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 0g인 수산시장의 양심 저울, 이유는


 

 

속초 대포항 주차장에 마련된 양심 저울

 

대포항을 찾는 고객은 주로 관광객입니다. 이곳에서 관광객은 튀김이며 생선회며 킹크랩이나 대게 같은 수산물을 상인과의 흥정을 통해 구입합니다. 물론, 포장해가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대포항 활어난전은 한때 말이 많았던 곳입니다. 호객행위는 기본이고 저울을 속이는 등의 상술도 팽배했습니다. 이집 저집에서 그리하고 또 통하니 양심적으로 장사하는 순수 상인들도 마음이 흔들렸을 겁니다. 서로 경쟁 관계이면서도 아케이드 지붕 아래서 매일 얼굴을 맞대고 있으니 근처 한 상인이 호객과 상술을 부리면, 그것이 바이러스처럼 번지는 데는 시간문제입니다. 결국, 그 시장은 시간이 흐를수록 상술로 얼룩지고 그에 대한 양심의 가책도 무디어져만 갑니다. 돈벌이는 급한데 손님은 잡히질 않고, 그렇게 어렵고 힘겨운 악순환이 이어졌을 것입니다. 

 

보다 못한 속초시가 대책을 세웠습니다. 상인 양심에만 맡기기에는 그 정도를 넘어섰다고 판단했는지 양심 저울이라는 아이디어를 냈고, 이것이 매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홍보했습니다. 이제 저울을 놓은 지 3년이 돼갑니다. 제가 알기로는 속초 중앙시장에 2대, 대포항에 2대가 설치돼 있습니다. 지난 3년 동안 이곳을 찾은 분 중 양심 저울로 상인의 양심을 재본 이들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합니다. 혹자는 양심 저울의 효과가 '상술 예방'에 있다고 주장하는데 정말로 양심 저울은 상술 예방에 도움이 될까요?

 

 

#. 상거래 특성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

양심 저울을 설치한 취지는 중량 눈속임을 이용한 상술을 줄여 소비자가 수산시장을 믿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이러한 취지의 이면은 해당 수산시장이 저울의 영점을 조작하거나 기타 여러 방법이 동원된 중량 눈속임으로 골머리를 앓은 전례가 있음을 말해줍니다. 양심을 속여 그동안 재미 좀 봤는데(돈 좀 벌었는데) 입구에 저울이 설치된다 한들 하루아침에 그 유혹을 뿌리치기란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흥정 시 그 자리에서 무게를 재야 하는 상거래 특성상 수십, 수백 미터나 떨어진 양심 저울을 이용할 가능성이 매우 떨어질 것이란 것을 그 누구보다도 상인들이 잘 알기 때문입니다.

 

활어 무게는 손질 전 계측이 원칙입니다. 몸부림을 가두어야 할 바구니도 필요합니다. 대게나 킹크랩은 찌기 전에 계측해야 합니다. 그런데 구입한 대게를 산채로 가져가는 이들은 보기 드뭅니다. 대부분은 쪄서 가져갑니다. 양심 저울의 활용은 꽃게나 조개류에 한해서만 유효하다는 뜻입니다. 

 

서두에도 썼지만, 대포항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튀김과 활어, 대게와 킹크랩, 건어물을 사러 옵니다. 주차장에 설치된 양심 저울과 활어 시장까지의 거리는 최소 150m나 떨어져 있습니다. 거리도 문제지만, 저울을 활용해 내가 구입한 수산물이 정량인지 확인할 만한 품목이 마땅치 않다는 것입니다.

 

수산시장을 포함한 지역 재래시장이 갖는 순기능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상술로 얼룩진 것에는 근본적인 원인이 있을 것이고 그것을 파악해 제도적으로 보완해 나가야 하는 것이 시 군청이 해야 할 일입니다. 얼마 전에 제시한 '가격 정찰제'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습니다. 수산시장에 갖은 가장 큰 불만은 '가격이 투명하지 않은 데서 오는 불안과 불신'입니다.

 

이를 해결하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면, 바가지 상술로 얼룩진 불명예를 훌훌 털고 신뢰 회복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더 나아가 수산시장이 찾아오고 싶은 그 지역의 명물로 거듭날 수도 있기에, 단순히 저울을 설치한다고 상술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는 속초시의 전시행정이 아쉬운 이유입니다. 수산시장을 포함한 재래시장이 앞으로 더욱 발전하려면, 상술에 의한 매출이 아닌 신뢰에 의한 매출이 많아져야 합니다. 앞으로는 양심 저울이 없어도 서로가 믿고 신뢰하는 수산시장으로 거듭났으면 좋겠습니다. 

 

※ 참고

이 글은 어디까지나 수산시장에 한해서입니다. 그 외 재래시장에서의 양심저울은 활용적인 측면(육고기, 나물, 여러 채소류 등)은 도움이 될 것으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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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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