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끼 거뜬히 해결해 주는 우럭 조림 레시피


 

 

우리나라는 굽고 찌고 조리고 끓이고 튀기는 이 5가지 조리법에서 거의 모든 생선 요리를 하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서민의 밥 도둑을 책임지는 착한 조리법이라 한다면 단연 조림이 빠질 수 없겠지요.

생선 조림은 집집이 다르고 식당마다 다르며 지역색이 두드러져서 조림이라는 하나의 카테고리 안에서도 제법 다양한 형태의 생선 조림이 나옵니다.

그중에서 저는 일전에 제주도에서 맛보았던 우럭과 객주리 조림에 영감을 받은 '제주도식 우럭 조림'을 해보았습니다.

양념장 비율만 안다면 어려울 것이 하나 없는 우럭 조림, 쉬운 조리법으로 소개하겠습니다.

 

 

자연산 우럭(표준명 조피볼락)

 

먼저 우럭을 준비합니다. 이 우럭은 얼마 전 침선낚시에서 낚은 35cm급 자연산 우럭입니다.

시중의 재래시장이나 마트에서 파는 우럭은 대부분 양식이라서 길이 30cm를 넘기지 못하지요.

길이 30cm 우럭이면 무게가 약 700g 정도 나가며, 그보다 작은 400~500g짜리 우럭이 판매대에 진열되어 있을 것입니다.

여기서는 1kg에 가까운 한 마리를 기준으로 레시피를 작성했지만, 일반적으로 판매되고 있는 양식 우럭으로 이 요리를 하겠다면 2마리를 사용해야 합니다.

 

 

자연산 우럭 조림 재료가 한자리에 모였다.

 

#. 제주도식 우럭 조림 재료

우럭 1kg(큰 건 1마리, 작은 건 2마리), 감자 작은 것 4개, 양파 2/3개, 매운고추 1개, 불린 메주콩 한주먹, 고춧가루 2T(선택), 생수 종이컵으로 2컵,

 

#. 양념장 재료(밥숟가락으로 개량)

고춧가루 5T, 매운 고춧가루 1T(없으면 일반 고춧가루로 대체), 진간장 종이컵으로 반컵, 설탕 3T, 맛술 5T(소주는 2T), 다진마늘 수북하게 1T, 된장 한톨,

조청(혹은 물엿) 2T, 후춧가루 약간, 생강가루(혹은 생강즙) 약간

 

 

젤 먼저 양념장을 숙성해 놓아야 하기 때문에 양념장부터 만듭니다.

양념장 재료를 모두 때려 넣고요. 재료 소개에서 된장 한 톨이라 되어 있는데 사진에 보이는 이 정도 느낌입니다.

 

 

우럭 조림용 양념장이 완성됐습니다. 이것은 랩을 씌운 후 약 1시간 정도 냉장실에 넣어 숙성합니다.

 

 

그 사이 우럭을 토막 내고 감자와 양파, 고추를 다듬습니다.

납작한 전골냄비에 감자를 바닥이 보이지 않을 만큼만 깔아줍니다.

 

 

그 위에 우럭을 올립니다.

 

 

대충 썬 양파를 올리고요.

 

 

마지막으로 준비한 양념장과 메주콩을 끼얹습니다. 여기에 생수를 붓는데요. 종이컵으로 2잔을 넣습니다.

다른 조림에 비해 물을 많이 넣는 이유는 이 조림은 무가 없기 때문에 무에서 나는 수분 대신 물을 넣고 양념은 조금 되직하게 한 것입니다.

메주콩은 딱딱하니 한 시간 전에 미리 불려 놓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구할 수만 있다면 마늘대를 썰어서 넣어보시기 바래요.

생선조림과 마늘대와의 궁합은 정말 기가 막힙니다.

 

 

마지막으로 푹 끓이면 우럭 조림이 완성됩니다. 끓일 때 색을 좀 더 내기 위해 고춧가루 2T 정도 넣어주셔도 됩니다.

편으로 썬 청양고추도 이때 넣어주면 됩니다. 아~ 이거 너무 쉬워서 레시피로 써야 할까 살짝 고민이 될 정도인데요.

그냥 준비한 재료를 다 때려 넣고 끓이기만 하면 되니 어려울 게 하나도 없습니다.

다만, 불 조절은 신경 좀 써야 합니다. 처음에는 강불로 팔팔 끓이다가 불을 낮춰 은근히 조립니다.

중간중간 생선을 뒤집거나 양념을 끼얹어주고요. 바닥에 깔린 감자가 익었는지 젓가락으로 찔러보고 푹 익었다는 느낌이 들면 불을 끕니다.  

