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니비루(カニビル)

 

3~4월은 대게 살이 일 년 가장 많이 찌는 철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함께 대게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 중 하나이죠. 그런데 대게에 붙은 '이것'에 대해서는 관련 자료를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대게 산지로 유명한 영덕군청도 대게에 관한 이야기는 있었지, 우리가 대게를 구입할 때마다 접하는 '이것'에 대한 이야기는 쏙 빠져있습니다. 대게에 붙은 '이것'은 무엇일까요?

 

 

<사진 1> 게 거머리 알이 부착된 국산 대게

 

수조에 담긴 대게를 자세히 보면, 등딱지와 다리에 시커먼 알 같은 것이 붙어 있음을 종종 봅니다. 저것의 이름은

 

'카니비루(カニビル)'

 

 

'카니(カニ)'는 게를 의미, '비루(ビル)'는 빌딩을 의미하나 거머리를 뜻하는 '히루(ヒル)'가 탁음이 되면서 카니비루로 불려진 것.(이라고 댓글에서 알려주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직은 적절한 우리식 명칭이 없는데요. 굳이 우리 식으로 부르자면 '게 거머리의 알' 정도. 즉, 환형동물과에 속한 바다 거머리의 알입니다. 우선 게 거머리는 해양 생물입니다. 가자미 같은 헤엄 속도가 느린 어류에 붙어 피를 빨아먹는 기생 생물이죠. 은 단단한 바위에 부착식으로 낳는데 주변에 바위가 없고 진흙과 모래로 이뤄진 곳이라면 대게 등껍질에 달라붙어 알을 낳습니다.

 

 

<사진 2> 게 거머리 알이 없는 국산 대게

 

그래서 진흙이나 모래 환경에서 잡힌 대게는 <사진 1>과 같이 게 거머리 알이 많이 붙어 있고, 바위 등 암초 지대에 서식하다 잡힌 대게는 <사진 2>처럼 알이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이렇듯 같은 동해에 서식하는 대게라도 물밑 지형이 진흙인지 바위인지에 따라 알의 부착 여부는 달라집니다.

 

알은 일정 수온이 되었을 때 부화합니다. 어린 게 거머리가(반투명한 실지렁이 모습) 태어나는 즉시, 등껍질에서 떨어져 나가 부착할 어류를 찾아다닙니다. 그런 이유로 게 거머리는 대게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항간에 떠도는 소문인 "게 거머리가 대게에 붙어 피를 빨아먹거나, 심지어 등껍질을 파고들어 기생한다."는 이야기는 사실이 아닙니다.

 

어류에 붙어 피를 빨아먹고 자란 게 거머리는 산란기 때 숙주에서 떨어져 나와 바위나 게 껍데기, 혹은 골뱅이 같은 껍질이 단단한 생물에 검은색 알을 붙입니다. 게 거머리는 그렇게 번식함으로써 자손을 넓은 지역으로 퍼트리는 것이죠. 거머리 알이 꽃씨라면, 대게는 나비나 벌과 같은 역할인 셈입니다.  

 

 

<사진 3> 러시아산 대게

 

대게는 삼면인 한반도에서 유일하게 동해에서만 서식합니다. 진흙이든 모래든 바위든 가리지 않고 서식하나 최소 수심 150m 이하인 깊은 바다에서만 서식하며, 물이 차가워야 하므로 국산 대게라고 한다면 전부 동해에서 잡힌 겁니다. 주요 산지로는 울진과 후포, 영덕이 있습니다.

 

지구상에서 매우 높은 위도에서 잡힌 대게는 주로 러시아와 알래스카, 노르웨이산으로 수입됩니다. 수입산 대게를 '스노우 크랩'이라 부르는데 국내에서는 주로 동해시 인근에 집하장을 두고 있습니다. <사진 3>은 러시아산 대게로 게 거머리 알의 부착률은 국산보다 떨어지는 편입니다. (그래도 종종 붙어 나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국산 대게의 경우도 바위 지역에 사는 개체는 게 거머리 알이 없으니 알의 부착 여부로 국산과 러시아산을 구별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다만, 러시아산 대게는 국산 대게보다 클 때가 많고, 따개비 같은 부착생물이 많이 붙어 있어 전반적으로 거칠고 어두운 느낌을 줍니다.

