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마라도까지 2박 3일 낚시 여행을 시작하며


새해 첫 낚시 일정이 마라도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이왕이면 작년 선에서 마무리하고 싶었는데 기상 악화로 일주일 미루다 보니 새해 첫 출조가 되어버렸네요.
다행히 날씨는 좋았습니다. 덕분에 삼 일 내내 잘 머무르다 갑니다만, 이번 마라도 낚시 여행을 마치면서 문득 든 생각은 2014년 낚시.
왠지 모르게 깨달음의 해가 될 것 같습니다. 낚시는 해도 해도 끝이 없군요. 이제 감을 잡았다고 생각이 되면 저만치 도망가 버리는 낚시.
낚시의 깨달음으로 고전분투해야 할 저 자신이 무모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제가 상대해야 할 대상은 단순히 낚시보다 자연의 오묘한 섭리일는지도요.
여기에 대상어의 습성을 읽는 것도 포함입니다. 초반부터 너무 거창했나요? 
3일간 고전에 고전을 거듭하다 보니 이제껏 아무렇지도 않게 즐겨 온 갯바위 낚시와 자연에 경외감 마저 듭니다. 
어쩌면 제가 마라도를 너무 만만하게 봤던 걸까요? 이번 낚시 여행을 계기로 겸손 모드로 들어갑니다. 
국토 최남단에서 짧고 굵었던 마라도 낚시 이야기. 첫회는 마라도 섬 풍경을 둘러보면서 시작하겠습니다. ^^







AM 7시, 김포공항

 AM 8시 20분, 제주 공항에 도착

마라도 낚시를 계획한 시기는 재작년 가을이었습니다. 당시 우리 부부는 60일 동안 제주에 머무르면서 벵에돔 낚시를 연습했는데요.
가파도에서 추자 절명여에 이르기까지 웬만한 섬 포인트를 갔었지만, 마라도만 못 가 한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1년 3개월이 지난 지금, 그 한을 풀 수 있었습니다. 사실 마라도는 일전에 딱 한 번 찾은 게 전부입니다.
그때는 유람선 여행이라 한정된 시간 안에 섬을 돌아야 하는 재미도 감동도 없는 빨리빨리 여행이었죠.
게다가 마라도 짜장면 기사를 쓰기 위해 주어진 한 시간 30분에서 무려 40분을 투자해야 했는데 그렇게 기다려 먹은 맛은 실망을 넘어 화가 났었고 
그 대가로 마라도를 1/3밖에 돌지 못하고 여행을 마무리해야 했습니다.

이번 마라도 낚시 일정은 2박 3일로 짧으면 짧습니다. 최대한 시간을 길게 쓰기 위해 갈 때는 아침 비행기를 올 때는 밤 비행기를 이용했습니다.
사진은 어복부인의 공항 패션이에요. 석 달 간의 긴 프로젝트를 끝내고 자유의 몸(?)이 된 아내. 드디어 낚시를 즐길만한 여유를 되찾았습니다.


모슬포에서 마라도로 운항하는 객선 승선권

첫날부터 오후 출조를 계획했기에 발걸음을 서두르기로 했습니다. 아침을 간단히 빵으로 때우고 곧장 모슬포로 달려가니 10시.
겨울이지만, 연말과 신정 연휴가 껴서 평소 때보다 관광객이 많았습니다.


항에서 그물 손질을 하는 어부들, 제주 모슬포

입질 부부의 낚시 짐

제주도든 대마도든 우리 부부의 낚시 짐은 늘 이렇습니다. 큰 트렁크에는 구명복과 장화, 옷, 충전기, 그 외 여행에 필요한 물품 등이 들었습니다. 
밑밥통은 민박집에서 빌릴 수 있었는데 우리 부부는 밑밥을 따로 치므로 한 개 정도는 가져왔습니다.
그 안에는 주걱통, 두레박, 크릴 분쇄기, 미끼통, 뜰채 후레임 등이 들었고요.
저는 등산용 가방을 메고 있는데 여기에 중요한 물건들이 많이 있습니다. 찌 수납통, 카메라 장비 등이 그것입니다.


