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도다리 상술? 진짜와 가짜 도다리의 차이


 

해마다 봄이면 봄도다리 기사가 연신 쏟아집니다. 봄에 먹어야 맛있는 도다리. 하지만 우리는 도다리에 대해 많은 부분을 오해하고 있습니다.

이 오해는 지난 몇 년 동안 앞다투어 도다리를 취재한 언론과 방송사들이 만든 산물이기도 하지요.

실제로 산지에서 취급되고 있는 도다리와 우리가 횟집에서 먹는 도다리는 차이가 있습니다. 일부 비양심 상인은 도다리와 유사한 가자미로 바가지를

씌우기도 합니다. 이렇듯 도다리에 대해 잘 모르는 소비자를 기만하기까지는 언론의 '봄 도다리' 띄우기가 크게 한몫 했던 것이죠.

그렇다면 우리가 먹는 도다리는 대체 무슨 어종일까요?

 

이를 알아보기 위해 케이블 방송사의 인기 프로그램인 '먹거리 X파일'이 조사에 나섰다고 합니다.

아직 방영하지 않았지만(곧 방영 예정) 도다리의 진품 여부를 가리고 취재 방향을 잡기 위해 제게 많은 자문을 구했습니다.

하지만 취재 말미에 한 인터뷰 요청은 거부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자문했던 취재방향과 달랐기 때문입니다.

봄도다리 상술을 파헤치고 소비자에게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는 것은 좋지만, 시청률을 위해 억지로 진짜와 가짜를 만들어 또 다른 오해를 낳는 일이

우려되었기에 오늘은 도다리가 어떤 어종인지, 그리고 봄 도다리의 상술을 어디까지 봐야 하는지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 도다리는 어떤 어종인가?

 

a, b, c, ,d, e, f, g(도다리), h, i, j, k, l, m, n, o, p

<표 1> 원조 도다리의 개념도

 

도다리는 우리나라 연근해에서 잡히는 10여 종의 가자미과 어류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다시 말해, 도다리는 가자미의 한 종류일 뿐이지요.

그 특정한 가자미를 어부들은 '도다리'라 불렀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그것 외에도 도다리로 취급되는 가자미과 어종이 몇 종류 더 있습니다.

 

 

a, b, c(도다리), ,d, e, f, g(도다리), h, i, j(도다리), k, l, m, n, o(도다리), p

<표 2> 오늘날 도다리의 개념도

 

도다리는 원래 한 종류였지만, 지금 도다리로 취급되는 어종은 몇 종류가 더 있습니다. 이들 어종은 크게 두 가지 타입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A : 양식이 안 돼 전량 자연산이다. → 제철이 있다.

B : 대량 양식으로 들어온다. → 일 년 내내 비슷한 맛을 낸다.

 

 

문치가자미

 

1. 문치가자미(양식 안 됨)

첫 번째로 우리가 알고 있는 도다리는 대부분 문치가자미를 말합니다.

어류도감에는 문치가자미라고 쓰여있지만, 산지에서는 '도다리' 혹은 '참도다리'로 취급돼 오늘날 도다리는 사실상 문치가자미인 셈이지요.

방송과 언론에서 말하는 봄도다리도 문치가자미를 말합니다. 3~5월에 가장 많이 잡혀 이때 나는 쑥과 함께 끓인 '봄 도다리쑥국'이 유명하죠.

문치가자미는 우리나라 동, 서, 남해 모두 어획되고 있지만, 주요 산지는 남해 진해만, 통영 일대 입니다.

문치가자미는 한때 양식을 시도하다 실패한 어종으로 지금은 전량 자연산으로 들어옵니다.

 

남해의 문치가자미는 12~2월 사이에 알을 낳기 때문에 3~4월은 배가 홀쭉하고 살이 덜 찼습니다. 

그래서 현지에서는 살아있는 문치가자미를 회로 먹지 않고 쑥국을 끓여 먹습니다. 그래서 나온 말이 '봄 도다리'인데 이것이 와전돼 우리에게는 횟감의

제철로 받아들이게 된 것입니다. 문치가자미는 살이 오르는 5월부터 시작해 본격적인 제철은 6~9월입니다. 이 시기에 회로 먹으면 차지고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다가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월동과 산란을 준비하느라 몸에 축적한 지방을 소비하기 시작합니다.

