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자매국수 (유명한 고기국수 맛집, 영업시간)


제주도에 오면 한 번쯤 먹어봐야 한다는 고기국수. 
고기국수는 제주의 전통 음식으로 완전히 자리 잡았지만, 그 기원을 살펴보면 일제 강점기의 영향이 크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드물 것입니다. 
원래 제주도는 '밀'이 나지 않은 땅으로 메밀을 빻아 면을 만들어 먹었으며 잔치 때 돼지를 잡아 손님에게 접대할 때면 어김없이 등장했던 음식이 바로 
고기국수였다고 합니다. 청정한 제주에서 자란 돼지이기에 특별한 비법 없이 삶아도 잡내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뽀얀 육수에 면발을 그대로 말아
먹어도 맛있었다고 해요. 여기에 돔베고기까지 얹어내면 한 끼 식사로 훌륭합니다. 이러한 음식이 오늘날 제주도 고기국수의 원형이 되었는데 일제
강점기에 밀국수 공장이 생겨나면서 메밀면이 밀면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일단 제주도에서 고기국수 맛집으로 소문난 집들이 있죠. 

"삼대국수, 올레국수, 그리고 오늘 소개할 자매국수"

여기서는 3대 천왕이라 표현했지만, 제가 삼대국수는 가보지 못 했기에 지금으로서는 3년 전에 가본 올레국수와 비교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


 

고기국수 마을이 조성된 거리에 원조라 자처하는 자매국수

올레국수도, 자매국수도 기본적으로 줄 서서 들어가야 맛볼 수 있는 제주에서는 아주 귀하신(?) 맛집이라는데.
이날은 평일이었고 이른 아침이라 한산하였습니다.


어김없이 등장해 주는 TV 방송 자랑질.
좀 이름난 식당이라면 이런 게 끊이질 않는 데 결국은 손님들에게 먹히니깐 올리는 거겠죠?
개인적으로 이런 자랑보다 가게라든지 고기국수의 전통을 자랑할 수 있는 것으로 대체했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고기국수의 유래가 잘 설명되었습니다. 서두에서 말한 일제 강점기 이야기는 없네요.


자매국수 메뉴판

생각보다 가격이 착하지는 않습니다만, 24시간 영업점치고 이 가격에 이만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도 제주시에서는 드문 편이지요.
그런데 저 물만두는 뭔가요? 고기국수로 유명한 집인 건 알겠는데 그 사이를 비집고 선 물만두는 굉장히 생뚱맞아 보입니다.
직접 만든 건가? 하여간 물만두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맛이 궁금했지만, 인원 부족으로 우리는 국수 종류만 시켰습니다.


재료 원산지 설명

원산지 표기는 아주 착실하게 되어 있어 보기 좋습니다. 제주도 음식점들은 어지간해서는 배추김치와 고춧가루를 국내산으로 사용합니다.
간혹 중국산과 섞어 쓰는 집이 있지만, 그래도 제주도 음식점들이 서울, 수도권과 차별할 수 있는 강점이라고 한다면 이 부분일 겁니다.
그렇다고 중국산이 무조건 안 좋은 건 아니지만, 고춧가루나 채소, 수산물과 같은 식재료는 '이동 거리'가 짧으면 짧을수록 방부 처리가 덜 되면서 재료
고유의 맛이 잘 보존되어 진다고 생각하므로 제주도에서 제주산 식재료를 사용한다는 것은 '우리 음식은 매우 신선한 재료로 만들어졌어요.' 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봅니다.


그 유명한 프랑스 게랑드 소금을 대신해 국산의 품질 좋은 소금을 사용한다고 강조해 놓은 부분.
'소금이 좋아야 음식 맛도 산다.'라는 음식 철학을 이 문구에서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어 좋습니다.


기본찬

찬은 평범하지만, 고기국수를 먹는데 딱 필요할 만한 찬들입니다.
역시 주재료가 돼지고기로 우린 육수다 보니 순댓국집 반찬과 같습니다.


고기국수와 비빔국수

스케일감을 느껴보시라고 멀찌감치 서서 찍어 봤습니다. 이 정도면 결코 적은 양은 아닐 거에요.
게다가 때는 아침이라 여행 일정을 생각해 든든히 먹기는 해야겠는데 입맛은 없는 시간대라 심리적으로 양이 많아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비빔국수 6,000원

자매국수가 올레국수와 다른 점이 있다면 돔베고기가 제법 푸짐하게 들어갔다는 점.
간소한 차이지만, 푸짐한 걸로 따지면 자매국수에 한 표 드립니다.
물론, 고기는 잡내가 없고 오겹살 부위라 적당히 기름짐에 퍽퍽하지 않아 좋습니다.


그런데 몇 젓가락 먹다 보니 '쫄면'이 생각나는 건 저뿐만인가요?
콩나물로 고명을 채운 것도 그렇고 특히, 비빔국수 양념은 시판하고 있는 쫄면 양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맛.
그나마 올레국수는 유부를 잘게 썬 고명들이 그 집만의 특징을 갖게 했는데 자매국수의 쫄면, 아니 비빔국수는 돔베고기를 얹은 것만 빼면 그 정체성이
모호합니다. 이것이 제주도에서 이름 난 맛이라면 좀 곤란한데요. 면발은 또 쫄면과 달리 뚝뚝 끊어지는 부드러움이 있는데 이 부분은 아래쪽에 다시 
이야기하겠습니다만, 다들 유명하다 유명하다면서 칭찬 일색이길래 기대감을 갖고 맛 본 것치고는 평범합니다.
만약, 6천 원이라는 가격으로 기회비용을 살리라면, 저는 좀 잘 한다는 동네 분식집 쫄면을 먹고 남은 돈으로 테이크 아웃 커피를 사 마실 것 같습니다.