 

 

<사진 4> 대게 중 최고 상품성을 가진 박달대게

 

#. 게 거머리 알이 많으면 대게 맛도 좋을까?

<사진 4>는 대게 중에서도 수명이 14년 이상 된 박달대게입니다. 대게 수명은 약 15~17년으로 추정됩니다. 평생 탈피(허물)를 십여 차례 정도 하면서 몸집도 불리고 상품성도 높입니다. 그러니 수명이 14년 이상 된 대게는 크기도 크기지만, 살이 꽉 차고 맛도 들어 있는 최상품에 속하겠지요.

 

보시다시피 등껍질에는 게 거머리 알이 제법 많이 붙어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그렇습니다. 탈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대게에는 게 거머리 알이 많이 부착되지 않았을 겁니다. 뒤집어 생각해 보면, 게 거머리 알이 많이 붙은 대게일수록 탈피한 지 오래돼 살도 많이 차고 맛도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이 같은 사실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대게의 탈피 시기는 다소 복잡한데 대체로 평균을 산출해 보면 여름부터 가을에 걸쳐 행해집니다. 대게 금어기는 6월부터 11월까지입니다. 이 시기에는 대게를 잡을 수도, 상품으로 팔 수도 없습니다. (불법 판매는 제외) 우리가 시장에서 산 대게를 볼 수 있는 기간은 주로 12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입니다.

 

앞서 대게는 여름부터 가을에 걸쳐 탈피를 진행한다고 썼습니다. 그때부터 금어기가 풀리는 12월 1일까지는 최대 2~3달가량 시간이 있습니다. 2~3달이면 생체 주기가 빠른  게 거머리가 부착에서 부화까지 하고도 남는 시간입니다. 따라서 게 거머리 알이 없다고 해서 탈피한 지 얼마 안 된 물렁게는 아니라는 것.

 

반대로 게 거머리 알이 많이 붙어 있으면, 적어도 탈피한 지 일정 시간은 지났을 확률이 높습니다. 다만, 게 거머리가 대게 껍데기에 알을 붙이는 데 몇 개월이 걸리는 것도 아닐 테니 알의 부착 여부로만 대게 품질을 가늠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죠 

 

 

대게(이제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된다.)

 

거머리는 그저 거머리일 뿐. 그 거머리가 대게 맛을 특별하게 만들지는 않는다는 것. 대게, 너무 맛있어서 손가락 쪽쪽 빨아가며 드시지 않나요? 보시다시피 대게를 찌면 게 거머리 알은 녹습니다. 어쩌면 적든 많든 그 양분이 우리 입으로 들어가겠지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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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 추억 ★입질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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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하나유키
    2018.03.19 16:3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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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상 게 먹을때 이게 뭔가했는데..게 거머리였군요!!
    재미있는 글 감사합니다...
    제 생각에 위에 カニビル 단어는
    아마도 カニ (게)+ヒル (거머리)=カニビル 두단어가합쳐지면서 ヒル→ビル가 된것 같아요!!
    건물이랑은 상관없이...
  2. 시계악어
    2018.03.19 18:15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글도 재밌고 정보도 알차고~ 즐겁게 읽었습니다~
  3. 2018.03.19 18:31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알고나니까 징거러워용 힝
  4. 교뮤
    2018.03.19 18:3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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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징그럽구만
  5. 2018.03.19 18:47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게 파시는 분한테 물어봤는데 갯지렁이 알이라고 하던데 거머리였어요????ㅇㅅㅇ
  6. 2018.03.19 21:5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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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보고 있다가 마지막멘트에 식겁했습니다.
  7. 방사능
    2018.03.19 23:3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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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게...방사능 절어있다. 어지간하면먹지마라. 대게류 좋아하다가 병얻었다. 먹지마라. 피눈물난다. 수산물 절대 먹지마라...
  8. 2018.03.19 23:5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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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휴 몰랐는데 먹을게 아닌듯 징그러
  9. 2018.03.20 08:06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일본어 카타카나 ビル, 비루가 빌딩의 뜻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여기선 ひる(발음은 히루, 뜻은 거머리)가 蟹(카니,게, )와 합쳐지면서 비루라는 탁음으로 발음 되는 겁니다.
    카니히루 가 카니비루 로 발음되는 것일뿐, 빌딩과 전혀 관계 없습니다.
    아래 주소는 일본에서 게 거머리 알을 설명하는 사이트인데, 앞으로 게가 싫어질 수도 있으니 궁금하신 분들만 보세요.
    http://karapaia.com/archives/51536735.html
  10. Max
    2018.03.20 11:4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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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궁금했는데 좋은 취지의 포스팅입니다..
  11. 총괄본부장
    2018.03.20 13:3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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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게 쓰신데 죄송합니다만, 간단하게 기생충 거머리입니다. 쪄보면 게살에 검은 실선이 있죠. 참고로 대게를 고를땐 배 눌러보고 고르시면 평타는 칩니다.
    • 2018.03.20 13:53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거머리는 기생충이 아닙니다. 게살에 검은 실선은 싱싱하지 못한 게를 찌지 않고 삶았을 때 생기는 단백질 변성입니다.
      이 외에도 혈액의 흑변에 의해 비슷한 현상이 일어납니다.
      대게 기생충은 사실이 아닌데 어느 기자가 왜곡된 기사를 써서 문제된 적이 있습니다.
      님이 주장하는 '게살의 검은 실선'도 그 기사에서 본 사진인 것 같군요.
  12. 2018.03.20 14:58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윗분이 말씀하신대로 ひる는 거머리란 뜻이며 앞의 카니가 붙어 びる(비루)로 발음이 변한 것 뿐입니다.

