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제품(베트남산 양식 흰다리새우)

 

마트에 가면 이런 식으로 포장한 새우가 많이 있습니다. 냉동이라 일정 기간은 유통기한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고요. 냉동실에 뒀다가 필요할 때 꺼내먹기는 편리한 새우입니다. 사진은 베트남에서 온 흰다리새우입니다. 원래 흰다리새우는 중남미가 원산지입니다. 즉, 우리 연안에는 서식하지 않는 종이고, 동남아시아 인근 해역에도 서식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베트남과 태국에서 흰다리새우가 엄청나게 들어옵니다. 이들 국가에서 새우를 대량으로 양식하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서도 양식이 되고 있지만, 국산 양식으로는 수요 감당이 어렵고 대부분 활새우나 생새우로 유통되는 탓에 가격도 비쌉니다. 그런 이유로 마트에서 수입산 냉동 새우를 구입하는 주부들이 많은데 종류와 상태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이라 고민이 될 것입니다.

 

새우를 구입할 때는 '100g당 가격' 또는 '마리당 가격'을 참고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위의 베트남 흰다리새우는 마리당 가격이 580원으로 꽤 저렴한 편입니다. 아주 크진 않지만, 적당한 크기의 새우가 15마리나 들었는데 9천 원이 안 되는 가격이죠. 다만, 냉동 상태는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원래 흰다리새우의 꼬리지느러미는 붉은 기가 돌아야 하는데 해당 제품은 검습니다. 전반적인 채색도 어둡고, 중간마다 허옇게 일어난(결빙 상태) 것도 보이죠. 이는 냉동한 지 오래되었다는 증거입니다.

 

다른 수산물도 마찬가지겠지만, 새우를 오랫동안 냉동하면 살이 쪼그라들고 수분감도 줄어서 익으면 살이 퍽퍽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 부분을 고려하고 사는 것이라면, 굳이 말릴 필요는 없는 제품입니다. 

 

 

B 제품(아르헨티나산 붉은새우)

 

시장에서는 '붉은새우', '홍새우'라 불리기도 하고, 파타고니아 근처에서 나는 새우라 하여 '파타고니아 새우'라 불리기도 합니다. 붉은새우는 남미가 원산지로 양식도 있지만, 자연산으로도 많이 들어옵니다. 주로 튀기거나 굽고, 볶아 먹는데 미묘한 차이이긴 해도 맛은 붉은새우가 흰다리새우보다 조금 낫습니다.

 

가격은 마리당 780원으로 위의 흰다리새우가 마리당 580원이니 언뜻 보면 조금 비싸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붉은새우가 많이 저렴한 겁니다. 이유는 '두절'이라 써 붙인 것에 있습니다. 두절의 의미는 자르거나 손질한 것인데 비슷한 예로 러시아산 두절 가자미가 있습니다. 여기서 '두절 가자미'는 가자미의 한 종류가 아닌, 손질된 가자미로 이해하면 되듯이 두절 새우도 그런 맥락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새우는 머리(대가리)가 전체 수율의 약 35~40%나 차지할 만큼 큽니다. 새우가 아무리 커도 머리를 똑 떼면, 크기가 확 줄죠. 위 제품은 새우 머리가 없는 두절임에도 마리당 가격이 780원으로 저렴하고, 빛깔이 어둡지 않습니다. 또한, A 제품처럼 하얗게 일어난 결빙도 없어 선도가 양호해 보입니다. 저 같으면 A 제품보다 B 제품을 고를 것입니다.

 

 

C 제품(베트남 블랙 타이거 새우)

 

포장에 양식과 자연산 여부가 별도로 표기되어 있지 않으면 그냥 양식이라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실제로 블랙 타이거는 베트남, 태국 등지에서 대량 양식이 되고 있습니다. 파는 입장에서는 사람들이 자연산에 대해 막연한 환상을 품고 있다는 점을 이용해서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려 듭니다. 자연산인데 굳이 표기하지 않을 이유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양식과 자연산의 맛 차이가 큰 것도 아닙니다. 적어도 새우만큼은 양식과 자연산의 의미가 적은 편입니다. 특별히 회와 초밥으로 먹어야 할 고급 새우가 아니라면, 대부분 익혀 먹기에 여기서 양식과 자연산의 맛 차이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부질없습니다. 위 새우는 흔히 블랙 타이거로 불리지만, 표준명은 '홍다리얼룩새우'입니다.

 

홍다리얼룩새우는 국내에도 더러 잡힙니다만, 주 서식지는 동남아시아 일대의 따듯한 바다입니다. 맛에서는 위 두 새우보다 뛰어나며, 크기에서도 압도합니다. 그래서인지 가격도 위의 두 제품보다는 좀 더 비싼 마리당 1,280원 선이죠. 맛도 있고 살도 두툼해 다방면으로 활용도가 높은 새우입니다. 다만, (해동)이라 적힌 만큼, 집에서 재냉동을 하게 되면 그때부터 살이 퍽퍽해질 수 있으니 구입 후 3일 이내에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마트에서 새우를 구입할 때는 첫째로 냉동인지 생물인지, 냉동이라면 해동한 것인지 두절된 상태인지, 혹은 자숙(삶은) 상태인지를 따져본 후 100g당(또는 마리당) 가격을 비교하면 실수가 없을 것입니다. 한두 개 더 알아보겠습니다.

 

 

D 제품(태국 양식 생새우)

 

마트에서 파는 생새우입니다. 보통 블랙 타이거니 흰다리새우니 하며 종류를 써 붙인 것과 달리 여기서는 생새우란 점을 전면에 내세우는데 그만큼 소비자가 자연산 만큼이나 '생(生)'을 높이 쳐주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대게 생새우로 들어온 것은 국산과 동남아 일대에서 양식한 흰다리새우입니다. 얼리지 않은 생물이므로 시간 경과에 따라 선도는 차츰차츰 줄게 됩니다.

