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별미, 대변항 멸치회


    "멸치도 회로 먹을 수 있나요?"
    우리나라 최대의 멸치산지인 부산 기장의 대변항.
    그곳에서 서울까지 밤새도록 달려 온 특별한 생선이 있습니다.
    산지가 아니라면 정말 먹기 힘들다는 멸치회.
    조금이라도 선도가 떨어지면 먹기 힘든 멸치회를 받자마자 곧바로 시식에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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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서 맛보는 겨울철 별미, 대변항 멸치회


    본디 멸치란 국물을 내거나 마른멸치를 이용해 밑반찬을 만드는 용도로만 생각해왔습니다.
    그런데 바다에서 나는 생선은 왠만하면 거의 다 회로 드실 수가 있는데요 멸치도 예외는 아니랍니다. ^^
    한겨울의 멸치가 제철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멸치가 맛없는 철도 아니랍니다. 딱히 멸치 파시라고 할만한 철도 없지만
    봄에 나는 햇멸치가 유명하긴 합니다.
    해마다 4월이 되면 부산 기장 대변항에서 멸치축제가 벌어지는데요. 남도지방 사람들이라면 모를까 멀고도 먼 수도권 사람들에겐
    다소 낮선 생선회가 바로 멸치이지 않을까 싶어요. 보기만 해도 비릿해 보이는 등푸른 생선에다가 적색육을 가진 생멸치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국물용 건멸치가 물에 불려져 생물인 척 하는 착각마저 드는데요. 이것도 회로 즐길 수 있다는 말에 굳이 상상을 더해보자면 
    싱싱하게 살아 움직이는 빙어와도 같다는 생각을 해보지만 막상 알고보면 일반적인 생선회처럼 살아있는 활어가 아닌 이미 죽어서
    축~늘어진 생멸치를 가지고 횟감으로 다듬습니다.



    횟감용 생멸치

    바로 이런 모습으로 말입니다.
    하지만 겉모습만으로 판단하면 금물!
    원래 멸치란 그물에 걸리자마자 죽기 때문에 활어유통은 생각하기 힘들답니다. 그래서 멸치축제가 벌어지는 대변항 횟집의 수족관에도
    마치 전어처럼 빙글빙글 도는 그런 활어 멸치는 볼 수 없습니다. 다만 몇 시간전에 살아있었을 멸치를 가지고 대가리와 내장을 딴 후
    손으로 쭉~ 뜯어서 척추를 뽑아버리는(?) 것으로 횟감마련이 된다는 것입니다.




    찌개용 생멸치

    얘네들은 불과 몇 시간전 팔딱팔딱 살아 움직였던 생명체였습니다.
    아니 하루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니 바다속에서 떼지어 노닐던 얘덜이었네요.
    그런데 이 무슨 기구한 운명인지 그물에 걸려서 그만 단체로 손질을 당하고 밀페된 박스에 갖힌채 수시간만에 도착한 곳은
    서울의 어느 가정집.

    느껴지시나요? 반질반질한 등에서 나오는 은색광채를
    선도가 살아있지 않다면 이렇게 윤기가 나지 않는 법

    "너희들은 오늘 입질의 추억의 미식재료로 선포한다!"



      ◐ 멸치회 만들기



    우선 몇 시간전에 살아있었을 아주 싱싱한 생멸치가 필요하겠죠.
    산지에서 이렇게 횟감용으로 손질되어 왔으니 저는 씻어서 먹기만 하면 되는데요.
    흐르는 물에 딱 한번만 행굽니다. 그냥 손으로 박박 문질러서도 안되고 그냥 짠기만 없애준다.. 이런 생각으로
    살포시 냉수욕 한번 해주고 그냥 따라버리면 됩니다.





    그 다음 멸치회를 맛있게 먹기위해 가장 중요한게 있는데요. 요렇게 막걸리를 자작하게 부어 약 10분간 재어둡니다.
    막걸리를 붓게되면 멸치의 비린향을 잡아 줄 수 있습니다.





    막걸리에 샤워시킨 멸치는 손으로 적당한 압력으로 짜서(너무 쌔게 쥐면 살이 뭉그러지니 적당히 알아서 ^^;)
    막걸리 수분을 어느정도 떨어버리신 후 접시에 담아두면 끝~!
    어때요. 너무 간편하죠. 근데 서울에서 재료 구하기는 쉽지 않을꺼 같아요.
    저는 대변항에서 수산업을 하시는 빈티할매님 덕분에 이렇게 맛을 볼 수 있었어요. (빈티할매님 할머니 아닙니돠 ㅎㅎ)





    이렇게 놓고보니 좀 썰렁합니다. 상추라도 깔껄 그랬나요 ^^;
    그러고보니 저는 멸치에 대한 '입질의 추억'이 있었어요.