12~2월에 맛본 문치가자미 회가 형편없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또한, 알을 낳고 산후조리하는 시기인 3~4월도 비육 상태가 좋지 않고 맛도 덜 들어

횟감으로는 매력이 떨어집니다. 그러므로 문치가자미는 봄이 제철이라 할 수 없겠죠.

 

※ 정리

문치가자미의 제철은 6~9월이다. 12~2월에 알을 낳은 후 살과 지방이 충분히 오르는 시기가 여름이므로 여름에 먹어야 맛있다.  

 

 

마름모꼴 모양에 표범 무늬가 선명한 도다리 

 

문치가자미와 도다리의 비교

 

2. 도다리(양식 안 됨)

어부, 상인, 소비자, 그리고 언론과 방송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문치가자미를 도다리로 취급할 때 어류도감에 등재된 표준명 도다리가 음지에서 외면받고 있습니다.

이 어종은 10여 종의 가자미과 어류 중 유일하게 'OO가자미'식의 명칭이 아닌 '도다리'란 이름으로 떳떳하게 등재되어 있지만, 어획량이 너무 적어

사람들에게 두각을 보이지 못했습니다. 수심 50~200m의 깊은 바닥에 살고 개체수도 적으니 문치가자미가 100~200마리 잡힐 때 비로소 한 마리씩 모습을

드러내는 아주 희귀한 녀석이죠. 그래서 원조 도다리를 맛보기 것은 몹시 어려운 일이 돼버렸습니다.

이쯤이면 사람들에게 그 존재감이 잊혀질 만합니다. 그런데 그냥 잊혀진 게 아닙니다.

본명인 도다리를 문치가자미에게 빼앗긴 것도 모자라 현지에서는 이 어종을 '담뱃쟁이', 혹은 '담배도다리'라는 엉뚱한 이름이 붙여졌죠.

 

이제 이 어종을 기억하는 사람은 현지 어부나 몇몇 상인, 소수 미식가들 뿐입니다.

참고로 일부 지역에서는 이 어종을 '토종 도다리'로 부르기도 합니다. 그나마 원조 도다리에 대한 예우를 해주는 셈입니다.

양식은 당연히 안 되며 가끔 어판장에 들어오는 것이 있다면 모두 자연산입니다.

 

※ 정리

도다리의 제철도 문치가자미와 같이 6~9월이다.

 

여기까지 알아본 두 어종은 전량 자연산이며 제철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래 두 어종은 대량 양식으로 들어오므로 제철의 의미가 희박합니다.

 

 

등에 난 딱딱한 피질과 범무늬 지느러미가 특징인 강도다리

 

3. 강도다리(양식 중)

대표적인 양식 어종으로 동네 횟집, 수산시장, 마트에서는 십중팔구 이 어종을 가리켜 도다리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표준명이 '강도다리'이므로 이것이 가짜 도다리라 말할 수는 없겠지요. 다만 강도다리는 90% 이상 양식으로 들어오므로 자연산으로 알고 구입해선 안 되며

산지인 동해에서는 자연산 강도다리가 곧잘 들어오므로 이를 사더라도 자연산 여부를 확인해야 할 것입니다.

산지는 동해로 이 일대 바다와 강이 만나는 기수역에는 자연산 강도다리가 다량 서식하고 있습니다.

산란은 위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주로 1~5월이며 제철은 11~2월 사이입니다. 하지만 양식산 강도다리는 일 년 내내 사료를 받아먹고 자라니 언제나 살이

통통하게 찐 상태로 출하됩니다. 철에 따른 맛의 차이가 거의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언론이 차려준 '봄 도다리'라는 식탁에 숟가락이라도 얹으려면 주로 봄에 출하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을 사기라고 볼 수는 없겠지요.

양식업자도 먹고살기 위해 고기를 키우는 것이고 이왕이면 소비가 가장 활발할 때 파는 것이 당연하니까요.

우리는 강도다리를 '가짜 도다리'라 볼 것이 아니라 대량 양식이 가능해 저렴한 서민 횟감으로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 정리

도다리의 제철은 자연산일 경우 11~2월 정도이다.

