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류도감/릴찌낚시] 참숭어로 잘못 불리고 있는 가숭어에 관하여


"겨울엔 천국, 여름에는 지옥의 맛을 내는 이 생선은?"

"숭어는 겨울에 먹어야 제맛"으로 알려진 참숭어. 참숭어의 정식명은 <가숭어>입니다. 가숭어는 왜 참숭어가 됐을까요? 어부, 상인, 양식업자 등 모두가 합심하여 가숭어를 참숭어로 개명한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어류 명칭을 정하고 부를 때 '참'짜가 붙는 생선이 꽤 많죠? 여기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어류도감에서 규정한 표준명이 있고 상인과 어부들이 '참'짜를 붙여 부르게 된 것도 있는데 참숭어는 후자입니다. 어류도감 오십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겨울에 먹어야 제맛인 <가숭어>를 조명해 보았습니다.

■ 가숭어에 관하여
표준명 : 가숭어(숭어목 숭어과)
방언 : 밀치(경남), 숭어(전국), 언구, 모치(어린 숭어), 참숭어(X)
영명 : Redlip mullet
일명 : 메나다(メナダ)
전장 : 1m
분포 : 한국의 전 해역, 일본, 중국, 동중국해, 타이완
음식 : 회, 초밥, 소금구이, 튀김, 전
제철 : 11~2월(겨울)

어류의 박식도 : ★★

(★★★★★ : 알고 있으면 학자, ★★★★ : 알고 있으면 물고기 마니아, ★★★ : 제법 미식가, ★★ : 이것은 상식 ★ : 모르면 바보)


 

낚시로 잡은 가숭어

생활수가 흐르는 하천에 가득 모인 가숭어

#. 생태와 특징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숭어는 숭어와 가숭어가 있습니다. 숭어는 전장 80cm, 가숭어는 1m까지 자라며 서식 영역은 숭어보다 좁습니다.
다시 말해, 숭어는 우리나라 동, 서, 남해 고루 분포하지만, 가숭어는 서해를 중심으로 분포되어 있으며 남해는 일부 지역에서만 잡히고 동해는
드물게 올라오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에서도 숭어는 잘 알려진 생선이지만, 가숭어는 잘 안 나기 때문에 모르는 지역에 많습니다.
도쿄를 중심으로 관동지방에서는 가숭어가 생소한데 비해 큐슈 북쪽의 특정 해역에서는 가숭어가 숭어와 함께 혼획되고 있어 그나마 알려진 지역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곳에서는 숭어보다 가숭어가 더 맛있어 고급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우리나라와 비슷합니다.
산란은 한국과 일본 등 지역에 따라(정확히 말하면 위도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습니다.

한국의 연안에서는 5~6월이 산란기로 이 시기에 잡은 가숭어의 일부는 알이 있습니다. 어떤 개체는 이미 산란을 마치기도 하는데 모든 어류는
알이 가장 많이 찼을 때 회 맛이 떨어지고 또 알을 낳고 난 직후에도 회 맛이 떨어지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5~6월 가숭어는 개도 안 먹는다는 사실!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위도가 훨씬 남쪽인 큐슈 지방에서 가숭어의 제철을 여름 어종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지역의 가숭어는 늦가을에 산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같은 어종인데 위도가 다르다고 산란 시기가 이렇게 급격히 벌어질 수
있는지는 개인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데요. 만약, 이 부분이 확실하지 않다면 한국과 일본의 학술지는 수정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가숭어는 숭어와 달리 회유 폭이 크지 않습니다. 주로 연안에서 산란하고 성장하며 개펄과 사니질(모래)에 정착해 먹이 활동을 합니다. 
식성은 숭어와 비슷합니다. 주로 개펄과 진흙 속 유기질을 빨아먹으며 작은 갑각류도 먹는데요. 숭어 낚시에서 크릴 미끼가 통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다만, 턱 구조상 입을 크게 벌릴 수 없어 크릴처럼 덩치가 큰(?) 먹잇감은 한 번에 흡입 못 하고 여러 번 건드리며 빨아먹기도 합니다.
어린 가숭어, 성어 할 것 없이 연안과 기수역을 오가는데 특히, 강 하구나 하천으로 거슬러 올라와 생활하기도 하며, 더러운 생활수가 흘러나와도
적응력이 뛰어나 살아남는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합니다.

가숭어 양식이 활발한 것도 이런 특징과 연관이 아예 없다고는 볼 수 없겠죠.
모름지기 양식 어종의 최고 요건은 성장 속도가 빠르고, 적응력이 뛰어나며 잦은 병치레 없이 강인한 생명력을 가져야 합니다.
대량 양식으로 많은 이윤을 거둬야 하는 업자에게는 그것만큼 좋은 요건은 없을 것입니다.