    그냥 위키피디아에도 나와있듯 게거머리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https://ja.m.wikipedia.org/wiki/カニビル

    빌딩은 아니죠^^
  13. 2018.03.20 19:27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저게 보이면 별로 신경쓰지 말고 대게살 먹어야겠군요. 찝찝함을 해소해주셔서 감사해요.
  14. 조민석
    2018.03.21 03:00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님 글을 늘 재미나게 읽으면서 여쭤보고 싶은게 있었어요.오래전 강원도 거진 할머니댁에 친구녀석과 놀러간적이 있는데요.(80년대 끄트머리 중학생때)한참 놀고있는데 할머니께서 저만 가만히 부르시더니 귀한거라며 주신 회가 있어요.갑각류인데 대체로 선명해 보일만큼 푸른 색이였구요.집게발이 없었던거로 기억되는거로 나름 추정만 해보면 가재보다는 새우였던거 같아요.할머니 손에 그득 차다못해 넘치듯 큰....녀석을 간장 찍어 먹여주시는데 달큰 사그락 달큰 사그락이 아직까지도 생생해요.제가 그날 도대체 뭘 먹은건지 좀 알고싶어요.
    • ㅈㄴㄱㄷ
      2018.03.22 17:01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새우중에 블랙타이거새우가 있는데요
      일반 새우보다 크기도 크고 푸른빛이 돌아요
      회로 먹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미지검색 해보세요 ^^
    • 2018.03.23 11:08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답변이 늦었습니다.
      설명을 종합해보면 새우이거나 혹은 그것에 가까운 갑각류이며, 푸른 색이 난다로 압축할 수 있는데요.

      당시 새우를 익혔는지 날 회로 먹었는지를 몰라서.. 일단 든 것은 징거미 새우(민물)를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민물 새우이므로 날 회로 먹진 않았을 거예요.
      또 다른 가능성은 붉은새우류인데 푸른색 알을 품어서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단 생각입니다.
      강원도 거진이면 북부이고 한류성 새우가 들어오는 곳이라 북쪽분홍새우 일명 단새우라고 하죠. 이것이 푸른 알을 품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둡니다.
      할머니 손에 그득 차다못해 넘치듯 이란 묘사에서도 당시 단새우가 그리 비싸지 않았고,
      몸집이 크지 않아 가득 먹을 수 있다는 점이 조금은 뒷바침하는데 그래도 기억의 열쇠는 본인만이 쥐고 있겠지요. ^^
  15. 애독자
    2018.03.21 09:56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항상 재미있게 보고있습니다 ^^
    1월경에 대게를 택배로 주문해서 먹어보고 살이 얼마 없어 실망했었는데, 3~4월이 수율이 좋은시기였군요;;
    등딱지에 붙은 알에 대해 궁금했었는데 잘못된정보도 바로 잡아주셔서 유익했습니다! ^^
  16. 2018.03.21 22:47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아 저도 항상 궁금했던건데...
    개 거머리 알이라니..조금은 꺼려지네요ㅡㅡ
    그래도 대개는 항상 옳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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