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Question

어제 모 수산으로부터 선어회를 택배로 받았습니다. 횟감으로 파는 것인데 당일 배송도 아니고 하루 지난 것이라 회로 먹어도 되는지 궁금합니다.

 

 

제주도에서 서울의 한 가정집으로 배송된 싱싱한 선어 횟감(사진은 표준명 다금바리)

 

가공식품, 유제품 등은 유통기한이 표시돼 있지만, 죽은 생선은 말이 없습니다. 생선은 싱싱할 때 회로 먹고 싶은데 잘못 먹었다간 배탈이 날 것 같고, 그렇다고 구이나 조림으로 먹자니 선도가 아깝고. 이런 고민은 활어회를 선호하는 소비자보다 선어회를 좋아하는 이들과 일부 낚시인들이 고민했을 것입니다.

 

가장 쉽고 간편한 방법은 선어회 전문점을 찾는 것이지만, 서울 수도권 같은 도심지에서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입니다그래서인지 수산시장에서 판매하는 횟감용 선어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기도 하고, 목포 및 제주도에서 싱싱한 횟감용 선어를 택배로 받아 직접 손질해 먹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산지 직송 선어 횟감이 카페나 쇼핑몰을 통해 판매되며 일부 미식가들로부터 호응받기도 합니다.)

 

"이럴 때 드는 의문점 한 가지. 하루 이틀 지난 생선, 회로 먹어도 될까?"

 

원칙적으로는 먹어선 안 됩니다. 

 

1) 낚시꾼 지인에게 건네받은 선어

2) 마트나 시장에서 구입한 싱싱한 선어

 

이 경우 횟감을 위한 전처리(살아있을 때 피와 내장 제거)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횟감용 선도를 유지하지 않았고, 기생충 감염의 위험도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선어 횟감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곳이라면, 아래의 조건을 충족한다는 전제 내에서 횟감 사용이 가능합니다.

 

 

동공이 투명하고 아가미가 밝은 선홍색을 띠어야 횟감 사용이 적절한 선도이다


요즘 ‘횟감용 선어’를 판매하는 곳이 제법 늘었습니다. 일명 '당일바리'라고 하여 그날 새벽에 잡혀 아침에 경매를 치른 것인데 이를 소비자가 알 방법은 없기 때문에 횟감용 선어를 판매하는 가게는 대개 신뢰를 바탕으로 단골을 확보한 곳입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하루 지나 배송된 선어 횟감이 과연 횟감용으로 적절한지는 별도로 따져보아야 합니다.

 

1) 배송 시점에서 당일 잡힌 것이 맞는지

2) 동공이 맑고 투명하며, 아가미가 밝은 선홍색을 띠는지

3) 저온 보관 상태를 유지했는지

4) 전처리(살아있을 때 피와 내장 제거)가 된 것인지

5) 선어 횟감의 물리적인 파손 여부(피멍이 들거나 상처 및 훼손)

 

 5가지를 모두 만족하는 선어 횟감이라면, 2~3일이 지나도 충분히 횟감으로 사용할 수 있고, 숙성으로 인한 맛도 즐길 수 있습니다. 이중에서  1)번 '배송 시점에서 당일 잡힌 것이 맞는지'는 전적으로 손님과 상인과의 신뢰 문제이지만, 나머지 2)~5)번은 소비자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여지가 있습니다.

 

2) 동공이 맑고 투명하며, 아가미가 밝은 선홍색을 띠는지

동공과 아가미 색은 횟감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척도입니다. 동공이 불투명하거나 핏기가 침착된 것, 아가미 색이 어둡다면 그것은 최소 이틀 이상 지난 선어로 횟감으로 사용해선 안 됩니다.

 

3) 저온 보관 상태를 유지했는지

일반적으로 수산물 유통은 냉기 유지가 용이한 스티로폼 박스를 사용합니다. 택배를 열었는데 물고기가 물에서 헤엄치고 있다. 다시 말해, 얼음은 녹아서 물이 되었고, 그 속에 생선이 담가졌다면 그것은 최악의 보관 상태입니다. 냉기 유지에 실패했을 뿐 아니라 얼음물(대게 담수 얼음을 사용)에서 해수어의 삼투압 현상이 일어나 수용성 맛 성분이 빠져나갔기 때문입니다. 회는 맛을 잃어 밍밍하며 비린내가 날 수도 있습니다. 박스를 열었을 때 얼음이 반 이상 유지되고 있는지, 횟감이 얼음물에 직접 닿지 않게 포장됐는지 꼼꼼히 따집니다.

