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의 저렴한 한우집, 미친등심


    ※ 본문을 읽기에 앞서 중요한 이야기 한 가지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제가 본 업소를 다녀온 시점은 2013년 겨울입니다.
    당시 제게 권했던 고기는 가격대비 최고라 할 만큼 높은 등급을 사용했으며 그걸 가게의 자랑으로 삼았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다른 이들의 후기를 살펴보니 한 눈에 봐도 등급이 떨어지는 고기를 사용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러므로 이 글에서 보여지는 고기는 현재 팔고 있는 고기와 상당한 차이가 있으니 감안하고 보시기 바랍니다.

    먹거리로 장난치는 건 비단 개인 업소뿐 만이 아닙니다. 세상이 흉흉하다 보니 이제는 공인된 기관에서 
    대국민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펼치는데 그 수준이 도를 넘었습니다.
    얼마전 문제시 됐던 '농협 안심한우'. 취지는 출생부터 도살까지 농협이 책임지고 관리해 최상의 품질을
    공급하면서 불필요한 유통마진과 거품을 뺐다며 광고했는데요. 알고보니 순전히 엉터리였죠.
    말로는 전용 사료에 수질관리까지 도맡아 책임진다 했지만 정작 한우 농가들은 그러한 사실을 몰랐으며,  
    이들의 관리허술에  '쇠고기 개체식별'과 '원산지 이력추적제'는 사실상 있으나 마나한 법이 되었습니다.
    거기에 수입산 빼돌리기 의혹까지, 개인적으로 이러한 세태에 대해 개탄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한국소의 고유 브랜드인 '한우'
    한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고 육질과 향도 상당히 우월한 품종임엔 분명하지만 서민들이 접근하기엔 여전히 비싸다는 인식이 팽배합니다. 
    최근들어 가격 거품이 많이 빠졌다곤 하나 그래도 한우는 여전히 값비싼 접대 음식으로 통하지요.
    강남에서 소위 한딱까리 한다는 한우집들을 조사해 본 결과 130g 남짓한 한우 꽃등심 1인분 가격이 평균 50,000원 선입니다.
    고기에 금딱지를 발랐나. 저기 마장동 한우촌이나 정육식당에서 내다 파는 한우가 아니라면 어디 무서워서 먹겠습니까? ㅎㅎ
    그렇다고 성인 남녀가 130g씩만 시켜먹지는 않죠. 먹을만큼 먹고 술과 식사까지 더하게 되면 둘이서 20만원은 훌쩍 넘습니다.
    어디까지나 서울 한복판과 강남의 한우집에 한해서 말입니다. 

    그런데 며칠전 제 블로그를 구독하시는 분으로부터 한통의 제보를 받았습니다.
    1++ 한우를 주변 업소에 비해 50%가까이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해서 확인사살에 나섰습니다.
    글쎄요. 같은 1++이라도 숙성의 정도, 거세우냐 암소냐에 따라 맛이 확 틀려지는데 품질에 비해 가격은 얼마나 저렴할까요?



     

    서울 강남 청담동

    그런데 막상 찾아가보니 새벽집 맞은편이로군요.
    새벽집은 강남에서 제일가는 한우집으로 정평난 곳이죠. 역사도 꽤 오래된 듯 하고..
    그 아성에 도전이라도 하겠다는 심산인가요? 어쩌다 이 집 앞에서 떡하니 장사하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하여간 흥미로운 장면이군요.^^


    청담동이라고 해서 고급 한우집인가 싶었는데 막상 와보니 수입산 쇠고기를 팔 만한 분위기.
    그렇다고 아주 저렴한 분위기는 아니지만 고기값을 낮춘 만큼 인테리어에 들인 비용도 많이 절제한 듯한 느낌입니다.


    상황은 고기를 재단하고 그람수를 재어 내는 장면.
    뒷쪽에 숙성실이 있는 걸로 봐선 숙성된 고기를 주로 취급함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한우 등심

    요즘 한우에 대한 말들이 많다보니 이런것도 무심코 지나갈 수 없더군요.
    그런데 사람들은 쇠고기 질을 따질 때 무조건 등급만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육질이란 것은 등급에 따라 결정되어지는 것은 맞는데 같은 등급이라도
    그것이 거세우인지 암소인지에 따라 느껴지는 맛이 달라요.

