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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한우값, 소고기를 저렴하게 사먹는 나만의 방법
3~4년 전, 정부가 '한우 산업 경쟁력 강화' 등을 이유로 사육두수를 줄이는 정책을 핀 결과가 올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2012년 300만 마리였던 한우는 지난해 270만 마리로 감소하면서 도축량이 줄었고, 그 결과 수요보다 공급량이 줄어 올해
한우 값은 가파르게 상승했습니다. 100g을 기준으로 했을 때 한우 1등급 가격은 7,000원 선. 1+는 8,000~8,500원 선.
1++ 등급은 만원에 육박하며, 일부 브랜드 한우는 100g에 15,000~20,000원 사이의 가격이 형성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물가 상승률은 평소보다 고기를 많이 장만하는 명절 때 주로 체감하는데 늘 13~14만원으로 2kg을 사들이던 저도 이번에는
그 이상의 지출을 피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대로라면 내년에도 한우 값은 올라갈 예정이지만,
조금만 소고기 장만에 신경 쓴다면 남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아주 맛있게 먹는 방법이 있어 소개합니다.
아롱사태와 꽃등심
지난 추석에는 아롱사태와 꽃등심을 준비했습니다. 예전에 아롱사태를 숙성해서 구웠더니 식감과 풍미가 너무 좋아 다시 한 번
장만했고, 꽃등심은 로스에서 빠지지 않은 단골 부위라 반드시 포함시켰죠.
먼저 아롱사태는 사태에 붙은 소량의 부위인데 이번에 구입한 것은 앞다리에서 추출한 것이므로 정확한 명칭은 '상박살'입니다.
하지만 구입처인 안심한우에서는 이를 아롱사태와 구분하지 않고 통칭 '아롱사태'로 팔고 있습니다.
위 사진에 보이는 두 조각은 소 앞다리에 붙은 것으로 두 다리를 합해도 1.5kg밖에 안 나옵니다.
위 사진은 한쪽 다리에 해당하는 양으로 등급은 1+, 양은 750g, 가격은 38,000원이니 100g당 5천원 꼴입니다.
육우 1등급 꽃등심
한편, 꽃등심은 한우가 아닌 육우로 구입했습니다. 같은 1등급을 놓고 보면 한우가 7천원대지만, 육우는 6천원이면 구입할 수 있습니다.
맛의 차이도 크지 않습니다. 다만, 같은 1등급이라도 품질 차가 나는데 뽑기 운에 따라 지방의 분포가 들쭉날쭉하고 한곳에 뭉치기도 해
구울 때 잘라내야 하는 단점은 저등급 한우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가격은 100g에 6천원으로 1.5kg을 구입하니 93,000원이 나왔습니다.
육우는 육우를 별도로 취급하는 정육점(또는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구입할 수 있습니다.
※ 육우
고기 육을 목적으로 키우는 얼룩소(홀스테인)의 수소, 또은 거세소
영수증을 공개합니다. 꽃등심과 아롱사태를 모두 합치니 132,660원이 나왔습니다.
총 중량은 2.25kg으로 평소보다 양은 늘고 가격은 더 저렴하게 구입했습니다. 2.25kg은 성인 9~10명이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양입니다.
만약, 같은 중량으로 한우 1등급(등심)을 구입했다면 157,000원이 될 것이며, 1+ 등급으로 구입했다면 180,000원이 됩니다.
이제 남은 문제는 제가 구입한 고기가 한우 1~1+ 등급에 버금가는 맛이 나느냐입니다. 물론, 이 상태에서 바로 굽게 되면 맛이 덜합니다.
그래서 웻에이징(습식) 숙성을 합니다. 20여일간 숙성을 거치면 연육 작용에 의해 저등급의 질긴 육은 부드러워지고, 소고기의 감칠맛을
내는 올레인산, 글루탐산, 이노신산 함량은 늘어나 마블링(지방)에서 느꼈던 고소함+느끼함과는 또 다른 구수함을 살코기로부터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진공포장'을 해야 합니다. 요즘 정육점에는 진공포장 기계를 대부분 갖추고 있으니 부탁하면 됩니다.
이 내용은 지난 번에 쓴 "가정에서 소고기를 숙성하는 방법"에 수차례 언급했지만, 제 글을 처음 읽는 이들을 위해 간략히 정리하겠습니다.
먼저 등심을 구입하면 자르지 말고 통째로 진공포장해 달라고 합니다. 이때 흡수지를 앞뒤로 붙여달라고 하세요.
흡수지를 붙이고 진공포장해야 피를 흡수합니다.
이렇게 포장한 고기는 그대로 김치냉장고 숙성 칸에 넣어 보관합니다. 적정 보관 온도는 0~1℃이며, 온도 설정을 할 수 없는
김치냉장고라면 고기, 야채 숙성으로 맞추면 됩니다. 보관 기간은 25일 전후가 적당합니다. 25일은 도축날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구입시 도축날(혹은 가공날짜)을 확인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정육점(또는 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구이용 고기는 5~10일 가량
숙성을 거친 것이므로 우리는 이를 사다가 추가로 숙성해 총 숙성일을 25일 전후로 맞추기만 하면 됩니다. 정리하자면,
1) 앞뒤로 흡수지를 붙여 진공포장으로 소고기를 구입한다. (마트에서는 어려움)
2) 0~1도 혹은 고기 숙성을 설정된 김치냉장고에 넣어둔다.
