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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크랩과 대게 살이 차오르는 계절입니다. 수요가 몰리는 12월은 가격도 덩달아 오르기 때문에 먹고 싶어도 망설이는 경우가 많아요.
"킹크랩과 대게를 양껏 먹고 싶은데 가격이 부담되는 분들."
이런 분을 위해 오늘은 킹크랩과 대게를 '가장 저렴하게' 사 먹는 방법에 관해 알려드립니다. 여기서 핵심은.
"가장 저렴하게"
"가장 저렴하게"
"가장 저렴하게"
꼭 무슨 장사꾼 멘트 같죠? 그러나 저는 빈말을 하지 않습니다. 대신 새벽잠을 포기하고 발품 좀 팔아야 합니다. 부지런한 새가 좋은 먹잇감을 일찍 얻는 법. 오늘 이야기는 세 가지 포인트만 기억하면 됩니다.
새벽 4시 30분,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
1. 새벽 경매장을 찾아라
킹크랩을 구매하기 위해 새벽부터 노량진 수산시장에 왔습니다. 여기서는 서울, 수도권을 기준으로 하지만, 지방에 계신 분도 마찬가지예요.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시장이라면, 새벽에 경매가 열릴 겁니다. 예전에 수산물 지식 토크쇼에 출연했을 때도 비슷한 취지의 말을 했는데요. (관련 영상 : 수산물에 대한 오해와 궁금증, 수산물 썰 썰 썰!)
일반인은 경매에 참여할 수 없지만, 물건을 산 중매인을 통해 도매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하는 겁니다. 노량진 수산시장의 경우 새벽 내내 경매가 이뤄집니다. 킹크랩, 대게, 랍스터 같은 갑각류는 보통 활어 경매가 끝나고 하는데, 그 시간이 대략 3시 30분부터 5시 사이입니다.
이날은 동절기라 그런지 예상 시각보다 늦게 시작했습니다. 우선은 신건물 1층 가장 끝으로 갑니다.(구 시장 쪽 말고 반대편으로) 그러면 방어와 참돔 등 활어 경매가 열릴 것이고, 그것이 끝나면 대게와 킹크랩을 실은 물차가 들어오는데 그때가 대략 4시 30분~5시 사이. 참고로 킹크랩 대게 경매는 한 번에 끝나지 않고, 물차가 들어오는 대로 2차, 3차, 계속 진행됩니다. 3차까지 보고 나니 거의 7시더군요.
경매가 시작되고 중매인들이 물건을 수매합니다. 이걸 소매상(시장 상인)에서 사갈 것이고, 최종적으론 소비자들이 사는 방식이죠. 여기서 저는 킹크랩을 수매한 중매인에게 사는 겁니다.
세 종류의 게가 섞여 있으니 잘 보고 구별하자
※ 참고
경매장에 가면 킹크랩, 대게, 하나사키(붉은빛이 나는 킹크랩) 등 세 종류를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색으로 표시했는데요. 파란색은 킹크랩이고, 붉은색은 하나사키 킹크랩, 그리고 뒤쪽에 보이는 것이 대게입니다. 여기서 하나사키는 구입 목록에서 제외합니다. 여름이 제철인 하나사키는 지금 상품성이 썩 좋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킹크랩 선어
2. 선어를 공략하라
킹크랩, 대게를 '가장 저렴하게' 구매하는 두 번째 포인트는 활어가 아닌 선어를 공략하는 것입니다. 어차피 쪄 먹을 것이라면 굳이 산 킹크랩을 고수할 이유가 없습니다. 선어 킹크랩은 활 킹크랩보다 약 50% 이하로 구매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신선도입니다. 이게 언제 죽었는지 알 방법이 없죠. 잘못 사면 그날 회식 망치는 겁니다.
경매장을 찾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여기서 판매되는 선어 킹크랩, 대게는 대부분 운송 중에 죽은 것들입니다. 또는 기력이 쇠해 숨만 간신히 붙어 있죠. 만약에 내가 킹크랩과 대게를 볼 줄 모른다면, 낮에 가지 말고 새벽 경매장을 찾는 것이 답입니다.
※ 주의
새벽 경매장에 가더라도 하루 지난 킹크랩을 파는 상인이 더러 있습니다. 아직 킹크랩, 대게 경매가 시작도 안 했는데 선어 킹크랩을 팔고 있다? 최소한 오늘 것은 아니라는 거죠. 이런 물건을 꽤 저렴하게 내놓는데 함부로 사지 마시기 바랍니다. 냄새나서 못 먹습니다.
킹크랩 다리
3. 다리를 공략하라
잘 보면 킹크랩 다리만 모아다 파는데 이런 걸 구매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사진에 보이는 킹크랩 다리는 2만 원. 너무 비싸게 불러서 패스합니다. (만 원이면 사겠는데)
대게 다리
대게 다리는 괜찮더군요. (얼마 불렀는지 기억이 안 나네요.) 지금(12월) 대게 수율은 약 80% 정도지만, 잘만 구매하면 꽤 먹을만 합니다.
