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도 낚시(prologue), 3박 4일 여정을 시작하며



작년 6월, 여름 대마도 낚시를 다녀온 후 저는 '더도 말고 딱! 일 년에 두 번만 다녀왔으면 소원이 없겠다.'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대마도 낚시 시즌은 연중 가능하지만, 벵에돔은 6~7월 고사리 장마 때 잠시 반짝했다가 돌돔, 감성돔에게 자리를 내주며 숨 고르기에 들어간 뒤 
다시 11월부터 시작해 이듬해 2월까지로 겨울에 시즌이 무르익습니다. 이에 저는 겨울 대마도 낚시를 계획하였고 지난 16일, 날씨가 괜찮았던 때를
틈타 3박 4일간 다녀왔습니다. 그 여정의 시작을 알리며 prologue로 간략히 정리해 봅니다. ^^


대마도 지도

3박 4일 동안 총 4번의 출조가 있었습니다.
첫날은 서울에서 대마도까지 가는 데만 반나절 이상 걸려 세 시간 밖에 낚시를 못 했습니다. 하지만 그 세 시간이 최고의 피크 타임입니다. ^^
둘째와 세째 날은 종일 낚시를 했고 마지막 날은 가볍게 오전 낚시를 한 다음 대마도를 떠나는 일정입니다.
이렇게 대마도에서 주어진 일정 동안 꽉 차게 낚시하려면 체력적인 부분도 잘 안배를 해야 하며 상당히 부지런해야 할 겁니다.
새벽 5시 30분, 서울에서 부산으로 향하는 KTX에 타려면 적어도 4시에는 일어나 움직여야 합니다. 그래야 오전 9시 30분에 출항하는 대마도행
여객선을 탈 수 있지요. 부산↔대마도 여객선은 하루에 한 번밖에 운항하지 않으므로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이러한 번거로움과 부지런을 떨어야 했지만, 그래도 기쁜 마음으로 갈 수 있었던 이유는 대마도라서 가능하지 않았을까요. ^^
간략하게 일정을 살펴보면.

DAY1 : 대마도 서쪽 포인트에서 세 시간가량 오후 낚시.
DAY2 : 대마도 서쪽 아소만 끝자락에서 종일 낚시.
DAY3 : 대마도 남쪽 포인트에서 종일 낚시.(이날은 쯔리겐 FG에서 주최한 벵에돔 대물왕전에 참가)
DAY4 : 대마도 아소만에서 감성돔 낚시.



 
대마도행 여객선에 오르는 순간, 부산 국제연안여객터미널

대마도 히타카츠항에 도착

부푼 설렘을 가득 안고 대마도에서의 낚시가 시작되었다.

갯바위에 내리기 전, 낚시인으로서 가장 설레는 순간이다.

첫날, 우리 부부가 낚시하게 될 장소, 풍경이 가히 압권이다.

#. 이런 곳에서 낚시하게 된 기쁨과 설렘을 그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낚시를 시작한 지 11년 차에 접어들었을 즈음인 작년 6월. 
방송에서만 보던 대마도 낚시를 처음 경험하며 그곳의 충분한 어자원과 낚시 여건에 부러움을 느꼈지만, 한편으로는 속상함이 밀려왔습니다.

"어째서 한국에는 이런 낚시터가 없을까?"

어렵게 월차를 내어 서울에서 거제도까지 혹은 통영이나 여수까지 왔는데 평일임에도 새벽부터 몰리는 꾼들의 포인트 각축전에 제대로 된 포인트
한번 못 내려 보고, 또 그럴싸한 입질 한번 못 받고 철수했을 때 밀려오는 씁쓸함이란. 
집으로 돌아가는 길, 피곤한 몸을 이끌고 운전대를 붙잡으며 '수온이 떨어져서겠지.'라며 허무했던 기분을 달래보지만, 며칠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손맛 보는 즐거운 상상에 출조를 계획하는 직장인들이 지금도 여럿 있지 않나요?

