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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시장의 매력은 활어를 직접 골라 구입할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같은 가격이라면, 좀 더 살찌고 맛있는 광어를 고르고 싶은 마음이 누구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보는 눈이 없으니 천상 상인이 권하는 것으로 고르게 됩니다. 생태 좋은 활어를 골라주는 상인도 있지만, 그 반대인 경우도 있게 마련이겠죠. 그동안 활어 고르는 방법에 관해 글을 썼지만, 오늘은 광어 고르는 팁에 관해 한 발짝 더 나아가 볼까 합니다.
알배기 광어
사진의 광어는 몸길이 85cm, 무게는 약 7~8kg에 달하는 자연산 대광어입니다. 작년 2월, 대마도에서 낚시로 잡았는데 제 글을 꾸준히 읽어오신 독자분들은 사진만으로 눈치챘으리라 봅니다. 한쪽 포를 뜨자 이렇게 알이 드러나는군요. 알의 생김새와 위치를 눈여겨 보셨다면 다음 사진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사진 1> 알을 완전히 분리한 모습
알을 완전히 꺼낸 모습입니다. 보시다시피 광어 알은 '사람 인(人)'자로 생겼습니다.
※ 포 뜨기(오로시)가 엉망인 건 양해 바랍니다. 저는 횟집 실무자가 아니고 글을 쓰는 사람이라서 아무래도 이 부분은 좀 미숙합니다. ^^;
다시 처음 사진으로 돌아와서 보면, 위쪽은 등이고, 아랫부분은 배 부분입니다. 알이 자리 잡은 부위는 광어 배 쪽이죠. 원래는 내장도 함께 있는데 지금은 빼 낸 상태입니다. 좀 전에 보셨듯 광어 알은 사람 人자를 닮은 좌우대칭형입니다.
보시다시피 알의 한쪽 면은 척추뼈를 기준으로 위쪽에 드러나 있으며, 다른 한쪽 면도 같은 자리에 있지만, 척추뺘 아래 쪽으로 접혀서 들어가 있습니다. 즉, 위 사진을 놓고 보았을 때 알을 품은 곳은 모두 배 쪽임을 알 수 있습니다. (너무 당연한 사실을 어렵게 설명했나요. ^^;)
<사진 2> 광어 배가 불룩한 알배기 광어
알배기 광어는 언뜻 보아도 배 부분이 볼록함을 알 수 있습니다. 알로 가득 찼죠. 위 사진의 광어를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임신 말기에 해당합니다. 촬영 시기가 4월 중순이었으니 늦어도 5월 중에는 산란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알을 밴 광어는 알이 차지하는 무게가 상당합니다. 그랬을 때 벌어지는 현상은 무엇이 있을까요?
같은 2kg짜리 광어라도 그 무게가 알에 있는지 살에 있는지에 따라 우리가 회를 먹었을 때 느껴지는 맛과 식감이 다르며, 가격의 손실률 또한 따져봐야 합니다. 바닷물고기는 알을 '가득' 품었을 때 몸속 영양분이 알(난소)과 이리(정소)로 집중되므로, 살은 퍼석해지고 맛이 빠지게 마련입니다.
산란을 마친 직후에는 배가 홀쭉해지고 살은 푸석하며 이 역시 맛이 빠져서 밍밍합니다. 이런 이유로 광어뿐 아니라, 다른 활어 횟감을 고를 때에도 배가 너무 불룩하거나 홀쭉한 건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다면 광어가 알을 배는 시점은 언제일까요? 광어의 산란 시기는 양식과 자연산에 따라 다르고 서식지에 따라 다르지만, 대게 3~6월입니다. 위도에 따라서 차이가 있는데 대마도처럼 위도가 낮고 물이 따듯한 지역은 2~3월로 빠르고, 서해와 동해 북부 지역과 같이 물이 차갑고 수온이 늦게 오르는 지역일수록 산란기가 늦어지므로 5~6월, 심지어 7월에도 알배기 광어가 잡히기도 합니다.
<사진 3> 등 쪽 지느러미살을 잡았을 때 두께 감이 느껴지는 광어가 좋은 광어다
위 사진은 3kg이 조금 안 되는 완도산 광어로 아직은 배에 알(혹은 정소)이 덜 찼습니다. 같은 시기에 촬영한 것인데도 광어는 산지와 양식장 그리고 개체에 따라 알을 완전히 밴 것도 있고, 덜 밴 것도 있으며, 사육 상태에 따라 살이 덜 찬 것도 있고, 두툼하게 찬 것도 있습니다.
<사진 3>의 광어는 일식집에서 횟감으로 쓰기에 품질이 양호한 상태입니다. 저렇게 등 쪽 지느러미를 잡았을 때 두께 감이 느껴지는 광어는 지느러미살(엔가와)과 살 사이의 공백이 적으므로 지느러미살을 온전히 빼내어 살리기 좋고, 전반적인 영양 상태 및 육량이 좋아 두께 감에서 오는 식감과 맛에서도 그렇지 못한 광어보다 월등히 낫습니다.
지금까지 설명한 내용은 업자가 물건을 직접 떼어갈 때 광어를 보는 안목 중 하나인데 사실 조금만 공부하면, 일반인도 얼마든지 좋은 활어를 고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이 골라보고 또 먹어보는 것만큼 좋은 경험도 없겠지만, 이렇게 기본적인 내용을 알고 가는 것도 수산시장에서 활어를 고를 땐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기온이 부쩍 오르는 4월부터는 지역 축제가 많아지면서 본격적인 관광 성수기에 놓입니다. 이에 광어 같은 양식산 활어의 출하도 적극적으로 이뤄질 텐데요. 공교롭게도 광어나 참돔 등의 일부 어종은 이 시기에 산란과 겹치면서 수산시장에도 알배기가 많이 섞여 들어올 확률이 높습니다. 알 자체는 맛있고, 탕감으로 끓여 먹기 좋지만, 횟감용으로는 썩 좋지 못하니 이 내용을 잘 참고해서 같은 값, 같은 중량에 좀 더 좋은 광어를 골라 드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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