    때는 9월, 한창 바다낚시에 열중하고 있었죠. 그런데 뭔가 토토톡~ 하면서 앙탈을 부리며 올라오는게 있었는데
    다름아닌 멸치가 그 크릴새우를 먹겠다고 물고 올라오지 뭐예요.
    크기는 국물멸치급인데 이걸 낚자마자 주위를 한번 쓱~ 둘러보고(X 팔려서) 얼른 바다로 돌려보내줬던 일화가 있었어요.
    대어를 낚으러 왔는데 멸치가 바늘을 물고 올라오니 기분이 참 멸치같더군요. ㅋㅋ

    또 이 멸치들은 삼치나 농어낚시를 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신호를 전달해주기도 하는데
    낚시를 하다가 수면의 멸치떼가 갑자기 튀어 오를때가 있습니다. 심지어는 너무나도 급한 나머지 갯바위 위로 튀어 오르더군요.
    얼마나 목숨의 위협을 느꼈으면 지상으로 톡꼈을까요?
    물속에 삼치나 농어같이 육식성 어종이 들어왔다는 증거입니다. 멸치가 수면에 튀면 그때부터 긴장타고 낚시를 해야 한다는거.





    여하튼 이제 맛을 봐야하는데 아무래도 등푸른 생선이니깐 쌈장이나 초고추장이 어울릴꺼예요.
    한점으로는 성이 안차니 두세점을 한꺼번에 집어다가 입안에 넣어봅니다.

    "입안에서 실종되네요."

    다시 먹어봅니다.
    이 무슨 회맛이 이렇노?
    이건 쫄깃하게 씹히는 맛은 크게 기대하지마세요. 그냥 몇 번 씹지도 않았는데 그냥 식도로 미끄덩하면서 남는 여운은
    첫맛은 역시 초장맛으로 먹는가 싶더니 끝맛은 달짝지근하게 밀려오는 감칠맛이라고나 할까요.
    부드럽고 고소하면서 감칠맛이 나니 기분이 좋아지더랍니다. 비릴꺼라 생각하지만 역시 신선해서일까요.
    바다향에 매우 취약한 울 와이프가 "생각보다 안비리네?"하더니 먹더랍니다.
    집에서 멸치회를 다 먹어보고.. 서울에 살면서 이런 날도 있구나~ 싶더랍니다.





    그리고 찌개용 멸치는 이렇게 무우와 다진마늘에 청양고추 슝슝 썰어서 멸치조림을 합니다.
    양념이라곤 별거 없어요. 국간장에 고춧가루 팍팍치고 (이때 설탕은 오~노! 무우가 해결해줌)
    근데 오늘 포스팅은 레시피가 아니니 자세한 분량은 모르구요. 전 항상 눈대중으로만 넣다보니 이해해주세요. ^^;
    그냥 평소에 생선조림하듯 하면 되꺼 같아요.  재료만 멸치일 뿐 ^^





    그리하여 저어기~ 남쪽지방에서나 먹을 법한 멸치쌈밥용 조림탄생. (근데 이날은 상추를 준비못했습니다.)
    뼈가 있지만 뼈채로 걍 드시면 좋아요. 칼슘도 엄청 많은게 멸치잖아요 ^^
    특히나 멸치에 듬뿍 들어 있는 단백질과 칼슘등은 어린이의 성장, 임산부, 여성의 골다공증에 아주 좋답니다.

    생멸치로 할 수 있는 음식들.. 검색해보니 참 많더라구요.
    멸치초무침, 멸치비빔밥, 그리고 다음에 제가 올리게 될 멸치튀김까지..





    이쯤에서 멸치에 대한 상식을 넓혀봅시다.
    멸치는 삼치나 갈치와 더불어 물 밖으로 나오면 금방 죽는 성질급한 고기랍니다. 대개 끝에 '치'로 끝나는 생선들이 명이 좀 짧은데요.
    그래서 그런가.. 제가 잡은 감성돔은 왜 자꾸 감성치가 되는지 몰겠지만 할튼간에 ㅎㅎ
    멸치는 청어목 멸치과의 바닷물고기로 우리나라 전 해역과 일본, 타이완, 중국등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으며, 산란기는 5~8월 입니다.
    해마다 멸치축제가 열리는 4월이면 이른바 '햇멸치'가 올라오며 이때가 가장 맛이 좋은데 그 이유는 바로 산란하기 전 몸에 영양분을
    한가득 축적하고 있을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정약전(1758~1816)이 지은 "자산어보(慈山魚譜)"에 따르면 멸치는 몸이 매우 작고, 큰놈은 서너 치, 빛깔은 청백색이며
    6월초 연안에 나타나 서리 내릴 때 물러가며 밝은 빛을 좋아한다. 더불어 "밤에 어부들은 불을 밝혀 멸치를 끌어들여 손 그물로
    떠서 잡는다. 이 물고기로는 국이나 젓갈을 만들며 말려서 포도 만든다"라고 쓰여져 있습니다.

    저도 난생 처음 먹어본 멸치회
    생각보다 비리지도 않고 살포시 막걸리의 향이 은은하게 나면서 부드럽고 감칠한 맛에
    부산 앞바다를 통째로 입에 넣은 기분을 만끽하였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멸치가 좋아도 멸치 낚시는 안할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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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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