국내 내만권의 섬 포인트, 갯바위, 방파제에서 바다를 향해 보십시오. 누가 바다를 넓다고 했을까?
빼곡히 늘어져 있는 양식장 부표들. 섬 주변에 이중 삼중 둘러친 그물과 통발.
고기 없는 텅 빈 바다에서 찌를 담그며 서 있는 꾼들의 애처로운 모습들까지. 어디서 고기 좀 나왔다고 하면 해경의 단속을 피해 불법 조업을 마다하지
않고, 수백 척의 어선과 낚싯배들이 수평선을 에워싸듯 포진하고 있는데 바다가 넓게 보일래야 넓어 보일 수 없습니다.

그런데 대마도는 달랐습니다. 한국에서 볼 수 있는 그 흔한 그물도 부표도, 심지어 양식장도 이곳에서는 보기 어렵더군요.
그들 나라에 어업 허가를 얼마나 철저히 하고 법을 준수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바다 생태계를 보호하고 환경을 지키려는 노력을 대마도 곳곳에서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바다 생태계를 보호하려는 의지도 환경을 지키려는 노력과 인식도 좀 부족해 보입니다.
마음 편히 낚시할 수 있는 환경이 줄어들었고, 낚시 여건 자체도 열악함을 이번 대마도 낚시를 통해 느낄 수 있기에 부러움과 속상한 마음이 교차하였던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아름다운 곳이 많고 일단 가깝고 저렴히 다녀올 수 있는 장점은 있지만, 낚시 환경 만큼은 부족해 보이는 것이 어쩔 수 없네요.

낚시를 즐기려는 목적은 저마다 조금씩 달라도 한 가지 공통점은 '어획의 기쁨'을 즐기는 것에 있다는 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겁니다.
텅 빈 바다임을 알면서 낚싯대를 휘두르는 꾼들은 아마 없을 거예요. '단 한 마리라도 물어주겠지.' 싶은 마음에 바다를 찾는 건데 문제는 바다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여러 가치보다도 훨씬 많은 출조 경비를 지불해야만 한다는 데 있습니다. 들어가는 경비만큼 고기도 낚고 심리적인 보상도 받아야 힐링이고 
낚시인데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는 것이지요. 해마다 줄어드는 어자원과 포인트 제약에 손맛 보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기상 악화와 어한기까지 겹치면 사실상 이 겨울에 한 번 출조하기도 버거울 것입니다. 
그러니 한 번을 출조해도 '손맛 볼 확률이 높은 곳'을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경비는 2~3배 이상 깨지겠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손맛을 볼 수 있다면,
저렴한 경비, 가까운 장소로 타협하다 매번 꽝치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느냐는 게 낚시 11년 차의 지론이 되어가는 듯합니다.
특히, 낚시의 즐거움을 이렇게 글과 사진으로 공유할 목적이라면 물고기를 확실하게 낚을 수 있는 장소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생각하였습니다.
말처럼 쉽게 되는 건 아니지만, "대마도도 좋고 다른 섬도 좋으니 확률 높은 곳으로만 다니자." 라고 말입니다.


낚시 준비에 들어간 필자의 아내와 박범수 대표님

아내에게 낚시 지도 중이신 박범수 대표님

그리고 벵에돔을 낚는 순간

정체불명의 괴어를 걸어 낚싯대를 가까스로 밭치는 아내


"벵에돔의 짜릿한 손맛, 겨울아 물러서거라!"

겨울 칼바람을 녹이는 짜릿한 손맛!
코끝은 찡하고 귀는 얼얼했으며 안면부는 조금씩 마비가 되어갈 정도로 바람이 몰아쳤던 어느 날.
낚싯대를 들고 수 시간째 벌서고 있자 근육이 경직되면서 급격한 피로가 몰려옵니다.
대마도까지 왔는데 입질은 없고 바람은 엄청나게 불어대며 너울은 연신 우리를 향해 위협하고.
이 황량한 바다에서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는 지루한 시간 끝에 갑자기 벵에돔이 낚이자 바람은 멈춘 듯하였고 하늘에서는 햇살이 비춘 듯하였으며 
그동안 나를 괴롭혔던 추위도 사라진 듯하였습니다. 이제는 경직되었던 근육도 풀어지는 듯하였고 피로는 물러갔으며 손맛에 굶주린듯 광기 어린 눈빛
으로 상황을 다시 살피며 낚시를 이어갔던 입질의 추억들.


