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머니 김치찌개에 돼지고기가 너무 많습니다'라고 물었더니


    또다시 악천후가 이어졌던 제주도의 어느날.
    낚시를 가지 못한 저는 답답한 마음에 운전대를 잡고 제주시를 떠나 동북 해안도로 진입하였습니다.
    늦가을에 접어들면서 관광객도 눈에 띄게 줄었고, 이 날 따라 바람도 유난히 강한데다 파도가 넘쳐
    도로가 흥건하게 젖어 있습니다. 이미 점심시간이 되었지만 해안가 포구에 있는 식당들 중 어느 한
    곳도 제대로 문을 연 곳이 없더군요.

    "이리 먹을데가 없어서야.."

    그러다 영업중인 식당처럼 보이는 곳을 발견, 저는 주저하지 않고 들어가 봅니다.


    허름해 보이고..


    난잡해 보이기까지 했던 어느 식당. 안그래도 우중충한 날씨인데 실내에 불까지 꺼져있어 더 우중충합니다.
    점심시간이라 장사를 하려고 문은 열어놨는데 아직까지는 손님이 전무한 상태.
    우리부부가 자리에 앉자 그제서야 실내 등을 키면서 나오는 아주머니. 어쩌면 이제 막 열었는지도 모릅니다.


    고소한 냄새가 진동해서 봤더니..
    오호~ 직접 깨를 볶고 빻는가 봅니다.


    이 집에서 가장 엘레강스한 가격은 7천원 짜리 보신탕. 화난 표정의 강아지 그림이 재밌죠.^^
    사용되는 대부분의 식재료는 국내산이니 제주도에서 중국산 보기가 참 힘이 듭니다.^^
    그런데 돼지고기 원산지는 국산이라고 했다가 옆에 수입은 벨기에(?)
    둘다 사용하는 듯 했지만 국산과 벨기에산의 쓰임새까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메뉴판을 보니 더 햇갈립니다. 고기국수(호주산), 김치찌개(호주산).
    호주에서는 쇠고기를 수입하지 돼지고기를 수입하는지는 금시초문입니다. 이쯤되니 혼란스럽습니다.
    결론적으론 그냥 국내산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고 먹는게 편할듯. 어쨌든 저는 고기국수와 김치찌개를 주문해 봅니다.






    어떤집은 양념의 과다 사용으로 고춧가루 범벅내지는 떡져있어 젓가락이 잘 가지 않은데, 이 집 반찬은 하나같이 자극적이지 않고 신선한 맛이 납니다.
    특히 고구마 줄기 볶음은 간의 세기도 적당하고 은은하게 올라오는 간장과 참기름향이 집에서 먹는 듯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군요.
    반찬은 재활용 걱정이 없이 적당량만 담아주시니 이 또한 신뢰가 가고.


    고기국수 5,000원

    고기국물에 중면을 말고 그 위에 돼지고기 수육 몇 점을 고명으로 얹는..
    언틋보면 일본의 차슈라멘과 비슷하지 않냐고 하시겠지만 맛은 지극히 한국적이고 제주도 특유의 삼삼한 국물과 토속적인 맛이 결합된 국수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국물맛도 은은하고 깔끔해 만족스럽군요.

    들어간 돼지고기 고명은 6점.
    국내산인지 호주산인지 표기가 혼란스러워 장담할 순 없지만, 수육의 질감도 좋고(오겹살을 사용했네요) 잡내도 없고 퍽퍽하지도 않으니 이것이
    호주산이면 정말 훌륭하게 삶았고, 제주산이라 해도 삶기에 있어 적잖은 공력이 있어 보입니다.
      

    면은 중면을 사용했는데 특별히 쫄깃거림은 없었고, 그렇다고 확 퍼진 느낌도 아니고 무난합니다.
    제주시에서 고기국수 한그릇 먹으려면 6천원은 줘야 할텐데, 조금 벗어난 외곽지역이라서 그런가요.
    대부분의 메뉴가 5천원대여서 불과 몇 키로 차이지만 이 안에서도 물가폭의 존재를 느낍니다.
    5천원짜리 치고는 꽤 착한 편.