오전 11시 배를 타고 들어간다.

객선을 타려고 대기 중인데 한 남성분이 와서 반갑게 악수를 건네 옵니다. 마라도 게스트하우스에서 낚시 가이드를 하고 계신 분입니다.
한국프로낚시연맹에 소속된 베테랑 낚시인으로 지금은 마라도에서 벵에돔 전문 낚시 가이드로 활동 중이에요. 


#. 마라도 낚시 패턴에 관하여
참고로 마라도의 낚시 패턴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몇 가지 알려 드릴까 합니다. 마라도는 남북으로 이어진 고구마 모양의 길쭉한 섬입니다.
북쪽 사면은 높고 남쪽으로 가면 완만한 초원지대가 나오는데 여기서 동쪽은 절벽이라 낚시가 잘 이뤄지지 않습니다.
낚시가 이뤄지는 곳은 동남쪽을 제외한 전 구간입니다. 예전에는 제주 본섬에서 보트를 타고 여치기 포인트로 접안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금지되었어요.
다만, 마라도에서 개인 보트를 타고 여치기 포인트에 접근하는 건 허용이 됩니다.
마라도를 찾는 대부분 낚시꾼들은 도보 포인트를 이용합니다. 특별히 종선배를 운영하지는 않으며 대부분 명포인트가 도보로 접근할 수 있으므로
걸어서 들어가며 '남대문'과 같은 포인트가 아닌 한 대부분의 포인트 진입은 쉬운 편입니다. 포인트 안내는 민박집이나 게스트하우스에서 해줍니다.

낚시 시간은 아침과 저녁에 집중됩니다. 벵에돔 습성상 한낮 보다는 해 뜨는 시간을 기준으로 세 시간가량 하며, 오후에는 이르면 2시부터 시작,
보통은 3~6시(동절기 기준)까지 하고 해가 지면 철수합니다. 밑밥과 미끼는 제주도에서 사와도 상관없지만, 짐이 급격히 늘어 권하지 않습니다.
섬 속의 섬이라 크릴 값이 조금 비싸더라도 민박집 크릴을 이용해 주는 게 또 인지상정이라 대부분 낚시꾼들이 그리하고 있습니다.


마라도 입도, 게스트하우스에 도착

게스트하우스 주방과 거실

마라도의 숙박 시설은 많지 않아요. 한두 시간이면 돌아볼 수 있는 섬이라 일반 관광객이 묵고 가는 일은 드물고 대부분 낚시를 목적으로 온 사람들입니다.
그것도 제주 본섬의 낚시꾼들은 별로 없고  서울, 대전 등 전국 각지에서 벵에돔 손맛을 보기 위해 온 낚시꾼들이 많습니다.
주로 낚시꾼이 묵는 숙박업이 성행하다 보니 낚시 민박이라 해도 될 것 같습니다. 보통은 그러한 패턴에 최적화된 숙박시설이라 보면 됩니다.
우리 부부는 이층 침대 두 개가 있는 방을 이용했습니다. 총 네 명이 묶는 방이지만, 부부가 이용하면 단독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여정을 풀고 아직 낚시하기에는 시간이 일러 출조 전에 섬 한 바퀴를 돌아보기로 하였습니다.
어차피 고기는 4시 이후부터 나온다 보고요. 일전에 왔다가 짜장면 기다리느라 둘러보지 못한 곳을 마저 둘러보기로 합니다.


마라도 게스트하우스 앞, 도보 포인트에서 낚시하는 꾼들

멀리서 방어잡이가 한창이다.

최남단 개


마라버거

이곳은 마라도의 유일한 햄버거집. 날씨가 좋아 많은 관광객이 찾았는데도 마라버거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습니다.
'장사가 되는 날일 텐데 왜 문을 닫았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졌었죠. 이에 현지에 사는 어느 분의 답변은 '마라도 짜장면만큼이나 맛이 없다.' 였습니다.
물론 직접 먹어봐야 알겠지만, 마라도와 햄버거의 조합은 아무래도 어색하긴 합니다.
일전에 마라도 짜장면에 관해 글을 썼을 때 마라도 주민으로 보이는 분이 제게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마라도 짜장면집이 일곱 군데다. 겨우 한 군데 먹어보고 비평하는 건 아니지 않나?"