수중의 상황을 살피는 나, 입질을 기다리는 아내

대마도의 낚시 도시락

그리고 들어온 입질. 아내의 휨새 좀 보소 ^^

아내가 파이팅 할 때 나도 한 마리 거들고

일반 벵에돔 일색이었던 이번 대마도 낚시에서 철수 직전에는 꼭 긴꼬리벵에돔이 물고 늘어져 즐겁게 했다.

터질 것 같은 부력망, 이래서 부력망 하나로는 부족하다는 말이 나왔나? ^^;

그렇게 대마도에서의 낚시는 해와 함께 저문다.

온종일 낚시로 몸은 지칠 만도 한데 아직은 아닙니다. 해가 늬엿늬엿 지기 시작하니 하루 중 대물을 만날 확률이 가장 높은 때가 왔습니다.
이때는 찌에 불을 켜기도 하지만, 눈에도 불을 켜며 모든 감각을 동원해 낚시에 집중할 때면 세상 고민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습니다.
그래서 낚시를 하는 걸까요? ^^ 이렇게 낚시를 해도 철수길은 늘 아쉽습니다.

"한 마리만 더, 아니 몇 센티만 더 컸더라면."

하지만 낚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철수 후에는 달콤한 연장전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고단한 몸과 지친 심신을 달래줄 미각의 추억이 꾼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대마도 낚시 첫날, 점심으로 나온 일본식 카레

일본식 전골, 이번에는 조금 얼큰하게 끓이고

포항 구룡포에서 온 오리지널 청어 과메기도 함께 하고

4짜 벵에돔 숙회와 겨울 방어는 어디서도 맛보기 어려운 최고의 조합이었다.

대마도하면 빠질 수 없는 특산물, 가리비 그리고 바비큐 식사

민숙집에 비치된 자판기


3박 4일 대마도 낚시 일정을 함께 했던 한조무역 박범수 대표님과 쯔리겐 FG 회원들

이만하면 미식 여행으로도 손색없는 대마도 낚시 여행. ^^
3박 4일 동안 머무르면서 네 번의 출조, 스물아홉 시간 동안 낚시, 그리고 아홉 번의 식사를 하고 돌아왔습니다.
촬영된 컷 수는 약 600여 컷, 용량은 14GB입니다.

컷 수가 보여주듯이 낚시하는 동안 열심히 포즈 취하고 찍고 또 찍어 좋은 그림은 많이 만들었습니다.
좋은 그림을 만들면 만들수록 마릿수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대마도니깐 이 겨울에 나쁘지 않은 조과로 무사히 다녀올 수 있지 않았나 싶고 
또 이번 대마도 낚시를 인솔하신 박범수 대표님을 비롯해 베테랑 회원님들이 함께 해 이번 조행기가 빛나지 않았나 싶습니다.
사진을 좀 정리하고요. 곧바로 자세한 소식 이어나가겠습니다. 다음 편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추신 : 이번 프롤로그는 스포일러를 감추려고 알맹이 빠진 사진들 위주로 작업했는데 이것도 일이네요. ^^;

<<더보기>>
낚시하던 아내, 바다에서 오리를 낚다니 황당해
[대마도 낚시 정보] 낚시 시즌과 채비, 민박
군청색 바다와 기암절벽이 어우러진 울릉도의 해안풍경
[캐나다낚시] 벵에돔 낚시 채비로 도전! 캐나다 송어낚시
홍콩 갯바위에서 대물 감성돔 낚시


 

페이스북 친구맺기+

정기구독자를 위한 즐겨찾기+
 
 

 

 

Posted by ★입질의추억★
:

카테고리

전체보기 (4034)
유튜브(입질의추억tv) (636)
수산물 (635)
조행기 (486)
낚시팁 (322)
꾼의 레시피 (238)
생활 정보 (744)
여행 (426)
월간지 칼럼 (484)
모집 공고 (28)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10-12 12:37
Total :
Today : Yesterda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