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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미 맑은탕 재료
도미 서덜, 다시마 육수, 마늘, 대파, 청주, 우스쿠치 간장(없으면 국간장), 소금,
자연산 참돔
이날 도미 맑은탕을 끓일 재료입니다. 60cm급, 무게 5kg짜리 자연산 참돔. 그러나 눈알 보십시오. 선도가 썩 좋지 못합니다. 생선탕은 선도가 생명. 특히, 맑은탕(지리)을 끓이는데 주재료의 선도가 좋지 못하면, 맛이 비릴 수 있습니다. 이걸 어떻게 해야 비린내 없이 깔끔하게 끓일 수 있을까요?
지느러미 제거하기
우선은 지느러미부터 제거합니다. 생선탕에서 비린내의 원인이 되는 것은 지느러미, 비늘, 아가미, 그리고 남아 있는 핏덩어리에 있습니다. 비린내 없이 깔끔하게 끓이려면 이러한 요소를 하나하나씩 충실히 제거해 주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좋은 것은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피가 말끔히 빠진 싱싱한 선어이지만, 늘 구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굳어있는 핏덩어리를 제거한다
지느러미를 제거했으면, 남아 있는 핏덩어리도 긁어서 제거합니다. 찬물에 20~30분 정도 담가놓아도 핏물 제거는 도움되지만, 척추뼈 안쪽에 선지처럼 굳은 핏덩어리까지 제거하기란 역부족입니다. 이와 같은 큰 생선은 날카로운 도구로 긁어서 빼는 것이 효과적이지요. 다 했으면 흐르는 물에 한 번 헹궈놓습니다.
대가리를 반으로 쪼개는데 작은 참돔은 굳이 쪼갤 필요 없습니다. 여기서는 생선 대가리가 워낙 커서 쪼겠는데요. 이 과정은 묵직하면서 잘 갈린 데바칼이 필요하며, 손도 조심해야 하는 만만치 않은 작업입니다. 아가미가 붙어 있다면, 당연히 뜯어내는 것이 좋습니다.
소금을 뿌려둔다
이제 큰 볼에 담고 소금이 골고루 묻히도록 충분히 뿌려둡니다. 이는 절이는 것이 아닌, 가볍게 뿌려두는 것이므로 30분을 넘기지 않아야 합니다.
뜨거운 물을 붓는다
약 80℃ 정도의 뜨거운 물을 붓습니다. 커피포트를 활용하면 좋습니다. 이 과정은 생선 뼈에 붙은 비린내 성분과 기름기를 걷히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자작하게 부었으면, 살짝 저어서 물만 버린 뒤 곧바로 얼음물을 투입해 냉찜질합니다.
얼음물에 냉찜질한다
여기서는 얼음을 생략했지만, 될 수 있으면 찬물에 얼음을 섞어서 냉찜질을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 대가리에 붙은 비늘이 있다면 마저 벗겨줍니다. 다 됐으면 물을 버립니다.
대파와 마늘은 사진과 같이 다듬습니다,
다시마 육수를 내는데요. 생선탕을 끓일 때 가장 좋은 다시 육수는 하루 동안 찬물에 우린 것입니다. 큰 볼에 찬물을 가득 담고, 다시마 큰 거 한 장을 담가서 하루 정도 우린 걸 사용합니다. 그것이 준비되지 않으면, 위 사진처럼 끓을락 말락 할 물 온도에서 다시마 육수를 우리는 방법이 있습니다. 물이 끓어도 5분 이상 내버려 두면 다시마에서 쓴맛이 나오니 펄펄 끓이지 않도록 합니다.
20분간 끓인다
끓는 육수에 도미 서덜과 편 마늘, 청주 반컵을 넣고 약 20분간 끓입니다. 팔팔 끓이면 국물이 넘치니 2~3컵 분량을 따라내고 끓이는 게 좋습니다. 따라 낸 육수는 가지고 있다가 나중에 육수가 줄어들면 보충하는 데 씁니다. 처음 10분은 팔팔 끓이고, 나머지 10분은 중간 불에서 뭉글뭉글하게 끓입니다.
끓이다 보면 육수가 줄지요. 그래서 처음에 따라 놓았던 육수를 보충해가며 끓입니다.
집에 우스쿠치 간장(채소 육수, 어묵탕, 생선탕 등에 쓰이는 국간장의 일종)을 1~2스푼만 넣어 색만 내고(없으면 일반 국간장 사용), 간을 보면 아직 소금이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싱거울 겁니다. 이 시점에서 소금으로 약하게 간하여 마무리합니다.
곰국처럼 진한 도미 맑은탕 완성
그릇에 담은 뒤 미리 썰어 놓은 잔파를 곁들이면 끝납니다. 기호에 따라 소금과 후추를 각자 알아서 뿌려 먹으면 됩니다. 오늘 소개한 도미 맑은탕(혹은 서덜탕이라고도 부름)은 예전에 소개한 벵에돔 곰탕과 비슷하지만, 선도가 좋지 못한 생선의 비린내를 날려 개운하면서도 구수하게 끓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눈치채셨을지 모르지만, 이번 도미 맑은탕에는 무가 일절 들어가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시원한 느낌의 지리가 아닌, 구수한 생선탕의 느낌을 살리고 싶었기에 무가 주는 시원함은 여기서 배제했습니다.
구수한 도미 뼛국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무는 생략했다
국물에 뜬 불포화 지방산의 모습을 보십시오. 이 지방의 기포는 작을수록 좋습니다. 어떤 생선탕에는 커다란 기름이 둥둥 뜨기도 하지요. 매운탕이야 청양고추와 고춧가루가 느끼함을 상쇄해 주니 큰 기름이 뜨는 건 상관없는데, 이런 맑은탕은 자칫 느끼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선도가 좋지 못한 생선으로 끓이면, 먹기에 거슬리는 잡내까지 나겠죠.
하지만 일식에서 말하는 '아라이' 처리법은 이러한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어줍니다. 앞서 소금을 뿌리고, 뜨거운 물을 부어서 잡내와 불필요한 기름기를 걷어낸 과정, 여기에 얼음물로 냉찜질까지 하고 나면, 오래 끓여도 생선 살이 풀어지지 않는 효과도 봅니다.
도미 서덜(뼈)로 끓였지만, 있어야 할 살들은 어느 정도 남아 있습니다. 그 살들은 회를 못 뜰수록 많아지는 법. ^^; 물론, 여기서는 뼈에 붙은 살이 얼마 없었기에 대가리 살을 발랐습니다.
첫술 뜨니 고소함이 그윽하게 들어옵니다. 선도가 좋지 못해 비릴까 걱정했는데요. 앞서 처리한 아라이 기법이 충분한 도움을 주었습니다. 다만, 이렇게 끓여도 재탕하면 안 됩니다. 생선탕은 매운탕, 맑은탕 할 것 없이 한 끼 분량만 끓여 그날 다 드시는 게 좋습니다. 한 번 식으면, 제아무리 싱싱한 생선으로 끓인 탕이라도 비린 맛이 올라오거든요.
앞으로 생선탕을 끓이실 때 선도가 약간 좋지 못한 생선이 있다면, 오늘 소개한 아라이 처리법을 활용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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