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할 수 없었던 수요미식회 맛집, 노포는 거기에 없었다.(부산 명물횟집)


 

 

최근 수요미식회에서 소개한 명물횟집은 70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노포 중의 노포지만, 화면상에서 바라본 음식은 구성과 가격이 적정선을 잃고 정체된 느낌이 보였습니다. 하지만 방송에서는 문닫기 전에 꼭 가봐야 할 노포로 손꼽았죠. 단순히 화면상으로 살핀 것이므로 속단하기에는 이릅니다. 모름지기 음식은 눈에 보이는 것 외에도 분위기, 서비스, 그리고 사용된 식재료의 품질까지 꼼꼼히 따져봐야 그 진가를 알 수 있으니까요. 비록, 첫인상은 "내 돈 주고 먹기에 그리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는 느낌이지만글쟁이는 때때로 원치 않은 음식, 원치 않은 식당에서 불필요한 지출을 해가며 먹어야 할 경우도 있습니다.

 

 

명물횟집, 부산 자갈치 시장

 

보통 사람의 생각으로는 이해가 안 갈 수도 있지만, 생선회 관련 글을 써나가는 저로서는 이집 음식이 좋든 나쁘든, 한 번쯤은 맛봐야

할 동기를 심어주기에 충분하였죠. 어쩌면 찾아가기에 너무 먼 거리도 이 집을 방문하게 된 이유일지도 모릅니다. 

때마침 저는 부산을 방문했고 자갈치 시장에 들렀다가 서울로 올라갈 참이었기에 수요미식회에서 선정한 부산의 오래된 맛집을 들리기로

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집은 처음부터 기대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실망감은 크게 다가왔습니다.

 

 

때는 점심시간. 수요미식회에 소개된 맛집이라면 최소 한 달은 대기 시간을 각오해야 한다지만, 이집은 예외인가 봅니다.

한창 손님으로 붐벼야 할 점심시간이지만, 줄은 없었으며 2층에는 빈자리가 제법 많았습니다.

 

 

이 집 상호처럼 명물횟집으로 거듭나게 했던 회백밥은 밥에 회를 곁들여 상추에 쌈 싸먹는 전형적인 백반입니다.

특회백밥과는 12,000원이나 나는데 차이는 회 양이라고 알려졌습니다.

 

 

가격이 상당히 미래지향적인데 향후 5년 뒤의 물가상승률을 미리 예상해서 반영해 놓았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그렇다면 그만큼 '지불한 값'을 해야겠죠? 저는 일행과 함께 회백밥 2인분을 주문했습니다. 가격은 66,000원. 참 저렴합니다.

 

 

2층은 좌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음식을 기다리는데 첫 시선부터 눈살이 찌푸려집니다.

노포란 수요미식회에서 소개한 것처럼 '음식이 그 집의 역사가 되는 곳'이지만, 그것을 논하기 전에 기본이 되는 위생관념을 빼고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사진에 모두 담지는 않았지만, 테이블 여기저기에 음식 찌꺼기가 널브러진 모습에서 노포의 노련함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바빠도 기본적인 위생관념은 지켜야겠지요.

 

 

주문한 회백밥은 이런 모습으로 차려졌습니다. 여기서 메인이 되는 생선회를 빼면 5천원짜리 소박한 백반을 보는 듯합니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꼬시래기, 다시마, 석박지, 콩조림

 

회백밥에 나온 밑반찬은 정갈하고 깔끔했으나 전체적으로 음식이 답니다.

단 음식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입맛에 잘 맞겠네요.

 

 

회백밥 2인분(66,000원)

 

메인인 생선회와 도미 맑은탕이 나오면서 1인 33,000원짜리 회백밥이 차려졌습니다.

이 상차림은 해방 후 개업할 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지금의 명물횟집을 존속시킨 주역이기도 합니다.