    김치찌개 5,000원

    갑자기 들이친 손님을 보고 황급히 주방에 불을 키신 아주머니.
    우리가 주문하자 가장 먼저 했던 일은 김치냉장고에서 돼지고기 한줌을 꺼내 써는 일부터 시작하였습니다.
    아무래도 고기국수는 미리 끓여논 육수에 면을 삶기만 하면 되는 일이고, 그 다음엔 삶아놓은 수육을 몇 점 썰어 올리면 완성이 되지만..
    돼지고기 김치찌개는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은 이상 단시간에 끓여서는 제 맛이 안나지요.
    그러니 가장 먼저 고기를 썰어서 불에 올려놓고 다음 일을 진행하려는 수순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돼지고기가 수북히 들어갔다

    사실 가게가 허름하고 손님도 없어 큰 기대를 안했는데 바글바글 끓여나온 김치찌개는 기대 이상.
    조미료 맛도 못느끼겠고 제법 들어가 준 고기 덕분에 국물맛도 자연스럽습니다.
    저는 김치찌개를 자주 사 먹고 또 직접 끓여서 먹는 경우가 많다 보니 맛을 보면 이 국물이 조미료 국물인지 돼지고기 국물인지 대번에 나오지요.^^

    그나저나 들어간 고기 양을 살펴보니 다소 과하다 싶을 정도로 들어갔네요.
    이 정도 뚝배기에 이 정도 고기면 서울에선 2인분에 해당될 판.
    정량을 초과한 듯한 고기는 한 수저에 전부 담을 수 없을 정도입니다.(사진엔 안보이지만 국물밑에도 꽤 많이 깔려있슴)
    혹시 첫 손님이라서 그런걸까? 아니면 무심코 많이 넣은걸까?
    궁금함을 참지 못한 저는 물어봅니다.

    "아주머니, 김치찌개에 돼지고기가 너무 많습니다"

    라고 했더니 되돌아 오는 말.
     

    .
    .
    .

    "좀 빼주카 마심?(좀 빼드릴까요?)
    "네? ㅋㅋㅋ"
    "김치찌개는 괴기가 생명인데.."

    서울에서 김치찌개 시켜 먹으려면 최소 6천원.
    이 집 고기가 국내산인지 호주산인지는 알 수 없지만 서울 식당들은 대부분 수입산 돼지고기, 그 중에서도 질 좋은 부위는 수육용으로 빼놓고
    좀 떨어지는 부위를 섞어서 김치찌개에 내놓곤 합니다. 서울과 제주는 사정이 다르니 직접적으로 비교하는건 무리겠지만 서울 물가에 길들여져
    있던 제가 이곳에서 5천원에 이런 김치찌개를 맛을 볼 수 있으니 어찌 기분이 안좋을까요? ^^
     


    단돈 만원으로 담백한 고기국수와 집에서 끓인 듯한 김치찌개를 잘 먹고 나왔다

    위치는 아래 지도 참조
    네비주소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 3643-1

    주차 : 매장앞에 몇 대 정도 가능하고 주변에도 댈 곳은 많음

    요근래 사먹은 김치찌개 중에서 간만에 집에서 끓여먹은 듯한 맛을 보았습니다. 아주머니도 참 친절하구요.
    그렇다고 이 집을 적극 추천하기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이 글을 보고 찾아갔는데 고기가 생각만큼 많이 들어있지는 않더라.." 뭐 이런 상황이 충분히 나올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합니다.
    여기가 그렇게 체계적인 식당도 아니고 영세식당이기 때문에 이런 집은 그날 그날 주인장 기분에 따라 양이 변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니 이 근방에서 딱히 먹을 곳을 발견 못했다면 한번쯤 들러볼만 합니다.
    간판명이 손칼국수인 만큼 칼국수도 기대되는 집이로군요.^^

    PS : 노파심에서 하는 말인데.. "카메라를 들고 있으니깐 많이 주는 거지" 이런 댓글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저의 맛집 정보는 곧 신뢰입니다. 다른 손님들이 먹는 상차림과 똑같아야 하기 때문에 저는 카메라를 숨기는 편이고 촬영 또한 대놓고 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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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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