가숭어(좌)와 숭어(우)

#. 가숭어와 숭어의 형태적 차이
맨눈으로 보았을 때 가장 먼저 들어오는 차이는 눈의 색깔입니다. 보시다시피 가숭어는 눈 테두리가 노랗고 숭어는 노랗지 않습니다.
그 외 체형에서도 차이가 나는데 낚시꾼들이 가숭어를 꺼리는 이유 중 하나가 징그럽게 생기 때문.
숭어는 일단 착하게 생겼고 방추형 물고기를 닮았지만, 가숭어는 대가리가 납작하고 뾰족해 흡사 이무기 머리 같다는 느낌도 듭니다.
가숭어 체형도 숭어보다 더 길며 꼬리지느러미는 일자에 가까워 제비 꼬리를 한 숭어와 구별됩니다.
채색도 차이가 있습니다. 숭어의 등은 전반적으로 푸른 기가 돌지만, 가숭어는 전체적으로 누렇습니다.
모양으로만 따지자면, 가숭어가 숭어보다 호감이 안 가는 것 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런데 맛은 계절에 따라 극과 극을 보이기도 하고 한겨울 가숭어회는 어지간한 횟감 부럽지 않은 식감을 가집니다.
경남에서 '밀치', 혹은 '참숭어'라 부르는 양식 어종이 바로 가숭어가 되겠습니다.


한겨울에 인기가 높은 양식 가숭어(밀치)

#. 가숭어는 왜 참숭어가 됐을까?
저는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1) 가숭어가 숭어보다 맛있어서 참숭어가 됐다.
지역 어민, 양식업자, 상인들은 가숭어가 숭어보다 맛있어서 '참'짜를 붙였고, 숭어는 맛이 떨어져 '개'를 붙이니 개숭어, 혹은 감숭어라 하였습니다.
가숭어는 대량 양식을 하지만, 숭어는 양식을 안 한다는 것도 맛과 일정 부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기에 숭어보다 까다롭지 않은 사육 환경과 뛰어난 적응력도 가숭어의 대량 양식에 일조하였습니다.
사실 저는 상인과 어부들이 도감을 무시하고 판매 촉진을 위해 생선 명칭을 바꾸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하지 않는 입장입니다.

- 개서대를 참서대라 부르고
- 용가자미를 참가자미라 부르고
- 띠볼락을 참우럭이라 부르고
- 고등어를 참고등어라 부르며
- 민어도 민어만으로는 모자랐는지 참민어라 부르는 등등.


생선의 맛과 가치는 이미 정해졌는데 '참'이나 '꽃'이란 말을 붙여 이미지 쇄신을 한다는 것에는 여러 부작용이 따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어종을 부를 때 도감에도 없는 '참'짜를 남용하다 보면, 그 지역 특산물이니 지역 경제 활성과 어민의 소득 증대라는 이로운 점이
있지만, 결과적으로 그 어종이 가지고 있었던 고유 명칭이 혼탁해지면서 상거래의 혼선을 빚고 소비자, 횟집 사장, 모두가 헷갈리게 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명칭 남용을 상술로 이용한다는 데 있습니다. 단가가 2~3배 차이 나는 두 어종이 있지만, 이름이 같아서 생기는 문제죠.
그 예로 줄가자미도 이시가리라 부르고 돌가자미도 이시가리라 부르는데 이 둘의 단가는 2배가량 차이가 납니다.

소비자들이 좋게 생각하는 명칭이 있습니다. 그것이 따라 붙으면 왠지 고급어종 같고 맛있을 것 같다는 환상을 심어주게 되죠.
대표적인 관용구가 <참>, <꽃>, <돌(이시)> 입니다.
이들 용어가 표준명을 무시하고 여기저기 갖다 붙이게 된다면, 가뜩이나 구별하기 어렵고 원산지 문제와 어종에 대해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은
수산물이라 소매상(횟집)과 소비자들의 혼선은 더 가중될 것이고, 이것 역시 불신을 키우는 씨앗이 될 겁니다.
우리나라 수산물 시장이 더욱 안전하고 투명성 있는 이미지로 탈바꿈하려면 모든 지역이 표준명으로 통일해서 불러야 합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게 어류도감이 지정한 표준명입니다. 우리가 평소 바른말 운동을 할 때 국어대사전의 '표준어'에 따르 듯, 어류는 한국 어류대도감의
'표준명'이 현재로써는 유일하게 어류를 구분하고 바르게 취급해 주는 기준이 됩니다.


2) 자산어보의 설명이 뒤바뀌었다.
가숭어가 참숭어가 된 두 번째 이유는 숭어와 가숭어의 특징을 설명한 부분에서 <자산어보>의 내용이 뒤바꿨다는 점입니다.
자산어보에 의하면 숭어는 눈이 노랗지만, 가숭어는 눈이 노랗지 않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현재의 내용과 대치되고 있습니다.
이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다 보니 어부들이 가숭어를 참숭어로 부르게 되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숭어가 뛰는 이유는 기생 벌레 때문일까?

#. 숭어는 왜 뛸까?
낚시하다 보면, 숭어 가숭어 할 것 없이 수면 위로 점프하는 장면을 자주 보는데요.
일각에서는 숭어가 뛰는 이유에 관해 여러 가설을 내세우고 있고 이유도 다양합니다.

