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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글보글, 시원한 국물에 소주 한잔 들이키면 추운 겨울도 녹아드는 해물탕.
하지만 저는 해물탕을 잘 안먹습니다. 이유는 해물탕 재료가 수입산 냉동이 많고 조미료 탕인데 그러면서
가격은 1인당 15,000~20,000원 꼴로 먹히니 같은 비용이면 차라리 다른 먹거리를 찾게 됩니다.
해물이 그만큼 들었으면 국물 하나는 시원하게 빠질 만도 한데 왜 굳이 조미료를 넣을까?
모름지기 싱싱한 식재료를 쓴다면 굳이 조미료 칠 것도 없이 자체에서 육수 뽑기에 충분하지요.
그러나 푸석하고 즙이 말라 있는 냉동 해물만으론 사실상 맛을 내기가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바다와 가까운 곳이라고 다를까? 솔직히 그렇지만도 않다는 것.
해산물은 계절을 타고 취급도 까다로울 뿐 아니라 산 걸로 갖다 쓰기엔 굳이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적인
문제(수조설치등)에 따른 추가 비용이 발생합니다. 결정적으로 수입산 냉동과 국내산 생물의 단가는 하늘과
땅 차이이므로 쉽사리 산 것으로 해물탕을 내놓기가 망설여지지요. 그런데 얼마전 살아있는 해물을 빼다 곧바
로 손님상에 올린다는 해물탕집을 지인의 추천으로 찾아가 봤습니다.
제주시 연동에 위치한 해물탕집
점심시간, 가게 앞엔 대기자가 여러명인 풍경.
현지인들에게도 인기가 있지만 인터넷과 입소문 듣고 찾아온 관광객들까지 합세하니 북새통이 따로 없군요.
이러면 저는 둘 중 하나를 떠올리게 됩니다.
뭔가 고평가 되었거나..
진짜 대박 맛집이거나..
그에 비해 이 집과 마주하고 있는 곳에 또 다른 해물탕집이 있는데 그곳은 손님이 아예 없어 대조를 이룹니다.
원래는 저 집이 이 동네 터줏대감인데 어느날 갑자기 들어선 삼성혈 해물탕집 때문에 손님들을 다 빼앗겼다는 후문도 있더군요.
불과 10m도 안떨어진 이곳에서 같은 메뉴로 먹고 먹히는 현상을 보고 있자니 저는 재밌네요. 강 건너 불 구경도 아니고..^^
위 사진은 그렇게 썰렁했던 저 집 앞에 몇 팀이 들어갈까 말까 서성이는 중이랍니다.
그 사람들은 제가 가게 될 이집에서 대기자로 기다리다 지친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이것도 반사이익이라 해야 하나요? ^^
약 20분 정도의 대기시간이 지나자 드디어 영광스러운(?) 입장을 하게 됩니다.
맛이 어느 정도이길래 이리들 북새통일까?
우리 일행은 3명이므로 해물탕 중짜(55,000원)를 주문했다
깔리는 밑반찬은 보시는 그대로입니다. 딱히 할말은 없지만 제주도에 와서 한가지 좋았던 것은 어지간한 반찬들의 원산지가 국내산이라는 사실.
걸핏하면 중국산으로 도배된 서울, 수도권에 비해 제주도는 저렴한 물가는 아니지만 그래도 쌀, 김치, 돼지고기는 국내산(혹은 제주산)을 쓰고 있다는 점은
좋아 보입니다.
해물탕 中짜로 3~4인분, 55,000원
#. 해물탕 하나로 대박낸 이유, 그것은 배치에 있었다
혹자는 싱싱한 해물에 있지 않냐고 하시겠지만 그것도 맞는 말이고, 여기에 추가하여 저는 다른쪽으로도 이유를 둘러 봅니다.
그것은 철저하게 시각적 효과를 노린 해산물 배치.
한국 사람들은 입에 대기도 전에 눈으로 먼저 먹는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 양을 조금이라도 많게 보이기 위한 시선끌기가 눈에 띕니다.
서울에서 해물탕을 시키면 미나리, 쑥갓, 콩나물등의 채소가 밑바닥에 깔리고 그 위에 각종 해산물을 얹어 푸짐하게 보이려는 반면, 이곳은 조개류로 소위
조져버린다는 표현이 맞을듯 합니다. 한마디로 이 집 해물탕의 특징은 조개빨. ^^
조개류(패류)야 말로 그 큰 껍떼기를 내세워 차곡차곡 탑을 쌓아 나가기에 제격인 구조물이니, 맨 아래 빅 사이즈의 키조개 두개를 깔고 그 위해 대합이라
든지 뿔소라, 가리비, 새조개, 전복까지 얹어 둥그렇게 쌓습니다. 그리고 넓직한 게 한마리를 박아버린 후 마지막 결정타로 살아 있는 돌문어 한마리를
얹음으로써 '싱싱한데 푸짐하기까지한 해물탕' 이미지로 각인 시키는데 어느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보는 만큼이나 실제로도 푸짐할까. 그것은 아랫쪽에 이야기 하도록 하고요.
