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을 주기적으로 보는 편인데도 반찬은 금방 떨어지니 지출에 비해 정작 먹을 게 없는 괴이한 현상. 오늘도 냉동실을 열어 송장이 돼버린 생선 하나를 꺼내 듭니다. 최근 낚시를 뜸하게 다녔더니 일 년 내내 꽉 차 있던 우리 집 냉동실에 공간이 생겼습니다. 갑자기 생선전을 부쳐 먹고 싶어서 적당한 녀석을 고르다가 꺼낸 이 녀석. 얼마 전, 대마도에서 잡은 벵에돔입니다.  

 

벵에돔으로 전을 부쳐 먹어 본 적이 없기에 그 맛이 궁금하면서도 속으로는 별로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회로 먹어도 모자랄 벵에돔으로 생선전을 부치니 왠지 고급스러울 것 같지만, 정말 맛있는 생선전은 '생물 상태'가 기본적으로 전제돼야 하기에 깡깡 언 이 녀석에 거는 기대가 그리 크지는 않습니다.  

 

 

반쯤 녹인 벵에돔을 후다닥 손질합니다. 보통은 포를 뜨고 껍질을 벗기는데 여기서는 껍질을 벗기지 않고 곧바로 포를 떴습니다. 이렇게 하면 편하죠. 여전히 해동 중이기 때문에 수분이 나올 겁니다. 그럴 때는 키친타월로 돌돌 말아 잠시 두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하여 약 35cm급 벵에돔 한 마리에서 이 정도의 순살포를 만들었습니다. 보기엔 양이 얼마 안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면적을 넓게 잡아 떴기 때문에 포 한점의 크기가 제법 있습니다. 모양은 초밥용 네타 만들 때와 같아요. 좀 더 싱싱했다면, 그대로 밥에 얹어 먹어도 되는 ^^

 

#. 생선전 재료

흰살생선, 부침가루, 달걀, 식용유, 소금, 후추

 

생선전 재료는 별것 없지요. 조리 과정도 모두가 아는 그런 것입니다. 다만, 여기서는 생선전을 벵에돔으로 부쳤다는 정도.

 

 

소금과 후추로 밑간한 뒤 10~15분간 둡니다. 소금이 한곳에 뭉치지 않게 골고루 뿌리는 건 전적으로 요리하는 사람의 몫. 짜지 않게 적당히 뿌립니다. 짜게 된 것보다는 차라리 싱거운 편이 낫겠지요. 싱거우면 초간장에 찍어 먹어도 되지만, 짜면 대책이 없거든요. 여기서는 고운 꽃소금을 사용했습니다.

 

 

부침 가루와 달걀 물도 준비합니다. 이렇게 그릇과 함께 놓으니 생선포 크기와 양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됩니다.

 

 

손질하고 나온 서덜(뼈)는 매운탕을 끓일 수도 있지만, 우리 집 사람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보통은 버리는 편입니다. 게다가 벵에돔은 대가리도 작아서 먹을 만한 살이 많이 나오지 않고요. 그나마 목살(옆 지느러미가 붙은 가마살)만큼은 어떤 생선이든 별미라 요것만 떼다가 기름에 튀겨 반찬으로 활용합니다.

 

 

생선전 만드는 과정도 특별한 게 없습니다. 그냥 부침 가루 골고루 묻혀 탁탁 털어주고 황금 물에 적셔 부치면 그만이지요. 요즘 달걀 물이 황금 물입니다. 그간 달걀 귀한 줄 모르고 살았는데 올해는 달걀값 때문에 서민 허리 휘어지게 생겼어요.

 

 

식용유를 충분히 두르고 팬을 살짝 예열한 뒤 전을 부칩니다. 생선전은 갓 부친 뜨거움과 부들부들함이 생명인데 불을 강하게 하면 전이 뻣뻣해질 수 있습니다. 불은 중간에서 약불 정도로 맞추어 부드러운 스크램블을 만들듯 천천히 익히는 것이 좋습니다. 앞뒤로 은은히 부친 생선전을 곧바로 입에 가져가면 비록, 냉동 생선전이라도 맛이 끝내줍니다. 전은 갓 부친 것을 홀라당 집어먹을 때가 제일 맛있죠. ^^ ;

 

 

다 부치면 전 바구니에 올리고, 없으면 키친타월에 올렸다가 접시에 옮겨 담습니다. 중간에 검은 점은 후추인데 뿌릴 때 입자가 조금 굵었나 봅니다.

 

 

즉석에서 부쳐 먹는 벵에돔 전 완성

 

35cm 벵에돔 한 마리가 접시에 고스란히 담겼다

 

생선전 좋아하는 분들에게 더는 명절음식이 아니죠. 저도 따끈하고 부들부들한 생선전이 생각날 때면 종종 부쳐 먹습니다. 특히, 낚시하시는 분들은 남보다 더 맛있는 생선전을 부쳐 먹을 수 있는 매우 유리한 위치에 있습니다. 잡은 생선은 보통 하루 이틀 내에 회로 썰어 먹고 그 시기가 지나면, 반찬밖에 안 되는데요.

 

반찬감이라도 여전히 생물 상태이므로 이때 전을 부쳐 먹으면 정말 맛있습니다. 여기서는 남들이 하기 어려운 벵에돔으로 전을 부치니 각별해 보이지만, 사실은 생물 민어전이나 대구전보다는 못해요. 생선전은 열을 가했을 때 살이 굳거나 푸석해지면 맛이 반감되기 때문에 살에 수분이 많은 대구나 민어, 달고기 등이 가장 적합합니다.

 

감성돔과 벵에돔이 활어일 때는 kg에 수 만 원씩 하다가도 그것이 죽어서 선어가 되고, 시간이 흘러 반찬밖에 안 된다면, 제아무리 자연산이고 고급어종이라도 다 똑같은 흰살생선에 불과할 겁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렇게 부쳐서 따끈할 때 먹으니..

 

"맛은 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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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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