    이 집은 암소라 되어 있는데요. 보통 우리가 아는 상식으론 암소가 거세우보다 무조건 나을 것이라 알고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그러니깐 육질의 품질로만 따지면 맛이나 향적인 측면에서 암소가 거세우보다 월등히 낫기는 합니다만, 그 편차가 개체별로 차이가 많다는거죠.
    그러다보니 맛에 대한 보장면에선 거세우에 비해 다소 불안정한 편. 거세우는 숫소를 거세시킨 후 오로지 식육만을 위해 집중 관리되는 소다 보니 육즙은
    암소에 비해 떨어질지 몰라도 품질에 대한 편차는 오히려 안정적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고기 좋아하시는 분들이야 다 아는 상식이지만 혹여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등급을 판단하는 기준을 알려드리자면..
    근내지방 함유량, 소위 '마블링'지수인데 이것이 많으면 1++이고 마블링이 떨어질수록 1+, 1, 2, 3 등급으로 나갑니다.
    1++ 가 비싸고 좋다는건 다 아는 사실이지요. 다만 지방이 많으므로 자주 먹었을 때 건강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는 말 못합니다.
    사람들은 무조건 1++이 좋은줄 알지만 그것도 용도에 따라 다릅니다. 지방이 많으면 고소한 맛은 배가 되지만 그만큼 씹는 감촉은 떨어지고 금새 물리니
    뭐든 적당한게 좋아요.

    또한 육량지수(살코기)에 대해서도 의외로 모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사람들은 A면 무조건 좋은 고기로 여기지만 여기서 A란건 한우 한마리에 살이 얼마나 꽉 찼느냐의 문제로 비육상태를 말합니다.
    이는 마블링 상태와는 별개의 문제로 꼭 A등급이 아니더라도 구수한 맛을 보는데는 지장없다는 것입니다.


    요새는 개체식별번호를 통해 해당 한우를 조회해 볼 수 있도록 시스템화 되어있습니다.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운영하는 '안심장보기'란 어플을 이용하면 해당 쇠고기에 대한 모든 정보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구요.
    저도 호기심이 생겨 조회를 해봤습니다. 그랬더니 현재 판매되고 있는 쇠고기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등급만 놓고 본다면 한우 암소에 1+ 혹은 1++이니 거의 최상급이긴 한데 문제는 가격입니다.
    솔직히 강남 한복판에서 이런 등급의 한우는 메뉴판 열기가 좀 두렵습니다. 사실 접대와 체면문화가 극도로 발달된 지역이다 보니 어지간한 메뉴들
    가격 거품이 상당하죠. 농담이 아니라 이 동네에서 가격이 저렴하면 오히려 안팔리는 웃지못할 현상도 생길 수 있습니다.

    재밌는 사례 하나를 말해 보자면, 제가 아는 후배 중에 직접 발품 팔아가며 스타킹을 파는 친구가 있습니다.
    동대문에서 몇 천원에 대량으로 떼어와서 그것을 다시 재포장한 다음, 여성 고객들이 밀집해 있는 백화점 휴게실, 미용실등을 찾아가 스타킹과 레깅스를
    판매하는데요. 이야기를 듣다보면 참으로 웃지못할 에피소드가 많습디다.
    2,000원짜리 스타킹 떼어다가 포장해서 5,000원에 팔면 개당 3,000원의 이윤을 남기지요.
    하루는 청담동 미용실에서 그렇게 했다가 보기좋게 퇴짜를 맞았는데 그 이유는 허무하게도 가격이 너무 저렴하다는 것.
    전부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청담동 미용실에서 오전에 모닝파마하는 고객들은 아무래도 돈 좀 있고 여유있는 아가씨들이 적잖을테니..
    "솔직히 제가요. 스타킹 만원만 했어도 사려고 했는데 오천원이라서 못사겠어요"라는 말을 직접 들은 이후로 후배는 생각을 바꿨다고 합니다.
    결국 원가의 열배인 2만원을 책정하니 불티나게 팔리더라는.. 참 어이가 없죠.^^
    그것이 현재의 강남 스타일이라고 한다면 너무 심한 비약일까요? ^^



