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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 중에서도 귀한 50cm급 대고등어
고급 레스토랑 부럽지 않은 '고등어 파스타'를 만들기 위해 일단 고등어를 잡으러 갑니다. 고등어를 잡으려면 바다로 가야 하는데 방파제 같은 데서 잡는 고등어는 크기가 작습니다. 큰 고등어를 많이 잡으려면 갈치낚시만큼 좋은 것도 없겠죠. 사진은 갈치낚시 중에 올라온 고등어입니다. 잡자마자 뱃전에서 머리와 내장을 때고 곧바로 쿨러에 넣습니다. 여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단 10초. 낚시하다 보면 이런 건 거의 기계 수준이 됩니다. 산 고등어가 10초 만에 해체돼 냉장 쿨러에 들어가니 신선함은 두말할 것도 없습니다.
#. 고등어 파스타 재료(사진은 2인 기준)
고등어 1마리, 스파게티 면, 편마늘, 페페로치노(이태리 고추), 방울토마토, 아티초크(없으면 생략), 올리브유, 우유, 소금, 후추, 파슬리가루, 화이트 와인(없으면 맛술이나 청주)
※ 참고(중요)
- 고등어 파스타는 올리브유 베이스의 파스타입니다.
- 고등어는 비린내를 없애기 위해 우유에 담가 놓습니다.
- 마늘은 1인 4알을 씁니다. 작은 건 4개 쓰고, 큰 건 3개 써도 됩니다.
- 페페로치노는 1인 2~3개를 씁니다. 매운 게 싫으면 2개가 적당합니다.
- 저는 아티초크가 있어서 활용했는데 없으신 분은 양파로 대체하거나 아예 생략해도 됩니다.
- 방울토마토는 반으로 갈라서 준비합니다.
고등어는 반으로 갈라서 우유에서 15분 정도 담갔다 뺐습니다. 여기에 소금과 후추로 밑간합니다.
어느 정도 달궈진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고등어를 굽습니다. 구울 때는 껍질부터 굽습니다. 여기에 화이트 와인(없으면 맛술이나 청주)을 2스푼 정도 뿌리고 팬을 기울이면 불이 붙는데(플람베) 이 과정에서 잡내가 많이 줄어듭니다. 집에서 하기 부담스러우면 생략해도 됩니다. 고등어 굽는 건 일반 고등어구이와 같습니다. 한두 번 뒤집어가면서 고등어 껍질은 바삭하게 속살은 촉촉하게 구워내면 됩니다.
뼈와 잔가시를 발라내고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놓습니다. 고등어를 비롯한 거의 모든 생선의 뼈 구조는 비슷비슷합니다. 갈빗대를 바르고, 포 한가운데 있는 잔가시(지아이)가 10~13개 정도 있는데 그걸 잘 발라내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제 스파게티 면을 삶겠습니다. 큰 냄비에 물을 충분히 붓고 소금은 티스푼으로 가득 퍼서 한 스푼 넣습니다. 그다음에 해야 할 일을 순서대로 정리했습니다.
1) 물이 끓으면 면을 넣습니다.
2) 타이머를 7분 30초로 설정합니다. 스마트폰을 활용하세요.
3) 타이머가 5분을 가리킬 때(2분 30초경과) 팬을 올리고 불을 켭니다.
올리브유는 1인분당 밥숟가락으로 3스푼을 떠서 넣습니다. 여기선 2인분을 만드니 6스푼을 넣고 중간에서 약한 불 정도에서 편마늘을 은근히 익힙니다. 센 불에 하면 마늘이 금새 타버리니 주의해야 합니다.
마늘이 노릇노릇해지면, 조금 전에 구운 고등어와 방울토마토, 아티초크(없으면 생략)를 넣고 살살 볶습니다. 막 휘저으면 고등어 살이 다 뭉개지니 살살 저어주세요. 방울토마토가 너무 익어서 뭉개지지 않아야 하며, 적당히 익어서 토마토 향이 나는 정도가 적당합니다.
타이머가 울리면, 곧바로 면을 팬에 옮겨 담습니다. 이때 면수를 살짝 부어주는 것이 포인트. 면수가 쪼라지면서 간을 맞출 것입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이쯤에서 간을 보고 싱겁다 싶으면 소금 간을 합니다. 뜨거울 때 맛보는 간이니 너무 짜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식으면 더 짜다는 점을 고려해 간은 아주 살짝 싱거운 느낌이 들 때가 좋습니다.)
접시에 담고 후추와 파슬리 가루를 뿌려 마무리합니다.
처음에 고등어로 파스타를 만든다고 했을 때는
"고등어로 파스타를 만든다꼬?"
"헐~ 왠지 비릴 것 같아"
등등...먹어보지 못한 사람들의 선입견이 있었는데 막상 만들어서 맛을 보여주면 겁나 잘 드세요. 아주 깜짝 놀랍니다. ^^; (터키에는 샌드위치에 고등어를 집어 넣기도 하는데 파스타 정도 쯤이야)
담백한 고등어와 구운 토마토의 궁합이 좋다
고등어 파스타는 아이들도 좋아합니다. 꼭 낚시로 잡은 대고등어라서 맛이 나는 것은 아닙니다. 시장표 고등어로 사서 해도 맛은 비슷해요. 다만, 고등어 비린내는 잘 잡아야 합니다. 구입할 때 싱싱한 고등어는 기본이고 우유에 재었다가 쓰면 비린내가 효율적으로 빠집니다. 구울 때 알코올로 날리는 플람베까지 해주면 더욱 좋겠지요.
면 삶는 시간은 반드시 준수해야 합니다. 올리브유에 마늘을 볶다가 고등어와 토마토를 합쳐 좀 더 볶을 때 타이머가 울리는 절묘한 타이밍. 가운데 심지가 살짝 덜 익어서 꼬득한 상태(알덴테)를 좋아한다면, 조금이라도 면이 불 수 있는 여지를 줘선 안 돼요. 타이머가 울리면 곧바로 냄비에서 팬으로 옮겨 담는 것이 좋습니다.
전문 셰프들이 이글 보면 웃을 수도 있어요. 좋은 파스타가 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저는 그냥 제게 잘 맞는 방법을 찾아서 그것만 다듬는 편이고, 이 글이 파스타를 잘 만드는 정석도 아닙니다. 저는 취미로 하는 요리죠. 일선에서 매일 주문 받고 만들어 내는 파인다이닝 셰프들과 어디 비교가 되겠습니까.
그렇다 할지라도 이건 좀 맛있네요. 배고프면 더 맛있습니다. 아마도 모자를 걸요. ^^;
얼마 전에 모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파스타에 들어가는 재료 원가를 따져서 지금의 파스타가 너무 비싸다는 식의 논리를 폈는데요. 어떻게 음식이 재료 원가만을 따져서 가격이 매겨지겠습니까? 그 안에는 부지, 임대료, 인테리어, 인건비가 포함되고 오너 셰프의 인지도나 가게 자체가 갖는 브랜드 효과도 포함될 텐데 말입니다.
그걸 보면서 청담동 모 레스토랑의 3만 원짜리 고등어 파스타에서 고등어 원가를 따지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제 고등어 파스타는 밤샘 낚시로 힘들게 낚은 고등어가 들어갔지만, 맛있게 먹어주는 식구들이 있어서 그걸로 보상됩니다. 가만 생각해 보면, 이게 맛이 없을 수 없는 조합이거든요. 영양적으로도 괜찮고 재료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으니, 고등어 파스타에 도전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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