언뜻 보면 단순한 상차림이지만,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제가 태어나지도 않았을 한국전쟁과 해방을 겪은 소시민들의 애환은 물론, 

그때의 세대가 꿈꾸었던 밥상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넉넉지 못했던 시절, 몇 가지 반찬과 함께 싱싱한 생선회로 쌈 사 먹는 풍족함은

당시로선 상상하기 어려웠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1인분에 33,000원인 회백밥에서 생선회를 제하고 이 상차림을 바라보면, 그리 특별할 것도 없는 시장터 백반입니다.

5~6첩의 밑반찬이 곁들이고 생선국에 밥을 후루룩 말아 먹는 기사식당의 가정식 백반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입니다.

그래서 회백밥은 주인공인 생선회가 그 값어치를 해주어야 합니다. 생선회에 관해서는 아래 자세한 설명을 덧붙이겠지만, 제아무리

생선회 품질이 좋다더라도 그리 넉넉히 담은 양도 아닌 저 한 접시가 2~3만원의 가치를 갖는 지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합니다. 

 

위 사진의 상차림을 유심히 보십시오. 생선회를 쌈 싸먹기 좋아하는 우리 국민의 식문화 정서를 정확히 찌르고 있다는 점에서는 일면

고개가 끄떡여지면서도 저 상차림으로 33,000원을 받아야 하는지는 의구심이 듭니다. 한 예로 일식과 참치 집을 들어보겠습니다.

일식에서는 속칭으로 '두당'이란 표현을 씁니다. 1인 얼마로 구성된 음식은 밑반찬이 아닌 일품요리들로 차려지며, 일행과 젓가락을

공유한다는 점은 이 집과 같습니다. 다른 점이라면, 그곳은 요리이고 이 집은 밑반찬이라는 점입니다.

 

메인인 생선회는 인당 한 접시씩 따로 내놓지만, 요리나 안주로 즐길 만큼의 양이 제공되지는 않습니다.

위 사진을 다시 한 번 보십시오. 저기서 4인분으로 늘어난다 해도 달라지는 것은 공깃밥과 국, 생선회 한 접시입니다.

가격은 33,000 X 4이니 무려 132,000원입니다. 어딘지 모르게 물가상승률을 잘못 반영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몇 가지 밑반찬에 생선탕과 생선회를 제공하는 회백밥은 2000년도 중반 2.3만원하던 상차림이 10년 뒤인 오늘날에는 3.3만원.

가격은 해마다 올리기 바쁜데 상차림 구성은 80~90년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이 이 집의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상차림 구성도 손님에 따라 다르게 나오는지 일관성이 부족합니다. 같은 회백밥을 주문해도 어떤 손님에게는 도미 껍질(유비끼)가 

제공되고, 도미탕에 생선살(서더리)도 넉넉히 담아주는가 하면, 어떤 손님에게는 그런 게 일절 들어가지 않고.

방송에 보인 상차림에는 문어 숙회가 제공되지만, 이는 아마도 특회백밥이나 쟁반을 주문해야 나오는가 싶기도 하고.

물론, 생선을 잡으면 뱃살이나 껍질은 그 양이 한정되어 있어 단골 위주로 챙길 수밖에 없음이 이해는 가지만, 기본 찬인 도미 맑은탕에서

손님에 따라 내용물이 크게 차이 난다는 점은 선뜻 이해되지 않는 부분입니다. 알고 보면 매우 사소한 부분이지만, 한결같이 일관성을

갖고 장사해야 할 노포의 이미지와는 다소 대치되는 것이지요. 

위 사진에서도 이러한 점을 찾아볼 수 있는데 일행의 국그릇을 보면 살점 하나 없는 뼛조각이고

 

 

도미 맑은탕

 

제게 온 그릇에는 두 개의 살점이, 옆 테이블에는 아예 도미 머리가, 또 다른 손님에게는 의도적으로 살점을 푸짐히 담아주는 모습에서

자칫 빈정이 상할 수도 있는 것이며, 리필을 해줌에 있어서도 누구에게는 살점을, 누구에게는 국물만 부어주는 식의 일관성 없는 서비스는

마치 "우리는 그때마다 손님에 따라서 달라요."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일행의 그릇에는 살점이 하나도 없어 내 살을 나누어줍니다.