    어쨌든 고기 등급을 확인했으니 메뉴판을 열어보는데 잠시 동안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이 집의 주력 메뉴는 꽃등심인거 같은데 150g에 29,000원.
    둘이서 1인분씩 시키면 58,000원. 단순 가격 논리로만 따지면 요것도 만만치 않은 가격이라고 하시는 분들이 분명 계실겁니다.
    그런데 품질과 등급은 정육식당에서 취급하는 것과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그건 아랫쪽 본문에서 확인해 보시고..
    아마 강남에서 한우 드셔보신 분들은 물가차이를 실감하실듯 합니다. 

    "강남이라면..그리고 그들 업소가 사용하는 한우와 별 반 차이가 없는 등급이라면.."

    마음속으로 잘 안와닿는 분들을 위해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바로 건너편에 있는 새벽집은 꽃등심 160g에 52,000원 + 10% Tax 가 붙으니 둘이서 1인분씩 시켜 먹으면 114,400원.
    레드마블이란 곳은 꽃등심 130g에 무려 55,000원, 모든 메뉴에 부가세 10%에 봉사료까지 5%..(대단하네요^^)


    물론 봉사료가 붙은 만큼 서비스와 인테리어에 공을 들인 흔적은 있을 겁니다.
    한우야 좋은 걸 쓰겠지만 그래봐야 이 집 한우와 대동소이할 터..

    솔직히 이런 집들은 한우를 먹으러 간다기 보단 상대방에게 잘 보이려고 가는 게 아닌지? 한마디로 접대용이 많다는 얘기입니다.
    그러한 체면문화를 적절히 이용한 듯한 가격책정이 조금은 가증스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여튼 사설이 길었는데요. 저는 여기서 꽃등심 2인분을 주문해 봅니다.


    숯은 참숯이 아니고 비장탄을 사용한듯 보입니다. 
    원산지는 알 수 없지만 라오스산이니 캄보디아산이 많이 들어오는데 비장탄도 탐소함유량이 많으니 오래가는덴 일가견이 있습니다.
    그러니 아무래도 단가가 좀 나가는 참숯 대용으로 많이들 선호하지요.


    육사시미

    기본으로 나오는거냐고 물었더니 있을 때만 나온답니다. 없으면 황당하게도 안나온다네요?
    뒤에 초고추장 소스로 보이는 것에 찍어 먹는데 육사시미의 담백한 맛을 소스가 가리는 바람에 개인적으로 그닥 감흥을 느끼진 못했습니다.


    꽃등심 소스는 단 하나, 볶은 천일염입니다. 
    고기 먹을 때 소스가 많으면 번잡하기만 하고, 특히 한우를 먹을 땐 그 향에 집중하기 어렵기 때문에 소금만 나와준다는 건 갠적으로 환영할 만할 일.
    그런데 파무침까지 단조로울 필요는 있을까 생각이 듭니다. 너무 삼삼한데요. ^^;
    어디까지나 개인의 입맛 차이지만 파무침만큼은 저희 장인어르신께서 직접 무치신게 훨씬 맛있군요.(예전에 음식점 했습니다.)


    뜨거운 쌈장과 구워먹을 통마늘

    찬은 네가지..쌈은 많지 않아요. 깻잎 몇 장, 상추 몇 장. 
    한우를 자주 먹지는 않지만 고기에 쌈사먹기를 좋아하는 제가 한우를 먹을 때면 쌈에 손대지 않습니다.
    특히 질 좋은 고기라면 육즙을 느끼는데 깻잎 향이 방해가 되기 때문.
    동치미는 많이 달달해요. 떼어온 물건이라면 업체 선정을 함에 있어 생각을 다시 해 보심이..


    한우 A++ 꽃등심 150g 29,000원 x 2인

    일단 마블링은 우수합니다.
    하지만 마블링보다 더 중요하게 보는 건 두께감.