식의 내용이었는데 그래서 맛있는 곳이 있으면 추천해 달라고 했지만, 끝내 답변을 듣지 못했습니다.
하나를 알면 열을 안다고 이 가운데서 더 나아봐야 얼마나 낫겠습니까. 가재는 게 편, 팔은 안으로 굽는 것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닙니다.
조금 냉정히 말하면, 외딴 섬에서 장사하다 보니 바깥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떤 음식을 내놓는지 감을 모르는 듯하였습니다.
제주 본섬만 하더라도 훌륭한 짜장면과 짬뽕이 많으니 보고 벤치마킹해야 할 필요성이 절실히 느껴집니다.
마라도에서 짜장을 볶아서 내는 집은 일곱 군데 중 세 곳뿐이라고 들었습니다. 이 집들은 그나마 볶아서 내니 좀 낫습니다.
마지막 날, 오전 낚시를 위해 포인트에 진입하는데 '톳'이 지천입니다. 정말 어마어마한 자원이었죠.
사방에 깔린 톳을 보자 또다시 짜짱면이 생각났습니다. 이렇게 톳이 많이 나는 섬인데 짜장면에 올린 톳은 왜 그리 각박했을까? (직접 캐지는 않으니)

"마라도에서 짜장면을 사 먹느니 차라리 짜파게티를 끓여 먹는 게 낫습니다."

라고 하신 마라도 현지인의 말씀이 와 닿았습니다. 차라리 집에서 끓인 짜파게티에 톳과 오징어를 올리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마라도의 가을 같은 겨울 풍경

이날 낮 기온은 12도. 정말 겨울이 무색한 날씨입니다. 저는 땀이 차서 일찌감치 패딩을 벗어야 했습니다.



마라도에서 자생하는 백년초

마라도에는 백년초가 많이 자생합니다. 가시가 매우 날카로워 스치기만 해도 옷가지에 꽂힙니다.
저 가시를 떼어내고 물에 씻은 후 썰어서 조리거나 혹은 소스로 활용하는 것을 임지호 씨 요리에서 본 적 있습니다.


마라도 최남단 기념비

마라도 성당과 등대



건축 양식이 매우 독특한 마라도 성당

최남단 등대

마라도 해양수산부

마라도 한 바퀴를 돌아 다시 북쪽으로 향하는 마을 길

마라 교회

마라도 인구는 80명이 채 못 된다고 합니다. 전기는 태양열 발전소를 통해 주민들에게 공급됩니다.
물과 식수는 과거에 빗물을 받아 썼지만, 지금은 해수를 담수로 정수하는 시설이 있어 물 걱정은 한시름 놨습니다.
1년에 한 번 필터를 교체하는데 그 가격이 6천만 원이라고 들었어요. 물론, 정부의 지원으로 매년 고액의 필터를 교체한다고 합니다.  
덕분에 콸콸 쏟아지는 물로 샤워할 수 있었습니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물이 귀해 민박집에서 머리라도 감으면 주인이 호통치곤 했었다네요. ^^

마라도는 한 시간 반이면 촬영까지 하면서 느긋하게 돌 수 있습니다. 우리 부부는 점심을 먹고 곧바로 출조 준비에 나섰습니다.
가이드께서 마라도 최고의 포인트로 안내하겠다고 하시니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포인트가 남아나지 않을 정도로 많은 낚시꾼이 마라도에 들어온 모양입니다.
겨울에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기상이라 곳곳에서 낚시꾼들이 몰린 것입니다.
마라도의 방대한 포인트도 전국 각지에서 온 꾼들 숫자에는 감당하기 어려운가 봅니다. 가는 곳마다 자리가 없자 적당히 빈자리를 찾아 들어갔습니다.
포인트 찾느라 시간이 좀 지체되었습니다. 첫날은 워밍업이지만, 낚시가 잘 될까? 하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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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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