3) 가정에서 숙성 일은 도축 날로부터 25일 전후가 알맞다.
※ 아래 질문은 맛을 보장하지 못하기 때문에 권하지 않습니다.
1) 일반 냉장고에서 숙성하면 안 되나요?
2) 600g 이하 소량만 구입해서 숙성하면 안 되나요?
3) 냉동 수입육도 숙성할 수 있나요?
이제 숙성한 꽃등심을 개봉해 봅니다. 총 숙성 일은 27일입니다. 육우 1등급이라 보다시피 마블링이 눈꽃처럼 서리지는 않았으며,
가운데 지방도 크게 분포하고 있음이 단점이지만, 저렴한 값에 먹는 것이니 이 정도는 감안합니다.
1.5kg으로 큰 덩어리째 숙성했기 때문에 숙성 기간을 잘 버티는 편입니다.
이렇게 큰 덩어리로 숙성한다면 30일을 넘겨도 상관없습니다.
정육점에서는 아롱사태라고 팔지만, 엄밀히 말하면 앞다리 사태에서 분리한 것이므로 상박살에 해당합니다.
결국, 상박살도 앞다리의 아롱사태라 불리는 것이니 아롱사태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이걸로 태클 거는 사람이 있어서)
아롱사태를 구이용으로 쓰려면 1+, 1++ 등급은 돼야 하며, 같은 등급이라도 마블링이 촘촘히 박힌 것을 추천합니다.
원래는 이보다 더 많은 지방이 끼었지만, 불필요한 덩어리는 정육점에서 도려내 무게를 쟀습니다.
이것을 키친타월로 돌돌 말아서 묻어있는 피를 마저 닦아줍니다.
이제 썰어보겠습니다. 소고기는 집에서 1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처가에서 굽지만, 써는 건 지금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조금이라도 냉기가 남아 있을 때 썰어야 깔끔하게 썰리기 때문입니다.
만약, 현장에 가서 썰면 그때는 육이 풀어져 썰다가 살이 찢길 수도 있습니다.
꽃등심을 구입할 때는 새우살 여부와 부피를 확인하자
꽃등심도 냉기가 남아 조금이라도 육이 단단할 때 일정한 두께로 썰어야 합니다.
육우지만 이것도 꽃등심이라고 끝에 새우살이 붙어 있기는 한데 좀 빈약하죠. 새우살은 꽃등심에서 살치살과 함께 가장 육즙이 풍부하고
부드러운 특수부위입니다. 구웠을 때 새우살과 새우살이 아닌 부위는 맛에서 현격히 차이가 납니다.
같은 꽃등심인데 어떤 건 맛있고, 어떤 건 퍽퍽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죠. 그러다 보니 최근에는 새우살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 새우살만
따로 떼어다 팔기도 하며, 고급 한우 식당에서는 아예 새우살을 메뉴로 올리기도 합니다.
보통은 새우살은 따로 빼지 않고 이렇게 꽃등심에 포함해서 파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므로 새우살이 많이 포함된 꽃등심이 좋은 고기입니다. 육우 1등급에서 그런 걸 바라기에는 무리겠지만요.
일단 고기를 썰 때는 칼을 미리 갈아놔야 합니다. 위 사진처럼 두께를 눈대중이라도 최대한 정확히 잰 다음, 힘주어 칼을 넣는데 일단
칼집을 넣으면 도로 빼거나 멈추지 말고 단번에 썰어야 단면이 깔끔히 잘립니다. 이것은 정육 하는 분들에게는 기본입니다.
여기서 로스구이로 적당한 두께를 알려드리겠습니다. 보통 정육 식당에 가면 1cm 두께가 정석인양 굳혀졌는데 저는 1.5~1.8cm로
자르기를 선호합니다. 스테이크용은 팬 프라이드일 경우 2.5cm, 오븐에 들어가면 5~6cm를 선호합니다.
육우 1등급 꽃등심의 단면입니다. 위쪽에 마블링이 많고 'ㄱ'자 모양으로 된 것이 새우살입니다.
육우 1등급이다 보니 매우 빈약하게 들어간 게 흠이네요.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그만큼 저렴하게 구입했으니 여기서 만족해야겠죠. ^^;
재단할 때는 늘 마지막 한 조각을 똑바로 써는 것이 고민입니다. 그렇다고 사진처럼 저렇게 세워서 썰기는 매우 어렵죠.
그래서 마지막 한 조각은 뉘여서 썰어냅니다. 손바닥으로 윗부분을 지그시 누르면서 칼질은 차분히 넣되 멈추지 말고 쓱쓱 썰어나가면,
마지막 한 조각까지 깔끔하게 썰 수 있으며, 이때 자투리가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이렇게 장만한 고기를 아이스팩에 넣어 처가로 달려옵니다.
