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도다리는 문치가자미를 말한다

 

적잖은 분들이 TV 방송 프로그램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자연산 봄 도다리에 환상을 가진 듯합니다. 이에 너도나도 도다리쑥국을 찾거나 혹은 직접 끓여 먹습니다. 포털 검색창에 도다리쑥국 끓이기를 치면, 정말 엄청나게 많은 레시피를 볼 수 있는데 하나하나 살펴보면 엉터리가 제법 있습니다. 이유는 이러합니다. 

 

봄 도다리쑥국에는 봄 도다리를 넣는 것이 기본인데 그 봄 도다리가 정확히 뭔지 모르니 유사 어종으로 끓여 먹고선 "나도 봄 도다리쑥국 끓여 먹었다.'고 만족하게 되는 겁니다. 그 유사 어종이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가자미, 용가자미, 심지어 쇼핑몰에서 아예 봄 도다리쑥국 재료라 팔고 있는 양식 강도다리까지 그 종류도 다양합니다. 그걸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니까, 도다리라고 팔면 다 같은 도다린 줄 알고, 참가자미라 팔면 다 같은 참가자미인 줄 아는 것입니다.


여기에 생선 좀 안다는 사람은 가자미와 도다리는 근본적으로 다르네, 어쩌네 하면서 도다리를 좀 더 특별한 식재료로 여기기도 하는데 그놈의 봄 도다리도 알고 보면 가자미의 한 종류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많은 사람이 망각하고 있습니다. 봄 도다리쑥국 재료는 문치가자미입니다. 예부터 남해에서는 이 문치가자미를 도다리 혹은 참도다리라 불렀습니다. 요즘 화두가 되는 봄 도다리 또한 대부분 산란을 마쳐 살이 홀쭉한 상태인 문치가자미입니다.

 

그거 잡아다 바로 썰어서 먹어 보면, 살은 물컹하고 맛은 하나도 없는 맹탕에 가깝죠. 활어회라 그런 것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생선회가 맛이 든 게 거의 없습니다. 즉, 회로 먹을 시기가 아니란 것입니다. 3~4월은 산란을 마친 문치가자미가 산후조리에 들어갈 시기로 아직은 살이 덜 차서 회보다 탕을 끓여 먹게 된 것인데, 말이 봄 도다리쑥국이지 이를 표준명으로 풀어쓰면 '문치가자미 쑥국'입니다.

 

제가 문치가자미 쑥국이든 다른 가자미 쑥국이든 우리가 오롯이 혀로 감별할 만큼의 맛 차이를 내지 못한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매스컴으로 만들어진 '자연산 도다리'는 아무래도 사람들로 하여금 상당한 착각과 환상을 불러일으킨 게 아닌가 싶군요. 현실은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구별도 못 할 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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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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