- 배가 불러서
- 기분이 좋아서
- 놀람에 대한 반사작용


그중 가장 황당했던 가설은 '수중 산소결핍'이 있었습니다. (그 넓은 바다에 웬 산소결핍?)
사실 아직도 숭어가 왜 뛰는 정확히 이유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만, 그나마 신빙성 있는 설이 바로 '기생충(벌레)을 떼내기 위함'이라는 것.


숭어 타작 중


겨울이면 참 좋았을 뻔한 오뉴월 가숭어

#. 가숭어와 낚시

가숭어도 숭어와 같은 방법으로 낚시가 이뤄집니다.
주로 방조제, 방파제, 갯바위에 등에서 잘 낚이는데 이 어종은 회 맛이 오를 때가 겨울이지만, 그때는 오히려 낚시로 잘 잡히지 않습니다.
가숭어가 가장 많이 낚이는 시즌은 5~6월. 서해의 방파제와 갯바위를 중심으로 떼로 몰려다니며, 감성돔 낚시에서 손님 고기로 자주 낚이기도 하죠.
그런데 이 시기에 잡히는 가숭어는 뻘냄새가 나서 식용으로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맛을 즐기는 꾼도 더러 있기는 해요.
저는 겨울이 아니면 잡고 나서 무조건 방생하는 편입니다.

가숭어는 붉은색에 민감한 반응을 보입니다. 반유동 채비로 수심 50cm~1m로 설정한 다음 크릴 미끼로도 낚을 수 있지만, 미끼를 꿰지 않고
붉은색 면사매듭을 바늘에 돌돌 말면 숭어가 와서 툭툭 건드리거나 빨아들이는데 이때 챔질해서 걸어내기도 합니다.
편광안경으로 숭어가 무는 모습을 보면서 하므로 초심자와 여성이 호감을 느끼면서 즐길 수 있는 낚시가 되겠습니다.
곧 있으면 아카시아 꽃이 피면서 본격적인 서해 시즌이 시작될 텐데요. 5월 중순 이후부터 숭어 낚시가 전개되지만, 경기도나 충남 북부보다는
조금이라도 수온이 빨리 반등하는 격포, 군산, 서천 지역을 선정하는 게 확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숭어 낚시에 관한 내용은 전편인 숭어 편을 참조하세요.(관련글 : 보리숭어로 잘 알려진 숭어에 관하여)


숭어 튀김

숭어전

<사진 1> 자연산 가숭어회

<사진 2> 양식 가숭어회

#. 가숭어의 식용
전국적으로 가숭어라 부르는 곳은 많지 않습니다. 전부 <참숭어> 또는 <밀치>로 취급되고 있다는 점을 유념하시고요.
해마다 겨울이면 수조에 양식 가숭어를 많이 들여 놓는데 살에 탄력이 좋고 지방도 적당히 끼어 서민적인 횟감으로 아주 좋습니다.
위 사진을 자세히 보면 붉은 혈합육 위에 허연 지방층이 끼어 있는데 이런 것도 회 맛을 내는 근간이 됩니다.
참고로 <사진 1>은 자연산이며 <사진 2>는 양식인데 미묘하지만, 자연산 쪽이 색이 진하며, 양식은 분홍빛에 가깝습니다.

숭어, 감성돔, 참돔을 벗겨 혈합육을 살펴보면, 양식보다 자연산이 좀 더 진하고 붉으며, 어린 개체보다 큰 개체가 더 붉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광어도 마찬가지고요. 시장에 나가보면, 두 종류의 숭어를 볼 수 있는데 눈이 노란 가숭어의 경우 크기가 50cm 이하로 일정하다면 양식이고 그 이상이면
자연산입니다. 반면, 숭어(보리숭어)는 전량 자연산입니다.
겨울에는 눈이 노란 가숭어를 드시고, 지금부터 6월 초까지는 눈이 검은 숭어를 고르면 알맞게 고른 겁니다.

숭어회가 입에 안 맞으면, 튀김이나 전이 좋습니다. 어떤 지역에서는 숭어로 매운탕이나 맑은탕(지리)를 해 먹는데요.
종류를 막론하고 겨울 숭어라면 해볼 만 합니다. 하지만 5~6월 가숭어로 그리하면 지옥의 맛을 보게 될 것입니다.
모든 생선은 살아있을 때 손질해도 내장에서 악취가 나면, 그 생선은 회로 먹는 게 그나마 낫습니다.
계절에 따라 내장에서 악취가 나는 생선이 있는데요. 주로 잡식, 초식어가 그러합니다. 숭어도 이 중 하나입니다.
그럴 때는 반드시 살아있을 때 피를 빼고 내장이 터지지 않도록 대가리와 함께 분리한 다음, 회로 먹는 게 가장 좋습니다.
그런 생선은 시간이 지나 회로 먹을 선도를 넘겼을 때 굽거나 찌는데 그때는 스멀스멀 잡내가 올라옴을 그간의 경험을 통해 느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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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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