 

따라서 생새우가 냉동 새우보다 더 싱싱할 것으로 생각한다면 오산입니다. 포장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차라리 냉동 새우가 나을 수도 있습니다. 보통 마트가 개점하는 오전 10시를 기점으로 새 물건이 깔리는데 이때 구입한 생새우는 선도가 양호한 편이지만, 저녁 이후에 구입한 생새우는 오히려 비린내가 날 수도 있습니다. 

 

생물 흰다리새우는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밝은 회색이었던 몸 채색이 탁하고 어둡게 변하며, 붉은 기가 돌아야 할 꼬리지느러미도 점차 색을 잃고 어두워집니다. 그런데 생물이라는 이유로 가격이 냉동보다 비싸게 판매되기도 합니다. 생물이라도 이걸 회로 먹지는 않을뿐더러 대부분 튀기거나 굽고 삶는 정도라 생물과 냉동의 가격 차이만큼 맛도 차이 난다고는 보기 어렵습니다.  

 

 

E 제품(태국 양식 흰다리새우 순살)

 

냉동 새우 중에는 껍질까지 깔끔히 손질된 칵테일 새우 타입도 많이 있습니다. 일단 손질할 필요가 없어 편리하고, 냉동이라 보관이 용이하며, 양도 넉넉해 필요할 때마다 꺼내먹기는 좋습니다. 

 

 

원산지는 태국이고 역시 흰다리새우를 탈각해 횟감용으로 포장되었다고 쓰여 있습니다.

 

 

양식 흰다리새우를 가공 공장에서 손질한 직후 곧바로 급랭했으니 횟감이 가능한 것입니다. 새우등 가운데를 칼집 내 넓게 펴주면, 우리가 시중에서 사 먹는 새우 초밥의 모양이 됩니다. 시중에서 사 먹는(회전초밥 포함해서) 새우 초밥은 대부분 동남아산 냉동 초새우를 이용한 것으로 위 제품과 별반 다를 게 없습니다.

 

 

여러 장점을 가진 만큼 100g당 가격도 4,350원으로 비싼 편입니다. 가격은 비싼데 두절이고 껍질까지 빠졌으니 실수율은 매우 높은 편이죠. 좀 전에 새우 머리가 전체 중량에서 35~40% 정도 차지한다고 했는데 이 제품은 껍질까지 빠졌으니 거의 50% 정도가 빠져나갔다고 본다면, 실수율은 손질되지 않은 냉동 새우의 두 배 정도일 것입니다. 100g당 가격은 4,350원이지만, 실수율에서 두 배에 가까운 이득을 보는 것이니 우리가 체감하는 가격은 100g당 2,200원 정도로 보고 이 제품을 살지 말지를 고민하면 되겠지요.  

 

 

그런데 막상 까보니 이 제품은 얼음으로 코팅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얼음 코팅된 새우를 해동 없이 바로 조리하게 되면..

 

 

요 꼴이 납니다. 저는 굽고 싶었는데 본의 아니게 끓이게 되는 ^^;

 

 

생각보다 물이 많이 나왔는데 위 사진을 보니 그럴 만도 하네요. 손질이 되어 있어서 편리하긴 하지만, 일부 제품은 이런 식으로 얼음 코팅해 중량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알리고 싶습니다. 저렇게 다닥다닥 붙은 얼음이 무게를 차지하면 얼마나 차지하겠느냐고 생각하는 분도 있는데, 천만의 말씀이죠. 총 중량 340g에 가격이 15,000원인 순살 제품에서 이 정도로 얼음이 붙은 것은 소비자 기만에 가깝습니다.

 

해동하지 않고 볶거나 굽게 되면, 위에서 본 것처럼 수분이 과도하게 흘러나와 음식을 망치고, 충분히 해동 했다더라도 물기를 닦아주지 않으면 기름이 튀는 등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주의 사항은 제품 어디에도 쓰여있지 않죠. 쓰이는 순간 얼음 코팅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되니 말입니다.  

 

 

마트에서 냉동 새우를 구입할 때 결론은 이렇습니다. 가정에서는 횟감이나 초밥을 쥐기 위해 냉동 새우를 구입하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대부분 익혀 먹는 용도죠. 그랬을 때 생물과 냉동의 맛 차이는 사실 한 자리에서 비교 시식하지 않은 이상 잘 모릅니다. 그러나 같은 냉동이라도 선도와 보관 기간에 따라 살이 퍽퍽하거나 비린내가 날 수는 있습니다.

 

이걸 가려내기 위해 생새우는 포장일을 확인하고, 너무 늦은 시간에 사지 않은 것으로도 미연에 방지할 수는 있지만, 냉동 새우는 딱히 티가 나질 않습니다. 그나마 가려낼 방법으로는 전반적인 몸 색깔과 꼬리지느러미가 어둡거나 탁하지 않은 것을 고르는 것. 여기에 결빙이 고르고 하얗게 뭉치지 않은 것을 고르는 것입니다. 

 

100g당 가격 혹은 마리당 가격을 확인하고, 두절인지 혹은 껍질까지 벗겨낸 100% 손질인지로 순살 가용성을 따져보면, 어느 정도 답이 나올 것입니다. 이번 예제에서는 B 제품이 가성비가 좋고, 맛과 품질까지 생각한다면 C 제품이 좀 더 낫겠죠. A 제품은 저렴한데 선도가 좋지 못하고, D는 생물인데 선도 보장이 어렵고, E 제품은 괘씸죄에 걸리죠. ^^;

 

알아두셨다가 마트에서 냉동 새우를 고를 때 작은 보탬이 되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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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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