 

 

국물 맛에 지대한 영향을 준 도미 뼛조각

 

후추, 조미료 가루 등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이 집 회백밥을 먹게 하는 도미 맑은탕은 수준급이었습니다.

남은 국물을 후루룩 마시고 그릇 바닥을 살폈을 때 후추는 물론, 미처 녹지 못한 조미료 알갱이가 전혀 보이지 않았고 또, 들어가야 할

이유조차 없었던 도미 맑은탕이죠. 여기에는 순수하게 참돔 머리와 뼈, 그리고 살에서 우러나온 불포화지방산의 순수한 국물 맛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보여준 예입니다. 국물에 청주를 넣었을 것으로 보이는 도미 맑은탕은 비린 맛이 전혀 없고 쏭쏭 썬 파가 뒷맛을 산뜻하게

잡아주고 있어 제대로 끓인 도미 맑은탕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국물의 탁도와 간의 세기, 감칠맛의 정도가 사람에 따라 주관적 해석이 들어갈 순 있지만, 이 정도의 국물 맛이 싱겁다거나 밍밍하다고

생각된다면, 그 사람은 어지간히 조미료에 길들인 입맛일 것입니다. 그렇게 길들인 입맛은 어지간한 감칠맛에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 몸에서는 더 많은 조미료(또는 지나치게 우린 육수)와 염분을 원하게 되겠지요.

 

 

생선회는 얇게 썰어졌는데 한 가지 특이사항은 1인 한 접시로 서빙된다는 점입니다.

 

 

이 집은 주로 광어와 도미를 사용하지만, 그러한 사실을 알지 못해도 회에는 도미와 광어임을 여실히 나타내주고 있습니다. 

다만, 이 집은 방송에 소개한 대로 3~8kg에 이르는 대광어와 2~3kg 이상의 참돔을 사용합니다. 

생선회는 크면 클수록 깊은 맛이 난다는 이 집 주인의 철학이 식재료 선택에 그대로 묻어나 있으며, 저도 이 부분은 동의합니다.

물론, 어디까지 커야 맛이 보장되는지에 대해서는 별도로 따져보아야 합니다.

 

광어의 경우 4kg을 넘어서면 머리부터 꼬리까지의 총 길이가 약 65~70cm에 이릅니다.

이 정도 크기의 광어라면 양식이 없으므로 자연산으로 공수해야 합니다. 도미도 일본산 양식일 경우 길이 60cm, 무게 3kg까지 키워서

출하하지만, 흔치 않습니다. 보통의 양식산 참돔은 1.5~2kg 내외이며, 길이 40~55cm 정도면 시장에서는 대도미라 부릅니다.

그러므로 참돔이 3kg 이상 넘어가면 이 역시 자연산일 확률이 높습니다. 자연산 참돔은 최대 1m 10cm 혹은 그 이상까지 자라는 것으로

보고되지만, 길이 80cm가 넘어가면 그때부터는 노성어에 접어들게 됩니다. 어떤 생선이든지 크면 클수록 회 맛은 깊어지지만, 여기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점은 '노성어'는 제외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가장 맛이 좋은 참돔회는 80cm까지 적정선으로 보고 있으며,

광어 역시 80cm를 넘기면 노성어에 접어들기 때문에 무조건 크다고 맛이 좋은 건 아닙니다.

다만, 대체로 클수록 맛있음은 기정사실입니다.

 

 

이 집은 광어와 참돔 모두 자연산을 쓰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마리를 잡아도 매우 큰 것을 잡기 때문에 회전율이 좋은 식당에서는

수율에서도 이득이고 맛도 보장됩니다. 위쪽에 붉은색 혈합육은 참돔(도미)이며, 한점의 면적으로 보아 대도미를 사용했습니다.