    두께감도 상당히 신경썼군요. 같은 등급이라도 썰어져 나온 두께에 따라 육즙 맛이 전혀 달라지던데..
    만약에 저더러 얇팍하게 썰어저 나온 1++를 고를 것이냐, 두껍게 썰은 1+를 고를 것이냐고 묻는다면 저는 당연히 후자를 선택할 것입니다.
    아무리 마블링이 우수하다고 해도 두께가 얄팍하면 육즙의 풍부함과 식감에서 감흥이 떨어지지요.

    참고로 쇠고기는 숙성의 진척도에 따라 썰어내는 두께가 결정될 수도 있습니다.
    건너편 새벽집의 경우는 생고기를 쓰기 때문에 육질이 쫄깃한 편. 쫄깃한 만큼 질겨질까봐 두껍게 썰어내지 못합니다.
    반면 이 집처럼 숙성고기를 사용한다면 숙성 정도에 따라 육질이 부드러워지므로 두껍게 썰어낼 수가 있지요. 장 단점이 있습니다.
    뒤에 숙성고가 보이길래 물어봤더니 약 20여일간 숙성한다고 합니다. 보통 사람들은 육고기든 생선회든 숙성에 대한 막연한 불신이 있는데요.
    고기란 것은 바로 잡아 먹는다고 신선한게 아니고 어느정도 숙성을 시켜야 육질과 맛이 향상되는 법입니다.
    다만 생선회는 워낙 무르기 때문에 갓 잡아서 먹어야 쫄깃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이고, 육고기는 원래 질기기 때문에 숙성을 거치면서 부드러움과 향을 
    배가시킬 수 있는 거겠지요. 이렇게 하면 두께감도 살려내니 풍부한 육즙까지 살릴 수가 있지만, 대신 먹다 보면 쥐도 새도 모르게 양이 줄어버릴 수
    있다는 단점, 간과해선 안되겠지요.^^

    그런데 저는 분명 꽃등심을 시켰는데 앞쪽에 보이는 덩어리는 살치살로 보입니다. 어찌된 영문일까?
    원래 그런거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합니다. 어차피 살치살이란게 꽃등심의 연장 선상에 붙어 있는 부위라는 건 알고 있는데..
    그래서 대부분 업소들은 살치살만 따로 발라내어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것이 일반적. 문제는 살치살이 한마리당 1~2kg밖에 안나오는 걸로 아는데
    이 집 꽃등심은 살치살이 기본 포함이라 손님들이 꽃등심을 시킬때마다 살치살 충당을 어떻게 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여간 살치살이 꽃등심에 기본적으로 포함되어 나온다는 건 무척 환영할 만합니다.


    다 아는 얘기지만 그래도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말씀드리자면 쇠고기는 자주 뒤집으면 육즙이 날라가 맛이 떨어집니다.
    자주 뒤집지 말고 또 먹을 만큼만 소량껏 올려서 불판에 올리면 표면에 송글송글 땀이 차오를 겁니다.
    그런 기미가 보인다 싶으면 곧바로 뒤집어 준 후 곁 표면만 익히고 나서 속은 30~50%정도만 익혀서 드시면 좋습니다.
    살치살은 지방이 많기 때문에 너무 강한 불에 노출되면 불꽃이 일어나면서 지방이 타버려요. 
    그렇게 되면 시커멓게 그슬려서 볼품없으니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 합니다.


    살치살 단면

    이 상태에서 앞뒤로 5초씩만 굽고 난 후


    센 불에 표면을 익혀 육즙을 완벽히 차단시킨 살치살 블록

    혹자는 살치살이 너무 질기다 하시는데 그런 분들은 속까지 다 익히셨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결코 쫄깃한 부위가 아니죠. 씹는 질감을 중시한다면 그냥 윗등심을 드시는 편이 낫습니다.

    대게 이런 로스구이류는 다른 소스보다도 소금을 이용하는 게 본연의 향을 즐기기 안성맞춤입니다.
    소금에 찍어 드시기 보다는 소금이 담긴 그릇을 살짝 기울인 후 젓가락으로 톡톡 쳐서 소금을 얹어 드시는 것입니다.
    마치 생선회 위에 생고추냉이 한점을 올려 먹는 것과 같습니다.