숯을 피우는데 저는 백탄을 주문하라고 일렀지만, 아내가 구입한 것은 검탄이었습니다.
해당 쇼핑몰 페이지를 확인해 보니 '백탄, 비장탄'이라고 제목을 붙여 놓고선 막상 판매한 건 검탄이군요.
이는 숯에 대해 잘 모르는 소비자를 우롱하는 것으로 이 부분에 관해서는 좀 더 알아보고 '기만'이 확실시되면 문제 삼도록 하겠습니다.
여기서 간략히 설명하자면, 숯은 비장탄이 질이 좋으나 쇼핑몰에서 말하는 비장탄은 엄밀히 말해 비장탄이라 할 수 없는 유사품이며,
참숯 중에서는 백탄이 질이 좋고, 검탄은 다소 떨어집니다. 백탄과 검탄은 숯을 구울 때 온도와 시간, 그에 따른 탄소 함유량과 색 차이로
나뉜다 정도로만 정리하겠습니다. 물론, 가격도 검탄보다 백탄이 더 비싸겠지요? 위 검탄은 10kg에 2만원 선으로 저렴합니다.
만약, 백탄과 비장탄을 이 가격에 판다면 말장난일 확률이 높으니 제품을 의심해야 합니다.
먼저 등심부터 구워봅니다. 이번에는 기존에 쓰던 으깬 마늘과 로즈마리 대신 다른 방법으로 구웠습니다.
먼저 입자가 굵은 소금과 통후추를 뿌립니다. 고기의 한쪽 면이 탈 듯 말 듯할 정도로 충분히 익으면 불판을 들고
향을 입히기 위해 머스킷 훈연 톱밥을 숯에다 뿌립니다. 이렇게 하면 텍사스 풍미의 바비큐의 맛을 살릴 수 있습니다.
나머지 한쪽 면을 익히고 여기에도 소금과 후추를 뿌려줍니다.
이때 소금양은 고기 두께와 비례해 양을 조절해 주세요. 고기가 얇은데 평소와 같은 소금을 뿌리면 짜겠지요.
총 익힘의 70% 정도일 때 가위로 잘라다 원할 만큼 익혀서 서빙합니다.
양송이버섯도 올려서 즙이 차오를 때까지 놔두고, 즙이 차오르면 소량의 소금을 뿌려 버섯만 따로 서빙하면 식구들이 좋아합니다. ^^
이번에는 아롱사태(또는 상박살)을 구워봅니다.
이 부위는 질기기 때문에 최대한 얇게 썰어야 합니다. 고기 두께가 얇은 만큼 뿌려지는 소금양도 조절해야겠지요.
구울 때도 너무 익어서 뻣뻣해지지 않게 볶듯이 굽습니다.
고기를 충분히 먹고 나면 소시지나 가래떡, 기타 잡다한 것을 구워 먹으면서 마무리합니다.
한쪽에 모아둔 소 지방에 불꽃 이는 것 좀 보세요.
숙성 소고기의 맛은 늘 훌륭했습니다. 다만, 이번에 구워먹은 상박살은 평균 이하의 맛이었습니다.
전에 구입한 것과 같은 1+ 등급이었고 충분한 마블링임에도 지난 번에 구웠던 상박살과 맛의 차이가 현격히 나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등심과 달리 아롱사태나 상박살의 맛은 마블링에 의존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번에는 충분한 마블링이었음에도 맛이 싱거워 많이 남기게
되었습니다. 등급은 같은데 맛의 차이가 크게 벌어진다는 점. 그러한 이유로 저는 안심한우를 여전히 신뢰하지 않습니다.
예전에 방송에서 지적한 안심한우의 과오가 말해주듯이 소비자에게 내건 홍보 내용과 달리 사육 관리는 엉망이었기에 이렇게 등급이
같아도 맛이 들쭉날쭉한 게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국거리나 차돌박이 외에는 안심한우를 이용하지 않습니다. 다만, 안심한우가 좋은 점은 불필요한 지방을 잘라서 무게를
잰다는 점(이것도 매장마다 다르고 사장의 마인드에 따라 다르겠지만)과 아롱사태와 같은 특수부위를 구이용으로 판다는 점이 좋아서
살치살, 아롱사태만큼은 이곳을 이용하는 편인데 이번에 맛본 아롱사태는 매우 실망적입니다.
정리하자면, 아롱사태나 상박살은 잘 고르면 천상의 맛을 내지만 뽑기 운이 작용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꽃등심은 비록, 육우이고
저등급이라도 숙성을 거치면 충분한 맛을 낸다는 점에서 가격대 성능비가 뛰어나다는 결론입니다. 이 점을 잘 이용한다면, 굳이 큰돈
들이지 않아도 소고기를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시기 바라면서 오늘은 여기까지 쓰겠습니다.
소고기 숙성하는 방법과 소고기를 맛있게 굽는 방법은 아래 링크를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더보기>>
쇠고기 숙성 방법과 기간(웻에이징과 드라이에이징 숙성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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