 

 

참돔의 특징을 잘 말해주고 있다

 

자연산 대광어일 경우도 혈합육이 도미와 비슷한 수준으로 붉기 때문에 혼동하기도 하지만, 이것이 대광어가 아닌 도미라는 증거는

굳이 묻거나 따져보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A로 표시한 '매우 잔 빗살무늬'와 B로 표시한 흰 껍질 막은 광어에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 것으로 주로 참돔, 감성돔, 돌돔과 같은 돔 어종에서 나타나는 특징이기도 합니다. 저렇게 자잘한 빗살무늬와 흰 껍질막은 참돔의

중뱃살에 해당합니다. 중뱃살은 내장을 감싼 단단한 근육의 뱃살(가장 맛있는 부위)에서 약간 등 쪽으로 올라간 부위입니다. 

(회를 많이 떠보면 알 수 있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내용일 수 있습니다.)

 

 

광어 지느러미살

 

광어 지느러미살은 다른 횟집에서 본 것과 모양새가 다릅니다. 그 이유는 대광어에서 뽑은 지느러미가 하도 두툼하다 보니 그것을

세로로 길게 썰어 특유의 엠보싱같은 단면이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이는 대광어의 지느러미살을 길게 추출한 다음, 다시 세로로

썰었을 때 나타나는 모양으로 일반적인 크기의 광어로는 엄두도 내지 못할 손질법입니다.

 

 

구명이 뻥뻥 뚫린듯한 모양이 입에서도 그대로 나타나 씹는 식감과 고소한 맛을 동시에 만족해 줍니다.

이 부위는 일본 표준명으로 '엔가와'이고 사투리로 '엔삐라'라 불리지만, 이 집 메뉴에는 '엠베라'라는 정체불명의 말로 표시돼 있습니다.

우리말로 '담기골살'이란 표현이 있지만, 그냥 지느러미살로 부르는 게 적당하겠지요.

 

이 집 생선회에 대해 추가로 이야기하자면, 명물횟집을 창업한 김복덕씨는 해방 직후 일본에서 귀국해 부산에 정착했고 자갈치 시장에서

일하다가 횟집을 개업했다고 합니다. 그때가 1946년이니 올해로 69년째로군요. 당시에는 일본에서 막 건너왔기 때문에 일본식 선어회를

팔았을 것으로 짐작합니다. 이 집을 설명하는 지식백과에서도 그렇게 묘사되고 있지만, 현재 사용하는 회는 선어회가 아닙니다.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중 하나로 선어회가 곧 숙성회로 알고 있지만, 이 둘은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선어회는 말 그대로 선어 즉, 죽은 고기를 뜻합니다. 일본에서는 활어 유통을 하지 않기 때문에 항에서 산 고기를 즉살해 선어 횟감으로

유통합니다. 분명, 자갈치 시장도 운송 수단이 마땅치 못했던 그 시절에는 선어 횟감을 유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굳이 그럴

필요가 없어졌지요. 자갈치 시장에는 매일 새벽 싱싱한 활어가 쏟아져 들어오고 있기 때문에 산 고기를 가져와 곧바로 즉살합니다.

그렇게 즉살한 고기를 바로 썰어내면 활어회가 되지만, 냉장고에서 3~4시간을 두면 근육이 사후경직되다가 풀어지기 전이기 때문에

차진 식감을 얻게 됩니다.

 

오늘날 명물횟집에서 내는 생선회는 과거와 달리 선어회를 내지 않으며, 쫄깃하게 씹히는 활어회를 선호하는 우리네 식성에 맞추기

위해선 더더욱 오랫동안 숙성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 집이 내는 생선회는 대광어, 대도미임에도 불구하고 3~4시간 정도의 

숙성만을 거쳐 손님상에 올립니다. 소고기도 마찬가지지만, 생선 역시 크면 클수록 숙성 시간을 잘 견디기 때문에 3~4시간 숙성만으로는

살이 물러지지 않으며, 활어회에 근접한 식감을 갖게 되죠. 그러므로 이 집 회가 맛이 좋은 이유는 그 짧은 숙성 시간 동안 다량의

이노신산(IMP)이 늘어나서라기보다는 애초에 질 좋은 횟감을 선별해 가져왔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사람도 그렇지만 생선도 원판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이죠. ^^; 그런 점에서 좋은 횟감만 쓰고자 하는 이 집의 고집은 훌륭합니다.

실제로 제가 느꼈던 맛도 어설픈 자연산보다 훨씬 나았습니다.  