이날 경락단가(중매 가격)를 보면, 12,000원, 5,000원이라 적혀 있는데 이는 선어 킹크랩의 kg당 가격입니다. 중도매인들은 이 가격에 낙찰받죠. 킹크랩도 무게와 품질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입니다. 어떤 건 kg에 만 원인데 어떤 건 오천 원 밖에 안 하는데요. 이걸 일반인인 제가 사면 얼마에 살 수 있을까요?
중도매인은 자기가 남길 이윤을 어느 정도 붙여서 판매합니다. 즉, 시장에서 사는 것보다는 확실히 저렴한 편이죠. 게다가 선어 킹크랩이기 때문에 시중에 파는 활 킹크랩 대비 약 60%에 구매할 수 있는 겁니다.
킹크랩 3.8kg과 대게 4마리
이날 아침, 저는 선어 킹크랩 3.8kg과 선어 대게 4마리를 모셔왔습니다. 오늘 제목이 "킹크랩이 겨우 2만원?"이라 쓰여 있는데 살짝 반올림 했습니다. 제가 구매한 실 구매가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킹크랩은 kg당 21,000원 → 3.8kg에 80,000원
2) 대게는 kg당 11,000원 → 2.4kg(4마리)에 22,000원
총 구매 가격은 102,000원
킹크랩과 대게 선어로 구매할 때는 다리가 온전히 붙어 있는지 봐야 합니다. 저는 고르기 귀찮아서 그냥 중도매인에게 알아서 골라 달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다리 잘 붙어 있고 좋은 것만 골라주셨어요.
3.8kg짜리 킹크랩이면 제법 큰 사이즈입니다. 대게 4마리도 모두 괜찮았어요. 물론, 먹기 전까지는 100% 확신할 수 없습니다. 이제부터 킹크랩과 대게를 쪄 먹어봅니다.
킹크랩을 찌는데 문제가 생겼어요. 찜통을 큰 걸 빌려왔는데도 안 들어갑니다. ㅠㅠ
할 수 없이 다리 몇 개를 잘라야 했어요. 킹크랩 찌는 건 간단합니다. 일단 수돗물로 깨끗이 씻어주고요. 솔로 문질러 등딱지에 붙은 불순물을 제거한 다음, 배가 위로 가게 올립니다.
찜기라 당연히 증기로 찌는 겁니다. 물은 25분간 끓였을 때 증발하지 않을 만큼만 채워주세요. 물을 많이 채우면 물이 넘치면서 킹크랩이 물 먹거든요. 여기에 저는 청주(또는 맛술) 반 컵 정도 부었습니다.
뚜껑을 닫고 20~25분(크기에 따라)간 찐 다음, 불을 끄고 5분간 둬서 뜸 들입니다. 그러면 총 30분이 걸리죠. 이건 3.8kg짜리라서 이렇게 하는 겁니다. 2~2.5kg 내외인 킹크랩은 20분만 쪄도 충분합니다.
접시에 올렸습니다. 접시 크기가 어마어마한데 그냥 이렇게 찍으니 스케일감이 1도 없네요. ㅠㅠ
킹크랩. 보시다시피 살이 꽉 찼습니다. 이건 손으로 뚝 부러트려서 뺄 수 없어요. 가위로 껍데기를 잘라내야 합니다.
킹크랩 살덩이 좀 보세요. ㄷㄷ
대게도 생각했던 것보다 살이 많이 찼습니다. 참.. 지금 들어오는 대게는 국산 아니고 러시아산입니다. 그래도 실한 대게 4마리에 22,000원이면 꿀이득 아니겠습니까.
어제는 스타필드 고양에 있는 이마트 PK를 갔습니다. 거기서 킹크랩 가격이 100g당 7,900원 정도 합니다. 1kg이면 약 8만 원이죠. 주로 3kg짜리를 팔던데요. 한 마리 구매하면 23~24만 원입니다.
현재 노량진 수산시장 활 킹크랩 시세는 60,000~65,000원입니다. 3kg 한 마리 사면 18~20만 원이죠. 이 가격은 크리스마스 시즌으로 갈수록 더욱 치솟을 겁니다. 일 년 중 킹크랩이 가장 비싼 시기가 코앞입니다. 그때는 kg당 7만 원 이상이죠.
그런데 새벽잠 좀 포기하고 조금만 발품 팔면 싱싱한 선어 킹크랩을 시중가보다 60% 정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겁니다.
여기서 중요한 팁 하나! 보통 경매가 끝나면 물건을 수매한 중도매인들은 흩어지는데요. 선어 킹크랩이나 다리 떨어져 나간 것을 사간 중도매인을 빨리 쫓아가서 구매해야 합니다. 그거 놓치면 끝입니다. 새벽 시장에는 싱싱하고 좋은 수산물을 저렴하게 사기 위해 오는 오너 셰프들도 있습니다. 저 같은 일반인도 가끔 있죠. 한눈 팔다 놓치면 다음 경매를 기다리거나, 그날은 아예 포기해야 할지도 몰라요.
그리고 선어 킹크랩은 물량이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이날은 활 킹크랩이 90%, 선어 킹크랩이 10% 비율이었죠. 그날그날 다릅니다. 오늘은 경매장에서 구매하는 팁이라 아무나 선뜻 내키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격 경쟁력을 생각하자면, 이정도 발품은 팔아야 해요.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까요. ^^ 참! 일요일을 비롯해 공휴일은 경매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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