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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에 든 이것, '생활의 달인'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까?
지금은 불경기입니다.
오 년 전에도 불경기였고 십 년 전에도 불경기였습니다.
어쩌면 앞으로도 계속해서 불경기라고 사람들을 말하겠죠? ^^
불경기 앞에서는 생활의 달인도 어쩔 수 없었나 봅니다.
식재료를 연구하고 조합해 최상의 만두를 만드는 노력 대신,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한 연구의 흔적이 보여 잠시 소개하고자 합니다.
어쩌면 이것이 '만두 속을 효과적으로 채울 수 있는 궁극의 방법'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만, 과연 맛도 있을까요?
이것이 생활의 달인표 만두
얼마 전 새로 개장한 하나로 마트 삼송점. 그곳에서 생활의 달인이 판다는 손만두를 사왔습니다.
가격은 다섯 개 정도가 오천 원. 개당 천 원꼴이니 썩 저렴한 가격은 아니지요. 그래도 생활의 달인이라는 타이틀과 왕만두라는 점이 위안은 됩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만두 빚는 걸 지켜보면서 속재료에 뭔가 희끗희끗한 덩어리가 있음을 알았습니다.
처음에는 제대로 으깨지지 않은 두부인가 싶었지요. 집으로 돌아와 맛을 보는데 역시 씹히는 게 이상해서 만두 속을 살폈습니다. 희한한 게 들었더군요.
"그래 바로 이거였군!" 그걸 보자 저는 무릎을 탁하고 쳤습니다.
그것은 재료비를 아끼면서 만두 속을 효과적으로 채우기에 알맞은 재료였기 때문입니다.
"바로 마카로니였습니다."
충분히 삶아진 마카로니가 만두 속에서 또 한번 쪄내니 저리 뭉개졌지만, 맛을 보니 대번에 마카로니임을 알았습니다.
아시다시피 마카로니는 파스타의 한 종류입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스파게티 역시 파스타의 한 종류이고요.
파스타는 '세몰리나 밀'이라는 재료로 만드는 것이 원칙이지만, 요새는 그냥 박력분(밀가루)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마카로니는 이탈리아 음식이며 그 기원은 시칠리아에서 왔다는 게 정설입니다.
그러니 생활의 달인이 만든 손만두는 한식과 이태리 풍을 절묘하게 섞은 퓨전 만두였던 것입니다. 물론, 맛은 없습니다. ^^;
안 그래도 왕만두는 밀가루 피가 두꺼운데 여기에 속재료까지 밀가루 덩어리가 들어갔으니 맛이 있을 리가 없겠지요.
씹으면 씹을수록 느껴지는 전분기의 찐득함, 텁텁함, 여기에 밀가루 과다 섭취에 따른 더부룩한 속은 덤입니다.
마카로니는 왕만두 반 개당 2~3개씩 나왔으니 하나에 5~6개는 든 셈입니다.
이태리 풍의 마카로니 만두를 씹으면서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더군요.
"왜 하필 마카로니였나?"
만두 속을 채우는 값싼 재료는 곳곳에 많습니다. 대표적인 재료는 말린 무말랭이를 불려서 사용하는 것이죠.
그럼 오독오독 씹히는 식감이라도 좋을 것입니다.
매일 대량 납품받는 것이라면, 저렴한 공장제 두부로도 속을 채울 수 있습니다. 그럼 맛이라도 담백해지겠지요.
그런데 왜 하필 마카로니였을까? 저렴한 무말랭이나 혹은 공장제 두부에 들어가는 비용조차도 아까웠던 걸까?
분명, 마카로니는 만두 속을 채우기에는 아주 효율적일지 몰라도 맛은 '생활의 달인'이라는 명칭이 아까울 만큼 낙제점입니다.
이것도 업자들은 불경기를 이겨내는 지혜라고 보아야 할 것인지 저는 조금 헷갈리네요.
아마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저마다 의견이 분분할 것이라고 봐요.
소비자 입장에서는 밀가루 덩어리가 속재료로 채워지는 것이 영 탐탁지가 않을 것입니다.
제가 만약 하나로 마트의 고위 매니저였다면, 최소한 이들이 만든 음식은 맛보고 입점 여부를 허용할 것 같습니다.
이것이 불경기를 이겨내는 지혜인 건지 아니면 소비자 기만에 해당하는지는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곳 생활의 달인 만두는 냉동
만두보다도 훨씬 못하다는 사실입니다. 정말 그 많고 많은 재료 중에 왜 하필 마카로니였을까요? 그게 최선입니까? ㅎㅎ
※ 추신1
지난 수년간 냉동 만두만 사 먹었습니다. 온갖 제품이 나오는 마당에 뭘 골라야 할지 망설인다면, 제게 페이스북 쪽지를 통해 물어주세요.
비록, 제 주관적인 입맛이긴 하나 그나마 맛이 괜찮은 제품은 알고 있습니다.
※ 추신2
도대체 마트 만두에서 뭘 더 바라냐? 이런 댓글은 사양합니다. 이젠 지겹습니다. ^^
※ 추신3
저는 오늘도 낚시 관련 글 대신 만두 글을 씀으로써 또 한 번 초심을 잃었습니다.
※ 추신4
1박 2일 가거도로 낚시를 다녀왔습니다. 조만간 소식 전하겠습니다.
※ 추신5
여러분에게는 어떤 추신이 가장 마음에 드시는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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