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시장 상인들이 체감하는 불경기는 심화합니다. 수산시장의 이용객을 늘리고 활발한 상거래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첫째도 신뢰, 둘째도 신뢰입니다. 많이 나아졌다곤 하나 아직도 일부 상인의 바가지 상술을 비롯해 저울 눈속임, 심지어 어종 바꿔치기도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어 수산시장이 나아가야 할 길은 멀게만 느껴집니다. 

지난 몇 년 간 글을 쓰면서 언젠가는 공론화하고 반드시 뿌리 뽑았으면 하는 불법 상거래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저울 조작입니다. 특히, 무게에 따라 가격이 매겨지는 활어는 고작 몇백 그램 정도의 차이만으로도 충분한 이득을 안길 수 있어, 대다수 상인이 이러한 바가지의 상술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도 사실입니다. 

이러한 상술은 몇 해를 거듭해 오면서 점점 지능화되고, 고착화 돼 이제는 암암리에 적잖이 이뤄집니다.
활어 무게가 얼마나 나오는지 감이 없고, 몇백 그램 차이로 현장에서 클레임을 거는 소비자도 거의 없다는 점을 이용한 겁니다. 일반 소비자가 체감하는 활어 무게는 어쩌면 그간 자행된 저울 상술에 길들인 결과인지도 모릅니다.

일반 소비자가 느끼는 활어 무게가 실제 무게와는 얼마나 동떨어졌는지를 아래의 예시를 통해 알아봅니다. 아울러 수산시장에서 저울 조작으로 무게를 속이는 사례에 관해서도 진단해 봅니다. 
 



저는 지난 십여 년 동안 바다낚시를 하면서 고기 계측을 많이 봤고, 그 결과도 기록해 왔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낚시꾼은 1~2cm 길이에 민감합니다. 대회에선 승패를 가를 분수령이 되며, 자신의 평생 기록어가 등재될 상황에서는 이 작은 숫자가 상당한 공신력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우리 눈에는 고작 1~2cm 차이지만, 산 생물이라 체고와 두께를 좌지우지합니다. 5cm 정도 차이 나면 벌써 체고와 두께 감부터 다릅니다. 체내에 축적된 살집도 달라 회를 떠보면 실수율(순수 생선회 양)이 다르며, 씹을 때 두께 감에서도 차이 납니다. 이는 무게에 따라 가격을 달리 받는 상거래에서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됩니다.

생선 한 마리의 계측은 대가리 끝인 주둥이에서 꼬리지느러미 끝 선에 정렬한 길이입니다. 무게는 전자저울을 이용합니다. 움직이는 생물을 재는 것이므로 바구니를 쓰는 것은 불가피합니다. 때문에 바구니를 올리고 영점을 맞추어 계측하면, 그 고기의 실계측이 이루어집니다.



사진 자료는 낚시 클럽의 정기 출조에서 선수들이 잡은 고기를 계측한 기록입니다. 친목성 대회지만, 엄연히 시상이 걸렸고 0.1cm 차이로 결과가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어 정밀한 계측이 요구됩니다.

여기서 1위를 보면 2마리에 1,855g이 나왔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어종은 참돔, 감성돔, 벵에돔입니다. 두 마리 중 한 마리는 50.3cm임에도 2kg을 넘지 못합니다. 물론, 산생물이라 길이에 따른 중량이 늘 같은 것은 아닙니다. 철에 따라 살을 찌우고 알을 배기라도 한다면, 같은 길이라도 무게가 더 나올 수 있습니다. 반대로 산란을 마쳐 배가 홀쭉해지면 같은 길이라도 무게가 덜 나옵니다.

이러한 오차 범위가 있기는 하나 그래도 고기를 많이 계측해 보거나 그 결과를 예의주시하다 보면, 어종별 길이에 따른 무게가 얼마나 나갈지 대략 알게 됩니다.
 이 문제를 이야기의 중심인 수산시장으로 옮겨 보겠습니다.  



<사진 1> 저울 조작이 의심되는 사례, 노량진 수산시장

이때는 모 종편 방송사 프로그램을 녹화하던 중이었습니다. 담당 피디, 리포터와 함께 싱싱한 활어회를 직접 골라 무게를 재고 흥정하고, 회를 썰어 초장집에서 먹는 과정을 촬영하는 에피소드입니다.

여기서는 수조에 있는 참돔 한 마리를 골라 무게를 재도록 하였습니다. 참돔 길이가 어림짐작으로 40cm가 조금 넘습니다. 이런 걸 많이 쟤 본 사람은 대략 몇 그램이 나올지 감이 서는데 일반 소비자들은 전적으로 저울 수치를 믿을 수밖에 없습니다. 


