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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인만 가는 제주도의 착한 콩국수 식당(국내산 콩국수)
올해 4월에 멈춰있었던 음식점 이야기를 다시 재개합니다.
서귀포에서 약간 외진 색달동. 그곳에는 현지인들만 찾는 간판 없는 식당 하나가 있습니다.
간판이 있기는 한데 상호가 안 적혀 있고 그냥 '과수원 민박 가든(오리탕, 국수)'이라고 애매하게 쓰여 있어 뭐로 검색해야 할지 난감한 식당.
실제로 검색된 문건이 별로 없는 것으로 보아 아직은 주목받지 못한 식당으로 보입니다.
왜 주목받지 못했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일단 오리탕과 콩국수가 제주도에서는 관광객에게 그리 어필할 만한 메뉴가 아니라는 점.
여기에 간판이 잘 보이지 않고 외진 곳에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는데요. 뜻밖에도 음식 맛이 괜찮아 무더위에 콩국수가 생각나면 한 번쯤 찾아가 볼 만한
곳으로 보입니다. 늘 하는 말이지만, 하나를 알면 열을 안다고 비록 여기서는 콩국수만 맛보았지만, 반찬 맛도 좋고 국내산 재료가 확실히 보장되는 곳이니
다른 메뉴도 기대됩니다.
두유기
서울, 수도권에서는 중국산 콩으로 콩국수를 마는 집이 열 곳 중 여덟.
그마저도 콩물을 직접 갈아서 내면 다행이지만, 적잖은 곳이 사제품을 받아서 면발에 들이붓기만 하면 완성하는 즉석요리다 보니 제대로 된 콩국수
한 그릇 사 먹기가 갈비탕만큼 어려워진 게 작금의 현실입니다.
그것을 분식집 가격에 사 먹으면 모를까, 7~8천 원씩 내면서 그런 콩국수를 사 먹어야 한다는 것. 도시인의 비애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에 비해 제주의 비관광지 식당은 여전히 순수한 면이 남아 있는 듯합니다. 어지간하면 국내산 식재료를 쓰는 곳이 도내에 많으니까요.
이것도 엄밀히 말하자면, 순수해서라기보다는 도서지방 특성상 수입산 식재료보다 국내산을 가져다 쓰는 게 원가 절감에 도움돼서겠지만.
어쨌든 100% 국내산 콩으로 만든 콩국수는 비록, 입에 착 감기는 화학조미료의 감칠맛은 덜해도 삼삼하면서 은은하게 다가오는 콩물의 고소함이 건강을
생각하는 처지에서는 믿고 먹을 수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마침 지나가다 우연히 고개를 돌려보니 주방 안에 두유기가 한 자리 차지하고 있네요. 콩을 직접 갈아 콩물을 만드는 기계입니다.
식당 내부
때는 이른 점심시간이라 우리가 첫 손님으로 보입니다. 그러다 한두 팀이 오는데 모두 현지인.
사실 이런 볼품 없는 식당에 어느 관광객이 찾아올까 싶기는 합니다만, 모름지기 음식점은 외관으로만 판단해서는 안 되는 법.
다른 건 몰라도 배추와 고춧가루를 분리해서 원산지를 표기했다는 점에서 신뢰가 가네요.
사실 당연히 이행해야 하는 원산지 표기인데도 이렇게 하지 않은 곳이 얼마나 많은가요? 김치(국내산)이라고만 적혀 있어 받아보면 고춧가루는 죄다 중국산.
중국산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이 워낙 크고 꺼리지만, 사실 우리 주변에 중국산이 안 들어간 음식을 찾아 먹는 것도 매우 어려울 것입니다.
고춧가루는 김치 재료의 절반을 차지하므로 그것이 중국산이면 설사 배추가 국내산이라 하더라도 국내산이라고 표기하면 위법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앞으로는 떳떳하게 중국산이라 표기해 장사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그런 점에서 이 집의 메뉴판은 바람직한 표본을 보여주는 것 같아 좋습니다.
주문은 콩국수 2인분.
반찬은 열무 지지미, 자리젓, 고추, 깍두기 등 필요한 것만 딱딱 나옵니다.
깍두기는 푹 익었고 특히, 열무 지지미. 진한 멸치 육수에 조린 맛이 구수합니다.
깍두기와 열무 지지미는 집에서 만든 반찬 맛이 느껴지네요.
면발은 적당한 탄력. 그런데 제가 배가 고파서 그런가요. 양이 살짝 모자란 게 아쉽습니다. ^^
콩국수 국물은 걸쭉합니다. 첫맛부터 그리 고소한 편은 아니지만, 먹다 보면 콩의 고소함이 은은하게 다가옵니다.
진한 콩국수 스타일을 기대했다면 되려 실망할지도 몰라요. 자극이 없으며 은은하게 고소한 콩국수 맛.
첨가물이 별도로 들어가지 않은 건강한 콩국수를 원한다면 추천할 만합니다.
콩의 품종, 그리고 얼마나 불렸는지에 따라 맛의 차이가 있는데(콩의 고소함은 불리지 않을수록 좋아짐) 여기에 대한 정보는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서귀포 과수원 민박가든 위치 : 아래 주소 참조
네비주소 : 제주 서귀포시 색달동 2146-1
주차 시설 : 완비
문의 : 064)738-4862
살펴보니 현지인 위주로 장사하고 분위기도 소박한 데다 반찬 맛이 좋아 다른 메뉴(오리탕이나 돔베고기)도 기대해볼 만하네요.
개인적인 생각으로 딸려내오는 반찬이 기성품이 아니고 직접 만들어 내면서 안주인의 손맛이 느껴진다면 그 집은 다른 메뉴도 기본 이상은 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습니다. 멀리서 찾아올 만큼의 강력한 포스는 떨어지지만, 근방에 계실 때 딱히 메뉴가 떠오르지 않고 입맛도 없다면 이 집 콩국수를 권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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