 

4) 전처리 과정이 선행되었는지

횟감의 전처리란? 살아있을 때 피와 내장을 제거하는 횟감처리의 기본 요건을 말합니다. 아가미 안쪽(심장 아래 대동맥)의 혈을 끊는 것이 기본이며, 크기가 큰 횟감은 원활한 방혈을 위해 꼬리 쪽에도 칼침을 놓기 때문에 칼침 자국이 선명히 남습니다. 칼침 자국이 없더라도 배를 갈라 내장을 제거한 흔적이 있다면, 방혈도 함께 이루어졌을 확률이 높습니다.

 

반면, 기생충 감염 위험이 적은 횟감 예를 들어, 민어, 병어, 벵에돔, 전어, 볼락, 다금바리, 자바리 등은 통째로 보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피를 미처 빼지 못한 大삼치도 포함되며, 이들 횟감은 전처리 과정이 없어도 횟감 사용은 가능합니다. 다만, 전처리가 된 횟감보다 맛과 선도 면에서 득보다 실이 많음을 고려해야 합니다.  

 

※ 기생충 감염률은 전적으로 자연산에 해당, 양식산은 감염률이 매우 희박합니다.

 

가장 모범이 되는 선어 횟감은 살아있을 때 피와 내장을 제거한 뒤 포를 떠서 1~3도의 저온에 보관한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이 단계에 이르는 선어 전문점이 앞으로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사진 1> 전처리 과정을 소홀히 해서 생기는 현상으로 고래회충의 근육 이행을 들 수 있다


한 번에 많은 생선을 처리하고 일일이 신경 쓰지 못한 탓에 택배로 받은 선어는 배도 가르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 가장 우려되는 것은 기생충 감염입니다. 사실 우리 식탁에서 기생충을 맞닥트릴 확률은 매우 낮습니다. 적절한 전처리와 위생 처리 과정에서 대부분 제거되기 때문입니다. 양식산 활어는 기생충 감염률이 매우 낮습니다. 다만, 자연산은 기생충 감염이 빈번한 일이고 이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이것이 우리 식탁에 오는 동안 제거되지 않았다는 것은 전처리와 위생에 심각한 결함이 있음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은 ‘고래회충(아니사키스)’입니다. 고래회충은 평소 내장에 기생하지만, 숙주가 죽으면 몇 시간 안에 근육으로 파고드는 습성이 있습니다. 죽은 지 수 시간이 지난 선어에서 종종 발견되는 이유도 전처리 과정을 생략했기 때문인데 <사진 1>은 그러한 예를 잘 나타내 줍니다.

 

이를 모르고 섭취하면 보통은 위액에 녹아 죽지만, 활력이 좋은 고래회충은 위액을 피하기 위해 위벽을 뚫고 나가려고 시도하며, 그 과정에서 극심한 통증을 일으킵니다. 심한 경우 위에 천공이나 장폐색을 일으킬 수도 있으니 생선회를 먹고 난 후 배에 극심한 통증이 수반된다면 서둘러 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이러한 점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아는 곳이 판매처입니다. 때문에 고래회충 감염률이 높은 어류는 선어 횟감으로 판매하지 않거나, 판매하더라도 전처리를 확실히 해서 판매하는 것이 정상입니다. 아래는 고래회충 감염률이 높은 횟감입니다. 

 

자연산만 해당 : 붕장어, 고등어, 청어, 연어, 오징어, 대구, 쥐노래미(놀래미)우럭, 광어, 농어, (간혹 참돔)

 

5) 물리적인 파손 여부

배에 피멍이 든 것은 물리적 충격에 의한 것입니다. 그 부위의 살은 피가 스며든 상태이므로 횟감으로 사용하기가 어렵습니다. 이외에도 비늘이 과도하게 벗겨졌거나 상처가 있다면, 선어의 건강상태를 의심해야 합니다. 지느러미가 심하게 닳았거나 훼손된 것은 낚시나 주낙으로 잡은 A급 횟감이 아닌 그물 조업에 걸린 것이며,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폐사일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이런 횟감은 설령 당일 잡힌 것이고 보관상태가 좋다더라도 살이 금방 물러져 횟감으로 쓰기에 부적합합니다.