 

 

접시에 조림 일부를 담았습니다.

 

 

밥 도둑 우럭 조림 완성이요. 두둥

 

전남 홍도 인근 해역(홍어골)에서 살던 녀석이 어쩌다 미끼 한 번 잘못 물어서 서울의 어느 가정집에서 조림이 돼버린 처지.

안 그랬음 지금도 드넓은 바닷속을 유유히 헤엄치고 있었을 텐데. 이렇게 생각하고 있자니 좀 측은하긴 하네요. ^^;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세상은 약육강식에 의해 돌아가는 것을.

 

아주 가끔이지만, 살생했네 어쩌네 하며 비난 댓글을 다는 누리꾼이 있는데요.

저는 취미를 넘어 업으로 하는 것이지만, 그런 것을 떠나 그들 중 지금까지 생선 한 조각, 아니 멸치로 육수를 낸 그 많은 음식을 한번도 입에 댄 적 없으면서

그러한 댓글을 다는 것이라고는 생각치 않습니다. 취미로 낚아서 먹든 어업으로 잡아서 먹든 산 생명이 우리에게 식량이 되는 것은 똑같다고 봅니다.

낚시가 인간의 유희만을 위한 취미 활동이라면 '캐치앤 릴리즈'가 맞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저처럼 식량으로 사용하는 것이 물고기에 대한 마지막 예의가

아닌가 싶습니다. ^^

 

 

그리하여 수심 60m에서 끄집어낸 우럭은 이렇게 맛있는 조림이 되어주었습니다.

 

 

저 두툼한 살점 보십시오.

 

 

주재료는 요리가 되고 부재료는 반찬이 되는 밥 도둑 우럭 조림

 

우리는 늘 끼니때마다 '메인 반찬'을 찾습니다.

콩나물 무침과 김치, 무 생채 같은 음식이 메인 반찬이 될 수는 없어서 여기에 찌개가 들어가든지 아니면 계란말이, 제육볶음, 오징어볶음, 소시지 야채볶음,

햄, 그 외 고기반찬이 한 가지씩은 들어가야 밥이 술술 넘어간다고 하지요. 이날 저녁은 메인 반찬의 역할을 우럭 조림이 맡아주었는데요.

우럭의 희고 고운 살은 요리가 되고 감자와 메주콩은 훌륭한 밥반찬이 되어주었습니다. 

 

일반적인 생선 조림에는 무가 반드시 들어가기 마련이지만, 여기서는 그 역할을 감자에 맡겼습니다.

푹 익은 감자와 메주콩은 적당히 양념을 머금고 있어서 하얀 쌀밥과 함께 먹었을 때 밥이 술술 넘어갑니다.

들어가는 재료가 그 음식의 반찬이 되는 요리. 이것은 밥 도둑을 넘어 '식단 킬러'가 됩니다.

식단 킬러는 다른 반찬의 고민을 줄이고 그날 식단을 통합하면서 끼니를 해결해 주는 착한 음식인 거지요.

 

 

두툼한 우럭 살점을 밥과 함께 올려 먹는 맛이란

 

여기에 감자와 메주콩을 국물과 함께 흰 쌀밥 위에 얹습니다.

추가로 국물을 몇 수저 정도 끼얹은 후 감자와 함께 쓱쓱 비벼 먹는데 이건 밥 도둑과 거리가 멀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에 튼실한 우럭 살까지 올려 먹으니 이제는 확실히 밥 도둑이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이 우럭 조림은 거의 밥 강도 수준이로군요. ^^; 

한 그릇만 먹으려 했던 제게 폭식을 유도하게 만든 아주 나쁜 강도말입니다.

 

 

반찬 속에 반찬, 잘 조린 메주콩을 쏙쏙 골라 먹는 재미도 그만이지요.

지금까지 제 꾼의 레시피를 통해 몇 가지의 조림을 선보인 적이 있습니다. (아래 더보기 참조)

그때마다 이런저런 재료를 붙여서 궁합을 시험하곤 했는데 간장과 고춧가루가 베이스인 한국식 생선 조림에서는 메주콩과 마늘대, 감자와의 궁합이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고 무와 애호박을 넣어 이 자체가 훌륭한 반찬이 되는 조림도 괜찮았습니다. 어느 쪽이든 취향 차이니까 이 레시피를 본보기

삼아 조림 하나로 식단을 평정해버리는 훌륭한 우럭 조림을 만들어 드시길 바라면서 이만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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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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