 

 

33,000원짜리 회백밥에 생고추냉이가 아닌 점은 아쉽지만, 분말 고추냉이 중에서는 그런대로 좋은 품질이다.

 

아쉬운 점은 양이 적다는 것입니다. 대도미와 대광어를 고작 3~4시간만 숙성했기 때문에 완전한 숙성회라 보기도 어렵고, 언뜻

느끼기에도 활어회의 식감과 크게 다르지 않은 탄력입니다. 이러한 탄력은 회를 얇게 썰어야 적당한 식감을 주기 때문에 숙성회임에도

회를 얇게 쳐낸 것입니다. 문제는 얇게 친 회는 여러 점을 한꺼번에 집어 먹어야 충분한 씹힘과 지방의 고소한 맛을 충분히 보는데,

보다시피 양이 각박하다 보니 섣불리 여러 점을 집어 먹기가 어렵습니다. 만약, 그렇게 먹었다가는 4~5 젓가락질에 회가 동나버릴 것입니다. 

 

양이 적으니 얇게 썬 회를 한 점씩 먹게되고, 그렇게 먹으니 생선회 맛에 집중하기가 어렵습니다. 

더욱이 이 좋은 회를 상추에 초고추장에 마늘에 잔뜩 싸 먹으니 회 맛이 느껴질 리 있겠습니까.

좋은 회를 쓰고도 그 회가 품고 있는 지방의 기품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구성이 좀 안타깝습니다.

이렇게 먹을 거면 횟감은 적당히 저렴한 것으로 가져와 양을 늘리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 집의 백미이면서 맛의 화룡점정을 찍는다는 특제 초고추장.

수요미식회에서도 극찬이 자자했는데 저와 일행은 한 번 맛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습니다. 

 

 

확실히 이 집 초고추장은 다른 기성 제품과 달리 농도가 묽지 않고 됩니다. 되다는 것은 빙초산을 제외한 일반 식초의 사용 양이 적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 집 초고추장은 산미가 매우 적습니다. 새콤하지 않으면서 단맛은 왜 이리 강한지.

그 단맛이 설탕의 단맛보다는 물엿의 끈적한 점성이 더한 맛이어서 개인적으로 균형잡힌 맛의 초고추장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이 초장은 단맛을 격하게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만 권합니다. 방송에서는 "이 집 초장에 무엇을 찍어 먹은들 맛있지 않을까?"라 하였지만,

저는 "무엇을 찍어 먹은들 똑같은 맛이 날 것이다."로 일축하겠습니다.   

 

 

이런 맛으로 먹겠다면 굳이 비싼 회백밥을 먹을 이유가 없겠죠.

 

 

부산 명물횟집 : 지도는 본문 아래 참고

영업시간 : 오전 9:30~오후 9:30 (명절 휴무)

내비주소 : 부산시 중구 자갈치해안로 55-1

주차시설 : 자갈치 시장 주차장 이용

 

유럽과 달리 100~2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식당이 우리나라에 없는 이유는 전쟁의 시련을 겪었기 때문입니다. 이를 뒤집어서 말하면

부산에 유독 노포가 많은 이유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나마 부산이 제주도와 함께 한국전쟁의 피해가 덜 닿은 곳이기도 합니다.

노포의 가치 중 하나인 "음식이 그 집의 역사가 된다."는 대목은 지난 70년간 외길만 걸어온 명물횟집에서도 충분히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음식이 역사의 한 시점에 머무르거나 정체되어 있다면, 노포로서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저는 이 집에서 생선회에 대한 훌륭한 고집과 정체된 상차림을 동시에 보았습니다. 절제가 아닌 정체는 음식의 구성 대비 가격의 적정선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됩니다. 그것은 3.3만원을 쥐고 다시 한 번 이 집을 찾아가느냐, 아니면 그걸로 기회비용을 살리느냐의 기로에

서겠지만, 명색이 노포는 다시 한 번 찾아가고 싶은 '그 지역의 명물'로 남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가게를 나서는 내내 제 머릿

속을 맴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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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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