 

 

#. 며칠까지 숙성 보관이 가능할까?
이는 생선의 종류, 크기, 전처리 여부에 따라 다릅니다. 횟감이 크고 단단한 흰살생선, 여기에 전처리가 올바르게 시행되었다는 전제라면 최대 4일까지 보관할 수 있습니다. 선어회 문화가 자리 잡은 일본은 평균 3~4일 숙성하고, 때에 따라 일주일까지 숙성하기도 합니다. 활어가 크고 살이 단단한 흰살생선일수록 숙성에 유리합니다. 

 

반대로 크기가 작고 붉은살생선일수록 숙성 기간은 짧습니다. 그래서 고등어는 즉살로 횟감을 마련해도 장시간 숙성하지는 않습니다. 숙성 보관에는 냉장고(숙성고) 성능도 중요합니다. 가정에서는 냉기 순환이 고르고 유지가 잘 되는 김치 냉장고 서랍 칸이 유리합니다. 자주 여닫는 일반 냉장고는 냉기 유지가 불안정하기 때문에 권장하지 않습니다.

 

 

즉석 고등어회

 

#. 고등어와 전갱이는 죽은 지 몇 시간 안에 회로 먹을 수 있을까?
고등어는 살아서도 부패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부패 속도가 다른 어종보다 빠르다는 이야기입니다. 고등어 특유의 고소한 맛은 ‘히스티딘’이라는 성분이 담당합니다. 그런데 이 히스티딘은 고등어가 죽고 나서 '히스타민'으로 바뀝니다. 히스타민은 식중독을 일으키는 물질인데 100g당 50mg의 히스타민이 들어 있으면 식중독에 걸릴 확률이 높아집니다.


이런 이유로 고등어는 반드시 살아 있을 때 회를 쳐야 합니다. 이렇게 포 뜬 고등어를 바로 썰어내면 활 고등어회가 되며, 1~3도의 저온에서 몇 시간 정도 숙성했다가 내면 숙성고등어 회가 됩니다. 숙성 고등어회도 살아있을 때 포를 뜬 것이므로 선도는 산 시점에서부터 유지되며, 이로 인한 히스타민 성분은 최대 이틀까지 증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보관 환경이 적절치 못하면 하루 만에 산패가 일어날 수 있고 히스타민도 증가하기에 구이나 조림이 알맞습니다. 고등어 회는 될 수 있으면 빨리 먹는 것이 좋고, 숙성해도 하루 이상은 넘기지 않는 것이 안전합니다. 전갱이는 고등어보다 부패 속도가 조금 느린 편이나 근본은 비슷합니다. 


 


#. 낚시하느라 손질 없이 가져왔는데 회로 먹어도 될까?
이런 일은 우럭 선상 낚시에서 곧잘 일어납니다. 낚시하느라 바빠서 피와 내장을 미처 빼지 못한 것. 이를 집으로 가져와 회로 먹을 때 간혹 고래회충증에 걸릴 수 있습니다. 작은 우럭보다는 몸길이 40cm가 넘어가는 큰 우럭에 감염률이 높습니다. 그러므로 횟감으로 쓰기 위해선 막판에 잡은 몇 마리라도 전처리해서 가져오기를 권장합니다. 


 

 

#. 하루 지난 '포장 생선회'는 먹어도 안전할까?

보관 상태에 따라 결과는 달라집니다. 가장 좋은 것은 공기를 완벽히 차단할 수 있는 진공포장인데 진공포장기를 갖추지 않은 가정이 많아서 보통은 포장 그대로 보관하거나 비닐랩 및 밀폐 용기에 보관하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이 경우 회로 먹어도 지장은 없으나 맛에서는 상당 부분 잃을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살이 단단한 광어, 도다리, 우럭, 돔 종류는 포장 후 하루까지 회로 먹는 데는 지장이 없습니다. 다만, 하루를 넘기면 회는 일부 산패가 진행되고, 표면은 수분감을 잃고 푸석해지며, 살도 물러진 상태이므로 익혀 먹기를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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