    맛은 가히 엑설런트합니다.
    씹는 순간 육즙이 입안에 흥건합니다. 그렇다고 순식간에 녹아버리지는 않아요. 살치살치곤 치감도 제법입니다.
    저 모서리 부분, 핏물이 아니냐는 분도 계신데요. 핏물과 육즙은 엄연히 구분됩니다.
    핏물은 고기를 채에 받쳐 놓으면 삼투압 현상에 의해 모세혈관 속에 고여있던 핏물도 흘러나와 밑으로 빠지게 되지요.
    말그대로 핏기이기 때문에 헤모글로빈과 철분이 다량 포함되어 있으며 이것을 제대로 제거하지 않을 경우 살에서 비린내가 납니다.
    이는 생선살도 마찬가지.

    반면, 육즙이란 건 고기 안쪽에 갇혀있는 담백질+지방이 함유된 '수분기'를 말하는데 갇혀있기 때문에 정상적인 고기라면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는 것이
    육즙의 기본입니다. 그 육즙은 열을 가하게 될 경우 밖으로 세어 나오는 성질이 있는데 쇠고기의 경우 강한 불로 곁 표면을 코팅 시켜주는 것이 중요하겠죠.
    그러니 핏물이 싫어 미디엄으로 못드신다는 어르신들.. 그것은 핏물이 아니라 육즙이니 안심하시고 풍미를 즐기십시요.


    한우 꽃갈비살 150g 29,000원

    꽃갈비살은 한 마리당 몇 점 안나오는 특수부위. 
    '꽃살' 혹은 '진꽃살'이라고도 불리지만 그것과 이것은 엄연히 다릅니다. 사실 꽃살이란건 정식 부위 명칭이 아니고 마블링 형태가 꽃처럼 피어서 그리
    불리게 된 건데, 업소마다 꽃살을 부르는 부위가 제각각입니다. 어떤 곳은 살치살을 꽃살이라 부르기도 또 어떤 곳은 치마살등을 꽃살이라 부르니 아마
    이것들을 총칭해서 부르는 업자들이 지어낸 단어가 아닐까 사료됩니다.
    여기서의 꽃살은 갈빗대 안쪽에 있는 살을 발라낸 몇 그람 안나오는 부위입니다.


    이런 부위는 눈으로부터 먼저 먹고 난 후 불에 갖다 대는데 그 과정에서 첫번째 고기는 익힘에 있어 실패했습니다.
    꽃갈비살을 숯불에 구워 먹기란 쉽지 않네요. 지방이 많다보니 불꽃이 일어나기 일쑤고 조금만 방심해도 시커멓게 그을려서 영 볼품 없게 되버립니다.


    두번째 시도는 제대로 구웠는데 통재를 잘 해야 해요. 
    서빙하시는 분이 오셔서 뒤집어 주시지만 가위로 자르는 건 오로지 제 몫입니다.
    (고깃집에서 가위는 제가 드는 편입니다. 가끔 성의 없이 잘라주는 고깃집이 있다보니..)
    얘기를 나누다가도 꽃갈비살 구울 땐 계속 지켜봐야 합니다. 익히는데 단 몇 초면 충분하니 방심은 금물.


    표면에 소금을 뿌리자 마치 땅속으로 눈이 녹는 듯한 현상을 보이며 입맛을 재촉한다

    중간 단면은 미디엄 레어로 익혔습니다. 얼핏 보면 안익은 것처럼 보이지만 이미 열에 의해 지방이 녹은 상태여서 육즙이 가득합니다.
    그런데 식감은 물컹해요. 마치 묵을 씹는 것 처럼 물컹하고 육즙은 젓가락을 찔렀을 때 주르륵 나오는 '샤오롱바오'와 비견될 만합니다.
    육즙은 풍부할지 모르나 이 부위에 익숙치 않은 분들에게는 물겅한 식감에 자칫 실망할지도 모릅니다. 
    저 역시 적응이 안되는군요.^^; (아직은 꽃등심에 후한 점수를)


    양송이는 즙으로 가득찼을때 먹어야 백미 ^^


    한우 차돌박이 150g 18,000원

    차돌박이도 등급에 따라 지방 분포도가 천차만별인데요. 예전에 정육점에서 사 먹었던건 등급이 낮아서 그런지 지방 비율이 너무 높았는데..
    지금 나온건 비율이 아주 좋아 보입니다. 