멸치 육수

비빔국수를 주문하면 함께 나오는 멸치 육수.
한 번 맛보고 이상해서 또 한 번 맛본 후 조용히 옆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멸치 육수를 어떻게 내셨는지 모르지만, 군내가 나요.
올레국수는 정말 깔끔하게 뽑았다고 할 정도로 은은한 맛이 있었는데 단순히 간의 세기를 가지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순수하게 우린 멸치 육수라 하기에는 잡향이 섞여 있어 이것을 의식 안 하고 먹을 수가 없어요.
멸치 육수가 단지 딸려 나온 국물이라면 크게 개의치 않겠지만, 메뉴판을 보면 멸치 국수가 있습니다. 이 육수로 국수를 말았을 거로 생각하니 아무리
쫄면 같은 비빔국수라지만, 선택을 잘했다고 생각이 든 건 왜일까요?


이 집의 시그니처인 고기 국수 6,000원

자칭 제주 고기국수의 3대 천왕이라는 자매국수의 본질이 이 한 그릇에 담겨 있습니다.
역시 푸짐하게 올려주는 돔베고기. 이 점 하나는 자매국수의 장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고기 육수도 담백하고 잡내가 없어 올레국수와 비교했을 때 어느 쪽에 손을 들여야 할지 한참 고민하게 만듭니다.
고명은 김가루가 얹어졌고 위위 사진을 보면 '시치미' 같은 게 뿌려져 나왔네요.
이 모습을 보니 흡사 돈코츠 라멘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제가 오사카에서 먹었던 금룡라멘과 외관상으로나 올라오는 풍미로나 비슷한 느낌을 주는데
심지어 저 노란 면발까지도 닮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런데 거기와 여기랑 다른 점은 면발에 들어간 성분일 겁니다.


면발은 부드럽고 뚝뚝 끊어지는 질감을 가졌어요. 좀 전에 맛본 비빔국수 면발과 같습니다.
쫄깃하고 탄력 있는 면발을 기대했다면 이 집 면발에서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면발의 '쫄깃함'에 굉장히 집착하는 경향을 띠는데
과도한 탄력과 쫄깃함, 너무 좋아하지 마시기 바래요. 최근 방송에서 다루었던 내용이지만, 이 쫄깃한 면발에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각종 화학
첨가물들이 들어간다고 합니다. 여기에 보관력을 높이기 위해 '프로필렌 글리콜'이라는 물질을 섞기도 하죠.
그런 점에서 자매국수의 면발은 화학 첨가물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습니다. 다만, 한 가지 걸리는 게 있다면 면발에 들어갔다는 '치자'입니다.
사진을 미처 찍지 못했지만, 이 집은 치자로 만든 면발을 사용했다면서 치자의 효능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되어 있는데요.
(지혈효능, 당뇨병 치료, 안면충혈, 신경예민, 혈압을 내리는 데 도움 등등)
면발이 황색을 띠는 것은 치자를 직접 갈아서 넣었다기보다는 열매에서 추출한 '황색소'를 섞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이 치자황색소는 인터넷에 검색해 보면 '치자황색소 문제점'이라고 나온 게 있습니다.
예전부터 이 치자황색소는 바나나맛 우유, 단무지, 각종 면발에 사용되었는데 장기적으로 섭취하면 몸에 좋을 게 없다고 합니다.
치자황색소는 노란색, 적갈색의 액체 혹은 덩어리, 가루 또는 페이스트상의 물질로서 약간 특이한 냄새가 있다고 하며, 색가조정 및 품질보존 등의
목적으로 희석제, 안정제 및 용제 등을 첨가할 수 있다고 나와 있습니다. 주로 식품 착색료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가게 한 쪽에 한약재 효능으로서 치자를 설명하고 있는 부분은 지금 이 면발과는 안 맞지 않나 싶습니다.


반쯤 먹다가 고춧가루를 뿌려 얼큰하게 마무리하고 나왔습니다.



자매국수 위치 : 아래 지도 참조
내비주소 : 제주시 일도 2동 1034-10
주차 : 갓길에 눈치껏


#. 제주 고기국수 3대 천왕이라는 자매국수 총평.
위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국수문화거리'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원조는 자매국수로 알려졌지만, 이 집이 히트치자 우후죽순 생겨나 고기국수 거리가 조성된 것입니다. 바로 옆 집은 상호가 무려 '큰언니국수'
이러다 머지않아 국수 하나로 동생, 누나, 이모, 숙모 간판을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뭐하나 히트치면 전통과 상관없이 너도나도 달려드는
모습이 흡사 마라도 짜장면 거리를 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뭐든 과하면 안 좋은 법.
자매국수의 영업시간은 24시간으로 알려져 있어 혼잡한 시간을 피해 아침 식사로 이용하기에 알맞아 보입니다.
비빔국수는 소문보다 평범한 맛이고 그 정체성도 돔베고기가 올려진 걸 빼면 쫄면과 하등 다를 게 없지만, 그래서 시판하는 쫄면 좋아하시는 분들은 
오히려 입맛에 맞을 수도 있겠습니다. 제주도 전통의 고기국수 맛보다 적당히 대중 영합적인 맛이 관광객들에게 어필한 것으로 보이네요.
아침에 비빔국수가 부담스럽다면, 고기국수 드시기 바랍니다. 개인적으로 면발만 빼면 훌륭한 음식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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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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