 

 

등에 딱딱한 돌기물과 무비늘이 특징인 돌가자미

 

4. 돌가자미(양식 중)

시장에서는 돌가자미도 도다리의 일종으로 보고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도다리가 아니지만, 지역 상인들은 이를 '돌도다리'라 부르면서 문치가자미나

강도다리보다는 한수 위 고급 어종으로 취급하고 있죠. 실제로 돌가자미가 자연산이고 중량이 1kg 이상이라면 맛의 가치가 빛나는 어종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접하는 돌가자미는 대부분 중국산 양식입니다. 원래 야생에서는 길이 70cm 이상으로 자라는 대형 가자미지만, 양식에서는 빨리 키워 출하해야

이득을 보기 때문에 손바닥 크기로만 키워 보냅니다. 대량 양식이 가능한 것도 이 때문인데 이렇게 키워진 새끼 돌가자미는 수산시장과 횟집으로 들어와

'봄 도다리 세꼬시'로 팔리고 있죠. 우리가 봄에 횟집에서 먹는 '봄도다리 세꼬시'는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1) 손바닥 만한 양식 강도다리를 뼈째 썰어먹는 것

2) 손바닥 만한 양식 돌가자미를 뼈째 썰어먹는 것

3) 손바닥 만한 양식 광어(?)를 뼈째 썰어먹는 것

 

이 중에서 소비자 기만에 해당하는 건 3)번이 되며 1)~2)번은 그만한 값을 지불하고 그만한 횟감을 먹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1)~2)번이 '자연산'이라고 속이지만 않는다면, 소비자로서는 납득할 만한 가격으로 양식 도다리 세꼬시를 드신 겁니다.

혹자는 봄에 도다리가 맛있는 이유가 '세꼬시'에 있다고 하지만, 지금까지의 내용을 정독했다면 그들이 맛본 세꼬시는 일 년 내내 맛이 비슷한 양식산

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도다리 세꼬시의 제철이 봄이라는 말도 어불성설이겠죠.

 

※ 돌가자미의 제철은 자연산일 강도다리와 같이 11~2월이다.

 

 

 

지금까지 4종류의 도다리에 대해 알아봤는데 정작 봄에 제철인 도다리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분명 학술적으로는 도다리가 1종뿐이지만, 예부터 지역 상인과 어부들이 불렀던 방언 자체가 그들의 삶과 정서를 대변하는 것이므로 오늘날 도다리로

취급되는 문치가자미를 '가짜'로 규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특별히 봄에 맛이 있어 봄도다리가 된 것이 아닌, 문치가자미가 봄에 많이 어획돼 그것이 쑥국으로 인기를 끌어서 된 봄 도다리.

하지만 우리는 봄에 도다리 회를 찾고 있지 않습니까? 봄에 수요가 급증하니 일 년 내내 맛이 비슷한 양식산 도다리를 이 시기에 집중적으로 출하해

수요를 메꿨던 것입니다. 자연산 도다리는 늘 수요보다 공급이 달려 산지에서 대부분 소진되기에 우리 식탁에 오르기 어렵지만, 양식산 돌가자미와

강도다리는 그것이 가능했습니다. 이는 양식 산업이 주는 혜택이자 장점이 되겠죠.

그러므로 여태까지 문치가자미와 강도다리를 파는 상인이 졸지에 소비자를 기만했거나 가짜 도다리를 팔았다는 인식을 심어선 안 될 것입니다.

글을 정독하지 않은 분들을 위해 요점을 정리하겠습니다. 

 

- 학술적으로 규정한 도다리는 1종뿐이지만 잘 잡히지 않아 의미가 없다.

- 우리가 도다리로 알고 먹는 생선은 문치가자미이고 산지에서도 예부터 문치가자미를 도다리로 취급해 왔다.

- 하지만 문치가자미는 전량 자연산으로 어획량에 한계가 있어 부족한 공급을 양식산 강도다리와 돌가자미가 감당해 왔다.

- 우리가 동네 횟집과 수산시장에서 먹는 도다리는 대부분 강도다리와 돌가자미이다.

- 그렇다면 강도다리와 돌가자미를 도다리로 파는 것은 불법이거나 사기에 해당할까?

- 강도다리와 돌가자미가 불법이라면, 각 지역에서 방언으로 취급되는 생선들도 모두 불법이 된다.

 

학술적 도다리가 거의 사라진 오늘날, 어류도감의 표준명과 지역 방언과의 괴리감은 이미 오래전부터 마찰을 빚어왔기에 단지 '가짜'로 규정하기보다는

이 둘의 합을 이끌어 내고 1)자연산과 양식 여부, 2) 원산지 표기를 속이지 않는 선에서 계도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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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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