    다소 달큰한 전용소스

    차돌박이는 원래 질긴 부위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은 냉동한 것을 대패 삼겹살 처럼 얇게 썰어 내지요.
    확인해보진 않았지만 이 집 차돌박이는 냉동이 아닌 냉장 숙성으로 보입니다.
    그만큼 얇게 썰어내기가 무척 힘이 들기 때문에 자칫 두껍게 썰어 질겨질 수가 있습니다. 
    차돌을 냉장육으로 낸다는 것. 육질에 자신없으면 하기 힘들겠지요.

    익힐 땐 붉은기가 사라져서 갈색이 되지 않을 정도로 살짝만 구워준 후 곧바로 건져서 먹습니다.
    마치 샤브샤브에서 각자 먹을 만큼만 담갔다 꺼내 먹듯 차돌박이도 한꺼번에 많이 올리지 말고 몇 점씩만 구워 드시면 특유의 쫄깃함과 구수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차돌은 한꺼번에 올리지 마세요. 만약 일행중에 그러한 사람이 있다면 단단히 주의를 줍니다. 물론 손아랫사람일 경우에만 ^^;)
    처음 몇 번 씹었을 땐 다소 질기다 생각했는데 계속 먹다보니 질긴 게 아니고 전에 먹던 부위들이 너무 부드러워서 생긴 착각으로 보여집니다.
    계속 먹어보니 적당히 쫄깃거리는 식감이 배부름을 잊게 만드는군요.^^


    마무리는 한우 갈비탕 10,000원

    오늘 작정하고 허리띠를 풀렀습니다. 제주도에 있는 동안 생선회만 줄창 먹다보니 고기가 그리워진 이유도 있지만, 질 좋은 한우를 이만한 가격에 먹는
    경우도 흔치 않은 듯 하여 간만에 과식 좀 하였습니다. ^^;


    제가 강남 인심을 너무 각박하게 봤나요? 생각외로 들어간 갈비양이 푸짐합니다. 
    뼈는 남은 잡뼈도 섞인 것 같고 간장으로 간을 해 국물색이 뽀얗지 못하다는 게 조금은 아쉽지만 그래도 명색이 한우다보니 맛은 기본 이상입니다.



    위치 : 본문 아래 지도 참조
    주차 : 발랫해줍니다.(비용있슴)
    네비게이션 주소 : 서울시 강남구 청담1동 129-10(검색이 안되 새벽집 주소로 넣습니다. 바로 앞이니 참고하십시요)


    #. 청담동의 저렴한 한우집, 미친등심 총평
    강남의 한우 물가를 완전히 무시해 버린 듯함이 저에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솔직히 저렴한 만큼 고기 질의 하락을 걱정했는데 그것은 기우였습니다. 얼만전에 먹었던 제주한우(제주한우가 문제가 아니라 썰어낸 두께가 기대이하)
    보다도 훨씬 좋았고 육즙의 풍부함, 치감, 그리고 숙성고기 특유의 진한맛이 여운을 남기는군요.
    고깃집에서 반찬 지적은 없습니다. 오로지 고기 질과 거기에 따른 가격이 맞아만 준다면 구태여 값비싼 한우 먹을 필요가 있을까 싶습니다.
    만약 비지니스로 접대를 해야 한다면 분위기나 인테리어도 충분히 고려해야 할 사항이니 고가의 한우집을 가세요. 
    허나 접대가 아니라면 계산서로 괜한 허세 부리지 마시고 주변의 저렴한 한우집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제 생각에는 이곳에서 취급하는 한우가 등급과 품질면에서 고급 한우집과 하등 다를 게 없어 보입니다.
    이 곳은 물가가 살인적이기로 유명한 서울 강남의 청담동입니다. 음식의 질은 좋지만 가격 또한 비싸기로 악명높습니다.
    노파심에서 말씀드리지만 "1인분에 29,000원짜리 한우가 저렴한 거냐? 우리동네 정육식당가면..."식의 댓글은 안나올 것이라 기대해 보면서 ^^
    아무쪼록 이러한 품질이 초기 오픈빨이 아닌 지속적으로 이어나가는 한우집이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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