 

좀 전에 50cm 정도 되는 참돔 한 마리가 2kg이 안 된다고 하였습니다. 두 마리 합산해도 1,855g에 불과했습니다. 수산시장에서 몸길이 40cm가 조금 넘는 참돔 한 마리를 계측했는데 <사진 1>을 보면 2.2kg을 가리킵니다. 최근 노량진 수산시장 신건물에는 이러한 불신을 해소하고자 소비자가 직접 달아볼 수 있는 자율 전자저울을 설치해 놓았습니다.

우리는 방금 계측한 참돔 한 마리 무게가 제대로 계측된 것인지 자율 전자저울에 다시 달아보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랬더니 상인의 말이 바뀝니다.

"방금
은 바구니 무게 때문에 2.2kg이 나왔는데 거기서 쟤면 1.7kg 정도 나올 것이다."



실제로 저울을 쟀더니 1.65kg이 나옵니다. 이것도 상인이 말한 무게보다 50g이 덜 나왔습니다. 결과적으로 상인이 말을 바꾼 것은 자승자박이 되었습니다. 2.2kg에서 1.65kg을 뺀 무게는 무려 550g이나 됩니다. 상인 말대로라면 바구니 무게만 550g라고 인정한 셈입니다.

언젠가 수산시장을 취재하면서 저울에 바구니만 덜렁 올려진 걸 보고 그 무게를 기록해 두었는데 수산시장에서 가장 많이 쓰는 바구니가 <사진 1>에 보이는 빨간색과 녹색 바구니입니다. 빨간색 바구니의 실중량은 약 200~300g 사이이며, 녹색은 불법 개조된 경우 실중량이 1.2kg이 나가는 것도 있습니다. (제 블로그에 비밀 댓글을 통해 어느 상인의 양심 고백이 있었고 확인도 했죠.)

좀 전의 상황에서 빨간색 바구니가 300g이라 가정해도 250g은 공중으로 증발한 것이 됩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바구니 중량까지 총 550g을 손해 본 것인데 이를 가격으로 환산하면, 참돔 1kg에 30,000원이니 약 16,000원의 손실을 본 것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겨우 몇백 그램 정도의 차이라 할 수 있지만, 이렇게 정량을 준수하지 않은 채 팔면 나중에는 무시 못 할 부정 수익이 됩니다. 

이러한 무게 부풀리기 판매는 수산시장에서 더는 특별한 사례가 아닙니다. 수산시장에는 정량을 준수하고 양심적으로 판매하는 상인들도 많아서 미꾸라지처럼 물을 흐리는 몇몇 상인의 불법 행위가 옆 상인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습니다. 특히, 주
말과 관광 성수기 특수를 보고 장사하는 특성상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일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크다 할 수 있습니다.

활어 무게를 정확히 알지 못했을 뿐이지 실제로 소비자가 느끼는 품질 만족도는 대체로 일관됩니다. 그 부분을 이렇게 수치로 환산해 정확히 얼마나 손해를 본 것인지를 계산하지 못할 뿐, 먹어보면 평소 먹던 것과 다른 양, 저렴하지 않은 물가를 체감하므로 결과적으로는 불신이 쌓이게 됩니다. 수산시장에 대한 불신이 계속해서 쌓이게 되면, 사람들은 생선회와 수산물이 아닌 다른 음식으로 기회비용을 살립니다. 굳이 수산물이 아니어도 먹을 게 많고, 설사 생선회를 먹고 싶어도 동네 횟집이나 일식집으로 발길을 돌리면 그만인 것입니다.

그래서 수산시장의 저울 눈속임은 중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결코 득이 될 수 없습니다. 안 그래도 가격 정찰제가 되지 않아 부르는 게 값인 수산물인데 여기에 저울 무게까지 신뢰를 잃으면, 수산시장은 자업자득으로 잃을 게 많아질 것이 불보듯 뻔합니다. 당장 눈앞의 이익만 좇기보다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정량 판매를 지속해서 독려해 나가야 할 문제입니다.

저는 일부 상인의 바가지 상술로 수산시장이 신뢰를 잃거나 사람들의 발걸음이 줄어드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수산시장의 상인 또한 경제권을 쥐고 있는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가족을 보호하고 지켜나가야 할 위치에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수산시장은 그동안 우리가 가꿔온 유산이자 앞으로 지켜나가야 할 문화적 가치이기도 합니다. 

이제는 정부나 지자체, 혹은 상인회 차원이든 뭐든 좋으니 정량 판매를 독려하고 상인의 자정 능력을 발휘해 서비스 향상과 신뢰 회복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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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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