일단은 산 문어부터 시식해 봅니다.
산 낙지는 늘상 먹는데도 산 문어 먹을 기회가 많지 않지요.
함께한 일행은 이렇게 종종 드신다던데 제게도 산 문어 한짝을 잘라다 권하더군요.
접시 위에 꿈틀거리는 문어 다리
맛 보려고 집어든 순간
잘려 나간 몸뚱아리는 그렇게 접시를 잡고 버티고 섰습니다.
먹어보려고 애 쓰는 인간, 먹히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문어.
야만과 미식은 늘 함께 공존하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이.
먹고 먹히는 세상에 적잖히 힘쓰는 이 녀석의 기(氣)를 저는 주저없이 입안으로 갖다 넣습니다.
이렇게 초장에 듬뿍 묻혀진 채로...
잘근잘근 씹혀나가는 근육속에서 약간은 비릿하면서 짭쪼름한 바다향기를 느껴봅니다.
처음 먹어보는 산 문어의 맛..
사실 표면에 점액질이 있어 미끄덩거리거나 그것으로 인한 비릿함을 걱정했는데 그리 큰 걱정은 안해도 될 것 같아요.
약간의 비릿함은 피할 수 없는 문어 특유의 향일뿐. 꼬독하니 씹는 맛도 제법입니다.
끓기 시작하자 서빙 아주머니가 해산물을 잘라준다
문어는 오래 삶으면 질겨져서 맨 먼저 먹고, 그 다음은 전복을 먹는데 그 크기는 깠을 때 500원짜리 동전만한 초소형 전복에선 적어도 벗어난 크기.
다만 양식 전복이다 보니 내장에 특별한 의미는 부여하지 않아 굳태여 챙겨 먹지는 않습니다.
#. 조개빨 죽으니 양은 평범
맨 밑에 깔린 키조개 두 마리가 든든히 버팀목(?)이 되어주는 바람에 시각적인 효과가 컸는데..
그걸 드러내 버리니 마치 지반이 내려앉은 것 마냥 폭삭 가라앉는군요.
키조개가 빠지자 눈으로 보는 해물탕의 푸짐함은 슬그머니 본색을 드러냅니다.
결국 배치에 따른 시각적 효과였을 뿐 양으로 따지면 3~4명이서 먹기에 그리 푸짐한 편은 아닌듯.
그렇게 느껴진 또 다른 이유는 서울식 해물탕과 차이가 나는 스타일에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기껏 껍질을 깟더니 배신 때리는 냉동 칵테일용 새우, 해물탕에 있어봐야 공간만 차지할 뿐이죠. 찔깃거리기만 한 수입산 대왕 오징어는 또 어떻구요.
그런데 여기 해물탕은 그런 게 일절 안들어간 대신 그 흔한 미더덕(엄밀히 말하면 오만디를 사용하는 집이 많지만) 역시 없다는 점이 차이라면 차이.
쓰잘데 없는 해물이 안들어가 좋기는 한데 미더덕같이 잔 먹거리도 없어 저렇게 큼지막한 조갯살만 빼 먹다 보면 금새 국물만 덩그라니 남게 되는
사태가 발생합니다. 이때 허기진 배를 채워주는 건 우동사리가 담당.
마무리는 우동사리로 허전한 배를 채우면 된다
#. 제주도에서 소문난 해물탕 맛집(삼성혈 해물탕) 총평
이 집은 양보다는 질쪽이 우세하다고 말씀드리고 싶군요. 3~4인이 55,000원인데 4인분이 먹기엔 좀 적어 보입니다.
해물의 싱싱함이 최상급임엔 의심할 여지가 없고, 산 문어가 들어가 주는 집 또한 흔치 않기에 특색은 있습니다.
조미료는 안써서 국물맛은 밍밍한 편. 하지만 문어, 전복까지만 건져먹은 상태에서 남은 조개류를 잠시 동안 끓게 놔둔다면 거기서 육수가 잘 우러나와
국물향이 풍부하고 시원합니다. 서두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수 분 이내에 육수가 우러난다는 건 좋은 식재료를 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 봅니다.
느낌은 이렇게 썼지만 이 글로 인해 가뜩이나 북새통인 이 집이 더 북새통이 되는 건 개인적으로 바라고 싶지 않군요.^^;
행여나 맛보고 싶다면 '양'과 '서비스'쪽으로는 기대를 접으시고 찾아가 보시기 바랍니다.
오늘 제가 전해드릴 맛집 정보는 여기까집니다.
위치 : 아래 지도 참조
네비주소 : 제주시 연동 312-45
주차 : 매장앞에 힘들면 근처에 눈치껏 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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