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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들은 꼭 알아야 할 소고기 상식
상식이란 늘 변합니다. 과거에서 믿었던 상식은 식문화 발전과 새로운 연구 결과에 힘입어 발전과 발전을 거듭하겠지요.
그러니 기존의 상식이 보수라면, 발전된 상식은 진보일 것입니다.
"밝은 선홍색의 살코기는 곧 싱싱한 소고기?"
싱싱한 소고기의 기준에는 늘 이러한 등식이 따라붙었고 대다수 소비자가 인식하는 상식도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선홍색 살코기가 싱싱한 소고기의 기준이 되는 것은 보수의 상식일 것입니다.
보수는 진보와 달리 소비자로부터 안정적이고 무난한 반응을 이끌어냅니다. 좀 더 쉽고 편하게 설득력을 얻기에는 보수만 한 게 없겠죠.
그런데 이러한 상식이 지금의 현실과 맞지 않는다면? 내용을 수정하여 소비자에게 올바른 상식을 전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역할은 저 같은 개인 블로그가 아닌, 한우나 육우 협회에서 해줘야 할 텐데 아래 페이스북을 통해 우연히 접한 육우랑(육우자조금관리위원회)의
소고기 상식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합니다.
먼저 육우가 어떤 소인지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육우는 고기만을 생산하기 위한 얼룩소(홀스테인 종자)이자 수소입니다. 한우(황소)와는 색부터 다름을 한눈에 알 수 있죠.
얼룩소의 암소는 우유를 생산하고 새끼를 낳는 젖소이지만, 수소는 오로지 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길러지고 있어 육우라 부릅니다.
그런 육우의 절단면은 마블링이 많지 않으며 한우 2등급 정도의 지방 분포율과 육색을 띠는 게 일반적입니다.
육우도 한우처럼 마블링(근내지방도)에 의해 등급이 매겨지지만, 한우보다 마블링이 적다 보니 소비자의 선호도에서 많이 뒤처져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육우는 마블링의 한우가 점령한 국내 소고기 시장에 경쟁력을 갖추고자 육우만의 장점을 부각하며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육우랑(육우자조금관리위원회)도 그러한 마케팅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비영리 단체이며 육우만의 강점(연한 육질과 담백한 맛)을 내세우고 있지요.
그런데 사진의 소고기는 육우와 거리가 있습니다.
육우 위원회에서 1++ 한우나 혹은 와규로 보이는 소고기를 사진 자료로 활용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위 사진은 그동안 육우가 강점으로 부각시켜온 '적은 마블링, 연한 육질, 담백한 맛'과 대치되기 때문입니다.
더 문제는 소고기 상식으로 적어 놓은 설명에 있습니다. 아래는 육우랑의 설명입니다.
"신선한 쇠고기 고르는 법! 알고 계시나요? 색과 마블링을 살펴보시면 되시는데요.
고기가 선홍색을 띄고 있으며 지방부분은 흰색에 가까운 유백색인지 확인하시고 살과 지방의 경계가 분명하며 고기의 절단면이 곱고 촘촘하다면
부드럽고 좋은 쇠고기입니다. 또 하나! 연한 분홍빛에 가까운 경우 고기의 숙성도가 낮아 맛이 덜하고 반대로 색이 너무 진해 검붉은 빛이 도는 것이나
육즙이 흘러나온 것은 오래된 쇠고기이니 구매하실 때 참조하세요^^"
여기서 '신선한 소고기를 고를 때 고기가 선홍색을 띠며 지방이 흰색에 가까운 유백색임을 확인하라는 것.'
이 보수의 상식은 소비자로 하여금 잘못된 상식으로 자리잡힐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지금이 80~90년도라면 이 말이 통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여러 차례 검증을 통해 신선한 소고기의 기준이 제 정립되고 있습니다.
"선홍색과 흰색의 지방은 결코 신선한 소고기의 기준이 될 수 없다는 사실"
특히, 흰색의 지방은 숙성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도축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소고기는 지방이 아주 희고 밝습니다.
그러다가 도축 날부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숙성할수록) 흰색의 지방은 점점 탁해지며, 혈액에 침착되어 붉게 물듭니다.
이를 신선도가 떨어진 고기라고 볼 수는 없겠죠. 지금은 20일 숙성은 물론이고 50일, 심지어 100일까지도 숙성해 먹는 시대입니다.
이런 숙성육은 근육이 선홍색을 띠지도 않을 뿐 아니라 지방도 희지 않으므로 이것이 신선한 소고기의 기준이 될 수는 없습니다.
