인데 간수를 잘해서 염화마그네슘의 함량을 줄이게 되면 소금에서 쓴맛이 사라집니다.
그래서 천일염이라고 해서 쓰지 않고 정제염이라고 해서 쓴 맛이 난다는 건 사실과 무관합니다. 

새우젓에 사용하는 원료는 흔히 말하는 '젓새우'로 서해에서 대량 잡히고 있습니다.
중국산도 국산도 같은 젓새우를 쓰므로 새우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건 아닐 것입니다. 맛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사용된 소금의 출처이며, 보관 상태에
따라 확연히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30%가량의 천일염을 섞어서 만든 국내 새우젓은 토굴처럼 선선한 곳에 보관되어 부패의 저하를 막을 수 있지만,
중국산은 배로 운반되므로 거기서 생길 수 있는 선도의 저하, 다시 말해 부패를 우려해 염도가 놓은 소금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그 양도 상대적으로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더해져 완성돼야 하는 이 새우젓이 '발효'가 아닌 '염장'이 되면서 지나치게 짠기를 내는 것입니다.
이를 소비자 입맛에 맞도록 순화하기 위해 넣는 게 바로 '사카린'과 'MSG' 같은 인공 첨가물이지요.

중국산 새우젓은 한때 사카린 범벅이라는 오명에 위해성 논란도 있었지만, 현재는 언제 그랬냐는 듯 푹 꺼져버렸습니다.
신문을 보니 중국산 새우젓을 국산으로 둔갑시켜 차익을 남긴 이들이 적발됐는데 아주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는군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국산과 중국산의 가격 차는 무려 두 배. 단가 차익에 욕심날 만한 것입니다.

국산 새우젓은 새우살에 살이 안 빠져 통통하며 씹는 맛도 제법 있습니다.
아마도 단맛이 여기서 올라온 게 아닐까 싶지, 소금 때문은 아니라고 봅니다. 어쩌면 염도가 낮으므로 단 맛이 잘 느껴지는 것도 같습니다.
반면, 중국산 새우젓은 한눈에 봐도 젓새우가 졸려진 듯 살이 빠져있고 '발효'의 풍미가 아닌 '단순 염장'으로 과하게 짜 혀가 얼얼하며 쓴맛도
느껴집니다. 이 정도 맛의 차이는 일반인들도 쉽사리 알아차릴 만큼의 큰 차이이니 나중에 새우젓을 맛보실 때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사용된 새우젓이 중국산인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 있는 물증이 있어 올려 봅니다.
일부러 캐낼려는 건 아닌데 식사를 하던 중 구석에 보이는 새우젓 통이 눈에 띄어서 말입니다. 좀 더 확대해 볼까요?


예상했던 대로 중국산 새우젓입니다.
이 한 통의 무게는 24kg. 국내 업자들이 국산으로 속이기 위해 작업할 때 들어가는 사카린량은 48kg당 120g이라고 합니다.
24kg면 60g이 들어갔겠네요. 입자가 가는 가루로 60g이면 한 국자 정도 들어간다 보심 될 겁니다.
이는 사용 기준치의 약 2.5배를 초과하는 양이기도 합니다. 이것이 보도된 지는 6개월밖에 안 됐으므로 이런 일이 수그러들 리는 없어 보입니다
다행히도 여기 새우젓은 쓰고 애린맛이 강한걸로 보아 사카린을 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사카린을 탔다면 이렇게 쓴맛은 아닐듯.


순대를 한두 점 먹다가 밥과 함께 부었습니다.


원래 새우젓으로 간하기를 좋아했지만, 이날은 영 기분이 안 납니다. 
과하게 짜고 쓰고 애린 새우젓으로 모처럼 먹는 순대국 맛을 그르치고 싶진 않았습니다.



사실 이렇게까지 챙기면서 먹지는 않겠죠? ^^;
저 역시 음식 먹을 때 이런 것 저런 것 따져가며 피곤해지는 건 딱 질색입니다. 하지만 알려야 할 것은 알려야 할 것 같아 요목조목 따져봤고요.
기억이 희미하거나 메모를 미처 하지 못한 것은 사실 확인을 위해 재방문을 하기도 합니다.

많은 분이 순대국, 족발집을 이용할 때 해당 음식에만 관심을 두었지, 맛에 적잖이 관여하는 새우젓은 무심코 지나쳤으리라 생각합니다.
그 새우젓이 그 새우젓이라 생각할지 몰라도 분명 맛의 차이는 있으며, 사카린+MSG로 질을 가릴 수 있습니다. . 
게다가 새우젓을 국밥에다 섞어 먹기에 이집처럼 국밥 자체가 훌륭해도 새우젓 하나에 음식을 망칠 수도 있습니다.
배달 음식점의 새우젓은 대부분 중국산을 쓴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뭐 그러거나 말거나 지금까지 잘 먹어왔기에 문제 될 게 있겠냐만, 흔한 순대국 집
이었다면 제가 이런 말도 안 꺼냈을 겁니다. 다만 30년 전통이고 근방의 순대국 집을 평정할 정도로 유명한 맛집이라면. 또 4,500원에서 7,000원으로
가격도 많이 올렸다면 오른 만큼 요런 것도 신경 써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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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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