하지면 여기서는 오로지 색으로 싱싱함의 기준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자칫 소비자로 하여금 혼동을 줄 수 있는 내용이죠.
전에도 썼지만, 도축 날이 며칠 지났어도 숙성이 잘 된 소고기라면 싱싱한 소고기에 부합됩니다.
관리의 소홀로 고기가 산화되거나 부패가 일어난다면, 싱싱하지 않은 소고기이지만, 단순히 도축날짜가 오래됐다고 싱싱하지 않은 건 아니니까요.
더 염려되는 구절은 '색이 너무 진해 검붉은 빛이 도는 것은 오래된 쇠고기다.' 입니다.
소비자의 인식은 오래된 소고기 = 싱싱하지 않은 소고기와 거의 일치합니다.
숙성육은 오래된 소고기가 맞습니다만, 그렇다고 싱싱하지 않은 소고기로 결론을 짓는 건 틀린 내용이 되는 거죠.
아래 사진을 보면서 알아보겠습니다.
20여 일 숙성된 소고기
밝은 선홍색을 띤 고기가 제 앞에 놓여 있습니다.
이 고기가 '싱싱하다고' 말하는 것은 다수의 인식이 무난하게 받아들일 만한 '신선한 소고기'의 여건에 부합됩니다.
물론, 실제로도 신선한 소고기입니다. 그런데 이런 빛깔의 소고기라도 절단한 단면을 보면
이런 색깔을 보입니다. 검붉거나 어두운 자색을 띠고 있지요.
앞서 육우 위원회는 "색이 너무 진해 검붉은 빛이 도는 건 오래된 쇠고기다."라고 말하였는데 그 말이 사실이라면, 이 쇠고기는 싱싱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이런 색을 보이는 이유는 소고기 단백질을 구성하는 성분 중 하나인 '미오글로빈'이 공기와 접촉하지 않아서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싱싱한 소고기라 여겼던 선홍색 살코기는 미오글로빈이 공기와 만나 밝아진 것이고, 아직 공기와 접촉하지 않은 속살은 이렇게
검붉은 자색을 띠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실은 정육점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숙성고에서 갓 꺼내진 고깃덩어리는 대부분 진공포장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를 뜯어보면 단면뿐 아니라 표면도 위와 같이 어두운색을 띱니다. 이유는 미오글로빈이 공기와 접촉하지 않아서겠지요.
이 상태로 수분 동안 실온에 놔두면, 고기는 조금씩 선홍색을 되찾습니다.
사실 되찾는다는 표현은 언어적 결함일지도 모릅니다.
고기가 공기와 접촉해 선홍색이 되는 것은 '되찾다.'가 아닌 '변하다'가 맞는 표현일 것입니다.
그 전에 소고기 근육은 생후부터 도축되기 전까지 공기와 접촉한 적이 없었습니다. 검붉은 색이 원래 가지고 있던 색이라는 점입니다.
40여 일 숙성된 쇠고기
그런데 위 사진은 겉면부터 갈변이 생겼습니다. '갈변'은 검붉은 속살과는 달리 겉에서부터 생기는 현상입니다.
이미 공기와 접촉해 산화가 진행되었거나 혹은 과도한 숙성으로 본래 갖고 있던 근육 색이 변질된 것입니다.
실온에 놔두면 선홍색을 되찾는 속살과 달리 갈변은 아무리 둬도 갈변으로 남게 됩니다. 제 색을 되찾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갈변은 '상한 고기'일까요? 결론은 그렇지 않습니다.
갈변은 미오글로빈이 공기와 장시간 접촉이 이뤄져 생긴 현상으로 아직은 부패의 단계에 접어들지 못한 것.
물론, 싱싱한 고기의 조건에는 부합하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상한 고기는 더더욱 아니지요.
갈변은 가정에서 먹다 남은 소고기를 3~4일간 냉장고에 방치했을 때 나타납니다. 보통은 겉면부터 갈색이 되어 차츰차츰 속으로 번지는데요.
저온 숙성이라 해도 진공포장이 아니면, 내내 공기와 접촉했으므로 색이 바래져 있을 뿐입니다. 그러니 먹어도 이상 없습니다.
소고기가 상하면 색은 푸르스름하면서 시큼하고 역한 냄새가 납니다.
결론적으로 소고기의 근육이 선홍색이냐 검붉은 색이냐, 혹은 자색이냐는 신선도의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부분을 소고기 관련 협회에서는 소비자를 위해 좀 더 어필하여 올바른 소고기 상식으로 정립될 수 있게 하였음 좋겠습니다.
<<더보기>>
쇠고기 숙성 방법과 기간(웻에이징과 드라이에이징 숙성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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